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화필
작품등록일 :
2024.07.06 20:06
최근연재일 :
2024.08.10 23:1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453
추천수 :
12
글자수 :
86,799

작성
24.07.08 21:06
조회
48
추천
3
글자
11쪽

3화 아르 (3)

DUMMY

“뭐..뭐야?”


서하가 아르를 보며 말했다.


[아르!]


하. 얌전히 있으라니까.


“이게 그러니까.”


아르를 보는 서하의 눈빛이 섬뜩했다.


“어..?”


봐선 안 될 걸 본 눈빛.

이래서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신고 같은 건 하지 말ㅇ..”


“너무 귀엽잖아!”


아?


서하는 순식간에 주머니에서 아르를 빼갔다.

아르는 놀란 듯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르?]


“꺄!!”


양손으로 아르를 쥔 서하는 아르를 자신의 얼굴에 비비적댔다.

아르를 보는 서하의 눈빛은 마치 귀여운 강아지를 본 듯한 눈빛이었다.


조금 전에 본 섬뜩한 눈빛은 내 착각이었나 보다.


“안녕? 넌 이름이 뭐야?”


[아르!]


“계속 ‘아르’라고 하길래 아르라고 부르려고.”


“미쳤어 미쳤어. 근데.. 뿔이랑 날개가 있네?”


그제야 아르의 모습을 제대로 본 모양이다.


“드래곤..인가봐.”


내가 말했지만 부끄러웠다.

드래곤이라니. 이 무슨 중2병 같은 대사인가.


서하는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아르를 만져댔다.


볼을 주욱 늘어뜨리고,


[ㅇ..아르..]


배를 간지럽혔다.


[아르!!]


아르는 몸부림을 치더니 내게 날아왔다.

조그만 날개를 움직여대며 나는 모습이 귀여웠다.


“오. 나는 건 처음 보는데.”


아르는 내 손아귀에 폭 안겼다.


“그래서, 얘 뭐야?”


“그게 그러니까.”


나는 서하를 만나기 전에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뭐야. 어쩐지 너무 어린 해츨링이다 싶더니. 너도 만난 지 얼마 안 됐구나?”


“응. 기껏해야 몇 시간 됐나.”


“근데 어떻게 너를 그렇게 잘 따라?”


생각해 보니 그렇다. 아무리 내가 우유를 줬다곤 해도, 처음 만난 내게 아르는 쉽게 마음을 열었다.


“오리는 태어나서 처음 본 존재를 엄마라고 여긴다잖아. 그런 거 아닐까?”


“그건 오리지, 드래곤이 아니잖아?”


서하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모르지. 어쨌든 경계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나는 아르의 이마를 살짝 간지럽히며 말했다.


“그래서. 아까 파이어 볼을 쓴 건 네가 아니라 그 녀석인 거야?”


아차.

아르의 정체를 들킨 것에 신경이 팔렸었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나는 아르를 눈높이까지 들어 올렸다.


“너가 한 거야?”

아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르..!]


“그럴게 아니라 한 번 시켜보면 되잖아.”


“흠.”


나는 잠깐 아르의 눈을 쳐다보다가 말했다.


“아르야. 파이어 볼.”


아르를 쥔 손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아르의 이마에 이상한 문장이 그려지더니, 눈에서 붉은빛이 맴돌았다.

배가 잠시 부푼 듯싶더니 볼이 부풀었고, 그 순간.


푸슛-


“으아악!!”


“하늘에 쏘게 해야지 멍청아!!”


서하가 물 마법으로 내 머리의 불을 꺼주는 것도 오늘만 벌써 두 번째다.


[아르!]


아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머리에 불을 끄는 모습을 구경했다.


“아.. 뜨거워..”


“아휴. 어쨌든 아까 본 파이어 볼도 쟤가 쏜 건가 보네.”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나도 드디어 마법을 쓰게 됐나 싶었는데.


“그럼 넌 테이머 학과로 가면 되나?”


마법이 생겨난 후, 마력으로 동물을 다루는 테이머들이 생겨났다.

교감과 훈련을 통해 조련하던 과거의 조련사들에 비해 강도 높은 훈련이 가능했다.

과거 한 테이머가 수십 마리의 개를 도시에 풀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후, 테이머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특수 계열 마법사로 분류됐다.


테이머의 재능이 보이는 학생은 어린 시절부터 정부에서 관리한다.


“테이머 학과에서 드래곤도 다뤄?”


그러나 드래곤은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생명체다.

아르를 데리고 테이머 학과에 가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애매하긴 하네.”


심지어 테이머 학과에서 다루는 동물들이란 사람이 마력으로 통제하는 동물들이다.

그런데 아르는 마법을 쓴다.

마법을 쓰지 못하는 마법사와 마법을 쓰는 드래곤.


“일단 비밀로 해줘.”


서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이스크림 사주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산 뒤, 서하의 집에 갔다.

아르에 대해 알아보려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은 곤란했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을 사는 와중에도 주머니에서 아등바등하는 바람에 손가락으로 이마를 쓰다듬어줘야 했다.


“우리 집 훈련장으로 가자.”


돈이 많은 마법사들은 집에 따로 마법 훈련장이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서하도 그 정도 재력이 있는 집안인가 보다.


“여기야.”


서하가 데려간 곳은 생각보다 허름한 집이었다.

뭔가 이상한 것이, 주변엔 텅 빈 공터 뿐이었고 나무로 된 오두막집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여기가 너네 집이야?”


“응. 들어와 봐.”


서하를 따라 들어가자 6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바닥엔 특이한 문양의 카펫이 깔려 있었다.


나는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둘러봤다.

아니, 둘러볼 것도 없었다.


“왜 아무것도 없어?”


“있어봐.”


서하가 카펫을 치우자 바닥에 비밀 통로의 입구가 나타났다.

쪼그려 앉은 서하가 문에 손을 갖다 대자, 문에 붉은 빛의 문장이 생겨났다.


쿠궁-


“들어와.”


마력 인식 시스템인가.


과거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지문 인식 시스템이 상용화된 시절이 있었다.

그것이 이젠 마력 인식으로 바뀌었다.


계단을 내려가자 이 집의 진짜 공간이 드러났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재벌들의 거실. 딱 그런 거실이었다.

지하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아르르...]


아르가 무엇인가 불만인 표정으로 으르렁댔다.


“왜 그래?”


[아르르...]


“뭔가 불편한가 봐.”


나는 아르를 손에 든 채 서하를 보며 말했다.


“왜 그러지? 줘 봐.”


서하는 아르를 품에 안으려 손을 뻗었다.


[끼잉..]


그러자 아르는 무서운 듯 발버둥 치며 내 품에 폭 안겼다.


“왜 그래. 서하 나쁜 사람 아니야.”


[끼잉..]


서하는 아르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뒤돌며 말했다.


“내가 무섭나 보지. 따라오기나 해.”


서하를 따라 들어간 곳은 넓은 훈련장이었다.

사방을 둘러싼 벽은 두꺼운 스펀지 같은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서하가 벽을 향해 파이어 볼을 쏘며 말했다.


“저 벽들이 완충제 역할을 해. 어지간한 마법으로는 못 부술 거야.”


서하의 말대로 파이어 볼은 벽에 부딪히자, 파악-하며 흩어졌다.


“그럼 이제 그 녀석한테 마법을 시켜보자고.”


아르는 조금 진정한 듯 주머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양손에 아르를 쥐고, 내 얼굴이 아닌 벽을 바라보게 했다.


“아르, 파이어 볼.”


손이 뜨거워지더니, 아르의 입에서 파이어 볼이 발사됐다.


[아르!]


파이어 볼을 시작으로 아르에게 여러 가지 마법을 시켜봤다.

그런데 아르는 파이어 볼만을 사용할 수 있을 뿐, 다른 마법은 사용하지 못했다.


“얘 불 계열 마법 밖에 못 쓰나?”


“그것도 파이어 볼만 쓸 줄 아나 본데.”


“사실 파이어 볼이라는 게 하나의 마법은 아니야. 불덩이를 던지는 것. 거기에 대충 파이어 볼이라는 이름을 붙인 거지, 사람들이 쓰는 파이어 볼은 원리도 생김새도 다 달라.”


맞는 말이다.

마법은 배워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다들 본능적으로 ‘파이어 볼’을 하면 떠오르는 형태의 불을 소환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서하의 파이어 볼과 아르의 파이어 볼은 분명히 다른 모습이지만, 둘 다 파이어 볼이라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것도 돼.”


서하는 양손에 각각 마법진을 만들었다.

순간 뜨거운 열기가 얼굴을 후끈하게 만들더니, 왼손엔 세로의 불기둥이 솟아올랐고 오른손엔 가로의 불기둥이 펼쳐졌다.


서하가 손을 한군데로 모으자, 세로와 가로의 불기둥이 합쳐져 십자가 모양이 됐고, 서하는 그것의 중심을 한 손으로 잡았다.


불길에 짧은 단발머리가 흩날렸고,

십자가 모양의 불기둥에선 이글거리는 열기가 일렁였다.


저 정도의 마법은 고등학교 수준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역시 재능충인가.


“이것도 시켜봐.”


나는 아르의 눈을 마주친 채 말했다.


“아르, 할 수 있겠어?”


아르는 서하의 마법을 유심히 보더니,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자 아르의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르의 얼굴 앞에 마법진이 펼쳐졌고, 한 점의 불덩이가 생겼다.

그 불덩이가 세로로 뻗어 나가자, 아르의 눈에서 빛이 나왔다.


아르의 몸이 덜덜덜 떨리더니 불기둥은 사그라들었고, 마법진이 푸쉬..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아르의 몸이 축 처졌다.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이 정도는 안 되나 봐.”


나는 아르의 등을 쓰다듬어줬다.


“이제 너도 해봐”


서하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응. 곧 있으면 수행평가라고.”


맞다.

다음 주에 파이어 볼 수행평가가 있다.

학생들을 일렬로 세운 뒤, 각자의 앞에 표적지를 둔다.

표적지를 맞히면 합격, 맞히지 못하면 불합격.


단순한 시험이다.


지금까지 난, 단 1점의 부분 점수조차 받은 적이 없다.

표적을 맞히고 못 맞히고를 떠나서, 불덩이가 나오질 않았으니까.


“잠깐 어디 좀 다녀올 테니 연습 하고 있어봐.”


“어디 가는데?”


서하는 대답하지 않고 훈련장을 나갔다.

덩그러니 남겨진 우리는 파이어 볼을 연습했다.



나는 벽을 향해 손을 뻗고 읊조렸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그러나 옆에서 아르가 불똥을 툭툭 내뱉었을 뿐, 내 손에선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하는 거지.”


나는 아르를 들어 올려 내 얼굴 근처로 가져왔다.


“어떻게 하는 거냐고.”


아르는 내 얼굴에 자신의 몸을 비벼댔다.

꼬순내 같은 게 났다.


착잡했다.

아르를 만난 건 좋다. 이렇게 귀여운 녀석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런데 누가 봐도 갓난아기인 아르도 쓰는 마법을 나는 쓰지 못한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꼼지락대는 녀석이었다.


[아르르..]


“..너가 마법을 쓰면 뭐 해.”


아르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마법을 못 쓰는데.”


아르는 내가 속상해하는 걸 눈치챘는지, 발끝으로 다가왔다.


[아르르!]


후.

계속 이러고 있을 순 없다.

다시 해보는 거다. 될 때까지 해보는 거다.


손을 펴고.

목표를 향해서.

불덩어리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파이어 볼.”


.


어느새 돌아온 서하가 허공에 손을 뻗고 있는 나와, 불덩이를 입에서 뱉어내는 아르를 보며 말했다.


“그만 포기할래?”


서하와 이렇게 마법 연습을 한 지도 4년째다.

그동안 아무런 진전도 없었고, 앞으로도 될 거라는 기대감이 꺾여가고 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나도 언젠가 마법을 쓰고 말 거다.

제발.


“당장 다음 주가 수행평가야.”


이번 수행평가도 0점이면 수도권 대학은 물 건너가는 셈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이라도 갈 수는 있다만, 나는 지방에서 자취할 금전적인 여유가 없다.

있는거라곤 아버지와 함께 살던 집 한 채뿐인데, 현민과 함께 사는 집을 팔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점수 받을 방법이 없을까.”


“내가 너 표적지에도 같이 쏴줄까?”


“옆 반에서 그런 애들이 있었는데, 모두 정학당했다고 하더라.”


단순히 생각하면 서하가 내 표적지에 쏴주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러려면 서하가 내 옆자리에 배정받아야 하고,

직선이 아닌 사선으로 날아가는 파이어 볼을 누군가는 눈치챌 것이다.


서하는 텅 빈 허공을 잠깐 응시하더니 말했다.


“좋은 생각이 났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화 이서하 (1) 24.08.10 6 0 11쪽
16 16화 이로스 (2) 24.08.09 10 0 11쪽
15 15화 이로스 (1) 24.08.06 11 0 12쪽
14 14화 수학여행 (3) 24.08.05 14 0 12쪽
13 13화 수학여행 (2) 24.07.29 12 0 11쪽
12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8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4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8 2 11쪽
» 3화 아르 (3) 24.07.08 49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9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