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화필
작품등록일 :
2024.07.06 20:06
최근연재일 :
2024.08.10 23:1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61
추천수 :
12
글자수 :
86,799

작성
24.07.24 22:35
조회
20
추천
0
글자
11쪽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DUMMY

과거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 선수가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젊은 선수들을 상대로 헉헉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나이를 많이 먹었음에도 굉장한 실력을 보여주긴 했으나 현역 선수들에게 비빌 정도는 못됐다.


지금 서하가, 딱 그 모양이다.


아르의 중력 마법으로 서하에게 걸린 중력 마법이 풀렸다.


발이 풀린 서하는 노련한 센스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애초에 맞지 않을 공격은 무시하고, 그대로 두면 타격 될 공격은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공격의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몹시 지쳐 보였다.


‘왜 수비만 하지?’


파이어 볼 몇 개라도 쏴볼 만한데, 피하고 막는 데 급급했다.


90분 내내 수비만 하다가 경기 종료 직전 총공세를 퍼붓는 축구팀처럼 체력을 비축해 한 방에 끝내려나 싶기도 했지만, 아니었다.


분명 저건, 지친 거다.


공격할 수 없는 상태인 거다.


“이서하! 정신 차려!”


나는 서하에게 들리도록 외쳤다.


서하의 어깨가 움찔한 걸 보니 내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하지만 상황은 그대로였다.

서하는 계속해서 상대의 공격을 수비해 냈다.


민지아의 버프를 받은 상대는 수많은 파이어 볼을 던져대고 있었다.


어찌 보면 저 정도 공격을 수비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서하는 그 정도에 그칠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상대의 공격은 서하의 지난 대련 상대보다 약해 보였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서하는 패배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언젠가 공격에 당하고 말겠지.


서하도 이를 알았는지, 갑자기 무지성 돌파를 강행했다.


파이어 크로스는 두 개의 불기둥을 하나로 합친 기술.

그런데 서하는 하나의 불기둥만을 잡고 달렸다.


민지아의 디버프 때문인가?


그때 서하의 정면으로 파이어 볼이 날아들었다.

서하라면, 내가 아는 서하라면 저 정도는 가뿐히 파훼할 수 있다.


파이어 크로스는 강하다. 특히 서하의 파이어 크로스는 아르의 그것보다 강하다.


파이어 크로스라면 파이어 볼 쯤은 쳐낼 수 있다.


그런데.


“!!”


서하는 파이어 볼을 쳐내지 않고 피하려 했다.


앞으로 돌진하다 옆으로 피하려던 상황이었기에, 서하는 공격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결국 서하의 왼쪽 어깨에 불덩이가 맞고 말았다.


자신이 공격 당했다는 사실이 불씨를 틔웠는지,

서하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상대에게 달려갔다.


민지아의 파트너는 그저 대진운이 좋아 여기까지 올라온 녀석이었다.

그래서 승산이 있다.

서하의 상태가 이상하지만, 분명 이길 수 있어 보인다.


있어..


보였다.


서하의 불기둥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어깨에 불덩이를 달고 상대의 바로 앞까지 돌진한 서하는 불기둥으로 상대를 찔렀다.


마치 펜싱 선수처럼, 상대의 복부 깊숙이 불기둥을 찔러 넣었다.


하지만, 서하의 손은 빈손이었다.


솜사탕은 씻으려던 수달처럼, 서하는 자신의 손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서하. 탈락.”


감독관이 끼어든 건 그런 서하의 얼굴에 직통으로 파이어 볼이 발사되기 직전이었다.


서하가 졌다.


서하는 소위 말하는 초-고교급 학생이다.

비록 공부 머리는 조금 떨어질지언정, 마법과 신체 능력은 굉장하다.


즉, 서하와 전투 마법 대련에서 겨룰 존재는 많지 않다.

아무리 상대가 2대1이었다고 해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런데 평범한 학생들에게 졌다.

민지아는 특이 케이스라 쳐도, 민지아와 합을 이룬 녀석은 사실 이름도 잘 모른다.


그런데... 졌다.


민지아의 디버프가 서하의 마법을 무력화할 정도였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니다.


이건 서하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 거다.


사실 대련에서 진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시험 성적에 차이가 날 순 있겠지만 극적인 차이를 보이진 않는다.

더구나 서하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하는 절망적인 표정이었다.


아마, 마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컨디션이 안 좋으면 마법이 잘 안될 때가 있다고 들었다. (물론 난 애초에 마법이 안돼서 모른다)


“야야. 오늘 컨디션이 좀 안 좋았겠지. 괜찮아. 고생했어.”


바닥에 드러누운 서하는 내 위로를 듣고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정말...”


그리곤 혼잣말했다.


“정말.. 어쩔 수 없나.”


“뭐가?”


“어?”


그제야 서하는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아. 아냐.”


뭐지.


뭔가 숨기는 게 있다.


“뭔데? 무슨 일 있어?”

서하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쳐다봤다.


“..아니야.”


잠깐의 시간, 그러니까 뒤편에서 들린 민지아의 환호성이 끝날 때쯤 서하가 대답했다.


나는 저 눈빛을 안다.


나는 저 목소리를 안다.


마법을 쓰지 못한다는 이유로 유민혁이 내 책가방을 모조리 불태웠을 때, 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는 현민에게 대답하던 내 눈빛과 목소리가 딱 저랬다.


절망.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는 이야기라는 사실에서 더해지는 고통.


무슨 일이 있다. 서하는 지금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부닥쳐있다.


“...얘기하고 싶을 때 얘기해.”


서하의 옆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이럴 때 꼬치꼬치 캐묻는 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랬다간 “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라는 호통을 맞기 마련이다.


내가 현민에게 그랬듯이.


“...너는.”


서하는 간신히 입을 떼며 말했다.


“너에게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뺏을 수 있어?”


“음.”


서하가 던진 건 윤리 시간에 나올법한 철학적인 질문이었다.


“왜 뺏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네가 죽어.”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가.

쉽지 않은 딜레마다.


행복을 빼앗는 대신 생존하느냐,

행복을 지켜주는 대신 나를 버리느냐.


“어려운 질문이네.”


나는 잠깐의 시간, 그러니까 대련을 마친 학생들이 교실에 들어가며 들리던 목소리가 희미해질 때까지 생각했다.


“서하야. 내가 희생하지 않았을 때 그 사람이 잃는 행복이, 큰 행복이야?”


“그 정도의 행복한 표정을 처음 봐.”


“그 사람은 나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이고?”


“생에 처음 만난, 너를 너 자체로 여겨준 사람이야.”


“...내가 없어지면 그 사람이 힘들어할까?”


“그건... 모르겠어.”


잠깐의 질의응답으로 상황을 구체화했다.

서하가 지금 겪는 고민을 정리하자면,


그 사람의 행복을 위한다면 희생해야 한다.

그 사람이 느끼는 행복은, 그가 이제껏 느끼지 못했던 큰 행복이다.

그 사람은,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희생할 것 같아.”


“...왜?”


“그 사람의 행복을 져버리고 살아간다면 내가 행복할 수 있을까?”


“...”


“심지어 내게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렇..구나.”


서하는 왠지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너라면 그렇게 말할 것 같았어.”



그날 이후, 서하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


마지막 대련은 민지아와의 1대1이었다.


사실, 민지아 그 자체만을 본다면 전투 능력이 뛰어나다고 볼 순 없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마법을 강화할 수 있고, 상대의 마법을 약화할 수 있다.


지난 대련에서 민지아의 상대는 단 하나의 마법도 사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워낙 마력이 강한 녀석이 아니었던 터라, 민지아의 디버프에 걸리자 아무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민지아는 까다로운 상대다. 얕볼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민지아의 디버프에 면역이 있다.


애초에 마법을 쓰는 건 내가 아니니까.


내게 아무리 디버프를 걸어봤자, 내가 쓰는(걸로 보이는) 마법은 약해지지 않는다.


즉,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란 얘기.


“잘 해봐라.”


김호창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사실, 김호창의 호의가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내게 적의를 보였던 사람인데,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마법을 쓴다는 게 그 정도로 의미 있는 일인가 싶다.

그런데 마법을 쓰는 건 사실 내가 아니다.

즉, 사실이 밝혀지면 김호창의 호의도, 나를 보는 학생들의 눈빛도 달라지겠지.


그런 의미에서 아르는 이제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돼버렸다.

물론 그것 때문에 아르와 지내는 건 아니다.


아르는 귀엽다.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게 눈코입이 들어간 것도 귀엽고,

조그만 날개도 귀엽다.


가끔 잠에서 깨면 옷장에서 자는 게 답답했던 아르가 내 옆에서 자고 있을 때가 있는데, 새근새근 자는 아르는 정말이지...


귀엽다.


더구나 아르는 나를 좋아한다.


가끔 아르를 집에 두고 외출할 때가 있는데, 집에 돌아오면 소리를 듣고 방문 앞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방문을 열면 [아르!!]하면서 방방 뛰어댄다.


그런 아르 덕분에 행복하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넝쿨째 굴러온 아르다.


“대련 준비.”


그런 아르 덕분에 시험에서 1등하기 일보 직전이다.


“대련 시작.”


민지아는 내게 디버프를 건다.


그러나 본체는, 내가 아니라 아르.


디버프가 통하지 않아 당황한 민지아는 파이어 크로스에 맞고 쓰러진다.


우승!


...이 내 계획이었다.


그런데, 대련이 시작되자 민지아가 두 손을 들었다.


항복인가, 싶었는데 민지아는 그대로 내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나는 경계하며 파이어 크로스를 손에 쥐었다.


민지아는 그렇게 바로 앞까지 다가섰다.


파이어 크로스를 휘두르면 민지아를 무찌를 수 있었지만, 민지아 특유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눈빛과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자 왠지 공격할 수 없었다.


무슨 꿍꿍이지.


민지아는 손을 뻗었다.


그리고 가방을 붙잡았다.


“이거지?”


그때 가방에서 무언가 바람 빠지는 소리 같은 게 들렸다.


[아르르..]


파이어 크로스가 사라졌다.


“어?”


큰일 났다.


눈치챘다.


민지아가 뭔가를 눈치챘다.


나는 민지아를 밀치려 했지만, 민지아는 내 손을 덥석 붙잡았다.


체육 시간이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던, 운동과는 거리가 먼 허약한 남고생은 여고생의 힘을 쉽게 뿌리칠 수 없었다.


“왜.. 왜이래!”


“뭔진 몰라도, 가방이 본체잖아. 아냐?”


“무.. 무슨 헛소리를..”


“아니야? 아니면 마법 써봐. 난 지금 온 힘을 다해 가방 속 무언가를 저지하고 있어. 너한텐 아무 마법도 쓰지 않았다고.”


어떡하지?


이대로라면 지고 만다.


아니,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아르를 들킬지도 모른다.


걷어찰까?


아무리 대련이라지만 여자를 걷어차는 건, 동방예의지국의 남자에게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다.


내가 마법을 써볼까?


지금이라도 손을 뻗고 ‘파이어 볼!’을 외치면...


개망신을 당하고 말겠지.


그렇게 머릿속에서 민지아의 머리에 박치기를 가하는 내 모습까지 상상했을 때, 민지아가 속삭였다.


“나는 너랑 싸우고 싶지 않아.”


민지아가 가방에 손을 뻗었다.


곧이어 민지아의 손이 가방의 하단을 만지기 시작했고, 그 안에서 아르가 꼼지락대는게 느껴졌다.


“이거. 비밀인 거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어떡하지.


아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얘가 원하는 게 뭐지.


그냥 지금이라도 항복하고 자리를 떠야 하나.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오가던 때,


“비밀, 지켜줄게. 대신.”


민지아가 입꼬리를 수줍게 올리며 말했다.


“나랑 친구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화 이서하 (1) 24.08.10 7 0 11쪽
16 16화 이로스 (2) 24.08.09 10 0 11쪽
15 15화 이로스 (1) 24.08.06 12 0 12쪽
14 14화 수학여행 (3) 24.08.05 14 0 12쪽
13 13화 수학여행 (2) 24.07.29 12 0 11쪽
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20 0 11쪽
»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1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2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3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8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70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