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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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잎
작품등록일 :
2024.07.07 19:38
최근연재일 :
2024.08.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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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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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황자 피온

DUMMY

[황제가 되겠느냐 피온?]


내 기억 속 아버지가 나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아버지가 그때 어떤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와 긴 이야기를 한 후 나에게 하셨던 말씀이었던 것 같다.


그때 나의 대답이 달랐더라면.


내 운명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헉! 헉!!”



뛰고 또 뛴다.


이미 반란군들은 황제와 황후의 목을 쳤다.

황녀는 어디로 가버린 건지 알 수 없다.

남은 것은 단 한 명.


나 피온 메리 올덴이다.



황궁밖에는 이미 수없이 많은 병사가 둘러싼 상태, 더 이상 도망갈 곳은 없다.

나는 점점 더 황궁 깊은 곳으로 들어갈 뿐이었다.


프리멜다라 불리는 방.

그곳으로 향하였다.




“헉......허억.........하..........”


가만히 벽을 짚는다. 어느새 도착한 방 앞.


거대한 홀의 정원과 그 가운데 놓인 거대한 동상.

제국의 건국 초기 가장 큰 죄인의 형상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동상.


그의 시선은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왜 죄인의 모습을 이리도 크고, 웅장하게. 황국의 가장 깊숙한 곳에 세워났는지는 아무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내 아버지인 황제 폐하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유에서든 이곳을 방문하지 말라는 황가 일원들 사이의 공공연한 불문율.


나 또한 이곳을 처음 와 본다.


다섯 번의 생애를 반복하면서도.




쿵. 쿵. 쿵.


꽤 멀리 따돌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벌써 이곳까지 거의 다다른 것 같다.

이 방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황실의 일원들.

그렇다는 건.



피온은 자조하였다.


“벌써 거의 다 왔나 보군.....그럴 수 밖에 없나.........”




쾅!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기사들.

그리고 나의 형.


은빛으로 빛나는 기사들의 갑주 사이를 가르고.

제국의 다음가는 태양이 다가온다.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피온........”



어둡고 내려앉은 눈동자. 환하게 빛나던 금안과 벽안이 아름답던 나의 형제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이 순간이 나의 다섯 번째 삶의 마지막임을 알기에. 그동안 내가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무엇이 부족하셨습니까?”


“.....”


“대체 뭐가 그리 이르게도 가지고 싶으셨습니까? 결국엔 당신의 손에 떨어질 그 황위가 그리도 빨리 가지고 싶으셨습니까?”


“........”


“황제께 일찍 가지고 싶다고 말씀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럼 이렇게 손에 피 묻히시지 않고, 아주 고스란히 가지셨을 텐데.”




그토록 첫째 아들을 사랑하시던 그분이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나 또한 그의 황위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로 복종하였을 것이다.


도대체 왜.....왜 그런 것인가.


나의 질문이 듣기 싫었던 것일까?


그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로. 기사들에게 손짓으로 명령하였다.

그러나 기사 중 누구 하나 쉽게 나서지는 못하였다.




피온 메리 올덴.


8살의 어린 나이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황실로부터 버려졌지만

18살의 나이에 검 하나를 가지고 단신으로 성 하나를 함락시키고 적장의 목을 끌고 황궁으로 스스로 걸어들어온 자이다.


그런 그를 정면으로 마주 볼 기사가 누가 있을까.


그러다 기사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황태자의 눈치를 보더니 큰 소리로 말하였다.



“걱정하지 마라! 이곳이 어디인지를 잊었는가!”


그렇다. 이곳은 황궁.

고대부터 시작된 결계 때문에 그 어떤 힘도 통하지 않는 곳이다.


큰 소리로 외친 늙은 기사의 말에 다들 용기라도 얻은 것일까.

한 명. 두 명씩 앞으로 다가오더니. 가장 어린 기사가 내 앞에 선다.




“하..하하..하”


길다면 길었을까......


이제는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니면 계속해서 이 저주를 감당해야 되는가.


어린 기사는 망설임 끝에 검을 휘두른다.



푹!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검.

검신을 타고 피가 흐른다.


검을 휘두른 기사는 자신이 황실의 핏줄을 해하였다는 사실에 겁이라도 난 것일까. 손을 벌벌 떨며 검을 놓는다. 뒤로 천천히 뒷걸음치던 난 아까 그 동상에 등을 기댄다.



입가에서 피가 쏟아져 나온다.

나는 앞으로 이 제국의 태양이 될 남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의 시선을 느낀 황태자 타이온.

그는 자기 얼굴에 튄 피를 손수건으로 조심스레 닦으면서 말했다.



“너에게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


“우리. 만나지 말자꾸나 피온.”




끝까지 잔인한 형님.


고개를 든다. 뭘까......죽을때가 되니 착각을 하는걸까?


거대한 동상이 마치 나를 내려다보는 듯. 시선이 내려가있다.


마치 내가 죄인이라고 선고받는 기분.

나의 죄를 그가 알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무엇을 잘못했단 말인가.

내가 왜




‘기회가 있다면 그때도 같은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여전히 황제가 되지 않겠다고 말할 것입니까?’




오래전 어떤 지나가던 이가 나에게 했던 말.


기화라.


나는 내 가족을 사랑했다.

그렇기에..........우리가.....어릴적처럼 서로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렇게 미련하게 돌아오고 또 돌아왔다.


어떠한 이유에선지 나는 죽은 후 과거로 돌아갈 수 있었다.

8살. 내가 황실로부터 버려졌고, 5년이 지난 13살 무렵 나는 유일하게 의지하던 이도 허무하게 잃어 대륙의 끝에 혼자 남았을 때로 끊임없이 되돌아갔지만

언제나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내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려고 최선을 다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 끝은 황궁의 발을 들여보지 못한 채로 죽임을 당하였다.

제국은.

2황자가 황실로 돌아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5번째의 생에 끝에 이 황궁으로 돌아왔지만 그 최후는..........


결국 죽음이었다.



피온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게........다음생이 또 주어진다면........나는..............”




그는 지난 삶이 스스로 너무 불쌍해서.....볼을 타고 눈물이 떨어진다.

피온은 다짐했다.




“나는....나는.......반드시”






황제가 되겠다.







그 순간.


[아주 좋은 다짐이구나]


환청인 것일까........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는 기분 좋다는 듯 낮게 웃음을 흘린다.

그때였다. 동상의 눈빛이 금색으로 빛나던 것이.

나만 보이는 것인지 다른 이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듯 보였다.


[내 손을 잡으라]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이것뿐이라면 무엇을 못 할까.

피온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끝이 자비롭게 내려와 있는 동상의 손끝에 닿았다.

그리고 빛났다.

갑작스러운 빛에 모두가 당황하였다.



“당장 피온을 잡아라!”



황태자는 당황한 채로 소리를 질렀고, 기사들은 허둥지둥 피온을 향해 달려왔지만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모든 것은 포르스의 계획대로였다.


씨익


빛나던 동상. 포르스는 그들을 향해 웃는다.

아주.....아주 즐겁다는 듯이 웃는다.



“저것은........”



황태자 타이온은 두려운 것을 본다는 듯 두 눈의 동공이 떨리고 있었다.

황위와 가장 가까운 그는 이 목소리의 주인. 동상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인가..


두 눈 중 감겨있던 한쪽 눈이 천천히 뜨기 시작한 포르스.

그는 지금 제법 신이 나 있었다.


어리고 어린 후대의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도,

다시금 이 땅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도.

천천히 단상에서 우아하게 내려오는 그는 아주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툭.


포르스는 그저 작은 손짓으로 흘렸을 뿐이었다.




“으아악!!!!!!!!!!!!”



“델포님!!!”


“괜찮으십니까 아덴!!! 얼굴이..얼굴이!!”



화악!



불길한 모습으로 불타는 포르스의 검은 불길은 그들 몸에 붙어서 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타오르기 시작한다.



툭.


기사들이 들고 있던 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 자리에서 타이온과 다른 기사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는다.

남은 자리에는 이미 전부 타버린 기사들의 재뿐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모두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정말 오랜만에 느끼는구나.”




포르스는 손끝 하나 하나를 천천히 움직여본다.

이 순간을 마음껏 만끽한다는 듯 아주 천천히.

그의 입에서 아주 기분 좋은 웃음이 흘러나온다.

한쪽 손으로 입가를 가려보려 하지만 가려지지 않는 웃음.


그는 그러다 눈앞에 마치 포식자를 만난 듯 벌벌 떨고 있는 타이온과 기사들을 보며 아주 환하게 웃었다.




“어쩜... 그의 모습을 아주 빼다 박았구나. 그토록 내가 그리워하던 모습을”




연극 속 배우의 모습처럼 감명 깊다는 듯 손을 넓게 펼친 그를 피해 타이온은 한 발짝 뒷걸음친다.




포르스는 천천히 다가오며 한손으로 작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숨이 멎을 정도로 정교한 마법진은 포르스의 발밑의 공간을 촘촘히 채워나간다.

그가 한 발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불길한 불꽃이 타오른다.



“마음같아서는.....한껏 찢어 죽이고 싶지만”




포르스는 한손으로 거의 숨이 넘어가고 있는 피온을 가리킨다.




“지금은 내가 좀 바빠서 아쉽구나”




그리고 내뱉는 한마디.



“나중에 보자꾸나......가엾은 것들아”



그의 발밑에서 나온 불길은 벽을 타고 점점 황궁 전체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였다.



챙!


가슴께부터 위로 차오르는 뜨거운 열기와 고통은 더 이상 피온의 정신을 붙들지 못하게 하였다.


검을 휘두른 기사의 검이 튕겨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피온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천천히 감기는 눈...

손의 감각이 점점 없어진다.

피온은 이 감각이 익숙한 이였다.


.. . ................................... ....... ...


.... .......


.....

....


.







새들의 지저귐은 언제나 고요한 아침을 소란스럽게 하였다.

평소와도 같은 천장. 그 사이로 쏟아지는 빛.


황궁에서 쫓겨난 8살짜리 꼬맹이.

그로부터 지난 5년의 세월.


그의 풍경은 앞으로 이런 풍경일 것이다.


쳇바퀴처럼 언제나 똑같은 아침.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슬슬 일어나는 게 어떤가?”



흔들의자에 등을 기댄 채 책장에 꽂혀있던 동화책을 읽고 있는 왠 불청객이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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