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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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
작품등록일 :
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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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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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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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아르 (1)

DUMMY

"마법은 신이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 틀림없다."


지금은 역사 시간이다.


"이곳 서울을 중심으로 발견된 마법은 우리 인간들에게 큰 이로움을 주고 있다. 이를테면."


김호창이 오른손을 창문 쪽으로 펼쳤다.

이내 김호창은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고, 창문은 덜컥 소리를 내며 닫혔다.


"이렇게."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오.. 하는 탄성이 작게 터져 나왔다.


김호창은 역사 선생이다.


과거엔 한국사를 가르쳤다고 하는데, 이제는 마법이 생겨난 후 5년간의 시간을 가르친다.


"사람들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5년 전을 우리는 'New Big Bang'. 줄여서 '뉴뱅'이라고 부른다."


그는 마법을 사랑한다. 아니, 찬양한다.


“마법만이 살길이다. 여전히 구시대적인 사고를 갖고 마법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곧 도태될 것이다.”


그런데,


“남하루.”


그는 나를 싫어한다.


“너 같은 놈 말이다.”


나는 마법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5년 전 뉴뱅이 발생할 때 사람들에게는 마력이 생겼다.

단 한 사람, 나를 제외하고.


간단한 물건을 옮기는 염력도 쓰지 못했다.

심지어 담뱃불 정도의 자그마한 불씨조차 만들지 못했다.

거대한 체중계처럼 생긴 마력 측정기에 섰을 때는 마력 측정 불가 판정을 받았다.


그로 인해 따돌림을 당했다.

모두가 나를 모자란 놈 취급했다.

동네 주민들은 나를 보면 수군대기 일쑤였고,

심지어 어떤 학부모는 자식을 나와 다른 반으로 바꿔 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혹시 외계인이냐?”


하하하-


고등학생이 되면 따돌림이 줄어들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이제는, 선생도 나를 놀린다.


“쌤 쟤 마력 측정 불가 떴대요!”

“아니 이걸 왜 못 써? 바보 아냐?”


한 녀석이 손바닥에 불씨를 틔워 내 뒤통수에 들이밀었다.


“아악!!!”


뒤통수에 불이 옮겨붙었다. 나는 몸부림치며 손으로, 교복으로 머리를 비벼 불을 껐다.


하하하-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는 나를 보며 모두가 깔깔댔다.

아.

씨발 진짜.


그때였다.


“야. 적당히 하지?”


맨 앞자리에 앉은 단발머리 여자애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선생님도 학생한테 그딴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그녀가 내 머리 위에서 손바닥을 펼치자 이내 물방울들이 떨어졌다.

차가운 물방울이 뒤통수의 불을 식혔다.

정말 기본적인 마법이다.


나는 쓰지 못하지만.


순식간에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김호창은 눈치를 살피다 말했다.


“흠흠. 다음 페이지로 넘겨라.”


이서하. 나와 중학교 때부터 4년째 같은 반인 친구다.

항상 딸기향이 은은하게 나는 서하는 어느 기업 회장의 딸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자기 멋대로 행동해도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언젠가 서하가 같은 반 학생을 때린 적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

그 학생이 선생에게 욕설을 해대서 때린 거라는 이유도 함께.

그런 사람이다. 서하는.


나는 서하와 다르다.


오랜 따돌림 때문일까, 감정이 무뎌졌다.

괴롭힘을 당해도 화가 나지 않고, 손가락질당해도 슬프지 않다.


사실 매 순간이 슬픔이라 슬픔을 자각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까 고맙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나는 서하에게 다가갔다.

서하는 앉은 자리 그대로 나를 보더니, 이내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


“됐어. 애들 꼬라지가 맘에 안 들었을 뿐이야.”


서하는 자신의 말투가 차가웠던 게 신경 쓰였는지, 한 마디 덧붙였다.


“이따 영어나 좀 알려주던가.”


서하는 이 말을 뒤로한 채 교실을 나갔다.


과목에 ‘마법’이 생긴 이후, 나는 무조건 0점을 맞는 과목이 생겨버렸다.

‘마법의 역사’, ‘마법 이론’ 등 필기 과목은 문제없지만 실기는 아무래도 0점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물방울 하나 만들지 못하는 내가 어떻게 점수를 받겠는가.


다행히 공부 머리는 있는지라, 마법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에서 준수한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여전히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반대로 서하는 마법은 잘 쓰지만 다른 과목에선 영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서로 약한 부분을 알려주곤 했다.


“파이어 볼 써봐.”


“..어떻게 쓰는데?”


“뭘 어떻게 써. 그냥 써보라고.”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쓰냐고.”


“그냥 쓰는 거라니까? 봐봐.”


서하는 손바닥을 하늘로 펼쳤다.


그러자 서하의 손바닥에 빨간 원이 그려졌고, 푸슛- 하는 소리와 함께 원 사이로 불덩이가 하늘을 향해 솟아 올랐다.


불덩이는 상공을 향해 치솟다가 이내 사라졌다.


“이렇게 하라고.”


“아니 그게 안 된다니까.”


물론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 영어에서 중요한 건 단어야. 일단 단어를 외워야 하는데..”


“암기빵 이런 거 없냐?”


서하는 점수가 오르긴 했다만, 그렇게 의욕적이지 않았다.

금수저다 이건가.

하긴, 서하는 성적이 어떻든 먹고 살 걱정은 안 할 것이다.

그리고 마법을 잘 쓰면 다른 과목이 어떻든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에너지의 근본이 변함에 따라 물리학의 근간이 흔들린 것을 필두로,

마법을 제외한 다른 과목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졌다.


마법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가 마법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는 세상이다.


내게는 길이 없는 걸까.


**


어렸을 땐 행복했다. 학교에서 시시덕대고, 놀이터에서 놀고, 집에 가야 할 때면 게임 속에서 다시 만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뉴뱅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마력이 생긴 사람들은 대부분의 에너지를 마력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미운 오리 새끼가 돼버린 난 서서히 사회에서 격리당했다.


물 마법 때문에 정수기가 사라져 물을 사 마셔야 했고,

자가 마력 엘리베이터를 만나면 꾸역꾸역 걸어야 했다.

새벽엔 신호등도 자가 마력 식으로 변하는 바람에 무단횡단을 하다가 트럭에 치일 뻔한 적도 있다.


내게 이 세상은, 너무도 가혹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 왜 마법을 쓰지 못할까 생각했다.

모두가 쓰는 마법을 왜 쓰지 못하는 걸까.


나만. 왜 하필 나만.


상체를 일으켜 세운 뒤 창문을 향해 손바닥을 내밀다가, 닫힌 창문을 열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파이어 볼.”


그때, 손바닥 가운데 뜨거운 느낌이 몰려왔다.

빨간 선이 원을 그렸고, 원이 손바닥에서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났다.

그러자 퍼엉-하며 서하의 그것보다 거대한 파이어볼이 창문을 넘어 날아갔다.


물론 내 상상 속에서.


나는 부끄러워 하며 이불을 뒤집어썼다.

왜. 왜 나는 못 쓰는 거야.

나는 버림받은 건가.

정말 나는 이단이나 외계인 같은 건가.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주눅 들거나 스스로를 규탄하지 않는다.


공부가 세상의 전부가 아니니까.

그리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한둘이 아니니까.


하지만 요즘 세상은 마법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기다 마법을 못 쓰는 학생은 나뿐이다.


아니 마법을 못 쓰는 사람은 나뿐이다.


이 사실은 나를 지독한 외로움으로 몰고 갔다.


따돌림당하고 싶지 않다.

손가락질 받고 싶지 않다.

나도, 마법을 쓰고 싶다.


“뭐해?”


현민이 형이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남현민. 나보다 한 살 많은 형이다.

5년 전 아버지를 잃은 나는 2층짜리 집에서 혼자 살 처지에 놓였다.

그래서 현민의 가족이 우리 집에 들어와 나를 돌보며 같이 살게 됐다.


“새끼. 또 침울해져 있네.”


“..”


“왜 그러는데. 또.”


나는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했다.

선생이 나를 조롱한 일, 그로 인해 애들이 웃은 일, 뒤통수에 불이 붙은 일, 서하가 불을 꺼준 일.


“아니 미친 거 아니야? 선생이란 놈이 그래?”


현민은 엘리트다. 원래 엘리트란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게 붙는 수식어였다.


그러나 이제는, 마법에 능통한 학생이 엘리트다.


“너도 말이야. 가만히 있지 말고 화를 내라고. 가만히 있으면 만만하게 본다니까?”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하.. 답답하네 진짜. 그냥 미친 척하고 한 번 엎으라니까?”


“그런 식으로 말할 거면 나가.”


“아니 난 속상해서 그래. 너가 그런 취급ㅇ...”


“나가라고.”


현민은 잠깐 나를 쳐다보더니 ‘에휴’ 하는 한숨을 내쉬며 방을 나갔다.


현민은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

자신이 마법을 쓸 때의 느낌을 알려주겠다며 쓴 노트는 무려 7권이 넘었다.


그러나 나는 마법을 쓸 수 없었다.


현민이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멀어지자 다시 침대에 누웠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어려움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도 형 같은 사람이었으면 화를 냈겠지.

나도 하지 말라고 했겠지.


아니, 애초에 뒤통수에 불이 붙는 일 따위 없었겠지.


나는 창문을 향해 손바닥을 뻗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하..”


다락방에서 [끼잉끼잉]하는 소리가 들린 것은 그때였다.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더는 쓰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것들을 모아두는 다락방인지라 무슨 소리가 날 리 만무했다.


그러나 [끼잉끼잉]하는 소리는 여러 번 들려왔다.


창문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 고개를 내밀었지만, 소리의 방향은 다락방이 확실했다.


나는 끼익거리는 계단을 밟고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다락방을 향하면서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다락방에 창문이 있긴 하지만 햇빛이 들어올 뿐 열리지 않는 창문이다.

그래서 동물이나 새가 들어올 일도 없었다.


대체 뭐지.


다락방에 발을 딛자 퀴퀴한 먼지가 일었다.

손사래를 치며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다.


소리는 어린 시절 쓰던 옷장에서 나고 있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옷장 앞에서 머뭇거렸다.

그러는 와중에 [끼잉끼잉]에 이어 [아르르..]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며시 옷장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안 쓴 탓인지, 옷장 문이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덜컹덜컹-


[아르르...]


작은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나는 긴장한 채 옷장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옷장 문의 구석이 낡은 서랍장에 가로막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뭐야.’


서랍장을 치우고 옷장 문을 살짝 열려고 하자 문이 열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옷장 문을 열었다.


그리고, 녀석을 만났다.


주먹만 한 크기임에도 손톱만 한 날개를 갖고 있는 녀석.

옅은 하늘색 비늘과 사람의 이빨만 한 크기의 뿔을 가진 녀석.


"드..드래곤?“


아르와의 첫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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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수학여행 (2) 24.07.29 12 0 11쪽
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20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 1화 아르 (1) 24.07.06 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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