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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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
작품등록일 :
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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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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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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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전투 마법 시험 (3)

DUMMY

장발의 남학생은 안간힘을 다해 물풍선을 만들어냈다.


서하가 방어했던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려던 모양이다.

하지만, 장발의 물풍선은 서하의 공격을 받아내기엔 너무 작았다.


“빨리 말해. 항복하던가, 막아보던가.”


노란 머리의 여학생은 이미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이게 필살기였다는 건가.

그럴 만도 하다. 꽤 괜찮은 합동 공격이었으니.

상대가 서하만 아니었다면 통했겠지.


장발은 자신의 물풍선을 최대한 키워봤지만, 누가 봐도 역부족이었다.


장발과 노란 머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끄덕였다.


“항복이요.”

“항복할게요.”


승리의 기쁨은 달콤하다.

이제껏 느껴본 적 없었지만, 분명 승리는 꽤나 달콤했다.


상대보다 내가 뛰어나다는 증거니까.


내가 꽤 강하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서하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마치 언제나 1등을 하던 현민이 또 1등을 하고 왔을 때의 표정 같았다.


그런 서하는 나를 보자 주인 만난 강아지라도 된 양 눈을 크게 뜨고 뛰어왔다.


“어떻게 됐어? 이겼어?”


처음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을 때, 아버지께서 시험 잘 봤냐고 물어보셨다.

잘 봤다. 하지만 표정으로는 티를 안 냈다.


놀래켜 주고 싶어서.


“음..”


“뭐야. 왜 뜸 들여. 어떻게 됐냐니까?”


만점 받았다는 말에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셨다.


“이겼지.”


“오아!”


서하는 자신의 대련을 이겼을 때 보다 더 기뻐했다.


“잘했어 잘했어! 고생했어 정말.”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았다.

부끄럽네.


“뭐.. 아직 끝난 건 아니잖아.”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야. 이제..”


서하는 눈을 굴려대며 수를 셌다.


“6명 남았지.”


“아. 그치.”


6명.


25명 중 상위 6명 안에 든 셈이다.

예전의 나라면 상상도 못 했을 결과.


이번 대련은 3인 1조로 두 팀이 대련한다.

여기서 이긴 2명이 마지막 결승전을 하게 되는 거다.


대진표에 따르면, 서하와는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


솔직히.. 서하는 못 이기겠지.


비록 아르가 있다고 한들, 아르는 아직 새끼다.

타고난 천재를 이길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뭐, 2등이면 충분하다. 아니, 기대 이상이지.


그러기 위해선 다음 대련에서 이겨야 하는데.

다음 상대는 6강에 올라온 녀석들인 만큼, 소위 ‘좀 치는’ 학생들이었다.


우선 한우희. 다른 학교였다면 1등을 차지했을 실력이지만, 서하에게 밀려 만년 2등에 머무는 모범생이다.


특징으로는 바람 마법을 잘 사용한다는 점.

바람은 까다롭다. 아무리 강한 파이어 볼이라도 한우희의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고 만다.

또한 바람을 타고 다니는 한우희의 움직임.

잠깐 방심했다간 놓쳐버리고 만다.


가장 위험한 상대라는 거지.


다음으로 현종우.

이 녀석도 한우희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상위권의 자리를 지키는 녀석이다.


특징으로는, 마력 방패를 사용한다.

현종우는 마력을 방패 형태로 형상화할 수 있다.


방패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현종우는 공격보다 방어에 특화됐다.

1차 대련의 얘기를 들어보니, 상대가 날려대는 파이어 볼을 방패로 우직하게 막으며 다가가 멱살을 잡았다고 한다.


이거.. 무력 아닌가..?


어쨌든. 3인 대련에서 중요한 건 가장 강한 녀석을 먼저 꺾는거다.


즉, 현종우와 손을 잡고 한우희를 먼저 쓰러뜨린다.

그리고 현종우와 1대1을 성사시킨다.


이게 내 플랜이다.


플랜..이었다.


“싫은데?”


“어?”

현종우는 손을 잡고 한우희를 먼저 탈락시키자는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남자랑 손을 왜 잡아.”


“아니, 진짜 손을 잡자는 게 아니라.”


“됐어. 필요 없어.”


어이가 없네.

이대로 각개 전투가 이뤄지면, 한우희가 가장 유리할 텐데.


멍청한 녀석인가. 왜 그걸 모르는 거지?




멍청한 건 나였다.


한우희 앞에 방패를 펼쳐놓은 현종우를 보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


생각해보니, 현종우가 한우희를 좋아한다던 소문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젠장. 이러면 영락 없이 2대1이잖아.


지난 대련이 끝나고 서하에게 김주혁과의 대련을 말했다.

김주혁이 학생들을 섭외해 버프와 디버프를 사용한 점,


그리고 감독관을 섭외한 점.


서하는 곧장 교무실에 쳐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오늘 대련의 감독관은 다시 김호창이었다.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김호창은 로맨티스트 방패맨을 향해 말했다.


“안되나요?”

“안될 건 없다만..”


김호창은 측은지심이 담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뭐지. 이젠 날 불쌍히 여기는 건가.


“뭐. 대련 시작.”


한우희는 하늘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마법진이 펼쳐졌고, 거대한 불덩이가 소환됐다.


그 순간, 나를 향해 바람이 불어왔다.


투- 투-


펑-


바람을 타고, 불덩이에서 떨어진 불씨들이 날아왔다.


다행히 불씨를 피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저걸 언제까지 쓸 수 있냐는 건데.


한참을 뛰어다니며 불씨를 피했다.


헉.. 헉..


힘들다. 운동 좀 할걸.


공격을.. 해야하는데.


가까이 다가갈 순 없다. 그랬다간 불씨를 피하기 더 어려워진다.

또한 가까이 가봤자 나를 맞이하는 건 왠지 장미 문장이 새겨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방패다.


현종우의 방패는 꽤 단단해서 파이어 크로스로 부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대로라면, 파이어 크로스로 할 수 있는 건 없다.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 속삭였다.


“아르. 눌러버려.”


[아르!]


가방에서 희미하게 하얀빛이 새어 나왔다.


그러자 쿠구구..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치웠나?



..아.


이 대사는 하면 안 됐는데.


날아오는 불똥은 멈추지 않았다.


녀석들을 쳐다보니, 현종우의 방패가 하늘을 가로막고 있었다.

자신들을 누르는 중력의 힘을, 방패로 막고 있는 거다.


마력 방패는 말 그대로 마력으로 만들어진 방패.

반대로, 마력을 막는 방패다.

그래서 아르의 중력 마법도 막을 수 있나 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빈틈이 생기지.


나는 파이어 크로스를 들고 녀석들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는 동안 한우희의 불똥이 나를 쫓았다.

심지어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오는 상황.


이대로라면 현종우에게 도달할 수 없다.

뻔히 녀석의 몸이 노출돼 있지만, 닿지 않는다.


불똥은 사방에서 떨어졌다. 더 다가갔다간 불똥에 맞고 만다.

이미 정신 없이 떨어져 대는 불똥의 한가운데 서 있다.


나는, 이걸 노렸다.


“아르. 파이어 볼.”


[아르르..]


이런 상황이라면 아르가 파이어 볼을 써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허리를 숙여 어깨에 멘 크로스 백의 입구가 녀석들을 향하게 했다.


가방이 타 버리면 곤란하니, 가방의 입구를 살짝 벌려줬다.


그러자.


콰앙-


거대한 파이어 볼이 날아갔다.


러닝을 하다가 갑자기 멈추면 몸이 앞으로 쏠린다.

달리는 버스가 급정거하면 승객은 앞으로 쏠린다.

관성의 법칙.

마법이 생겼어도, 뉴턴의 지혜는 남아있다.


아르가 파이어 볼을 사용하는 바람에 중력 마법이 풀렸다.

덕분에 중력을 이겨내느라 안간힘을 다하던 녀석이 고꾸라졌다.


현종우는 관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대로 파이어 볼은 현종우에게 날아들었다.


근데 저거, 저렇게 무방비하게 맞아도 되나?


“정지!”


아르의 파이어 볼이 사라졌다.

아니, 부서졌다고 표현해야 하나.


김호창이 달려들어 현종우를 지킨 것이다.


뭐지?


설마 지난 체육 선생처럼, 김호창도..?


“현종우. 탈락.”


현종우는 망연자실한 눈빛을 지었다.

그리곤 뒤를 돌아 한우희를 바라봤다.


정지 신호에 마법을 멈춘 한우희는, 현종우의 등을 툭 치며 말했다.


“고생했어.”


현종우는 분명 탈락했지만, 승자의 표정을 지으며 대련장을 나갔다.


저게 뭐 하는 짓거리래.


김호창이 개입한 건, 현종우가 파이어 볼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 파이어 볼을 직격으로 맞았다면 꽤 다쳤을 테지.


순간적인 판단으로 끼어들어 학생을 지킨 김호창은 나름대로 실력 있는 선생이었다.

나는 너무 싫지만.


남은 건 한우희.


사실 진짜 강한 건 한우희다.


바람으로 공수 모두를 해결할 수 있으며,

심지어 바람을 타고 다녀 누구보다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팔짱을 낀 김호창이 말했다.


“각자의 자리에 서라. 대련 준비.”


파이어 볼로 표적을 맞추는 것이 수행평가인 데는 이유가 있다.

무언가를 맞춘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적을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한우희는 1차 대련 때 바람을 타고 다니며 사방에서 파이어 볼을 쏘아댔다고 한다.

한우희의 대련 상대는 단 한 발의 파이어 볼도 맞추지 못하고 패배했다고 들었다.


“대련 시작.”


하지만 아쉽게도, 나와는 상성이 안 좋다.

더구나 그녀의 충성스러운 방패도 사라진 지금.


“아르. 눌러버려.”


**


바닥에 엎드려 아무것도 못 하던 한우희는 이내 항복을 선언했다.

중력 마법이 이만큼 귀한 마법이다.

대처법이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서열 2위라 여겨지는 한우희를 손쉽게 제압한 나는 학생들의 토끼 눈을 뒤로한 채 서하의 대련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서하가.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것도 쿠구구- 하는 감각과 함께 바닥에 점점 처박히고 있었다.


쟤 뭐해?


“역시 중력 마법이 사기긴 사기야. 천하의 이서하를..”

“남하루도 중력 마법으로 개꿀 빨던데.”

“근데 이서하는 왜 아무것도 안 해?”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서하는 유민혁과 아르의 중력 마법에 당하지 않았다.

서하의 마력이 그들의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학생1의 중력 마법에 당하고 있었다.


유민혁과 아르의 중력 마법은 결코 약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을 무릎 꿇게 할 정도였으며,

지난 시험 때 본 아르의 중력 마법은 가히 파괴적이었다.


그런 중력 마법들은 이겨 내놓고,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나는 서하를 바닥에 처박은 상대방을 바라봤다.


아.


자세히 보니 서하에게 중력 마법을 시전하는 학생 옆에 버퍼가 붙어 있었다.


민지아. 실력 있는 버퍼다.

버퍼는 김주혁의 대련 때처럼 신체 능력을 조절하는 버퍼와 마력을 조절하는 버퍼로 나뉜다.


민지아는 그중 후자였다.

그리고 마력을 강화하는 버퍼는, 이 업계에서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물방울 만드는 게 고작인 사람이 물대포를 쏘게 되고,

리모컨 옮기는 정도의 염력을 가진 사람이 사람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게 마력 강화의 가치다.

그런 민지아가 붙어 있어서 서하가 당한 건가.


아니.. 서하는 그것조차 이겨낼 것 같았는데.


“이서하! 일어나!”


내 목소리를 들은 서하는 고개를 간신히 돌려 나를 바라봤다.


순간 가슴이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서하의 표정은 충격적이었다.

쪽팔림이나 패배감, 아쉬움이나 승부욕에 불탄 분노 따위가 아니었다.


체념.


대항할 수 없는 힘에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서하는 항상 나를 도와줘 왔다.

유민혁의 괴롭힘에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해 준 적도 있었고,

반 아이들이 괴롭힐 땐 적극적으로 막아줬다.

또, 파이어 볼 수행평가 땐 자신을 내던지며 나를 도왔다.


그러니, 이제 내 차례다.

일어나라. 이서하.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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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민지아 24.07.26 20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2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7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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