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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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
작품등록일 :
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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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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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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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 아르 (2)

DUMMY

[아르르..]


‘뭐... 뭐야 이거?’


알이 깨져 있었다.

내 머리통 정도 크기의 푸른 알.

그리고 깨진 알 파편 가운데 녀석이 있었다.


강아지라고 하기엔 날개가 달려 있었다.

새라고 하기엔 두 개의 뿔이 달려 있었다.


녀석은 나를 보고 옷장 구석에 숨었다.

고개를 숙인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너 뭐야..?”


녀석에게 살며시 손을 뻗었다.


[아르!!]


“악!!”


주먹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녀석이 내 손가락을 물었다.

근데,


안 아픈데?


[아르르르...]


이빨이라 해봤자 쌀알보다 작은 크기였기에 아플 리가 만무했다.

그런데 지금 아픈 게 문제가 아니다.


이걸 어떡한다.

아니 누가 봐도 새끼 용이잖아.

용이 실제로 존재하는 생물이었나?

세상에 용이 어딨어?


..마법도 있는 와중에 용이 없을 건 또 뭐야.


나는 언젠가 들은 말이 떠올랐다.

바로 강아지에게 손을 내밀 때 손바닥이 아닌 주먹을 내밀어야 한다는 말.

주먹을 내밀어 자신의 냄새를 맡게 해야 강아지들이 경계를 푼다는 말이었다.


“자.. 괜찮아..”


오른손을 가볍게 주먹 쥐고 녀석에게 뻗었다.


[아르..?]


녀석은 주춤하는 듯싶더니,


“아!”


내 주먹을 걷어찼다.


그래. 아무래도 이건 강아지가 아니지.

근데 자세히 보니 이 녀석,


[아르르....]


좀 귀여운데?


그때였다.


꼬르륵-


“배고파?”


[아르..르...]


나는 행여나 녀석이 난장을 피울까 싶어 옷장을 살며시 닫고 주방으로 내려왔다.


현민이 나를 유심히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뭘 그렇게 봐?”


“웬일로 주방에 내려왔나 해서.”


“신경 꺼.”


나는 현민을 뒤로한 채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냈다.

그리곤 컵을 찾으려다가, 아무래도 마시기 어려울 듯해 작은 국그릇에 우유를 담았다.


“혹시 컵이 뭔지 몰라?”


“신경 끄라고.”


“아니.. 그.. 장난인데..”


현민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왜 저래?


다락방으로 돌아온 난 곧장 옷장을 향했다.


꼬르르..


[끼잉..]


녀석이 놀라지 않게 옷장을 통통 두들겼다.


[아르..?]


옷장 문을 살며시 열자,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녀석은 다시 구석에 콕 박혔다.


“이거 먹어.”


나는 우유를 담은 그릇을 녀석의 앞에 놓고 물러났다.


[아르르....]


녀석은 내가 멀어졌음을 느끼고 뒤돌아 우유를 발견했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이내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챱챱챱-


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우유를 먹는 녀석을 지켜봤다.


“잘 먹네. 맛있냐.”


그릇에 얼굴을 박고 우유를 먹던 녀석은

고개를 들자 얼굴이 온통 우유였다.


[아르!!]


녀석은 순식간에 우유를 먹어 치웠다.

그리곤 풀썩 주저앉아,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도 녀석의 눈을 바라봤다.

살짝 찢어진 눈매지만 동그란 눈.

똘망똘망한 녀석의 눈이 왠지 나를 홀리는 듯했다.


[아르...]


빈 그릇을 치우려 손을 내밀자, 녀석이 가까이 왔다.

녀석은 내 손등에 이마를 살짝 갖다 댔다.

그러자 녀석의 몸에서 마력이 일렁였다.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드는 마력이.


[아르!]


잠깐 손등에 이마를 비비더니, 이내 내 손가락에 매달렸다.


[아르! 아르!]


“뭐야. 좋다는 거야?”


[아르!]


녀석은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에 온몸을 비비적댔다.

나는 반대 손 검지 손가락으로 녀석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아르!]


“아르? 너 이름이 아르야?”


[아르!]


“내 말을 알아 듣긴 해?”


[아르!]


“말이 통하는 건지..”


그때, 누군가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현민이 형인가?’


드래곤은 전설 속 존재다. 사실 이 녀석이 드래곤이 맞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영락없는 새끼 드래곤처럼 생겼다.


현민이 알게 된다면, 혹은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이 녀석이 어떤 처우를 당할지 모른다.


숨겨야 한다.


“잠깐만 여기 있어.”


[아르르...?]


나는 옷장 문을 닫았다.

그런데.


[끼잉..]


[아르...]


[아르......]


“조용히 해.”


옷장 문을 뒤꿈치로 툭 치며 말했다.

다행히 녀석은 말을 알아들은 건지 잠잠해졌다.


“남하루. 너 여깄어?”


다락방 문 앞에서 들리는 소리.


현민이었다.


“응. 왜?”


“니 여친 왔어.”


현민은 서하를 내 여친이라고 부른다.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아니라니까.”


“어쨌든. 앞에서 기다린대.”


“알았어.”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옷장을 열자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나를 반겼다.


[아르!]


나를 반겨주는 존재가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이래서 반려동물들을 키우는 건가 싶다.

반려동물이라고 하기엔 좀 다르긴 하지만.


난 양손으로 녀석을 들어 올렸다.

가까이에서 본 녀석은 강아지 같기도, 도마뱀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확실한 건,


무척 귀여웠다.


“나랑 같이 지낼래?”


녀석은 고개를 갸우뚱- 하는 듯싶더니


[아르!]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좋아. 아르라고 부르면 되겠지?”


[아르!]


그때,


틱- 틱-


무언가 창문에 부딪혔다.

창문에 가까이 가보니 밖에서 기다리는 서하가 보였다.

작은 돌맹이 같은 걸 던진 모양인데.


나는 창문으로 서하에게 금방 나간다는 의미로 손을 한 번 흔들어줬다.


“여기 있어. 나 나갔다 올게.”


[아르...]


아르를 옷장에 넣어두고 다락을 나가려 했다.

그런데.


[끼잉....]


왠지 혼자 두는 게 마음에 걸렸다.


[끼잉....]


“..데려가도 되려나.”


사람들한테 들키는 건 안 된다.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하지만 서하라면 괜찮지 않을까.


서하는 마법을 쓰지 못하는 나와도 친하게 지내주는 사람이다.

몇 년이나 함께 시간을 보낸 믿을 수 있는 사람.

아르를 본다고 해서 신고하거나 테이머 학과에 연락하진 않을 거다.

아마..도.


[아르...]


모르겠다.

일단 데리고 가보자.


“그래. 대신 얌전히 있어.”


나는 아르를 겉옷 주머니에 넣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자 복슬복슬한 털의 감촉이 느껴졌고

그 털이 내 손을 감싸 안는 것이 느껴졌다.



“데이트?”


다락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가자 현민을 마주쳤다.

이 사람은 하는 일도 없나?


“여친 아니라니까.”


“이거나 받아.”


현민은 한약처럼 생긴 약을 던졌다.

나는 아르를 만지던 손을 빼서 받아냈다.


“이게 뭔데?”


“마력 증진 한약.”


“이딴거 소용없는 거 알잖아.”


나는 현민이 건넨 한약을 테이블 위에 툭 던졌다.


“혹시 모르지”


곁눈질로 보던 현민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나가려던 순간.


[아르르...]


내 손이 없어져서인지, 아르가 소리를 냈다.

그리고.


“잠깐.”


설마.

들렸나?


“너 그거 뭐야?”


현민이라면 알아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 혹시 모른다.

현민은 엘리트다. 드래곤 같은 존재의 발견을 어떤 식으로 써먹을지 모른다.


나는 시치미를 떼며 대답했다.


“뭐가?”


“그거. 툭 튀어나온 거 뭐냐고.”


나는 살며시 주머니에 다시 손을 넣어서 아르를 감싸 쥐었다.


“뭐. 뭐 말하는 거야?”


현민이 다가왔다.


들키는 건가.

아니 들켜도 뭐 상관없지 않나?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사실 이게 드래곤이 아닐 수도 있잖아.

지레 겁먹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때, 아르가 내 손을 핥았다.


..


지켜주고 싶은데.


“이거. 아. 그을린 건가.”


현민은 내 뒤통수에 손을 갖다 댔다.

학교에서 불탄 머리가 그을려 뭉친 것이었다.


“됐어. 이따 머리 감으면 돼.”


나는 대답도 듣지 않고 집을 나왔다.

심장이 쿵쿵 뛰었다.


뒤에서 “데이트 잘하고 와”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지만 무시했다.


여전히 아르는 내 손을 핥고 있었다.


[아르.]


귀여운 녀석.


“죽을래? 왜 이제 나와?”


아뿔싸. 너무 오래 걸렸나.


“미안. 오래 기다렸어?”


“응.”


서하는 한쪽 볼에 바람을 불어 넣은 채 말했다.


“늦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


“알았어.”


“딸기 맛. 알지?”


서하는 꼭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당연하지.”


서하의 시선이 느껴진 건 그때였다.


“뭔가 이상한데.”


“뭐가?”


“몰라. 뭐지?”


아까 본 대로라면 아르는 마력이 있다.


“마력이 느껴져.”


그리고 마력이 있는 존재는 타인의 마력을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서하가 아르의 마력을 감지한 거라면,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이 당연하다.

서하라면 괜찮을 것 같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아르의 존재를 알리고 싶진 않다.

혹시 모르니까.


그런데 벌써 눈치챈건가.


“야.”


서하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파이어 볼 써봐.”


그래. 마력이 느껴지면 다른 존재가 아니라 내게서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


잠깐.


혹시, 아르의 마력이 내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기대감을 품고 손바닥을 내밀었다.


“아니. 아니. 야. 어따 쏘려는 거야. 하늘에 대고 써야지. 불 지르려고 작정했어?”


“아. 그러네.”


“마법 안 써본 티 나네, 진짜.”


써 본 적이 있어야 알지.

손바닥을 하늘로 돌렸다.


“내가 시범 보여줬지? 그거 떠올리면서 해 봐.”


손바닥에 붉은 원이 그려지고, 원 사이로 불덩이가 하늘을 향해 발사된다.


파이어 볼.


“응.”


나는 심호흡을 한 뒤 외쳤다.


“파이어 볼.”


.

.

.


“역시 안되나.”


푸슛-


“어! 야!!!”


작은 불덩이가 날아올랐다.


“뭐야! 된 거야? 뭐야!?”


서하가 눈을 크게 뜨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럴 만했다. 서하와 함께 한 4년의 시간 동안, 단 한 번의 마법도 사용하지 못한 나였으니까.


얼떨떨했다. 뭔가 마법을 쓴 느낌이 들진 않았다.

그런데 봤다.

서하의 그것보다는 작지만,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불덩이를

분명히 봤다.


“한 번 더 해봐. 빨리!!”


“응. 다시 해볼게.”


다시 한번.

방금 전의 감각을 그대로 떠올리며.


“파이어 볼.”


.

.

.

“뭐야. 안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내 손만 어색하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방금은 됐는데 왜 안돼?”


그러니까.


“다시 해볼게.”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진짜 이상하네. 이게 됐다 안됐다 하는 게 아닌데.”


“우연..이었나.”


서하는 내 표정을 보더니 안절부절못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야. 괜찮아. 한 번 됐잖아. 또 되겠지. 한 번이라도 된 게 어디야? 기념으로 내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나는 손을 내리지 못한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푸슛-


갑자기 불덩이가 날아 올랐다.

어딘가 뜨거운 감각이 오른쪽 몸에 와닿았다.


“뭐야! 갑자기? 마법진도 못 봤는데?”


서하의 시선이 내 오른쪽 주머니를 향했다.


“야. 너 옷이..”


겉옷의 오른쪽이 그을리고 찢어져 있었다.

불에 탄 자국.

하늘을 향해 쐈는데 옷이 왜 탄 거지?


순간, 옷의 찢어진 주머니 사이로 뿔 달린 푸른 짐승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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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7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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