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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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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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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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역전의 조짐 - 3

DUMMY

이연의 어깨는 신이 나서 더 올라갔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목소리는 더 커졌다.


“무려 오천 넘게 죽이고, 이천을 생포했다고 하오! 그리고 바로 상주로 지원한다고, 거기서도 꼭 승리하겠다고 다짐하듯 적었소.”

“차, 참으로 장하시옵니다. 이는 전하의 홍복이옵니다!”


이항복은 감격했고, 언제 또 따라붙었는지, 다른 대신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참으로 장하시옵니다!”

“전하의 홍복이옵니다!”


한데, 이연을 추어올리는 대신들과 다르게, 백성들은 세자를 더 칭송하기 시작했다.


“세자 저하께서 우리를 살렸다!”

“세자 저하, 천세!”

“세자 저하, 천세!”


이연은 당연히 거슬렸지만, 더 깊이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대신들이었다.


“전하, 상주를 탈환하기 시작하면, 아마도 전란을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제는 상주에 어떤 식으로 원군을 보낼지 논의하여야 하옵니다!”

“최전방에서 싸우는 병력에 식량과 물자가 넉넉하지 않으면 안 될 터, 지금부터 신속히 보낼 방도를 짜야 할 것이옵니다!”


이연은 변덕과 똥고집을 동시에 지닌 왕이었다.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전란이 일찍 끝난다?’


뭔가 좀 거슬렸지만, 어쨌든, 이 조선의 종묘사직을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당연히 물심양면으로 세자를 지원하는 것,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상책이었다.


* * *


도성에서 임금이 파천 일보 직전까지 간 것도 모른 채, 견훤산성이 있는 산등성이에서는 살벌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촤아아아악!


“컥!”


확실히 사무라이의 무위는 놀라웠다. 긴 칼을 활용해서, 조선의 병사들을 수수깡처럼 베어버렸다.

가끔 창대에 매단 젖은 나무 몽둥이로 대응하는 이도 있었지만, 개개인의 싸움 기술이 사무라이를 능가할 수는 없었다.

다만 5인 1조로 이루어진 척살조는 빠르게 이동해 가다가, 어느 순간 막히기 시작했다.


“어딜!”

“여기가 너희의 무덤이다!”


큰 소리를 내며 등장한 항왜들이 조선 병사들과 합쳐지자, 뚫기가 점점 어려워졌던 것.


“이 배신자들!”

“젠장······.”


시게노부 역시 마찬가지. 갑자기 앞을 일본 병사의 칼에 하마터면 베일 뻔했다. 간신히 피한 뒤, 상대의 목울대를 향해 빠르게 찔렀다.


“큭!”


성공했다. 하지만 동시에 두 명의 부하가 이 싸움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등골이 서늘했다. 다른 조와 다르게 열 명 넘게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당한 것은 이쪽이었으리라.


“가자!”


시게노부는 다시 짤막하게 명령하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점점 조여진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지?’


상대의 전술 변환은 즉각적이었다. 이쪽이 오인 일조라는 걸 확인한 뒤, 항왜를 흩뿌리며 조선군과 함께 대응하게 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너무 빨라. 너무 능숙해.’


시게노부의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지휘하는 조선의 장수는 임기응변에 강하다는 것을.

그래서 점점 불길해진다. 과연 세자를 잡거나 죽일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왔던 길로 도주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잠시였다.


“적이다!”

“죽여라!”

“빠르게 처리한다!”


촤아아아악!

챙! 챙! 챙!


또 한 차례 항왜와 조선 병사들의 조합을 마주하면서 왠지 모르게 힘들 것 같다는 예감이 계속 들었다.


“으악!”

“컥!”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도 적이 아닌, 아군의 것 같았다.

천운이라면, 그렇게 몇 차례 고비를 넘기면서 드디어 세자 무리에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을 어떻게 알았느냐? 사실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 존귀한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겹겹이 에워싼 호위 무사들.

그렇다. 그 안에 광해가 있었으니, 이를 예감한 시게노부가 눈빛을 반짝였다.


‘나는 오늘 여기서 죽겠다.’


단, 죽더라도 조선의 세자와 함께 지옥으로 간다. 이렇게 다짐하며 한 발짝 나선 시게노부의 앞을 누군가 막아섰다.


“덤벼라! 이 빌어먹을 왜놈아!”


본인의 키만큼 긴 창대에 뭉뚝한 쇳덩이를 단 편곤.

그는 바로 정기룡이었다.


휙!


미처 말리기도 전에 튀어 나간 정기룡.

한발 늦었지만, 김충선 역시 뒤를 따랐다.

아니, 그러려고 했는데, 멈칫했다.


척!


편곤으로 그의 앞길을 막는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광해였다.


‘응?’


김충선은 곧바로 멈추며, 세자의 시선을 마주했다.


“저하, 도와주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마쓰라 시게노부는 강하다.

키가 작고 왜소해 보이지만, 그가 쓰는 칼은 빠르고 날카롭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혼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룡은 병기의 우위를 점했다. 걱정하지 마라.”


지엄하신 명령이다. 김충선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정기룡의 편곤을 관찰했다. 긴 철 장대에 짧은 사슬, 그리고 뭉툭한 쇳덩이.


‘모르겠다.’


광해의 말대로 병기는 더 나을지언정, 시게노부의 경험과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시게노부가 정기룡에게 다가갔다. 잔걸음이 빨라서, 순식간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저, 저.”

“조심!”


문신들이 놀라는 가운데, 사선으로 그어진 칼.


챙!


정기룡의 긴 창대에 막혔다.

병기가 길면 이게 유리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상대의 무기를 잘 막을 수 있었다.

여기에 편곤의 독특함이 시게노부를 당황하게 했다.


휙!


“윽!”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았던 시게노부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는 이유.

자기를 향한 쇠몽둥이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일격만 허용해도, 치명상을 입을 것 같았다.

막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러다가 칼이 부러지기라도 하면, 낭패를 당한다.


‘젠장······.’


정기룡은 그동안 겪었던 조선의 무인과 확실히 달랐다.

칼 몇 차례 휘두르면 우왕좌왕, 허겁지겁. 그러다가 꽁무니를 빼는 놈들이 대다수였는데.


‘어쩔 수 없지.’


그러나 시게노부는 수백 번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사무라이다. 곧 해법을 찾았다.

그건 바로······.


“어?”


정기룡을 우회해서 세자를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정기룡의 무위를 자세히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마침 광해는 가장 앞에 나와 있었다.

이게 위기를 불렀다.


“저, 저하!”

“안 돼!”


시게노부의 잔걸음, 아니, 폭발적인 뜀박질이 그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죽어라!”


순식간에 튀어 올라, 위에서 아래로 가르며 세자를 절단하려고 했다. 그런데 실패.


텅!


“······!”


다른 누구도 아닌, 세자에 의해서다.

이혼도 이미 편곤으로 무기를 바꾼 상태다.

본을 보이기 위해서다. 최고 지휘관이 검을 버릴 수 있다는.

다만 장식용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쉽게 창대로 왜장의 칼을 막아내다니.

그뿐만 아니라, 발을 사용하여 시게노부의 배를 가격하기까지 했다.


퍽!


순간, 볼품없이 나가떨어진 시게노부. 그는 회심의 일격이 막히자마자 당황했다. 조선의 세자는 문약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이런······.’


이제 위기다. 정기룡의 편곤이 그를 향했으니.


휙!


엄청난 힘으로 내려친 편곤. 시게노부의 머리를 향했다.


“죽어라, 이놈!”


그 긴박한 순간에, 시게노부가 간신히 피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컥!”


빠각. 어깨가 으스러졌다.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끄······.”


급기야 눈을 까뒤집으며, 혼절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을 보고, 모두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기룡의 실력이 저 정도일 줄이야.”

“놀랐소. 정말 놀랐소.”

“저는 세자 저하의 실력에 더 놀랐소.”


그런데 쓰러진 시게노부를 다른 병사들이 수습할 때였다. 빼어난 실력을 보인 정기룡이 세자 앞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죄를 비는 게 아닌가.


“소장,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갑자기 죄를 청한 이유가 있었다. 호위 무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세자를 홀로 두고 앞으로 나섰다.

공명심이 아닌, 호승심이었다. 그러나 세자가 만약 죽었다면, 변명거리도 안 된다.

사람들이 그걸 모르겠는가. 그리고 몇몇은 세자가 그에게 최소한 야단이라도 치길 바랐다.

실제로 이혼은 얼굴을 굳히고 정기룡을 바라봤다.


“뒤늦게 네 죄를 깨달았겠다?”

“저하, 죽여주시옵소서!”

“죽을죄를 지었다? 하면, 앞으로 죽기를 각오한단 뜻이지?”

“······?”


세자의 의도를 몰라, 잠시 한 박자 쉬더니 더듬듯 내뱉는 말.


“소, 소장······, 저하를 위해 목숨을······, 그러니까.”

“다 알아들었다. 그러니, 고개를 들라.”


정기룡이 세자를 바라보자, 그는 웃고 있었다.


“오늘, 너는 공과를 함께 범했다. 하니, 벌과 상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 고로, 다음번에는 나에게 꼭 허락받고 공을 세우라. 그래야 내가 오롯이 네 공만을 치하할 수 있다. 알겠느냐?”

“마, 망극하옵니다!”

“또한, 네 무용은 뛰어나나, 경험이 부족하다. 앞으로 적을 계속 상대해야 할 텐데, 틈틈이 갈고 닦아야 할 터. 충선?”


이번에는 광해가 김충선을 불렀다.


“네, 저하!”

“시간이 날 때마다 네가 기룡을 봐주길.”

“저하,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는 사무라이를 상대하려면, 사무라이로 연습하라는 뜻. 세자의 의도를 헤아리고, 정기룡은 또 한 번 망극하단 말을 입에 올렸다.

피식, 광해가 웃는다. 그것도 잠시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류가 부탁한 밀고 당기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당겼으니 밀 때가 됐다.

그래서 말했다.


“기세를 몰아, 이제부터 전군 앞으로 나아간다.”


* * *


전우이자 친구인 마쓰라 시게노부를 적진 깊숙이 보낸 후, 고토 쓰미하루의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너무 늦다.’


시간이 갈수록 불길함이 치솟는다. 그렇다고 쉽게 죽을 친구가 아니라는 걸 알기에, 본진에 복귀하기도 그랬다.

그런데······.


“도노, 본진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도노, 이렇게 늦으면, 나중에 책망을 들을 수 있습니다.”

“도노······.”


가신들이 자꾸 높은 사람을 뜻하는 ‘도노’를 외친다. 그 말이 오늘은 왜 이렇게 압박으로 느껴질까.

쓰미하루가 주먹을 꽉 쥐며 윽박질렀다.


“시끄럽다! 그렇다고 마쓰라를 두고 가잔 말이냐?”


이는 실상 자신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복잡한 감정들 때문이다. 친구인 시게노부에 대한 걱정, 임무 실패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조선군의 강함에 대한 당혹감 등등.

결국, 하던 말을 멈추고 뒤로 물러선 가신들.


“그, 그게 아니라······.”

“도노, 죄송합니다.”


그러나 가신들의 얼굴에는 확신이 새겨져 있었다. 세자 척살 작전을 펼친 이들은 단 한 명도 살아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물론 쓰미하루도 어렴풋이 느끼는 중이다.


‘정녕, 적이 그렇게 강했단 말이냐?’


인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 만난 조선군은 오합지졸이었다.

아무리 견훤산성을 점령하지 못했을지라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땐 괴물 포탄 때문이었다.

근접전에서는 절대 조선군이 일본군을 압도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숫자가 많다는 뜻인가?’


여기에 생각이 닿자, 참으로 이상했다. 압도적인 숫자라면 벌써 밀고 왔을 것이다.

지금의 전쟁은 조선 땅에서 이루어지니, 그들의 목표는 일본군을 몰아내는 것.

한데, 이토록 꾸물대고 있다?

그 답을 내주려는가? 척후를 세웠던 부하들이 복귀하며, 적의 움직임을 보고했다.


“도노, 기마대가 오고 있습니다.”

“숫자는?”

“아까 우리가 쫓았던 놈들인 거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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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물속에서, 바다에서 - 3 +1 24.08.16 1,548 49 12쪽
43 물속에서, 바다에서 - 2 +2 24.08.15 1,592 48 12쪽
42 물속에서, 바다에서 - 1 +1 24.08.14 1,650 52 13쪽
41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8 +1 24.08.13 1,654 50 12쪽
40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7 +3 24.08.12 1,608 49 11쪽
39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6 +4 24.08.11 1,606 48 11쪽
38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5 +3 24.08.10 1,635 49 11쪽
37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4 +3 24.08.09 1,625 47 11쪽
36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3 +3 24.08.08 1,643 45 11쪽
35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2 +4 24.08.07 1,670 46 11쪽
34 미리 보는 화력 조선 - 1 +3 24.08.06 1,745 46 11쪽
33 전세 역전의 조짐 - 8 +4 24.08.05 1,729 46 12쪽
32 전세 역전의 조짐 - 7 +2 24.08.04 1,679 48 12쪽
31 전세 역전의 조짐 - 6 +2 24.08.03 1,662 48 11쪽
30 전세 역전의 조짐 - 5 +2 24.08.02 1,723 46 11쪽
29 전세 역전의 조짐 - 4 +3 24.08.01 1,690 48 11쪽
» 전세 역전의 조짐 - 3 +2 24.07.31 1,710 51 12쪽
27 전세 역전의 조짐 – 2 +4 24.07.30 1,758 50 12쪽
26 전세 역전의 조짐 – 1 +3 24.07.29 1,778 5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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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세자는 전쟁 영웅 - 7 +2 24.07.27 1,731 49 11쪽
23 세자는 전쟁 영웅 - 6 +3 24.07.26 1,733 48 10쪽
22 세자는 전쟁 영웅 - 5 +2 24.07.25 1,743 47 13쪽
21 세자는 전쟁 영웅 - 4 +3 24.07.24 1,759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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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세자는 전쟁 영웅 - 2 +2 24.07.22 1,760 45 11쪽
18 세자는 전쟁 영웅 - 1 +2 24.07.21 1,823 4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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