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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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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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5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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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유민혁

DUMMY

“제대로 못 봤어. 한 번 더..”


“아니, 됐다.”


시비를 걸던 녀석이 한 번 더 해보라고 요구했지만, 다행히 선생님의 제지가 있었다.


“분명히 보지 않았느냐. 하늘을 날아 오른 파이어볼을.”


깐깐하다면 깐깐한 선생님이지만, 그래도 세 번이나 강요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결국 나는 수행평가에서 최고점을 받게 됐다.

표적을 맞춘 것뿐 아니라, 표적을 부숴버렸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다.


서하는 난동을 부린 것으로 선생님께 혼났다고 들었다.

그 정도 난동을 부렸는데 혼난 것으로 끝난다니. 역시 서하였다.


수행평가는 한 학기에 한 번씩 본다. 그러니 이번 학기의 수행평가는 끝난 셈이다.

시험이 남긴 했지만..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잘됐네?”


학교가 마친 뒤 따로 만난 서하는 아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르는 내 품에 안겨 몸을 움츠러든 채 서하의 손길을 받아내고 있었다.


“그러게. 아르가 말을 안 듣길래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원래 동물들은 세게 교육해야 해.”


서하가 소리치지 않았다면, 이번 수행평가는 망해버렸을 것이다.


“딸기 아이스크림. 알지?”

서하는 그 대가로 아이스크림을 요구했다.

수행평가를 잘 봤는데 아이스크림 정도야. 당연히 사줄 수 있지.


“그런데, 아까 파이어 볼은 진짜 대단하지 않았어?”


나는 서하에게 아이스크림을 주며 말했다.


아르가 쏘았던 파이어 볼은 굉장했다.

지금껏 봤던 파이어 볼 중에 가장 크고 폭발적이었다.


“아무래도 드래곤이니까.”


“그런가. 다시 시켜보고 싶은데.”


나는 아르를 들고 말했다.


“아르. 파이어 볼. 아까 쓴 것처럼 크게.”


[아르르....]


그러나 아르는 파이어 볼을 쓰지 않았다.


“파이어 볼!!!”


서하가 외쳤다.


[아르르...]


아까와는 달리 이번엔 서하의 외침에도 파이어 볼을 쓰지 않았다.


“아르. 지쳤어?”


“지칠 만 하긴 하지.”


아르는 평소의 똘망똘망한 눈이 아니었다.

반쯤 감긴 듯한 눈. 누가 봐도 졸린 눈이었다.


“피곤해 보여.”


나는 벤치에 앉아 무릎에 아르를 앉혔다.

그러자 아르는 눈을 몇 번 끔뻑이더니 금방 잠에 들었다.

누군가 볼까 걱정했지만 서하가 겉옷을 빌려줘서 아르를 숨길 수 있었다.


“얘 대체 정체가 뭘까.”


나는 아르를 보며 말했다.

드래곤이다. 심지어 마법을 쓴다.

세상 어디에서도 드래곤이 목격됐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드래곤이잖아.”


“그건 나도 알아. 근데 마법을 쓰잖아. 사람들이 쓰는 것과 똑같은 마법을.”


“얘가 사람이 쓰는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드래곤의 마법을 쓰는 것 일수도 있지.


“오.”


일리 있었다.

마법은 5년 전 갑자기 나타났다.

마법의 근원이 인간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소린데,


그렇다면 인간이 마법을 쓰게 된 것과 아르가 관련이 있는 걸까?


“대화가 통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대화가 통하면 뭐 해. 니가 얘 발견한 게 알에서 부화한 직후라며. 그럼 얘도 아무것도 모르겠지.”


오늘따라 서하의 말들이 논리적이다.

얘가 머리가 이렇게 좋았나?


“나중에 자라면 얼마나 커지려나.”


“엄청 커지겠지. 드래곤은 수천 년씩 살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서하는 잠깐 멈칫하고 말했다.


“웹소설이나 영화나.. 이런거 보면 나오잖아.”


“그런가.”


“잘 키워봐. 이 녀석 나타난 뒤로 표정이 밝아진 것 같아서 좋네.”


“내 표정?”


“응.”


생각해 보니 아르가 나타난 뒤로 예전만큼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항상 불행했다. 서하라는 존재가 있다고 한들, 나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처지였으니까.

다들 나와 어울리려 하지 않았고, 마법을 못 쓰는 나를 나조차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르가 나타난 뒤 아르에게 집중해서 그런지, 내 불행한 상황에서 눈길을 돌릴 수 있었다.


“좋네. 아르 덕분에 수행평가도 잘 보고.”


나는 그렇게 아르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집에선 옷장 안쪽에 아르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줬다.

베개와 이불로 만든 조약한 공간이었지만, 아르는 좋아하는 듯 했다.

다행히 얌전히 지내서 누군가에게 들킬 위험은 없었다.


“뭐하냐?”


가끔 쳐들어오는 현민만 없었으면.


아르와 함께 지내며 아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어지간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런데 특히 닭고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닭고기를 먹을 때면 ‘아르르!!’하고 좋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직 작아서인지 닭 다리 하나만 줘도 하루 종일을 뜯어 먹었다.


아르는 동물보다 직관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 키우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다.

배가 고프면 자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며 ‘아르...’라고 했고,

밖에 나가고 싶으면 창문 앞을 날아다녔다.


그날도 아르가 창문 앞을 날아다녀 산책하러 나간 날이었다.


[아르르!!]

신이 난 아르는 주머니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그때, 녀석을 만났다.


“남하루!”


고개를 돌리자 녀석이 있었다.

중학교 시절, 나를 괴롭혔던 녀석.


“야 뭐냐?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 반가워?”


나는 가만히 서서 녀석을 노려봤다.


유민혁. 나를 괴롭힌 장본인이다.

덩치가 크고 싸움을 잘해, 무리의 우두머리 행세를 하고 다니는 녀석이다.


더구나 이 녀석은,


“일단 눈높이 좀 맞춰봐.”


중력 계열 마법사다.

중력 마법은 같은 계열의 마법을 사용하거나, 마력의 편차가 크지 않으면 극복할 수 없다.

그런데 중력 마법사는 흔하지 않다. 한 학교에 한두 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

그런 재능을, 하필이면 유민혁이 갖고 있었다.


유민혁은 언제나 눈높이를 맞춘다며 학생들을 꿇렸다.

무언가의 힘이 나를 짓누르는 느낌.

그렇게 무릎을 꿇은 채 녀석의 거구를 보면, 누구도 전의를 상실하곤 했다.


그런데.


“뭐야. 왜 안 꿇어?”


녀석은 손을 휘휘 흔들어대며 마법을 사용하는 듯했다.

무언가가 나를 누르는 느낌이 엄습하긴 했지만, 무릎을 꿇을 정도는 아니었다.


“뭐해?”


나는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봤다.


유민혁은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나가던 사람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으어억..!”


그러자 유민혁의 손끝에 있던 사람이 바닥에 쓰러졌다.


“뭐 하는 거야!!”


나는 유민혁을 향해 소리쳤다.


“여전하구나 넌. 그래서 괴롭히는 맛이 있었지.”


나는 녀석에게 오랜 시간 괴롭힘을 당했음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았다.

너무,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이겨내고 싶었다.


“다시. 꿇어봐.”


유민혁은 내게 손을 뻗었다.

여전히 무언가의 힘이 느껴지긴 했지만, 미미했다.


내가 느끼기에도 이상했다.

지나가던 사람도 풀썩 주저앉게 할 정도의 중력 마법인데, 내게 통하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게 없었다.


“너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르르....]


나는,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르가 있다.

아르가 유민혁을 노려보며 으르렁댔다.


그럼, 아르가 있어서 유민혁의 마법이 통하지 않는 건가?


“아르. 안돼.”


그러나 아르의 정체를 들키는 것은 위험하다.

더구나 유민혁이라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뭐냐 그건?”


유민혁은 아르가 있는 주머니를 보며 다가왔다.

나는 아르의 머리를 손으로 살짝 움켜쥐어서 유민혁이 볼 수 없게 했다.


“몰라도 돼.”


“건방진 놈. 오랜만에 교육 좀 받자.”


유민혁이 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곤 나머지 손으로 아르를 움켜쥔 손을 잡아끌었다.

순식간에 손을 놓칠 뻔했지만, 안간힘을 다해 버텼다.


“손 안 놔? 뭔데 그거? 진짜 오늘 죽어볼래?”


유민혁과 싸워선 이길 수 없다.

원래 같으면 그냥 이러다 맞았다.

나는 마법도 쓸 수 없고, 힘도 없으니까.


이대로라면 결국 손을 놓치고 아르를 들키게 될 것이다.


어떡하지.


그냥 녀석을 걷어차고 도망갈까.

아니, 이 방법이라면 녀석에게 반드시 붙잡힌다.

나는 걷어차는 힘도 세지 않으니까.

아니면 아르에게 파이어 볼을 쓰라고 할까.

서하한테.. 아니, 그건 아니야.


상황을 타개할 묘책을 궁리하던 그때.


풀썩-


“뭐.. 뭐야?”


유민혁이 무릎을 꿇었다.

마치 유민혁이 이제껏 꿇린 사람들과 똑같은 자세로.


“으.. 뭐냐고!”


유민혁은 무릎을 꿇은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고개를 바닥에 처박았다.


손에서 마력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아르를 쳐다봤다.

아르는 유민혁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에서는 하얀 안광이 비치고 있었다.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아르가 중력 마법을 쓴 거다.

그리고, 아르의 마력이 유민혁보다 강한거다.


나는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


“눈높이가 바뀌었네?”


“야!!”


유민혁은 안간힘을 쓰며 바닥에서 일어났다.

유민혁도 중력 마법사이니, 중력 마법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거기에 유민혁의 괴력이 합쳐지니, 아르의 중력 마법을 파훼한 것이다.


유민혁은 온몸의 근육을 떨며 일어났다. 무언가에 눌리고 있는 형태가 보였지만 녀석은 기어코 일어났다.


“너 진짜 뒤졌..”


“아르. 파이어 볼.”


순간 유민혁을 누르던 힘이 사라졌다.

그리고, 내 손아귀에서 불덩이가 발사됐다.


“으아악!!”


아르의 파이어 볼은 유민혁의 다리에 적중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불을 끄려는 유민혁을 뒤로한 채 도망쳤다.


“으.. 남하루 너 이리 안 와? 야!! 으아..!”


뒤에서 유민혁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자리에서 뜨기도 했고, 아르의 정체도 제대로 들키지 않았다.

내가 마법을 쓴 정도라 생각하겠지.


나는 그대로 도망쳐 집으로 왔다.

집에는 현민이 있기 때문에 집으로 쫓아오진 못할 거다.

언젠가 유민혁이 나를 골목길로 불러 때리고 있었을 때, 현민이 구해준 적이 있다.


“저 녀석 뭐야? 너 맨날 이렇게 괴롭힘당해?”


“아니야. 그냥 우연히 그런 거야.”


“뭔데. 제대로 얘기해 봐. 내가 손 쓸..”


“아니라고.”


“참나..”


현민은 중력 마법은 없지만, 유민혁과 마력 차이가 나서 유민혁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 능력은 부족하지만 현민의 마법은 고등학교 최상위권이었기 때문에 유민혁을 혼내줄 수 있었다.


방에 들어온 나는 아르를 쓰다듬어줬다.


“아르. 잘했어.”


[아르르!!]


아르는 기분이 좋은 듯 그르렁댔다.


아르가 중력 마법을 썼다.

이제껏 파이어 볼을 비롯한 불 계열 마법만 써서 다른 마법을 쓰는 걸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면 처음 아르를 만났을 때에 비해 아르의 마법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겨우 야구공 만한 파이어 볼을 쓰던 녀석이 수행 평가에서 거대한 파이어 볼을 썼고,

이제는 중력 마법까지.


사람도 노력을 통해 마법을 발전시킨다.

타고난 마력의 재능이 있긴 하지만, 누구든 노력한다면 전보다 나은 마법을 구사할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의 정도는 아르가 보여준 성장 속도에 비하면 미미하다.

파이어 볼에 제구력을 갖추는 것도 중학생 정도 학생들에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태생이 드래곤이라, 역시 다른건가.


“아르. 혹시 그것도 해볼 수 있어?”


나는 서하가 훈련장에서 보여줬던 마법을 떠올렸다.


“저번에 서하가 보여준거. 십자가 모양 불기둥.”


나는 팔을 가로질러 아르에게 십자가 모양을 보여줬다.


[아르르...]


그러자 아르는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르의 앞에 마법진이 펼쳐졌고, 한 점의 불덩이가 공중에 떠있었다.

그리고 이내, 불덩이가 세로로 솟아 올랐다.


세로로 뻗어 나가던 불덩이는 이내 서하가 보여준 마법만큼이나 길어졌다.


쭉쭉 길어지던 불덩이는 곧 천장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다.


어..


더 길어지면 안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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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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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아르 (1) 24.07.06 6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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