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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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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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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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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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이로스 (1)

DUMMY

“살..았나?”


적막을 깬 건 누군가의 한 마디였다.


추락이 멈췄다.


바닥으로 처박히는 느낌은 사라지고, 무언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느낌이 났다.


“살았다!!!”

“이야아아아!!”

“멈췄다!!!”


사방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흐아아아앙...”


누군가는 울었고,


“살았어.. 살았어..”


누군가는 믿기지 않는 생존을 계속해서 확인했고,


“아.. 아..”


누군가는 긴장이 풀렸는지 탄식만을 자아냈다.


“저.. 저..”


그리고, 누군가 창문 밖을 가리켰다.


“저게 뭐야?”

창문으로는 하늘이 보여야 했다.


이미 많이 추락한 상황이기에, 인간들이 만들어둔 형형색색의 육지 또한 보여야 했다.


그러나 보이는 건, 어두컴컴한 그림자.


그리고 태양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날개.


“날개..?”


민지아가 나지막이 뱉었다.


“이거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턱턱 치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민지아를 보지 않았다.


나 또한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창문 밖의 거대한 날개를 보고 있었다.


아르의 그것과 너무나도 닮은, 그러나 아르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날개를.


“..아르?”


나와 민지아는 동시에 아르가 있는 에코백을 쳐다봤다.


조심스레 에코백 입구를 열자, 아르가 보였다.


[아르르...]


아르는 진이 빠진 듯 보였지만 별문제 없어 보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미지의 공포를 만난 사람은 기능 고장을 겪는다.


생존에 기뻐하던 사람들은 정체불명의 날개를 목도하자 다시금 혼란에 빠졌다.


“저게.. 뭐야?”

“날개 같은데..?”

“저렇게 큰 날개가 어딨어?”


그리고 누군가 말했다.


“드래곤..?”


드래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만화나 웹소설도 아니고, 드래곤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들 눈앞에 있는 그것은, 이미 보편적인 사고방식을 넘어선 것이었다.


하물며 마법이 보편화된 세상에, 드래곤이라고 없을 건 또 뭔가.


“드래곤이라고..?”

“드래곤이 진짜 있어?”


드래곤이라는 단어에 아르가 흠칫흠칫했다.


기내의 모든 사람이 생존했다는 기쁨과 정체불명의 날개를 만난 공포 속에서 혼란을 겪던 중,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 멈췄다.


창문 밖을 보자 날개는 사라졌고,


육지가 보였다.


아주 가깝게.


“착륙..했다.”


[아.. 아.]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의 말에 온 신경을 기울이는 가족처럼, 모든 이들이 기내 방송에 집중했다.


[착륙.. 한 것 같습니다.]


3초.


정확히 3초의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우..우와아!!!”

“으아아아!!!”

“살았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정체불명의 날개는 뒷전이었다.


죽기 직전 살아난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생존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없었다.


“천천히 나가세요. 조심하세요.”


이리저리 넘어지다 결국 발목이 부러진 승무원이 의자에 앉은 채 승객들을 안내했다.


나와 민지아는 중간쯤 자리에 앉았던 탓에 중간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밖은 한적한 밭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시골 동네임은 분명해 보였다.


약한 빗줄기가 투둑투둑 떨어지고 있었지만, 누구도 비 맞는 것을 신경 쓰지 않았다.


생존했다.


살아남았다.


그것뿐이었다.


“하아아아아....”


민지아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축축하게 젖은 흙바닥이라 바지가 더러워질 것이 분명했지만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나는 민지아의 옆에 나란히 앉으려다가,


날개가 떠올랐다.


“어디 갔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하늘을 뒤덮은 거대한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보였다.


“어..?”


나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던 민지아가 말했다.


민지아가 보고 있는 것은 하늘이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비행기 몸체 위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민지아의 시선을 쫓자, 비행기 위에 올라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거리가 좀 됐기에 자세히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히 사람 형상을 띄고 있었다.


그것은 한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내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따라와.”


귓등에 들려온 소리.


그리고, 눈 깜빡할 새에 나는 다시 비행기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어..?”


어리둥절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나는, 비행기를 구경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신기하네. 날 수 없으니 이런 거로 하늘을 영유하는 건가?”


뭔가 이상했다.


읊조리는 듯한 목소리.


그런데, 그것은 나와 거리가 있었다.


나는 비행기의 끝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것은 반대편에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말하는듯한 느낌이었다.


“..누구시죠.”


정신을 붙들고 말을 걸었다.


“아.”


그것은 순식간에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그것은 푸른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고, 사나운 눈매를 지녔으며 어딘가 신비로운 느낌이 물씬 났다.


“반갑다.”


그것은 인사를 건넸다.


분명히 ‘반갑다’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입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것이 하는 말이 내 머리에 울리는 듯했다.


“음, 당황스러울 수 있어. 그치.”


그것은 또 슈슉-하더니, 어느새 내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이로스라고 한다. 반가워.”


이로스.


특이한 이름이다.


대한민국에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만, ‘로스’라는 이름은 일본식 돈가스 식당 밖에선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름이 특이하건 말건, 자기소개를 들었으면 나도 소개하는 것이 예의다.


“..저는 남하루라고 합니다.”


“남하루. 그래.”


이로스는 다리를 꼬아 내 쪽으로 가깝게 몸을 기울였다.


그때.


[아르르르!!]


에코백에서 아르가 뛰쳐나왔다.


나는 아르를 붙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이로스의 손이 그보다 빨랐다.


어느새 아르는 이로스의 손에 붙잡혀 있었다.


“...아.”


이로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내 동생!!!!”


아르를 품에 껴안았다.


[아르르르..? 아르릉...]


아르는 이로스의 품에서 몸부림쳤다.


하지만 이로스는 아르를 끌어안은 채 아르에게 얼굴을 부비댔다.


“아우 귀여워. 귀여운 것.”


이로스는 아르를 자신의 시선 위치로 들어 올렸다.


“안녕?”


그리곤,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난 네 형이야.”


[아르?]


형?


아르에게 형이 있다고?


“아르의 형.. 이시라구요?”


이로스는 시선을 아르에게 고정한 채 대답했다.


“아르? 얘 이름이 아르야?”


“아.. 평소에 아르르..하길래 아르라고 지었어요.”


“아하하. 아르. 괜찮네. 아르야 안녕?”


이로스는 아르를 간지럽혔고,


[아르르릉...]


아르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 제가 지금 좀 혼란스러워서. 상황 설명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로스는 아르를 다시금 품에 넣은 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음. 그래. 이 녀석 돌봐준 사람이니까. 설명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이로스는 한 손으로 아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는 드래곤이야.”


“..혹시 그럼 아까 비행기를 구해 주신 게..?”


“맞아. 나야.”


나는 입을 살짝 벌리고 말했다.


“와...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에이. 좀 무겁긴 했지만, 별거 아니야.”


나는 생명의 은인과 대화를 이어가고자 흔하디흔한 질문을 건넸다.


“어디서 오신 건가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평생 들어본 적 없는 대답이었다.


“어디서 오긴, 우리 행성에서 왔지.”


“우리.. 행성이요?”


“응. 아. 인간들은 아직 우주를 잘 모르나?”


“네..”


“허허.. 처음부터 설명해야겠네.”


이로스는 어디서부터 설명할지 생각하는 듯 잠깐의 텀을 두고 말했다.


“조금 전에 말했듯 우리는 드래곤이야. 너희 행성을 지구라고 부르듯, 우리는 후아라고 부르는 행성에서 지내.”


“후아..요?”


“응. 처음 들어보지?”


“네..”


“그럴거야. 지구랑 후아는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는 차원에 있거든.”


이로스가 하는 말은 나사에서 들으면 놀라 자빠질만한 말들이었다.


“물리적으로 도달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오신 거죠?”


“포탈을 열어야지.”


“아 혹시 아까 제가 본 그건가요.”


“봤어?”


“그런 것 같아요. 뭔가 공간이 찢어진 것 같았는데요.”


“음. 맞을 거야. 어쨌든 지구에는 포탈을 통해 왔어.”


“포탈은 뭔가요?”

“공간과 공간을 잇는 통로지. 우리 종족은 1차 각성을 마치면 공간 마법을 쓸 수 있어.”


“1차 각성이요?”


“응. 어느 정도 이상의 수련을 마치면 시험을 볼 수 있어. 그 시험에서 통과하면 1차 각성을 하게 되는 거지. 1차라는 말에서 눈치챘겠지만, 각성은 1차 각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오...”


나는 이로스의 말을 듣고 아르를 쳐다봤다.


“맞아. 아르..라고 했지? 아르도 훗날 1차 각성을 하면 포탈쯤은 쉽게 열 수 있게 될 거야.”

차원. 포탈. 각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이해하려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은 아니었다.


“음. 이해돼요. 그런데 아르는 어쩌다 지구에 오게 된 거에요?”


“아. 그거.”


이로스는 멈칫하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지금 전쟁 중이야.”


“전쟁이요?”


“응. 레아 행성 녀석들이랑 오랜 전쟁 중이야. 그런데..”


이로스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말했다.


“좀.. 밀리고 있거든. 그러다 왕자의 알이 위험에 처한 순간이 온 거야. 그래서 우리 부모님은, 그러니까 왕과 왕비께서 포탈을 열어 알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버렸지.”


“에. 그러다 알이 잘못되면 어쩌려고요?”


“어쩔 수 없어. 그대로 있었다간 반드시 잘못됐을 테니까. 희박한 가능성에라도 걸어볼 수밖에 없었어. 다행히 잘 부화해서 잘 지내고 있었나 보네.”


“어 그럼, 아르가 왕자인 건가요?”


[아르르?]


“응.”


“이야.. 이녀석 금수저네..”


“금수저가 뭐지?”


“있어요 그런거..”


그때, 창문 밖에서 붉은 섬광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생존한 인원들이 마법을 쓰고 있었다.


먹통이던 마법이 다시금 써졌다는 이유 때문인지, 사람들은 들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이로스는 파이어 볼을 써대는 사람들을 보고선 멈칫했다.


“왜 그러세요?”


“마법을 쓸 수 있어?”


이로스는 고개를 확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저는 못 쓰긴 하는데..”


“인간이 마법을 쓸 수 있냐고.”


“음, 네.”


짤막한 대답을 들은 이로스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언제부터?”


“아마.. 5년 조금 더 됐어요.”


“5년이라.. 지구의 5년은.. 음.. 시간상..”


이로스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된거구나.. 그때.. 그래서 마법을..”


“그.. 저도 좀 알려주시죠.”


“아. 아르의 알을 넘긴 게 지구의 5년 전 일 거야. 그때 후아 행성의 마력이 지구로 넘어온 거고. 그래서 그때부터 인간들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거지.”


정리하자면,


후아 행성의 드래곤들이 전쟁을 겪다가 수세에 몰렸다.


그래서 왕자의 알을 다른 행성으로 넘겼고, 그 행성이 바로 지구였다.


그런데 넘어온 것은 알 뿐만이 아니라, 후아 행성의 마력도 넘어온 것.


그래서 사람들이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된 거였군요.”


세상의 비밀을 깨달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것 같네. 하여튼 인간들한텐 좋은 일인 셈이지.”


이로스는 아르를 내게 넘기며 말했다.


“또 궁금한 거 있어?”


“어.. 글쎄요. 지금 들은 정보들만 해도 너무 많아서.”


“뭐 그럼. 슬슬 인사하자고.”


이로스는 아르의 엉덩이를 톡톡 치고 말했다.


“인사해.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하고.”


“..네?”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이로스를 쳐다봤다.


그리고 이로스는 띠용?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이제 집에 가야지.”


이로스는 조금 전 넘긴 아르를 다시 제 품으로 데려갔다.


“그럼, 이만. 잘 지내렴. 아르의 양아버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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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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