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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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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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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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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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수학여행 (3)

DUMMY

‘사랑 때문에 노랠 연습하는 건 자연의 이치’


‘날으는 새들도 모두 사랑 노래 부르는 게’


봄이면 벚꽃과 함께 음원 차트에 나타나는 가수의 노래 가사다.


노래는 이성의 마음을 흔드는 데 제격이라는 뜻이다.


매력적인 목소리든, 훌륭한 가창력이든, 노래 잘 부르는 이성은 언제나 수요가 있다.


그러니 아마, 저 정도 노래 실력이면 오늘 밤 수많은 남학생들이 민지아를 떠올리며 잠에 들 것이다.


“와...”

“목소리 미쳤다.”

“쟤 누구야?”


민지아는 살랑거리는 달콤한 노래를 불렀다.


그런 민지아의 목소리는 3단 고음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국민 여동생으로 등극했다가, 현재 국힙 원탑이라 불리는 가수의 그것을 연상케 했다.


쟤가 저런 재주가 있었네.


무대에 별 관심 없던 나도 민지아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만큼 무대 위의 민지아는 꽤 멋있었다.


노래가 끝 무렵에 다다르자, 민지아는 귀여운 웃음을 지으며 관객을 향해 브이를 날렸다.


“으아아악!!”

“민지아! 민지아! 민지아!”

“누나! 날 가져요!”

“쟤 우리랑 동갑 아니야?”

“이쁘면 다 누나야.”


나랑 눈이 마주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수 많은 학생 중 내가 보였을 리는 없겠지.


“잘하더라.”


민지아에게 아니너노래를왜그렇게잘해?목소리미친거아니야?노래배운거야? 따위의 호들갑을 떠는 건 나와는 맞지 않는다.


즉, 이 정도면 진심을 담은 칭찬이다.


“그게 다야?”


“그럼?”


민지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눈살을 찌푸리며 장난스럽게 나를 흘겼다.


“쳇. 됐어. 브이 한 거 봤어?”


“봤지.”


“너한테 한 거다?”

“..?”


“신기하게 네가 딱 보이더라고. 조명 때문에 밝은 무대에 비해 무대 아래는 엄청 어둡거든? 그래서 아무도 알아볼 수 없었는데, 순간 네가 보였어.”


“...”


“히히.”


누구에게나 첫사랑이 있다.


첫사랑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이 있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첫사랑을 첫사랑으로 여기기 아쉬웠던 사람들의 변명일 뿐이다.


첫사랑은, 처음 좋아한 이성이다.

처음으로 이성적 관심을 갖게 만든 사람.


비록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때의 감정은 귀여운 것뿐이었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첫사랑은 첫사랑이다.


내게도 첫사랑이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 회장을 좋아했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회장은 사교성이 좋았고, 내게 꾸준히 말을 걸어줬다.

그때의 난 왕따를 당하지도, 아버지를 잃지도 않았던 시기이기에 무난한 학생이었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꽤 잘 맞았다.


학교 가기 싫던 어린 마음을 학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꾼 그녀였다.


비록 시간이 많이 흘러 얼굴이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내가 그 애를 좋아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하지만 1년 뒤 뉴뱅이 일어나고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단아가 돼버렸다.

그렇게 마법을 못 쓴다는 이유로 병원과 연구소를 전전하다 보니 마주칠 일이 줄어 들었고,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를 졸업하게 됐다.


그리고 몇 년 뒤 바닥에 엎드린 채 유민혁의 의자를 하고 있다가 지나가던 그녀와 눈이 마주친 게 그녀와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 이후 난 연애 감정 따위 마음에 들이지 않았다.


아니, 그럴 여유도 없었다.


허구한 날 유민혁에게 불려 나가 맞고 방구석에서 질질 짜던 내가 연애는 무슨 연애를 한단 말인가.


이렇게 오랜 시간 연애와 거리가 먼 인생을 살다 보면, 연애 세포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민지아의 플러팅에도 설렘이나 기대보단 ‘음. 이게 맞나?’ 싶은 생각만이 들었다.


“그랬구나.”


“그게 다야?”


“그럼?”


민지아는 조금 전과 같은 대사를 말했지만, 입꼬리는 내려갔고 눈은 차분했다.


“..아냐. 됐어 멍청아.”


**


잿빛 하늘에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한다. 왠지 차분해지는 느낌이랄까.


생각보다 비가 많이 오는 바람에 결항이 걱정되긴 했지만, 마력으로 운용하는 비행기는 비바람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인원 체크한다. 여기서 한눈 팔면 혼자 제주도에 남는 거야.”


김호창은 한 명 한 명 세어가며 머릿수를 셌다.


학생들은 피곤해 보였다.

광란의 밤을 보낸 직후라 그렇다.


호텔 측에서 우리 학교 학생들을 제외한 손님이 모두 퇴실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새벽 2시까지 자유 시간을 줬다.


자유 시간이란, ‘선생님들은 술 한잔할 테니 니들은 적당히 놀아라’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장기 자랑으로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던 학생들은 복도를 뛰어다니며 밤새도록 고성을 질러댔다.


그러니 지칠 만도 하지.


“벌써 끝났네.”


2박 3일의 수학여행이 끝이 났다.

옆 반에서 싸움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것 정도의 사건만 있었지 큰 사고 없이 무난하게 흘러간 수학여행이었다.


아르, 그리고 민지아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제주도를 여행한 기억은 꽤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그렇게 두 번째 타본다고 조금 적응된 비행기에 올랐다.


옆자리는 현종우가 아니었다.

대신 어젯밤 무대를 빛낸 여학생이 앉아 있었다.


“뭔가 아쉽다. 벌써 끝이라니.”


민지아는 수학여행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는지, 연신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금 아쉬운 정도일 때 끝내는 게 제일 좋아.”


“흠. 그런가.”


비행기에선 데이터나 와이파이를 사용할 순 없지만,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민지아는 마음에 남은 여운을 달래려 제주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구경했다.


“여기 기억 나? 진짜 이뻤는데.”

“아 이거 진짜 맛있었어. 또 먹고 싶다.”

“여긴 솔직히 별로더라. 벌레도 많고, 뭔가 냄새도 나고..”


민지아의 이야기를 들으며 서울로 향했다.


나는 민지아의 말을 반쯤 흘려들으며 앞으로의 일정을 떠올렸다.


곧 있으면 겨울이고, 1학년을 마치게 된다.


2학년이 돼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점점 성인이 될 나이가 된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설렘을 가져왔다.

어른들은 학창 시절이 그립다고들 한다.

하지만 학창 시절에 있는 본인들은 어른이 되고 싶다.


뭔가.. 애 같은 것에서 벗어나고 싶달까.


그렇게 앞으로의 일정과 민지아의 만담 속에서 비행하던 그때였다.


쿠구구궁-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렸다.


[아아. 안내 말씀드립니다. 저는 제주에서 서울까지의 비행을 담당한...]


그리고 기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절대로 흘려 들을 수 없는 방송이.


[지금 비행기를 움직이는 마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수동 비행으로 전환하는 것이 매뉴얼인데, 현재 비가 많이 오는 관계로 수동 비행이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휴전국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전쟁 중인 국가라는 것을 실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종종 사이렌이 울려대며 훈련 중이라고 할 때도 사람들은 ‘또 훈련하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학교에서 찌르르르- 하며 불이 났다는 신호가 울려도 ‘잘못 울렸겠지’라는 생각에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행기가 세차게 흔들려대다가 나오는 기내 방송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

비행기에 있는 모든 승객, 즉 우리 학교 학생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기내 방송을 들었다.


[이대로라면 추락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선...]


추락.


비행기 추락.


교통사고 따위와 궤를 달리한다.


과실을 따지는데 애를 써야 하는 자동차 사고와 달리,


죽는다.


그냥 사망이다.


생존 확률이 희박하다.


시속 700km가 넘는 속도의 비행기가 땅에 처박혀 폭발이 일어나면,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뭐야! 마법이 안 나와!”


침묵을 깨고 소리친 건 김호창이었다.

염력 마법에 능통한 김호창은 자신의 마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마법을 테스트해 봤지만, 마법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어..?”

“나도 안 되는데?”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학생들은 저마다 마법을 사용해 댔다.

피해가 생길만한 마법은 사용하지 않고 작은 마법만을 사용하다가, 아무것도 되지 않아 급기야 파이어 볼 까지 외쳐댔다.


하지만 누구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어.. 어..”


민지아는 손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학생들에게 버프를 걸어보려 했다.


하지만, 누구도 마법을 사용하지 못했다.


“진정해.”


민지아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내 손도 벌벌 떨리고 있었고, 진정하라는 목소리는 진정되지 않은 목소리였다.


바닥에는 민지아가 사진을 보던 휴대폰이 굴러다녔다.


쿠구구궁-


“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살려줘! 살고 싶어요!”

“흑... 흑....”


다시 한번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조심스레 통로를 돌아다니며 승객들을 케어하던 승무원들이 이리저리 넘어졌고, 뒤쪽에서 간식 트럭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래서 마력 운용 비행기 타지 말자고 했잖아요!!”

“아니 이게 내 탓이야?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아니, 선생들도 패닉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는 이빨을 덜덜 떨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손아귀에서 나보다 더한 떨림을 뿜어내는 존재가 느껴졌다.


“아르?”


[아르르르....]


“아르야?”


에코백을 살짝 열어 아르를 확인했다.


아르는 온몸을 떨어대며 빛을 뿜고 있었다.

눈동자는 뒤집혔고, 날개와 팔을 움츠린 채 덜덜덜 떨었다.


머리 위에선 산소마스크가 내려왔고, 승무원들은 이리저리 넘어지면서도 분주히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


“으아아아아악!!!”

“아악!! 나 눌렸어!!”

“으아앙...”


비행기가 완전히 옆으로 기울었다.

나는 창문에 부딪혔고, 안전벨트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굴러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민지아!!”


의자에 끼워져 있던 책자와 잡동사니들이 공격해 왔다.

민지아는 가방으로 자신의 몸을 방어했지만, 두꺼운 책 하나가 민지아의 얼굴을 가격했다.


“괜찮아? 다쳤어?”

“응. 아니. 괜찮....”


괜찮다고 말하는 민지아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계속해서 기내 방송이 나오고 있었지만, 이제는 방송을 들을 여유 따위 없었다.


이미 모두가 부딪히고, 다치고, 쓰러져댔다.


이대로 비행기가 추락한다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아아악!!”

“제발 그만해....”

“끄윽..끄으으윽...”


비행기가 다시 기울었다.

옆으로 기울었던 비행기는 수평을 찾은 듯했다.


하지만, 비행기는 앞으로 처박고 있었다.


등받이에서 등이 떨어졌고 온전히 안전벨트에 의존해 매달린 상태가 됐다.


“아르.. 아르..”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 생각하며 아르를 불러댔다.


하지만 아르는 여전히 몸을 덜덜 떨어내고 있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몸을 숙여서 웅크려!!”


김호창이 외쳤다.


“아.. 아아...”


민지아가 탄식했다.


“흐아아앙...”


뒷자리의 학생이 울었다.


“씨발 난 이대로 못 죽어!!”


앞자리의 학생이 울부짖었다.


순간 비행기의 속도가 빨라졌다.


아니, 내리꽂히고 있었다.


이제야 좀 사람답게 사나 싶었는데.

아르 덕분에 드디어 인생이 풀리나 싶었는데.


마법을 쓰지 못해 왕따당하다가 겨우 극복했나 싶더니, 비행기 추락사라니.


씨발. 좆같은 세상.


이대로 죽어서 신을 만나게 된다면 면상에 파이어 볼을 갈겨 줄 테다.


파이어 볼이 나오지 않는다면 주먹이라도 갈겨 줄 테다.


쿠구구구구-


전속력으로 바닥을 향하는 비행기.


그리고 죽음을 향하는 목숨들.


창문 밖을 보자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래로 내리꽂히며 밖을 보니, 왠지 바깥세상이 승천하는 것 같은 풍경이었다.


그 순간.


[아르르르르르르!!!]


아르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창문 밖으로 무언가 보였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풍경들 사이로, 저 멀리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마치 하늘이 찢어진 것 같았다.


세로로 그어진 균열 사이로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아우라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곳에서 무언가가 나왔다.


그것은 추락하는 비행기를 보는 듯싶더니 한순간 사라졌다.


죽기 직전이라 헛것을 봤나 싶던 때,


비행기의 추락이 멈췄다.


기내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이들의 정적이 흘렀고,


창문 너머로 아르의 날개를 닮은 거대한 날개가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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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수학여행 (2) 24.07.29 11 0 11쪽
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5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7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3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7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8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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