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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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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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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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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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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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수행 평가

DUMMY

“일렬로 서라.”


스무 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운동장에 일렬로 정렬했다.


“앞에 표적 보이지? 표적에는 각자 이름이 적혀있다. 본인 표적에 맞추면 되는 거야.”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화재의 위험이 있어 몇 명의 졸업생을 불렀다고 했다.

아무래도 조절이 잘 안되는 학생들이 보는 시험이라 그런 듯하다.

다른 반 수업 때 제구를 잘못한 학생이 2층 교실 창문을 박살 낸 걸 보면 이해가 간다.


각자의 자리를 찾던 중 서하가 내게 귓속말을 해왔다.


“작전대로만 해. 실수하지 말고.”


수행평가는 파이어 볼로 표적 맞추기다.

그런데 난, 파이어 볼을 쓰지 못한다.


‘그럼 아르가 쏘면 되는 거 아냐?‘


작전은 서하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수행평가의 채점은 표적의 흔적으로 한다.

‘쏘는 것’을 보고 채점하는 게 아니라, ‘맞은 것’을 보고 채점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아르가 쏘고 내가 쏜 척하면 되는 거 아닐까?


[아르르..]


“쉿. 진짜 조용히 해야 해.”

그런데 아르는 아직 어리다.

학교에 데려오면 돌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만약 아르가 사람들의 눈에 띈다면..


그렇게 둘 순 없다.


그래서 며칠 동안 아르를 훈련 시켰다.

수업 중 ‘아르르’하는 소리를 냈다간 들킬 게 뻔하다.

나는 인터넷에 ‘짖는 강아지 교육’ 따위를 검색해 아르를 조용히 하도록 훈련했다.


시험 삼아 현민이 있는 거실에 들락날락하며 아르가 조용히 하도록 유도했는데, 다행히 작은 소리로 ‘아르..’ 정도의 소리만 낼 뿐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다들 제 자리에 섰겠지?”


시험 감독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수행평가는 0점이면 안 된다.


긴장됐다.

어쨌든 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셈이다.

누가 날 유심히 본다면, 분명 들킬 것이다.

내가 부정행위를 썼다는 것뿐만 아니라, 아르까지.


“야. 근데 넌 시험 왜 봐? 어차피 못 쓰잖아.”


옆에 선 녀석이 시비를 걸어왔다.


“내 말이. 이게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우리같이 선택받은 사람만 쓸 수 있는 거라고.”


반대편에 선 녀석은 손바닥에 작은 불덩이를 올려놓은 채 시비에 동조했다.


덕분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뭐, 이런 시비는 이제 익숙하다.

뒤통수에 불이나 지르지 않았으면.


“그럼 이제 시험 시작한다.”

작전은 단순하다.

일주일 새 조금 커버린 아르지만, 그래도 주먹 하나 크기에서 주먹 두 개 크기 정도밖에 안 커졌다.


교복 재킷의 팔이 넓은 점을 이용해서, 옷소매에 아르를 숨긴다.

그리고, 아르가 표적을 부숴 버리는 거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하나. 아르의 정체를 들키지 않을 것.

둘. 아르가 표적을 적중시킬 것.

셋. 선생님의 의심에서 벗어날 것.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아르가 조용히 지내도록 훈련했다.

그리고 표적에 적중시키기 위해, 서하의 훈련장에서 며칠을 고생했다.


“똑바로 봐. 여기 맞추라니까?”


[아르...]


서하는 영상으로 본 군대 훈련소 조교처럼 무섭게 아르를 가르쳤다.


“살살해. 아직 애기라고.”


“속 편한 소리 하네. 애기야. 여기 맞추라니까?”


몇 번의 실패가 이어지자, 아르도 풀이 죽었는지 눈에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아르....]


“괜찮아 괜찮아. 하기 싫으면 하지 말까?”


하지만 아르도 해내고 싶었던 모양이다.

눈을 질끈 감으며 몇 번이고 파이어 볼을 쏘아댔다.


푸슛-


“그래! 그거야!”


[아르!]


훈련을 시작한 지 정확히 3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르가 표적에 정확히 파이어 볼을 맞춘 것이다.


시험 전날 어두워질 때까지 훈련한 결과, 아르는 정확히 맞추고 싶은 목표에 파이어 볼을 쏠 수 있게 됐다.


“신호에 맞춰 표적에 파이어 볼을 발사하면 된다. 옆 사람 표적에 맞추지 않도록 주의하고.”


세 번째 조건인 선생님의 의심에서 벗어나는 것.

사실 세 번째는 온전히 내게 달린 문제였다.

이제껏 마법을 쓰지 못하던 내가 파이어 볼을 쓴다면, 분명 이상하게 여길 테지.


하지만 이미 표적지에 흔적이 남아있다면, 재시험을 보거나 부정행위로 물고 늘어질 명분은 없을 것이다.

파이어 볼 시험 정도에서 재시험을 봤다는 사례도 없고.


“하나, 둘, 셋. 발사!”


감독 선생님의 신호가 떨어지자 사방에서 마법진이 펼쳐졌다.

모든 학생의 앞에 마법진이 펼쳐지자, 한두 명쯤 마법진을 펼치지 않아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듯했다.


내가 노린 게, 바로 이거다.


그리고 한둘씩 발사음과 함께 파이어 볼이 표적을 향했다.


대부분은 푸슉, 퍽 정도의 소리였으나 먼 곳에서 콰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서하가 있는 방향이었다.


서하가 쏜 것으로 보이는 파이어 볼은 다른 학생들의 그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미묘하게 질감도 조금 달랐던 것 같다.


서하의 파이어 볼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가로막는 모든 공기를 불태우고, 표적을 산산조각 냈다.


이를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다.

나도 입을 살짝 벌린 채 서하가 부순 표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손바닥을 표적에 향한 채 소매에 숨은 아르에게 속삭였다.


“아르. 파이어 볼.”


이제 오른쪽 손목에 열기가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훈련한 대로, 아르의 파이어 볼이 표적에 적중하겠지.


적중..해야되는데.


“아르야. 파이어 볼.”


어?


“파이어 볼...!”


[끼잉...]


큰일 났다.

아르가 이상하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마법을 써서 그런가.

아르는 지금껏 서하가 마법을 쓰는 것 외에 마법을 본 적이 없다.

밖에서 이동할 땐 주머니에 있었고, 집에서는 내 방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마력을 느낀 건 처음이다.


“못 쏜 사람 없지?”

이미 시험은 끝나가는 분위기다.

파이어 볼 시험은 쏘고, 맞추고, 표적지를 검사하는 과정이 끝이기에 금방 끝난다.


“아.. 저..”


나는 혼자 팔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파이어 볼!!!!”


멀리 있던 서하가 소리쳤다.


옷소매에서 아르가 화들짝 놀라는 게 느껴졌다.

오른쪽 손목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어.. 근데 원래 이 정도로 뜨거웠나?


콰아앙-


아르가 파이어 볼을 쐈다.

지금껏 봤던 파이어 볼이 아니었다.


“우아앗!!”


“야 거기 불 꺼!!”


연습할 때 본 아르의 파이어 볼은 야구공 정도 크기였다.

그런데, 방금 내 표적으로 날아간 파이어 볼은 적어도 농구공 정도 크기의 파이어 볼이었다.

그 증거로 내 옷의 소매는 다 타버렸고,


“이 반은 표적을 두 명이나 부쉈네.”

내 표적은 완전히 부서졌다.


심지어 표적을 부수고 날아간 파이어 볼이 운동장의 잔디에 붙어버렸다.

대기 중이던 졸업생들이 침착하게 물을 소환해 불을 껐다.


나는 바로 아르를 옷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이마를 쓰다듬어주자, 아르가 손가락에 달라붙은 게 느껴졌다.


주위를 둘러보자 같은 반 학생들 모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와.. 뭐야?”

“쟤 마법 쓸 수 있었어?”

“크기 봤어? 선생님들도 저 정도는 안 될 텐데.”


그때, 시험 전 시비를 걸어왔던 놈이 말을 걸었다.


“야, 너 뭐냐?”


심지어, 선생님도.


“남하루. 방금 네가 쏜 거 맞아?”


예상했던 상황이다.


“네. 제가 쐈어요.”


“언제부터 마법을 쓸 수 있었지?”


“지난..주 쯤이요.”


선생님은 의심의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그러자 옆에 있던 놈들이 말했다.


“한 번 더 해봐.”


“그래. 네가 쏜 거 맞으면 다시 쏴 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다시 쏠 수는 없다.

이미 옷소매는 타버렸고, 모두가 집중한다면 마법진이 생기지 않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것이다.


“한 번 더 해볼 수 있겠니. 선생님 입장에서도 부정행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구나.”


선생님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곤란한 처치에 놓일 때쯤,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재시험을 보게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나요?”


서하였다.

이 정도 상황은 작전을 짤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이런 학생들과 선생님의 추궁은 서하가 나서주기로 약속돼 있었다.

이것이 세 번째 조건의 해결책이다.


서하는 입김이 세다.

천재적인 마법 실력을 보여주는 데다가,

정확히 알려지진 않았지만, 재벌집 딸내미라는 소문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정도 얘기하면 넘어갈 줄 알았는데,


“아니. 이건 재시험을 봐야겠다.”


감독을 맡은 선생님이 생각보다 완고했다.


“그런 게 어딨어요. 분명 제대로 시험을 치렀잖아요?”


나도 한마디 했다.

솔직히 억울했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그냥 넘어갔을 텐데.

나는 이런 것조차 의심 받아야 하는 건가.


뭐.. 부정행위라면 부정행위가 맞긴 하지만.


“한 번이면 되지 않니? 오히려 못 하겠다고 발뺌하는 게 더 의심스러운데.”


“맞아.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래. 좀 이상하긴 했어.”


여론이 이상했다.

점점 내가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었다.


“아니, 그런 게 어딨어요. 그럼 저도 재시험 볼래요.”


서하도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네가 왜? 넌 만점인데.”


“마음에 안 들어요. 더 잘 쏠 수 있었는데.”


“여긴 훈련장이 아니다. 그런 이유로 재시험을 보게 할 순 없어.”


“아니...”


서하도 이 정도 일 줄은 몰랐을 거다.

파이어 볼 정도로 재시험을 보는 일은 없었으니까.


“남하루. 하늘을 향해 파이어 볼을 쏴라.”


“그래. 살짝만 해도 되잖아.”

“못 하는 걸 보니 이상한데?”


나는 마지못해 손을 하늘로 뻗었다.


어떡하지.


아르는 주머니에 있다.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아르가 주머니에서 파이어 볼을 쓴다면, 수행 평가가 문제가 아니다.

아르의 정체를 들킬 위험이 있다.


그리고 지금, 자연스럽게 아르에게 파이어 볼을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손은 하늘을 향하고 있고.

모두의 시선은 집중됐다.


그 순간.


콰앙-


“나도 재시험 보게 해달라고!”


서하가 건물에 파이어 볼을 쐈다.

그것도 거대한 파이어 볼을.


직격한 교실은 물론, 타점 근방의 교실들의 창문까지 모조리 깨졌다.

건물 외벽의 벽돌은 부서졌고, 불똥이 튄 잔디가 타기 시작했다.

학교 건물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야 졸업생! 빨리 불 꺼!”

“이서하 너 미쳤어??”


지금이다.

나는 하늘에 뻗은 손을 제외한 남은 손을 아르가 있는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으로 아르의 얼굴을 하늘로 쳐들었다.

아마 주머니에서 아르의 얼굴만 빼꼼 나온 상태일 거다.


‘아르.’


모두의 시선이 서하와 불타는 학교로 몰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숙여 아르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파이어 볼.’


얼굴이 타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살짝 틀었다.

그러자 아르는 연습했던 대로 하늘을 향해 파이어 볼을 쏘아 올렸다.


푸슛-


연습할 때 봤던 야구공만 한 파이어 볼.

아까보다 작지만 상관없다. 지금은 파이어 볼을 쓸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되니까.


파이어 볼이 쏘아지는 소리가 나자, 사람들은 내 쪽을 바라봤다.

파이어 볼은 하늘을 갈랐고, 아무도 발사하는 순간을 보지 못했다.


나는 떨떠름한 심정이었지만, 최대한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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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7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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