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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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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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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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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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민지아

DUMMY

언더독의 반란은 언제나 이목을 끈다.


마법을 잘 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닌, 아예 쓸 줄 모르던 내가 전투 마법 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된 것도 그러했다.


“쟤 맞지?”

“와 쟤 원래 마법 아예 못 썼는데.”

“하루야. 너 반에서 1등 했다며?”


전투 마법 시험에서 우승을 차지하니 꽤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꼴찌가 갑자기 1등 함>이라는 웹소설이 있다면 이랬을까.


같은 반 학생들은 물론, 다른 반 학생들까지 찾아와 나를 구경하고 갔다.

그 중엔 얼굴이 익숙한 이들도 있었는데, 아마 같은 중학교 출신인 것으로 보였다.


김주혁은 나를 건드리지 않았다.

내게 시비를 걸려고 하면 주변 학생들이 아니꼽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게다가 왠지 눈을 잘 못 마주치는 걸 보니, 지난 대련의 충격이 남아 있어 보였다.


생각보다 마법 못 쓰던 나를 한심하거나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안쓰럽게 여기던 학생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니 마법을 쓰게 된 지금 격려와 응원을 받게 된 거겠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익숙했다.

그런데 그 관심의 방향이 정 반대라 어색했다.


나를 보며 수군거림은 그대로였지만, 그들의 눈빛은 ‘경멸’, ‘안타까움’ 등에서 ‘놀람’, ‘감탄’ 등으로 바뀌었다.


“너 반에서 1등 했어!?!?”


하굣길에 마주친 현민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한편으론 회의감이 들었다.


나는 달라진 게 없다.


달라진 건, 내가 마법을 쓸 수 있게 된 것.


정확히 말하자면, 쓸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 것뿐이었다.


사람들의 인정을 원했다. 아니, 인정까지도 아니다.

그저 나를 무시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들은 왜 나를 무시하는가?‘라는 고민에, 나는 ‘마법을 못 써서’라는 자책보다는 ‘세상이 썩어 빠져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음.


내리고 싶었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있었다.


내가 못나서 그런가.


내가 이상해서 그런가.


이런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기에 떠오를 때마다 치워버리곤 했다.

하지만 생각이란 치운다고 치워지는 것이 아닌지라, 때때로 나를 움츠리게 했다.


그런데 이젠 무시당하지 않는다.


무시당하지 않는 건 좋다. 내가 바라던 일이니까. 좋은데, 좋은데.


만년 꼴찌 하던 학생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전교 1등을 해내면 엄청난 자부심과 뿌듯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않다.


그저 운 좋게 아르를 찾아낸 덕에 세상이 바뀐 거니까.


이건 내 능력으로 이뤄낸 일들일까?


아니다.


그렇다면 운이 좋아서 일어난 일일까?


맞다.


결국, 운이 좋아서 생긴 일들이다.


그래서 난 우승한 순간에도 마냥 기쁘지 않았다.


결승을 기권승으로 이겼다는 점도 한몫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위와 같았다.


괜히 텁텁한 마음에 창문을 열고 ‘파이어 볼’을 외쳤다.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르...?]


애꿎은 아르만 불덩이를 내뱉으려 하길래, 그만뒀다.


각설하고, 나는 민지아의 기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기권한다는 말에 김호창은 민지아를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했지만,


그 대화를 요약하자면


“왜 기권함?”


“싸우기 싫음.”


정도였다.


싸우기 싫다는 학생을 싸우게 할 순 없다.

억지로 싸우게 해봤자, “마법이 안 나와요 힝힝”이라고 하면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윤리적으로 어긋나기도 하고.


당시에 우승했다는 사실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르를 들킬 뻔했다는 두려움과 긴장감 때문에 대련은 이미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더구나 민지아의 “너, 내 동료가 돼라.”라는 말에 놀라 이게 지금 무슨 소린가 생각하느라 넋이 나가 있었다.


“그랬구나.”


민지아는 아이스 카라멜 마끼야또를 마시며 말했다.


“내가 친구 하자고 한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거든.”


“나도 처음 말해봐.”


민지아는 입술로 빨대 끝을 살짝 문 채 동그란 눈으로 내 눈을 맞추며 말했다.


왠지 후끈거리는 마음에 애써 대화를 이어갔다.


“왜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한 거야?”


“음. 솔직히 말할게?”


민지아는 테이블에 커피를 탁 내려놓더니, 몸을 내 쪽으로 기울이며 말했다.


“궁금해.”


“뭐가?”


“너, 원래 마법 쓸 줄 몰랐잖아.”


“그치.”


“근데 갑자기 쓰게 됐잖아.”


“그치.”


“그래서 지켜봤는데, 가방에 뭐가 있는 거 같더라고.”


“그..래?”


민지아는 살짝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봤다.


“...이미 들켰잖아 바보야.”


“뭐..뭘?”


“가방에, 꼼지락대던 거.”


“꼼지락?”


“말랑말랑 따뜻하던데.”


“말랑말랑?”


“아!! 자꾸 모른 척할래?”


나는 민지아를 잘 모른다.


아는 거라곤 같은 반이고, 버퍼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항상 복슬복슬한 슬리퍼를 신는다는 점 정도.


..이정도면 거의 모르는 사람 아닌가?


그런 사람에게 아르의 정체를 알리는 건, 무리지 싶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그럼 너 갑자기 마법은 어떻게 쓰는 건데?”


“그냥..”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냥 갑자기 쓸 수 있게 됐어.”


“하.”


민지아는 내 팔을 잡아끌더니, 손바닥에 자기 손을 얹었다.


뭐지?


갑자기 손을 잡혔다.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감싸 쥐었다.


이 전개라면 ‘사실예전부터널좋아했어’라는말에사귀어서행복한연애를하다가결혼하고아들딸하나씩낳아서아들은태권도장에딸은피아노학원에보내놓고둘이서알콩달콩한..


“불붙인다. 마법 쓸 수 있으면 꺼 보던가.”


“어?”


민지아는 그대로 손에서 마법진을 펼쳤다.


“야 잠깐만..”


손에서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지옥에서 올라온 불꽃이여..”


“잠깐만! 잠깐만!”


[아르!]


나와 민지아의 눈이 가방에 꽂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방에서 아르!하며 튀어나온 푸른 생명체에 꽂혔다.


“헐.”


아.


망했다.


이래서 그냥 집에 두고 올까 싶었던 건데.


오늘따라 혼자 두고 가지 말라는 듯 징징대길래 데리고 나왔더니, 결국 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민지아는 천천히 아르에게 손을 뻗었다.


아르는 자기 날개를 핥으며 민지아를 똑바로 쳐다봤다.


[아르..?]


민지아가 가방에서 아르를 꺼내려길래.


“꺼내지 마.”


“아.”


민지아는 의도를 눈치챘는지 가방을 통째로 가져갔다.


가방 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민지아는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가방 속에서 푸른 짐승과 민지아의 손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얘 원래 이렇게 애교가 많아?”


침대에서 애교를 부려대는 아르를 보니 민지아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카페에서 아르를 꺼낼 수는 없기에, 민지아를 집으로 데려왔다.


“집으로 가자고?”


“응.”


“뭐. 한 번만 속아줄게.”


“뭘?”


“너도 남자구나.”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민지아의 헛소리를 뒤로한 채 방에 들였다.


방에 외부인이 들어온 건 처음이었다.


“깔끔하네.”


민지아는 아르가 있는 가방을 끌어안은 채 의자에 앉았다.


“꺼낸다?”


“알아서 나올걸.”


아르가 가방에서 꾸물꾸물 기어 나와 침대에 앉았다.


[아르?]


“어머. 미친.”


그리고 둘 사이에 아이컨택이 시작됐다.


아르와 민지아는 서로를 한참 쳐다봤다.


한순간, 민지아는 아르에게 달려들었고.


아르는 발라당 누워 애교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구 귀여워. 아구 귀여워.”


[아르르르!!]


내 손바닥을 불태우려던 민지아의 손은 아르를 사정없이 문질러댔고, 아르는 그 손길에 완전히 당해버렸다.


아니 저렇게 좋은가.


한참동안 아르를 만져대던 민지아가 말했다.


“그러니까.. 이제껏 마법 쓴 게 네가 아니라 아르라는 거지?”


“응.”


“얘는 드래곤이고?”


“정확히는 모르는데, 그래 보이지 않아?”


민지아는 아르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르?]


“아하항. 아무래도 그런 거 같긴 하네.”


민지아는 아르의 날개를 죽 잡아당겼다.


“이것도 날개라고. 요 쪼그만 것도 날개라고. 응?”


왠지 기분이 묘했다.


친구가 집에 놀러 오다니.


그것도 여자애가.


같이 아르를 데리고 귀여워하고 있으니, 마치신혼부부가자식데리고놀아주고있는것같은기분이들면서결혼은언제할까고민이..


“그럼 얘한테도 내 버프가 통할까?”


“어. 어?”


민지아의 마법은 마력을 컨트롤 한다.

즉, 이게 인간을 대상으로 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게. 해볼까.”


나는 상상의 날개를 접어두고 아르에게 말했다.


“아르. 파이어 크로스. 작게.”


“풉.”


민지아가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말했다.


“파이어 크로스?”


“...”


“파이어 크로스???”


민지아가 뒤집어 질 듯 웃었다.


“꺄하하하하”


“...웃지 마..”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파이어 크로스를 손에 쥐었다.


평소에 쓰던 파이어 크로스보다 훨씬 작게.


작다 보니 밀도가 높아 조금 더 뜨거운 것 같았다.


“어쨌든, 지금 아르한테 버프를 주면 되는 거지?”


민지아는 아르에게 손을 갖다 댔다.


아르는 민지아의 손에 얼굴을 부비댔다.


그때, 민지아에게서 아르에게 마력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아르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표정이 진지해지며 마법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크로스가 조금씩 커졌다.


“어. 안돼. 아르. 작게. 작게 만들어.”


[아르르..]


아르는 민지아가 증폭 시켜주는 마력을 조절해 냈다.


움찔거리며 커지던 파이어 크로스는 더 이상 커지지 않았다.


그런데, 파이어 크로스의 색이 푸른 빛으로 점점 변해갔다.


“오.”


지금까지 느꼈던 파이어 크로스의 열기보다 훨씬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민지아의 버프가 아르에게 통했다는 뜻이겠지.


“된다.”


“되네.”


역시 민지아는 대단하다. SSS급 버퍼랄까.


푸른 불꽃은 그냥 불꽃보다 훨씬 온도가 높다.


그 증거로, 대한민국에서 푸른 불꽃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사는 손에 꼽힌다.


비록 지금 아르가 만들어낸 파이어 크로스는 크기가 작지만, 아르가 조금 더 성장한다면 일반적인 파이어 크로스를 만들어낼 때 푸른 불꽃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도 버프 써볼 수 있어?“


내가 버프를 받는다면?


”써볼 수야 있지. 있는데.“


민지아의 버프라면 나도 마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마력이 없는 것들한테 버프를 줘 본 적이 있어. 아무 소용 없던데.”


“어떤 것들이었는데?”


“강아지, 나뭇잎, 책..”


“..나는 사람이야.”


“아. 그러네.”


민지아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근데 꼭 손을 얹어야 돼?”


“멀리서도 할 수 있는데, 직접 접촉해야 효과가 좋아.”


“다른 데도 있잖아. 머리에 이러고 있으니 뭔가..”


“지옥에서 올라온 불꽃이여..”


“아. 알았다고.”


나는 파이어 볼을 써봤다. (사실 쓸 줄 몰라서 써본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


애꿎은 아르만 파이어 볼을 내뿜었는데, 몇 번의 교육 덕분인지 방을 불태우지 않고 창밖으로 파이어 볼을 날렸다.


그런데 아르의 파이어 볼에 은은한 푸른 빛이 맴돌았다.


“원래 파이어 볼이 저래?”


“아니. 나도 처음 봐.”


“버프의 효과가 남아 있던 건가.”


방금 전 받았던 버프의 효과가 남아있던 거겠지, 싶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기 전까진.


“그나저나. 너도 갈 거지?”


“어딜?”


“다음 주에 수학 여행이잖아.”


그리고 수학여행에 다녀온 이후, 세상이 바뀔 거라곤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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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 11화 민지아 24.07.26 20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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