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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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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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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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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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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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파이어 크로스

DUMMY

“다음으로 2학년 수석 발표한다.”


으레 이런 대사가 나오면 학생들은 긴장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기대하고, 누군가는 무서워한다.

누군가는 그저 누가 수석일지 궁금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2학년 수석을 발표할 땐 달랐다.


“남현민. 이번에도 너구나.”


부동의 수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나. 남현민이다.


나는 엘리트다. 뭐, 부끄러운 얘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부모님은 두 분 다 물리학과 교수셨지만, 마법이 나타난 이후 마법학과 교수로 임명되셨다.

두 분은 바쁘셔서 집에 잘 오지 않으셨다.

그래서 집에는 하루와 둘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일을 잘하고 싶었던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실수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러나 어느 날, 하루가 보는 앞에서 바지에 오줌을 싼 적이 있다.


너무 창피해서 숨고 싶었다.

나를 어떻게 볼까.

못난 형이라고 보지 않을까.


하지만 하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5살밖에 되지 않은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루는 그저 새 바지와 속옷을 가져다줬다.


“갠챠나. 나도 맨날 그래.”


그 뒤로 나는 하루를 만나는 날만 기다렸다.

명절에 가족끼리 만나는 날이면, 어른들은 제쳐둔 채 하루와 방에 틀어박혀 놀았다.


그러다 마법이 생긴 날 이후, 하루의 아버지인 작은 아버지께서 실종 되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하루는 12살. 초등학생이었다.

12살은 분명 혼자서는 지낼 수 없는 나이다.


마침 하루가 사는 동네에 일이 있던 우리 가족은 하루의 집에서 하루를 돌보며 살기로 했다.

하루는 힘들어했다. 아버지가 사라진 데다가, 마법을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하루가 변해갔다. 예전만큼 다정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말을 걸면 까칠하게 대답하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았다.

서운..했다.

그래도, 하루의 사정을 아니까. 하루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아니까.

서운함을 내색하지 않고 하루를 챙겨왔다.


훗날 하루와 어렸을 때처럼 웃으며 지내고 싶다.

불쌍한 하루. 형이 지켜줄게.


**


거실을 지나 방으로 가려는데, 현민이 뜨거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왜 저래?


아르는 서하의 마법을 따라 해냈다.

중간에 멈춰서 서하의 그것만큼인지 확인할 순 없었지만, 분명 비슷한 형태의 마법이었다.

정말 엄청난 성장 속도다. 이게 드래곤인가?

내가 갖지 못한 마법의 재능을 아르가 갖고 있나 보다.


조금 부러운걸.


아르와 함께 지낸 지도 벌써 몇 달이 지났다.

녀석은 이제 가방에 숨겨야 할 정도로 커졌다.

지금의 아르는 어느 정도의 마법을 쓸 수 있는 걸까.


지금껏 확인한 것은 유민혁을 만났을 때 중력 마법을 사용했던 것,

그리고 서하의 십자가 불 마법을 따라 했던 것 정도.


“여보세요.”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

서하였다.


“혹시 아르랑 훈련장 가도 돼?”


수행평가 이후 연락이 뜸해졌던 서하였다.

종종 학교에 결석해 무슨 일이 있나 물어봤지만, ‘아팠어.’ 따위로 넘어가곤 했다.


혹시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걱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걸리는 일이 없었다.

결국 난 서하가 개인적인 사정이 있겠거니, 생각하고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어딘지 기억나지?”


기억을 더듬어 서하의 집을 찾았다.

서하의 집 외관은 아무리 봐도 어색했다.

저 허름한 오두막집 아래에 재벌 집이 있을 거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근데 어떻게 들어가지?


지난번엔 서하가 알아서 문을 열어줬다.

그런데 지금 보니, 초인종이나 내가 왔음을 알릴 방법이 없었다.


똑똑.


문을 두들겨 봤다.

그러나 오두막의 문을 두들긴다고 해서, 지하에 들릴 리는 만무했다.

서하에게 전화를 걸어봤지만, 서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흠.”


나는 문을 살짝 열어봤다.

그러자 오두막의 문이 끼이이..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진짜 집은 저 카펫 아래 있기 때문에 오두막은 별 잠금장치를 해두지 않은 모양이다.


카펫을 치워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발견했다.

서하가 입구에 손을 갖다 대자, 붉은 문장이 나타나며 문이 열린 기억이 났다.

아마 마력 인식 시스템인가 싶었다.


마력 인식 시스템은 사용자의 고유한 마력의 흐름을 읽는 장치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마력이 조금씩 달라서 가능한 일인데,

서하의 집 입구의 장치는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손을 갖다 댄다고 해서 문장이 나타나는 것은 본 적 없었으니까.


뭐 커스텀이거나 최신형이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혹시 하는 생각에 손을 갖다 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문을 두들겨보기도, 서하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보기도 했다.


“아니 자기가 오랬으면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서하를 불러낼 방법을 찾던 중, 가방에 있던 아르가 문으로 다가섰다.


[아르르..]


그러자 문에 문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하와는 다른, 푸른 문장이.


그 순간, 등 뒤에서 오두막의 문이 열렸다.


“뭐야, 언제 왔어?”


서하였다.


오랜만에 본 서하는 왠지 많이 지친 듯한 모습이었다.

눈에는 다크 서클이 내려와 있었고, 살이 좀 빠진 듯했다.


“방금 왔어. 어디 다녀와?”


“그냥, 잠깐 앞에.”


서하는 질문에 대충 대답한 뒤 지하로 향하는 문 앞에 섰다.


서하가 들어와 놀란 아르는 이미 문에서 떨어져 있었고,

문에는 푸른 문장이 나타나려다 멈춘 상태였다.


“이거, 쟤가 한 거지?”


서하는 아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응. 나한텐 아무 반응도 없던데.”


서하는 퀭한 눈으로 아르와 문을 번갈아 보더니, 문에 손을 갖다 댔다.

그러자 붉은 문장이 나타났다.


쿠궁-


서하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언제 봐도 으리으리한 거실이었다.


“그래서, 오늘 오겠다고 한 이유가 뭐야?”


“아르가 빨리 성장하더라고. 그래서 지금 아르가 어느 정도 마법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해서.”


나는 아르가 유민혁에게 중력 마법을 사용한 일과 서하의 십자가 마법을 따라 한 것을 말했다.


“유민혁 그 새끼 아직도 그래?”


중학교를 같이 다닌 서하도 유민혁의 존재를 알고 있다.


“뭐.. 잘 넘겼어.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중력 마법을 썼다 이거지.”


서하는 아르에게 말했다.


“애기야. 나한테 써 봐.”


[아르르!!]


그러자 아르의 눈에서 하얀 안광이 빛나기 시작했고,

무언가가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오. 괜찮네.”


서하는 미동도 없이 말했다.

서하는 유민혁의 중력 마법에도 당한 적이 없었다.

워낙 방대한 마력을 가져서 그런 거겠지.


“이것도 해봐.”


서하는 지난번에 보여줬던 것처럼 불기둥으로 십자가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창을 휘두르듯 휘둘러댔다.


아르는 이를 지켜보더니, 서하의 그것과 비슷한 불기둥을 만들었다.

가로의 불기둥과 세로의 불기둥.


“애기야. 손으로 잡는 부분은 뜨겁지 않게 조절하는 거다.”


서하는 자신의 불기둥을 손으로 잡고 있었다.

사실 의아했다. 저거 안 뜨겁나?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부분은 뜨겁지 않게 조절하고 있던 것이었다.


[아르르...]


아르는 서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무언가 마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아르가 방긋 웃었다.


[아르!]


그러나 아르는 이를 붙잡고 휘두르지는 못했다.

많이 컸다곤 해도, 마법에 비해 아르의 몸은 작았다.


“남하루. 네가 잡아봐.”


그럼 내가 잡을 수 있을까.

나도 서하처럼 잡고 휘두를 수 있을까?

이게 된다면, 항상 0점을 맞던 전투 마법 시험에서 성과를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아르의 불기둥에 손을 갖다 댔다.


[아르르...]


아르도 긴장했는지, 걱정하는 눈빛으로 지켜봤다.

가까이 가져간 손은 불기둥의 화력에 후끈거렸다.


“잡기 전까진 조금 뜨거울 수 있어. 막상 잡고 적응하면 괜찮을 거야.”


서하의 말을 들은 난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십자가 모양 불기둥의 가운데를 덥석 잡았다.


후끈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되..된건가?”


“그런 것 같네.”


손에 불기둥으로 이뤄진 십자가를 쥐고 있으니, 설레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뭔가 마법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서하가 했던 것처럼 십자가를 휘휘 휘둘러봤다.

내 손의 불기둥이 푸학-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가로질렀다.


좀.. 멋있는데?


“귀엽네. 그렇게 좋아?”


입꼬리가 올라간 서하가 말했다.


“그렇게 좋으면 이름이라도 지어 주던가.”


“무슨 이름?”


“마법 이름.”


마법의 이름은 정해진 것이 없다.

그저 그럴듯한 이름을 갖다 붙이면 된다.

‘파이어 볼’도 교육청에서 임의로 정한 이름일 뿐이다.


나는 십자가 모양 불기둥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파이어.. 크로스..?”


“풉.”


내 부끄러운 마법 이름을 들은 서하가 푸하하 웃어댔다.


“아하하. 너 진짜 왜 이렇게 귀여워?”


나는 부끄럽고도 머쓱한 마음에 시선을 아르에게 돌렸다.


“아르. 잘했어.”


[아르!!]


서하도 아르를 보며 말했다.


“많이 크긴 했네. 몇 달 만에 이 정도라니.”


이후로도 서하는 아르에게 이것저것을 시켜봤다.

아르는 대부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내 뒤통수의 불을 껐던 서하의 물 마법도 사용했고,

간단한 정도의 염력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도 저런 재능이 있었으면..


“혹시 그것도 되나.”


어지간한 마법은 다 해본 이후, 서하가 말했다.


“브레스.”


브레스.

드래곤이 쓸 수 있는 마법 중 최고라고 알려진 마법.

웹소설이나 웹툰을 보면 가장 강한 드래곤들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브레스다.


“그런 게 진짜 될까?”


하지만 인간 중에 브레스와 비슷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파이어 볼은 불덩이 하나를 만들어 던지는 것이며,

서하의 파이어 크로스는 불기둥을 만들어낸 후, 이를 유지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브레스 하면 떠오르는 마법은, 지속적으로 마력을 쏟아내야 한다.

한순간 불을 내뿜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뿜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정도의 마력을 갖춘 사람도 별로 없으며 조절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될 수도 있지. 드래곤이니까.”


하지만 아르라면 가능할까.


“애기야. 따라 해봐.”


따라 해봐?


그럼, 서하는 브레스 같은 마법을 쓸 수 있는 건가?


서하는 갑자기 머뭇거리더니, 내게 등을 돌리고 섰다.

그러자 서하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이 느껴졌다.

서하의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눈부신 빛이 서하를 감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엄청난 불길이 쏟아져 나왔다.


“뭐..뭐야!!”


미쳤다. 미친 마법이다.

티비나 인터넷에서 보던 천재들의 마법이 이 정도였던 거 같다.

아무리 서하가 마법을 잘 쓴다고 해도, 저 정도였다고?


훈련장을 감싼 벽은 서하의 브레스에 녹아버렸다.

수십번의 파이어 볼을 맞고도 멀쩡했던 벽이었는데.


“미..미친..”


“애기야. 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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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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