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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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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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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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이로스 (2)

DUMMY

“파이어 볼!!”


수많은 파이어 볼이 허공을 갈랐다.


생존에 안심한 사람들은 기뻐 보였다.


민지아도 기뻤다. 생존을 기뻐하지 않을 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기쁜 와중에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남하루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비행기 위의 어떤 존재를 봤다.


그것은 한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남하루도 사라졌다.


민지아는 지금껏 있었던 일을 복기했다.


비행기 추락.


추락이 멈추고 창문 밖으로 보였던 거대한 날개.


다름 아닌, 아르의 날개를 닮은 날개.


맨몸으로는 절대 올라갈 수 없는 비행기 기체 위에 올라서 있던 존재.


심지어 그것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남하루도 사라졌다.


다시 말하면, 아르가 사라졌다.


이 정도 됐으면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


비행기 사고를 막은 것은 드래곤이다.


그 드래곤은, 아르에게 용건이 있어서 왔다.


“남하루...”


그렇게 민지아는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 남하루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짐작했다.


하지만..


막막했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람을 대체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그렇게 남하루의 행방을 생각하던 민지아의 바로 옆에 있는 비행기 기내에선,


양부와 친족의 양육권 다툼이 일어나고 있었다.


**


함께 한 시간과 마음은 비례하지 않는다.


10년 넘게 만난 친구보다 겨우 세 번 만난 친구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경우가 그렇다.


그리고, 내가 아르에게 느끼는 감정도 이와 같았다.


기껏해야 반년 정도의 시간을 함께했다.


하지만 그 시간의 농도는 진했다.


하루의 대부분을 함께 보냈고, 아르와 함께함으로 전에는 겪지 못했던 일들을 겪었다.


그래서 지금 친족을 데려가려는 이를 저지하는 양부의 행동은 정당화될 수 있을 법했다.


“아..안돼요.”


이로스의 팔은 말랑말랑했다. 사람과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살결이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사람의 것과 무척이나 달랐다.


“음..”


인간에게 팔을 붙잡힌 인간의 모습을 한 드래곤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르!!]


둘 사이의 기류를 눈치챘는지, 이로스의 품에 안긴 아르가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새는 처음 본 존재를 부모라 여긴다.


이는 아르에게 있어서 호랑이를 고양이라 부르는 것만큼이나 자존심 상하는 비유지만, 조그만 날개가 달려 있으니 이 녀석도 조류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즉, 아르는 나를 부모라 여긴다는 얘기다.


[아르르르르!!]


그런 내 생각처럼 아르는 내게 넘어오려 몸부림을 쳐댔다.


“어이쿠.”


이로스의 품에서 벗어난 아르는 조그만 날개를 퍼덕이며 내게 날아들었다.


[아르르...]


내 품에 안겨 자신을 째려보는 아르를 복잡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이로스에게 물었다.


곤란하다는 마음도 보였고,

안쓰럽다는 마음도 보였고.

그 와중에 귀엽다는 마음도 보이는 표정이었다.


“..안 데려가시면 안 되나요?”


“응.”


이로스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당연한 거 아냐? 얘는 내 형제야. 너랑 이 녀석이 함께 보낸 시간보다 내가 이 녀석을 품은 알과 보낸 시간이 더 길어. 더구나 얘는 우리 부모님 자식이라고. 인간은 알을 낳지 않지? 그럼에도 뱃속에 있는 자기 새끼한테 정을 주곤 한다며. 하물며 자기 배에서 나와 알의 모습을 띠고 있던 자식을 정성 들여 키웠던 우리 부모님 심정은 어떻겠어. 그런 자식을 미지의 곳으로 보냈던 우리 부모님 마음은 어떻겠냐고. 제발 살아만 있길 바라며 전전긍긍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야 겨우 찾아냈는데. 데려가지 말라는 게 말이 돼?”


“...”


맞는 말이었다.


“물론 네 심정도 이해는 돼. 인간 기준에서 마냥 짧지만은 않은 시간을 함께 보냈겠지.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거야. 이 녀석의 가족은 나고, 우리 부모님이야. 심지어 넌..”


이로스는 잠깐의 침묵을 지내고 말했다.


“드래곤도 아니잖아.”


“...”


맞는 말이었다.


아르는 가족에게 돌아가야 한다.


양육권은 재판에서도 복잡한 문제로 여겨진다.


그런데 지금 난 아무 권한도 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저 어린 새끼 짐승을 우연히 만나, 우연히 몇 달의 시간을 보냈을 뿐.


“..뭐. 그만큼 얘를 아껴준 것 같아서 고맙긴 한데.”


이로스는 천천히 팔을 뻗어 아르를 데려갔다.


[아르르르!! 아르르!!]


아르는 내 품에서 떠나기 싫은지 옷을 잡고 질질 늘어졌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닌 건 아닌 거야. 미안하게 됐다.”


“...아닙니다.”


“그럼 갈게. 행운을 빈다.”


“거기는..!”


질척였다.


질척인 거다.


진심으로 궁금했던 것도 맞다. 하지만 궁금증보다는, 그저 아르가 떠나는 순간을 조금이나마 늦추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거기는.. 괜찮나요?”


“괜찮냐니?”


“아르가 잘 지낼 수 있겠죠?”


“거기까진 신경 써주지 않아도 돼.”


“...”


이로스가 한 말은 겉보기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키는 말인 듯했지만, 그 말의 속뜻은,


이제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


라는 뜻이었다.


“아쉬워?”


“..그럼요.”


“에이씨...”


이로스는 뒤통수를 벅벅 긁더니, 자신의 새끼 손가락에서 손톱을 뽑아냈다.


“자. 선물이다.”


하얀 무광의 선물을 받은 난 머릿속이 온통 ‘?’로 가득 찼다.


“그게 있으면 나를 부를 수 있어. 이 녀석은 아직 새끼라 떼주기에 좀 그렇고, 내 거 줄게. 언젠가 이 녀석이 보고 싶다면, 한 번 정도는 데리고 와주겠다는 뜻이야.”


나는 이로스의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어떻게 부르는데요?”


“나를 떠올리며 부숴. 그럼 내가 응답할 거야.”


이로스의 손톱은 단단했다.


살짝 손가락에 힘을 줘 구부리려는 시도를 해봤지만, 끄떡없었다.


아무래도 마법을 쓰거나, 망치로 부수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진짜 간다.”


이로스는 손가락을 세로로 그어 허공을 갈랐다.


그러자 허공에 어두우면서도 푸른 포탈이 생겨났다.


[아르르르! 아르르르르!!!]


아르가 몸부림을 쳐댔다.


“...”


서운하다.


아니, 이 정도가 아니다.


속상하다.


음. 이 정도도 아니다.


슬프다.


그래. 슬프다.


조그만 새끼 때부터 함께 해온 아르를 보내는 것은 슬픈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이 무색하게 이로스는 내가 영영 닿을 수 없을 것 같은 포탈로 들어가고 있었다.


가슴이 먹먹했다. 함께 하던 존재를 잃는 일은 사무치도록 슬픈 일이다.


게다가 옆 동네로 가는 것도, 해외로 가는 것도 아니다.


다른 행성으로 간다.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머나먼 곳으로.


가지 마.


멈춰.


제발.


“어?”


‘..어?’


내 마음이 통했는지, 이로스가 멈췄다.


참고로 “어?”가 이로스고, ‘..어?’가 나다.


“...”


이로스는 갑자기 한 곳을 응시했다.


자세히 보니 이로스의 눈에 어떤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이로스는 그곳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뭐야.”


이로스는 지금껏 인간에게서 느낄 수 없는 아우라를 풍겨댔다.


뭐랄까, 곁에 있기만 해도 공포가 느껴지는 아우라라고 할까.


그런데 지금껏 느낀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지독한 적의가 느껴진 아우라가 피어올랐다.


흉흉한 살기를 풍기는 드래곤이 고개를 홱 돌려 나를 쳐다봤다.


“..뭐냐?”


“..네?”


“레아의 쥐새끼가 있잖아. 몰랐어?”


레아는 분명 아르의 종족과 전쟁 중인 행성이었다.


그런데, 레아의 쥐새끼라니?


나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려대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모르겠는데요.”


아르가 떠난다는 사실에 침울해진 나는 어둡고 두꺼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순간, 이로스가 내게 다가왔다.


뚜벅뚜벅 걸어온 것이 아니고, 샤샥- 하더니 옆에 있더라.


그리곤 내 목 근처에 얼굴을 들이대 냄새를 맡았다.


“야.”


이로스는 그대로 내 목을 움켜쥐었다.


“컥....”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때 발이 땅에서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너 뭐야. 똑바로 말해.”


“커헉... 뭐....가요....”


목이 졸린 난 공기란 전혀 없는 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진짜 몰라?”


“큭... 커허....”


내동댕이.


유민혁에게 자주 당해서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나를 짓눌러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존재에게 당한 내동댕이는 느낌이 달랐다.


자존심이 상하거나 화가 나기보다,


두려웠다.


바닥에 엎어진 나를 노려보는 이로스의 눈빛을 마주한 나는 중력 마법에 걸린 듯 바닥에 짓눌리는 느낌을 받았다.


“...”


이로스는 조금 전 바라보던 방향을 다시 응시했다.


그리고 바닥에 엎어진 내 뒷덜미를 잡았다.


“진짜 모르는지는 가보면 알겠지.”


한 손으로는 아르를, 한 손으로는 나를 붙잡은 이로스는 허공을 노려봤다.


그러자 이제껏 손가락을 그어 만들었던 포탈이 허공에 생겨났다.


“어.. 잠ㄲ...”


그대로 나는 뒷덜미를 잡힌 채 포탈로 빨려 들어갔다.


지하철을 모르는 사람이 지하철을 탄다면 어떨까.


그저 문이 열렸다 닫혔을 뿐인데 장소가 변했다는 사실을 보고, 순간이동이라 여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포탈을 통한 차원 이동도 이와 비슷했다.


허공의 균열에 들어서자,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다른 점은 흔들리는 진동에 몸을 맡긴 채 지루하게 휴대폰을 보며 자리가 나길 기대하는 시간이 없었다는 것뿐이다.


눈을 감았다가 고개를 돌리고 떴을 때, 고개를 돌렸다는 사실을 잊는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한순간에 장소가 변해있었다.


차원 이동을 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이를 놀라워하지 않을 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나는 거기서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포탈을 건너온 장소가 너무나도 익숙한 장소였기 때문이다.


“...”


나는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입을 살짝 벌리고 있었다.


“어딘지 아는 모양이네.”


이로스는 문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흠. 부숴야 하나?”


문을 부숴버릴까 고민하는 듯싶더니, 신사답게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불청객을 맞이했다.


“뭐해? 들어와.”


이로스는 문밖에서 머뭇거리는 내게 말했다.


나는 노크도 하지 않은 채 남의 집에 들어온 신사 같은 드래곤을 따라 들어갔다.


그런 나를 맞이한 건 바닥에 깔린 특이한 문양의 카펫과 은은한 딸기향이었다.


방 탈출 고수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문제를 순식간에 찾아내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이로스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방을 슥 둘러본 이로스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카펫을 치웠다.


그러자 비밀 통로의 입구가 드러났다.


방 탈출 고수가 문제를 찾아내자마자 바로 풀어버리는 것을 본 적 있는가?


이로스가 딱 그런 모습이었다.


이로스는 비밀 통로의 입구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문에 푸른 빛의 문장이 생겨났다.


하지만 수십 번의 방 탈출을 클리어한 이도 틀릴 때가 있는 법.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진정한 방 탈출 고수는, 틀리더라도 순식간에 해답을 찾아낸다.


이로스는 주먹으로 문을 내리쳤다.


콰가가강-


정답이었다.


철로 된 입구는 태권도 송판 마냥 부서졌고, 집의 진짜 공간이 열렸다.


“이 녀석인가.”


계단을 내려가자 으리으리한 거실이 보였다.


“어... 어...?”


그리고 거실 한가운데.


“이서하!!!!!!!”


이서하가 쓰러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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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이서하 (1) 24.08.10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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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이로스 (1) 24.08.06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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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수학여행 (2) 24.07.29 11 0 11쪽
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5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7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3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7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8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7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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