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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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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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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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는 전쟁 영웅 – 8

DUMMY

유키나가는 어떻게 된 일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설마 벌써 저쪽으로 돌아선 놈들이 있단 말인가?’


일본은 전국 시대가 종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때는 실로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때였다.

어제까지는 나의 부하였던 자가, 내일이면 상대의 칼이 되어 나의 뒤통수를 치는 게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유불리에 따라 진영을 바꾸는, 마치 용병과 같은 삶을 사는 무사들.

유키나가는 그게 용인되는 시대에 살았기에, 지금 상황을 배신한 무리가 있다고 짐작해야 하건만.


‘굳이, 조선에?’


약해도 너무 약한 조선의 전력이었다. 조선 침략을 반대했던 유키나가가 머쓱할 정도로.

그런데 이쪽을 배신하고 그들 편에 서서 칼을 휘두른다?


‘가토가 크게 당했다는 이유 때문인가?’


억지로 그럴만한 논거를 떠올려 보지만, 이 또한 말이 안 됐다.

기요마사에게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는 지형에 의존한 적의 기습과 괴물 포탄 하나에만 당한 공격이었다.

즉, 앞으로 조심하면, 두 번 다시 안 당할 수 있었는데.


‘그래, 일부 그럴만한 놈들이 있었겠지.’


어차피 다수의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많아야 수십 명, 그런 배신자들이 나왔나 보다.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새벽을 맞이한 유키나가는 기요마사를 다시 불렀다.


“포위당한 것, 인정해야 할 때가 왔다. 해서, 이대로 성을 공격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렇겠지. 뒤통수가 서늘한데, 앞을 치는 건 멍청한 짓이니까.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일단, 잠시 병력을 물린 뒤, 재정비해서 온다. 그게, 내 결론이다.”


유키나가는 원래 신중하고 전략적인 성격이었었다. 이번에도 그의 면모가 드러났다.

작전상 후퇴. 유키나가가 그 말을 머금자, 기요마사의 얼굴이 구겨진다.


“젠장.”


그 역시 알고 있다. 적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앞이든, 뒤든 치는 건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기요마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퇴도 신중해야 해. 적은 그 무시무시한 포탄을 쓰고 있어. 그게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만으로 수백이 당하곤 했단 말이지.”

“알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병력을 쪼갤 생각이다. 오백 명 단위로.”

“나쁘지 않군. 어차피 저쪽은 어린아이 전쟁놀이하는 것처럼 칼을 휘두르니까.”


기요마사의 얼굴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실제로 조선 땅에 와서 백병전을 거쳤을 때, 적이 휘두르는 칼을 보고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그 서투른 칼질에 당하진 않을 테니, 오백 단위라면 적당할 것 같았다.


“저쪽에 붙은 놈들이 있다는 것, 알고 있지?”

“그래 봤자, 몇이겠어?”

“아무튼, 조심하라고.”

“걱정하지 마. 두 번은 안 당해. 그보다는 어디서 재집결하지?”

“여기서 얼마 안 떨어진 곳에, 훨씬 더 큰 규모의 성이 있다. 그곳에서 보자.”


고개를 끄덕인 기요마사. 먼저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유키나가 역시 그를 내보낸 뒤에, 지휘 막사로 부하들을 불러 내용을 전달했다.

물론 오백 단위지만,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것은 자살 행위였다. 그러다가는 각개 격파에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 곳에 집중해서, 시차를 두고 퇴각하기로 했다.

다만 후퇴가 시작하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지나······.


탕! 탕! 탕! 탕! 탕!


유키나가의 귀에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콩 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아군의 철포대가 아닌 듯했다.


‘설마, 조총까지 사용한단 말인가?’


도대체 얼마나, 그리고 어떤 놈들이 조선에 붙은 건가.

탄환에는 눈이 없다. 병사는 물론 장수도 당할 수 있다.

유키나가는 퇴각할 때도 만만치 않은 희생이 생겨날 것을 예감했다.

실제로······.


탕! 탕! 탕! 탕! 탕!


다시 한번 조총 소리가 울렸을 때, 불길한 예감이 현실로 다가왔다.


* * *


조선에 귀화한 뒤, 김충선은 세자가 준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침 공을 세울 기회가 바로 왔다.

유키나가가 이끄는 병력과 맞닥뜨린 것.

그래서 발포를 외쳤고, 순식간에 적들은 혼돈에 빠졌다.


“놈들도 조총이 있다!”

“조심해라!”


당황한 기색이 확연히 전해졌다.

김충선은 한 번 더 외쳤다.


“발포!”


탕! 탕! 탕! 탕! 탕!


“컥!”

“으악!”


연기가 자욱한 가운데 비명과 함성이 뒤섞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전진하라!”


두두두두.

언제 왔던가? 신립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조선의 기마병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언덕을 내달렸다.


“단 한 놈도 놓치지 마라!”


편곤을 든 병사들이 선두에 섰다. 그 뒤로 창을 든 병사들이 뒤따랐다.

이 엄청난 돌격에 왜군의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일부는 필사적으로 대열을 유지하려 했지만, 조총의 공격에 이어 기마병까지 덮치니,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이에 지휘관인 유키나가도 당황하여, 목이 터질 듯 후퇴 명령을 내렸다.


“물러서라! 뒤로 물러서!”


하지만 이미 늦었다.

조선군의 편곤이 왜군의 긴 칼을 가볍게 밀어냈다.


촹!


쇠로 만든 몽둥이가 왜군의 갑옷을 강타할 때마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콰직!


왜군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으악!”

“컥!”


일부 왜군은 필사적으로 조총을 쏘아댔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어져 있었다.

흙먼지가 자욱한 가운데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전장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고, 왜군의 퇴각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져 갔다.


* * *


밤사이 적의 수색이 멈추자마자, 광해는 유키나가와 기요마사의 심리를 미루어 짐작했다.

이를 지휘 막사에 모인 신립과 류성룡 등에게 전달했다. 그 내용이 다음과 같다.


첫째, 적장이 현명하다면, 퇴각을 준비할 것이다. 이때는 퇴로를 열어주고, 단병접전을 피한다. 즉, 굳이 희생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둘째,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다. 원거리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라. 특히, 이번에 귀순한 김충선의 철포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셋째, 필요 이상으로 바짝 뒤쫓지는 마라. 적은 아군이 보유한 조총의 몇 배를 소지하고 있다. 경험 많은 적장은 이 당혹스러운 상황에서도 함정을 파고, 아군을 기다릴 수 있다.


넷째, 만약 의도와 다르게, 함정에 빠진다면? 그리고 백병전이 이루어진다면? 절대 칼로 싸우지 마라. 좀 더 긴 무기가 유리할 것이니, 병사들에게 창이나 편곤 등으로 교체하여 들게 하라.


편곤이란 사실 긴 장대에 도리깨 대신 몽둥이를 매단 무기였다.

조선은 사실상 병농 일치의 부병제를 시행했다. 따라서 농민 출신 병사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도리깨질이 익숙했고, 칼보다 훨씬 더 잘 다룰 수밖에 없었다.

왜란 초기, 백병전에서 사용하던 조선의 검은 짧고 얇았다. 맞부딪치면 깨지는 것이 부지기수, 특히나 일본의 석 자가 넘는 긴 칼에 팔도 많이 잘렸다.

그렇게 수십 차례 당한 후, 효율적으로 대응할 무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으니, 그게 바로 편곤이었다.

처음에는 물에 젖은 나무를 사용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쇠몽둥이로 대체되었다. 이때부터 백병전에서도 싸워볼 만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조선 병사의 개인 능력은 한없이 부족했다.

경험이 쌓이기 전에, 훈련이 결핍된 상태.

그렇다고 가파르고 봉우리가 계속 있는 이곳에서 기마전을 할 수도 없다.

단병접전을 피하라고 명한 것은 그 때문이다.


탕! 탕! 탕! 탕! 탕!


“저하, 시작한 듯싶습니다!”


늘 광해의 옆자리를 지키는 류성룡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말한다.

긴장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아까부터 품고 있던 의구심도 슬쩍 입 밖으로 꺼낸다.


“근데 왜놈들이 정말 퇴각하는 중일까요?”

“적은 우리의 병력 규모를 잘 모르오. 아마 앞에는 철옹성이 버티고 있고, 뒤에는 우리에게 포위당했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가지 길만 고민할 거요. 그게 결사 항전이냐,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냐. 이것들인데, 나는 후자라고 보오.”


광해의 예측이 틀리지 않은 듯, 또 한 번 보고가 들어온다.


“저하, 적이 퇴각하고 있습니다!”

“적은 수백 명 단위로 움직이는 중입니다!”

“퇴로는 세 군데 길을 활용하고 있는데, 느리지만 매우 일사불란합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다. 전투 경험이 많으니, 분명 적은 패한 적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후퇴하는 기술 또한 뛰어날 수밖에 없고, 지금 그 능력이 최대한 활용되는 중 아닐까?

최소한 광해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 공격은?”

“저하께서 명하신 대로, 활과 조총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단병접전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또 잠시 후.


“신립 장군이 이끄는 병력과 적이 백병전 중입니다!”


신립은 공명심이 있는 사람.

원치 않은 싸움의 방식이 이루어졌는가?


‘아직은 괜찮을 것이다.’


백병전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그 마음이 앞서 적을 너무 바짝 추격하는 건 아닐지, 그게 좀 우려되었다.


‘새벽에 도 순변사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단 말이야.’


장수라면 누구나 공을 세우고 싶어 한다. 만약 승리가 눈앞에 보인다면, 더욱더 그런 마음이 커진다.


“안 되겠습니다. 내가 나가봐야 할 거 같습니다.”

“저하, 또 왜 이러시옵니까? 소신과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전황은 이곳 지휘 막사에서만 보고받기로.”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전황에서 변수는 늘 발생하는 법.

직접 보지 않으면, 이를 통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광해는 고개를 내저었다.


“경들이 워낙 강경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이요.”


여기서 경들이란, 류성룡, 권율, 이덕형 등 문신들이었다.

원래 광해는 오늘 직접 나서기로 했다. 만약에 변수가 생긴다면, 즉각적으로 전술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신들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권율이 광해 대신 전장에 나가 변수에 대처하기로 했는데.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교전이 일어났습니다. 어쩌면 적의 전술일 수도 있습니다.”

“적의 전술이라 하시면?”

“후퇴하는 척. 함정을 파고, 다시 반격하는 것. 적은 어쩌면 이런 전술을 세웠을지도 모르오.”

“그, 그럴 리가······.”

“물론 아닐 수도 있소. 하지만 왠지 모르게 불길하오. 그러니, 좌상이 이번만은 나를 봐주시오.”


세자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류성룡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말리자니, 그동안 광해가 보여줬던 놀라운 병법과 전술이 머리를 스쳐 간다. 그렇다고 내보내자니, 자칫 광해가 적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한 번 더 말했다.


“저하. 만약 적들이 저하께서 여기에 계신 걸 안다면요? 그땐 저하를 목표로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그걸 내가 각오하지 않았을 것 같소? 오히려 기회가 나면, 그마저도 전술의 하나로 쓸 생각이었소.”

“그게 무슨······?”

“왜적들이 나를 표적으로 삼아 달려든다면, 오히려 함정을 파기 너무 쉽소. 즉, 저들을 몰살할 기회가 한 번 더 생긴다는 뜻이오.”


이렇게 말하고, 결심을 굳힌 광해가 일어나 막사에서 나갔다.

동시에 바깥에 대기하던 병력에 외쳤다.


“모두 준비하라! 너희 모두 나와 함께 적들을 쫓을 것이다!”


광해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주변이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반면, 뒤따라 나온 류성룡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광해를 한 번 더 말렸다.


“저하, 아무리 그래도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보시는 게······.”


역시나 그를 막을 수 없었다.


‘미치겠군.’


또 한 번 성상과 다른 광해의 면모를 보고 울상을 짓는 류성룡.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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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물속에서, 바다에서 - 4 +2 24.08.17 1,512 49 12쪽
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47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1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0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4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7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6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5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5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2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68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4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29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0 48 11쪽
28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09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8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8 50 11쪽
» 세자는 전쟁 영웅 – 8 +2 24.07.28 1,795 46 12쪽
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3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59 49 12쪽
20 세자는 전쟁 영웅 - 3 +2 24.07.23 1,756 47 13쪽
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0 45 11쪽
18 세자는 전쟁 영웅 - 1 +2 24.07.21 1,823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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