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못 쓰는 마법사에게 드래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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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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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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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수학여행 (1)

DUMMY

경주와 제주도의 공통점을 아는가.


바로 수학여행 단골 여행지라는 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동 수단으로 경주는 버스,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과거엔 비교적 부유한 학교는 제주도에, 그렇지 않은 학교는 경주에 가곤 했다.


아무래도 버스보다 비행기가 비싸니까.


하지만 마법이 생긴 이후, 마력으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게 됨에 따라 비행기 표가 저렴해졌다.


그 결과 우리 학교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게 됐다.


공항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공항에는 공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이 있다.


커다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

정복을 입고 정갈하게 걸어 다니는 승무원.

마음을 붕 뜨게 만드는 공항 특유의 냄새와 푸드코트에서 흘러나오는 냄새.

집중하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안내 방송과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

해외로 나갈 생각에 설렌 사람, 오랜만에 귀국하여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 등.


다양한 요소들이 공항만의 분위기를 뿜어낸다.


“너 비행기 타봤어?”

“친구가 그러는데 신발 벗고 타야 된대.”

“아 잠깐만. 나 충전기 챙겼나?”


학생들은 그런 분위기의 설렘을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랬다.


[아르르..]


낯선 곳에 온 아르는 왠지 긴장한 듯 보였다.


3박 4일 동안 진행되는 수학여행인지라, 아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데리고 왔다.


“설레?”


민지아가 물었다.


“뭐. 그냥 그래.”


설렜다. 사실 엄청 설렜다.


공항에 와 본 것도 처음이었다.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국내 여행을 다녔던 기억이 있긴 한데, 너무 어린 시절이라 가물가물하다.


여행을 다녔다는 사실만 희미하게 기억 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여행 간다는 사실에 잠을 좀 설쳤다.


하지만 서하는 오늘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석한 지 일주일이 됐을 즈음 연락을 해봤지만 받지 않았다.

집에도 찾아가 봤지만,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가 문을 열 수 있는 듯 해 열어볼까 싶었지만, 집주인 허락 없이 쳐들어가는 건 아닌 것 같아 포기했다.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이거.”


그때 민지아가 어디선가 사 온 도넛을 들이밀었다.


마침 배고팠는데 잘됐다 싶었다.


“고마워. 잘 먹을게.”


“아니 너 말고.”


민지아는 손가락으로 내 어깨의 가방을 가리켰다.


“아르 주라고.”


“아.”


“히히. 장난이야. 아르는 이거 줘.”


민지아는 주머니에서 꺼낸 육포를 건넸다.


육포를 받은 아르는 ‘아르릉’거리며 육포를 뜯어댔다.


“..근데 왜 여기 있어?”


“응?”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나 친구 없는데?”


“?”


“?”


민지아는 유능한 버퍼다.

버퍼는 수요가 많다.

친구로만 지내도 훗날 도움받을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민지아와 친해지려는 학생이 많았다.

학기 초 민지아와 SNS 팔로우를 하려던 학생들만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친구가 없다고?


“너 인기 많지 않아?”


“음.. 그럴걸?”


“근데 왜 친구가 없어?”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니.”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진짜 너무한다. 친구 없는 걸로 뭐라 그러고...”


“아니아니. 그런 말이...”


민지아는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히히. 장난이야. 사실 그냥 사람들한테 관심이 별로 없었어.”


한창 왕따를 당하던 시절.

세상이 나를 왕따 시키는 게 아니라, 내가 세상을 왕따 시키는 거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생각은 자기 합리화였다. 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런데 민지아는 진짜다.


이 녀석이 바로 말로만 듣던 ‘자발적 왕따’였던 것이다.


어쩐지 민지아와 같이 있으니 주변에서 시선이 느껴지곤 했는데, 이런 이유에서였나 보다.


친해지고 싶었지만 친해질 수 없었던 그녀와 함께 다니는 저 녀석은 대체 뭔가. 하는 시선이었나 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


민지아는 내 가방 속의 정체가 궁금해서 나랑 친구 하자고 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의 비밀을 알게 된 지금, 여전히 나랑 친구 하는 이유가 뭐지?


“근데 나랑은 왜 친구 해?”


“귀여워서.”


“..어?”


“아르 말이야. 아주 그냥 귀여워 죽겠어.”


“아.”


“왜. 기대했어?”


“뭐래.”


자꾸 이렇게 선량한 남고생의 순정을 흔들어 놓았다간,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 수밖에 없다.


**


비행기에 타는 건 순조로웠다.


공항 직원이 아르를 보며 ‘이게 맞나’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와 민지아가 애써 강아지라고 열변을 토하자 통과할 수 있었다.


더구나 보자기로 꽁꽁 싸매 얼굴만 뿅 나오게 해놓은 상황이었기에, 뿔이나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알ㄹ..앙!]


심지어 짖는 법도 가르쳤다.


사실 수학여행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는 일은 흔치 않다.

아마 과거에는 불가능했겠지.

관리하기도 어렵고, 행여나 사고가 나면 선생님들 책임이 될 테니까.


하지만 마법이 생기고 테이머들이 출현하기 시작하며, 수학여행에 반려동물을 데려가도 되는 문화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아르는 들키면 안 되는 존재이기에 학교엔 알리지 말까 고민했지만, 그랬다가 보안 검색대에서 걸리면 되려 골치 아파질까 신고했다.


다행히 선생님들은 별 관심을 주지 않았다.


비행기 옆자리는 전투 마법 대련을 겨뤘던 현종우였다.


녀석은 한우희와 떨어져 앉는 것이 아쉬운지, 왠지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지난 대련 좋았다.

한우희랑 사귀는 거냐.

니 방패 쩔더라.


말을 붙인다면 붙일만한 대사 몇 가지가 떠올랐다.

하지만 굳이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다.

나는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사람한테 먼저 말을 걸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니까.


녀석도,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어색하고 조용한 기류 속에서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느리게 움직이네. 싶더니 전속력으로 달렸고, 이내 가을 하늘을 가로질렀다.


붕 뜨는 느낌이 묘했다.


옆자리의 현종우가 움찔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얘도 비행기 처음 타 보나.


아르는 평소에도 날아다닐 수 있는 녀석이라 그런지 별 느낌 없어 보였다.


그저 무릎에 얹어둔 에코백 속에서 민지아가 준 육포를 뜯고 있었을 뿐이다.


하늘에서 바라본 세상은 넓었다.


세상은 넓었지만, 인간의 흔적들은 작았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풍경이 구름에 가린 아쉬움을 뒤로한 채 책자를 읽어보고 있을 무렵, 순식간에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에 도착하자마자 공항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정갈한 한정식이 나오는 식당이었는데, 우리 학교는 단체 손님인 관계로 비빔밥을 준비했다고 했다.


제주도에 와서 처음 먹는 음식이라 괜한 설렘이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비빔밥이었다.


식사를 마치자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바람 마법이 상용화됨에 따라 차를 타지 않고 마법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 덕에 차 막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이것도 좀 먹어봐.”


민지아는 공항에서 사 온 감귤 초콜릿을 건넸다.


자꾸 먹을 걸 받아먹고 있으니 왠지 사육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 아르도 줄게.”


[아르?]


“아르가 이거 먹어도 돼?”


“초콜릿.. 안되나?”


“강아지들은 초콜릿 먹으면 안 되잖아.”


“그치만 얜 드래곤인걸..”


에코백 안에서 초콜릿을 오물오물 먹는 아르를 보며 이동하다 보니, 으리으리한 크기의 호텔에 도착했다.


분명 수학여행비가 그리 비싸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에서 돈을 꽤 쓴 모양이다.


숙소는 2인 1실이었다. 수학여행 하면 한 방에 우르르 들어가는 것이 다반사지만, 우리 학교는 돈이 많은지 2인 1실을 잡아줬다.


1인 침대 두 개와 깨끗한 화장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방이었다.


우리 반은 홀수다.


서하가 빠지는 바람에 짝수가 됐지만, 남녀를 한 방에 묶어둘 순 없는 노릇이다.

그런고로 남학생과 여학생 한 명씩은 독방을 쓰게 됐는데,


그게 나였다.


무작위로 정하려던 방 배정은 김호창의 권유로 ‘전투 마법 시험 성적 우수자’가 독방을 쓰도록 바뀌었다.


우리 반의 성적 우수자라면, 바로 나다.


사실 누군가와 같은 방을 쓴다면 아르를 들킬 위험이 있어 걱정되던 차였는데, 다행이다 싶었다.



똑똑똑-


이건 문에서 노는 소리가 아니다.


벽 너머에서 벽을 두들기는 소리였다.


똑똑똑-


전투 마법 시험의 성적 우수자는 나 혼자가 아니다.


나와 결승에서 붙었던 상대.


“바로 옆 방이네?”


민지아.


민지아와 나란히 방을 쓰게 됐다.


뭐, 어차피 숙소는 개인적인 공간이라 옆 방이든 아래층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래도 김주혁 같은 녀석이 옆 방이 아닌 게 어딘가.


나는 짐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4시까지 자유 시간이라 했으니 3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생겼다.


[아르?]


아르는 방 안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구경하는 듯했다.


집에 누워있는 것과 호텔 침대에 누워있는 것은 달랐다.


호텔 침대가 더 푹신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히 그것에서 오는 느낌은 달랐다.


제대로 ‘휴식’하고 있다는 느낌.


아르가 나타난 후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던 탓에, 정말 간만에 휴식하는 시간이 생긴 느낌이 들었다.


폭신한 매트리스에 누워 최근 몇 달을 돌이켜봤다.


아르가 나타나고, 수행 평가에서 만점을 받았다.

유민혁에게 저항도 해봤고, 전투 마법 시험에서 1등을 했다.


그리고.


서하가 사라졌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때 나와 했던 대화 때문일까.


평소 서하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던 탓에, 나는 서하가 사라진 이유를 추측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눈이 감겼다.


비행기를 처음 타 본 탓인지 피곤함이 몰려와 잠이 들락 말락 하던 순간이었다.


똑똑똑똑똑-


아 진짜.


나는 소리를 칠까 싶다가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보냈다.


- 왜?


- 심심해.

- 심심하다고.

- 야.


똑똑똑똑똑-


아르가 소리 나는 벽에 다가가 갸우뚱했다.


“내버려둬. 신경 안 써도 돼.”


[아르?]


“슬슬 나와라 얘들아!”


아.


좀 잘까 싶었는데.


선생님의 부름에 강당에 모였다.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친한 친구들끼리 모여 떠들고 있었다.


“아니 심심하다고. 왜 문자 씹어?”


민지아도 내 옆에서 쫑알대고 있었다.


“잠들었어.”


“거짓말.”


“진짜.”


“지옥에서 올라온 불꽃이여...”


“아아아알았어. 미안해. 답장 잘할게.”


“흥.”



1일차 일정은 별거 없었다.


혼자 돌아다니지 마라,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한테 전화해라, 아프면 말해라 등 뻔하디뻔한 안전 교육을 마치고, 앞으로 있을 수학여행의 일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됐다.


호텔 식당에서 간단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앞으로 있을 수학여행의 컨셉 하나를 알려주겠다고 했다.


바로 ‘마니또’.


같은 반 친구들 중 한 명을 무작위로 배정받고, 이번 수학여행 도중 그 친구의 마니또가 되라는 것이었다.


정말 귀찮은 일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 마니또가 선물이나 편지를 챙겨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러니까, 나도 안 하고 싶다.


...라고 말하면 선생님한테 혼나겠지.


당연히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는 본인을 제외한 모두에게 비밀이다.


그런고로, 나는 내가 누구의 마니또가 돼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쪽지를 받았다.


누가 됐든 미안하게 됐다. 나는 마니또 역할을 열심히 수행할 생각이 없다.


편지라곤 써 본 적도 없고, 선물을 사 주기는 귀찮다.


그래서 마니또가 누구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쪽지에 적힌 이름을 보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김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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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수학여행 (1) 24.07.27 16 0 12쪽
11 11화 민지아 24.07.26 19 0 11쪽
10 10화 전투 마법 시험 (4) 24.07.24 20 0 11쪽
9 9화 전투 마법 시험 (3) 24.07.23 21 0 11쪽
8 8화 전투 마법 시험 (2) 24.07.22 22 1 11쪽
7 7화 전투 마법 시험 (1) 24.07.21 27 1 11쪽
6 6화 파이어 크로스 24.07.21 27 0 11쪽
5 5화 유민혁 24.07.15 33 0 12쪽
4 4화 수행 평가 24.07.09 37 2 11쪽
3 3화 아르 (3) 24.07.08 48 3 11쪽
2 2화 아르 (2) 24.07.06 58 2 11쪽
1 1화 아르 (1) 24.07.06 6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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