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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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잎
작품등록일 :
2024.07.07 19:38
최근연재일 :
2024.08.04 13:57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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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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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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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계

DUMMY

무섭다.


시선이라는 것은 그저 무심하게 뒤통수에 꽂아 넣는 도둑들의 칼끝과도 같다.

벗어나고 싶어 달리고 또 달리지만 언제나 벗어날 수 없었다.


그림자처럼 쫓아오는 이들 앞에 나는 그저 머리를 비우고 멍하게 앞을 쳐다보는 법 밖에는 배우지 못했다.

어느 때와 같이 허공에 떠 있는 먼지의 개수나 세고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불을 피웠다.


아름답지만 위험한. 타오르는 불꽃을 표현하는 가장 명확한 수식어이다.

거대한 불꽃에 사람들은 정신이 팔려 넋을 놓고 쳐다보았지만


곧이어 몸집을 위협적으로 키운 불꽃 앞에 너도 나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악!!!!!”


“다들 어서 피해!! 빨리!!!”


“디키, 나나!!!! 어서 이리로 오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 하다.


마치 이리저리 뒤엉킨 뱀들의 무리처럼 어느 방향을 향해야 할지 모르고 뒤엉킨 모습은 꽤나 우스워 보였다.


뻔한 얼굴들. 뻔한 생각들. 뻔한 사람들.

시시한 무대 아래 관객들.


남을 관음하며 비웃고 박수를 보낼 줄은 알지만 무대위로 손을 내밀줄도, 혹시나 무대위의 배우가 자신들과 같은 관객석으로 오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여우들.


그러나 그런 관객이기에 반응과 흐름을 이끌어 내는 사람들.

바보 같지만 강한 집단


그런 사람들에게 언제나 휘둘리고 당하던 것은 나 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지금 무대 위의 배우들은 그들이고,


나는 관객이다.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의 시선 끝에 못보던 얼굴이 나를 직시한다.


쿵.


가슴을 두드리는 듯한 울림.

단순히 눈을 마주쳤음에도 느껴지는 감정.


눈칫밥만 먹어서 그런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짐작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근데 왜일까........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단 한번도 내가 받아본 적 없는 감정들을 받는다.


뭘까.



그는 무섭다.


다른 의미로.



타박 타박



그가 내게 온다.

그리고 인사를 건네온다.



“반가워요 내 이름은.........로니. 로니 카레닌 이라고 부르면 되요”



로니......이름도 예쁜 사람


뭔가 예쁜 사람이다.



황금빛 눈동자는 여느 태양보다 더욱 환하게 반짝인다. 그러나 오묘한 보랏빛의 음영은 그를 예언자로 만들어 주는 듯하다.


노을의 밀밭 사이에서 방금 막 뽑아놓은 듯한 그의 머리카락은 불꽃의 열기 때문일까. 아니면 빛 때문일까.


더 밝게 빛나고 있다.



뒤로는 거대한 건물이 불길에 휩싸이며 굉음을 내며 무너지고 있었다.

그러나 저토록 잔인한 꽃을 피운 남자는 이토록 신성해 보인다.


아니러니하다.


그때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폭발하며 거대한 파편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본다.



“위험해요.”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다.



쿵!!!


아까 있던 자리에 파편이 떨어지면서 땅이 조금 움푹 파였다.

맞았으면 좀 아팠을 거다.


물론 상관은 없었겠지만.


아무도 내가 아픈 거에 관심이 없어 어느 순간 나도 관심이 없어졌다.

그러나 눈앞의 이 사람은 아닌 듯 하다.



“왜 멍하니 보고만 있어요.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



자신을 루니라 소개한 남자는 조금. 화가 나 보였다.



“화상은 쉽사리 지워지는 상처가 아니에요. 피부안쪽까지 스며들죠. 아주 오래.”


“........고맙습니다.”


“.....이러니 그런게 생겼지.”


“네?”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자서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지만 나한테 알려주지는 않았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니 이쁜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


쾅!!!!!!!


마을의 중심을 버티고 앉은 오래된 오페라하우스가 마침내 무너지면서 주변의 수십개의 비명을 던진다.


하나 둘. 이곳을 향해 떨어진다.



“내 손 잡아요.”


“네?”


“일단 여기서 나와야죠. 너무 덥기도 하고.....보는 시선들 영....기분이 좋지않네요.”



그제서야 이곳을 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의 눈이 보인다.

저게 내가 항상 보던 건데.


고개를 돌려 다시 이사람을 본다.



“.....그러네요......”


“내가 앞장설게요. 내가 이쪽 지리를 아주 잘 알거든”



그순간


씨뻘건 잔해들이 그에게 닿으려고 하는 순간 그에게 닿기도 전에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황금빛으로



펑! 펑! 펑펑!



비현실적인 광경. 별가루가 떨어지는 드한 광경에 나는 넋을 안 놓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때쯤부터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가 ‘별’이 아닐까......


손을 내민다.



“잡아요”


“.........”



조심스럽게 손을 잡았다.


내가 손을 잡자 기분이 좋은지 내 손을 조금 오래 쥐던 남자는 나를 강하게 이끈다.

그리고 그 등을 멍하니 바라본다.



“......”


“..왜요? 할말이라도 있어요?”


“아니요. 아니에요”


누군가 나를 이끈다는 느낌.


주변은 뜨겁고 당신과 내가 쥔 손은 따뜻해 내 마음은 뭔가 몽글하다.

이끌린다는 느낌은 좋은 거구나.











“저기......”


“응?”




아 너무 세게 쥐고 데리고 왔나?


그치만 그 시선들 속에서, 그 공간에서 잠시도 그를 있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인간들이란. 그리고 대중이란 참으로 가볍고 무섭다.

그들은 갈대 같은 마음에 쇳덩어리 같은 무게를 가지고 꼬리를 흔드는 고양이 마냥 흥미를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무지한 머리와 함께하는 힘은 언제나 그랬듯 불행한 피해자를 낳곤 한다.


살짝 불그스름하게 올라오는 발렌의 손목을 보니 조금 미안해졌다. 가던 길을 멈춘 후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발렌과 조심스럽게 눈을 맞춘다.


마을에서 중심에서 한참나와 입구에 있는 작은 다리까지 왔으니 주변에 더 이상 쫓아온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눈가 주변은 손목만큼이나 붉은 것이 아마도 울어서 눈이 부은 흔적처럼 보였다.

조심스럽게 손목을 쓰다듬으면서 말하였다.




“이름이 발렌이 맞나요?”


“......저를 알고 있으세요?”




알기만 할까.....


역시나 그는 어릴 적의 발렌이 맞았다.


사실 처음 본 순간 자신이 잘못 볼 리가 없었다. 그러나 확실하게 확인을 받으니 가슴이 묘하게 울렸다. 둥 둥 거리는 느낌.... 마치 커다란 북으로 가슴께를 치고 있는 느낌이다.


발렌과 내가 처음 만났던 그 순간.

그때에도 이만큼 가슴을 북으로 치는 듯 하였다.



“왜 울어요....?”


“네? 내가 울고 있어요?”


“네....”



그제서야 볼을 타고 흐르는 느낌에 조심히 볼을 쓸어내린다.


너무 오랜만에 봤다.


그를. 그리워 하던 당신을

볼을 슬쩍 닦아내며 그에게 말하였다.



“좋아서 그래요. 너무 좋아서”


“좋아도 울어요.....?”


“너무 좋으면요”



울면서 웃고.


혼자 별의별 짓을 다한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울었던 적이 언제였더라.

그와 처음 만나던 날. 당황했지만. 그 말을 들은 난 울어버렸다.


지금처럼 기뻐서는 아니였다.


분해서. 그가 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물론 그의 말이 진심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얼마 안걸렸지만.



‘그때 발렌이 나한테 한 첫마디가 뭐였더라....’



너무 옛날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조금만 생각하면 기억이 날 듯도 싶었다.



뭔가......화창한 날씨는 아니었다............. 그래 그날은 비가 왔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거 마냥

차박 차박



「혹시 내가 한가지만 물어봐도 될까?」


「말걸지마..........」



그 추운날. 마을 입구의 나무 밑에서 비를 맞고 있던 나한테 다가온 사람.


그사람이 그 다음 한 한 마디에 나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한마디는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지금이랑은 정반대였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청록빛의 녹안에 눈을 맞추며 말하였다.



「혹시........내__되지 않을래?」


“혹시 내 아들이 되지 않을래요?”


“................네?”










"음........너무 멀리 도망가 있는거 아니에요?“


이런....만난지 얼마 안된 상태에서 너무 진도를 빠르게 뺀 것 같다.

어버버 거리면서 다음에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가 제법 귀여워 보이는 그였다.

언제나 그와 나의 관계에서 놀리는 쪽은 발렌이었다.


조그마한 꼬맹이를 놀려먹는게 뭐 재미있는 일이라고 그렇게 신나게 놀려대는 것이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와서 그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살짝 안심하게 해줄까.




“부담스러웠죠? 미안해요. 너무 긴장하고 있는 있는 것 같아서”


“.....네”


“농담 한 번 해본다는게 좀 과했나보네요. 머물고 있는 곳을 알려주면 그곳까지 데려다줄게요. 다들 쫓아 올 수도 있잖아요. 그쵸?”


“........”


“거기까지만 데려다줄께요.”




대답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살짝 끄덕인 고개를 보며 조금은 안심을 하였다.


조심스럽게 잡아 쥔 작은 손목

하나 하나 처음 만났을때의 그와 비교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남자들 중에서도 꽤나 덩치도 크고 손도 컸던 전과 비교했을때는 아주 작은 아기손이였다.



“...아니거든요...”


“응?”


“아기손 아니라고요”



내가 잡은 손목을 힘줘서 놓아버린다.


실수로 입 밖으로 말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아기라고 하니깐 발끈하는 모습이 진짜 어린애 같아서 귀여워 보이긴 한다.



“그럼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물어봐도 되나요?”


“.....”


“내가 또 헷갈리면 안되잖아요”


“......15살이요.”


“...15살이요....?”



아무리 높게 쳐줘 봐도 이제 겨우 11살? 13살쯤 됐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나이에 깜짝 놀랐다.


그와 처음만났던 날 그의 나이는 30살. 딱 15년전이다.



“생각보다 어리네요........”


“...네”



발렌이 살짝 앞서서 걸으면 그 뒤에서 발을 맞추며 걸었다.

조금 급하게 빨리 걷던 발은 지쳤는지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근데 나를 자꾸 뒤돌아서 쳐다보는 듯 하다.



“응?. 무슨 할말있어요?”


“아..아니에요”



뒤돌아서 자꾸 나를 보면서 또 눈이 마주치면 이상하게 고개를 휙 돌리고 앞서서 간다.

그러다 뒤돌고 천천히 가고를 반복한다.


아. 발을 맞춰주는구나


아닌 듯 다정한 사람. 잊지 못하던 당신이 맞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법 숲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는 듯하다


바사삭


발밑에 쌓이는 나뭇잎의 개수가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니 이곳이 제법 숲의 중심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숲속에만 오면 왜일까?

습관적으로 눈을 감게 된다.



천천히 감기는 눈 위로 따스한 햇살이 눈꺼풀 위에 조심스럽게 떨어진다.

햇살이 너무 무거워 눈을 못 뜨겠다.


눈을 감고 천천히 걷고 있지만 그렇다고 앞이 안 보이지는 않다.

흐름.


아주 오래전 내가 어릴 때부터 이 흐름들은 언제나 나의 편이었다.

내가 어디를 가고 있는지 누가 있는지 빠짐없이 알려준다.


그러니 내가 이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법을.


그리고. 나의 눈앞에 있는 이토록 다정한 흐름을 뿜어내는 이를.


옛날부터는 그는 마치 햇빛 위에 말려놓은 목화솜 같았다.



“가는 길이 꽤 머네요?”



아까 마을 입구서부터 부지런히 걸었지만 꽤나 깊이 안쪽으로 들어가 조금 놀랐다.

그리고 길 자체가 좁아진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는 살짝 뒤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쪽은 사람들이 잘 안다녀요.”



자기 할말만 하고 다시 앞을 보고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다.


어떻게 해서도 비스듬 나오는 웃음은 참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지금 굉장히 들뜬 상태인 것 같다.

도착하기전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말을 걸어본다.



“이 길은 처음에 어떻게 찾았어요?”


“..........”


“길이 복잡해 보이는 게 어린애가 자주 다닐법하진 않는데....?”


“........먹을거 구하다가요..”


“사냥 같은거 하다가?”


“맞아요”



하긴 아까 숲의 입구부분엔 동물이라고는 꼬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정도 들어오니 동물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나무에 붙어있는 생물 보보나.

나무에 붙어 광합성을 하면서 수액을 먹고 살면서 많은 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숲의 생태계에는 절대 없어 서는 안되는 생물이다.


그런 보보나가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는건 자연스럽게 보보나를 먹는 생물들도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거의 다왔어요.”


“그래요?”




애기를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다왔나 보다.


“여기에요”



성큼성큼 앞서 걷던 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을 뻗어 한 건물을 가르킨다.




“........네?”




저걸 집이라고 불러야 되나?

그냥 폐허라고 불러야 하나.


탁 탁


발렌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연다.


문 안에는 더 가관이다. 청소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다 쓰러져 가는 나무 벽은 천으로 이리저리 가려보려 해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부서져 있었고, 가구라고는 작은 침대 와 선반, 탁자가 전부였다.



“그...잠시만요. 제가 집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건 처음이라서요”



굉장히 쑥스러워 하면서 안쪽으로 달려가는 그를 보니깐.....음...뭐랄까.



“이상했다”

“네?”


“아...생각한다는게 말로 나왔네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네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물이라도 드릴게요”




조그마한 키 조그마한 손으로 이리저리 선반을 휘적이다가 오래되어 보이는 유리병을 집어들고 온다. 그리고는 성인 손 사이즈 만한 꽤 큰 크기의 머그컵에 물을 졸졸 따라준다.




살짝 컵을 들어 한 잔 마신 후에 천천히 돌아본다.

천장은 제대로 막혀있지 않아 나뭇잎이랑 햇빛이 선선하게 들어온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어린아이가 살기엔 좋은 곳이 아니었다.



“집이 아늑하네요.”


“...그래요?”


“네 햇빛도 선선하게 들어오는 것이 정말 예쁜데요?”



자기가 사는 곳이 별로라고 했을 때 좋아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 집이 칭찬을 받았다는 사실에 마치 스스로가 칭찬을 받았다는 듯이 고개를 푹 숙이며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정말.


적응이 안된다.


그의 이런 모습이



“그래도 혼자살면 꽤 힘들겠어요. 그렇지 않아요?”


“음...그렇긴한데 막 엄청 외롭지는 않아요”


“엄청 씩씩한 편인가 보네요”



집을 천천히 둘러보았을 때 확실히 어른 손이 닿은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발렌. 그와 처음 만났을때부터 그에게 부모님이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어린나이서부터 홀로 지내왔는지는 몰랐다.


아무런 흑심 없이 여기까지 따라왔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의 은인이. 한때 양아버지였던 존재가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모른척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밥이나 먹고 다니는지 궁금하네.



“주변에 뭐 먹을거라도 갔다주는 사람이라도 있어요?”


홀짝

“딱히 없어요. 먹고 싶은 건 보통 제가 구해요...아까 말했듯이 주변에 동물이 꽤 많이 있어서 여기까지 들어온 거에요”



스스로 사냥을 한다는 것이 맞는 듯 한쪽 구석에는 날이 서린 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렇게 좋아 보이는 검은 아니었다.


그치만 관리를 잘해서 그런지 광채가 있었다.



물을 홀짝거리면서 말하는 모습이 정말 귀엽다.

도와주는 어른도 없다라........딱히 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저 조그마한 키로 어떻게 먹을거를 구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나의 결심을 빠르게 시켜주기는 하네.


이 상황이.



“마음먹었어요”


“....네?”



만약 자신이. 정말 이 모든게 환상이 아니라 과거로 온 것이라면. 누가 나를 이곳에 보냈는가는 이제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하나 제안해도 될까요?”



나는 지금 이순간 다짐하였다.

나의 새로운 삶을. 그리고 시작을. 무엇에 써야 할지 감이 왔다.


나는 짐짓 진지한 얼굴로 턱을 괴고 말하였다.



“혹시 나랑 같이 살래요?”


풉!


마시던 물을 뿜을 정도인가?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계속 하고 싶은 말을 하였다.



“내가 하나 하고 싶은 게 있거든요. 음.....일종의 자선사업 같은 거라고 생각해줘요”


“자선사업이요?”



아주 오래전부터 현자라 불리던 이들은 말하였다.

‘한순간의 변화만으로 예정된 미래의 실을 끊어낼 수 없다’


그럼 실을 아예 처음부터 다르게 짜는 것이다.

나는 그럴만한 힘이 지금 있으니까



“내가 당신의 보호자가 되어줄게요. 당신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번 생엔 당신을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당신을 알아갈 것이다.





“나는 당신이 좋거든요.”





그리고 그럴려면 또 한 명. 조력자가 필요하다.



“물론 당연히 공짜는 아니에요.”


“네?”


“그쪽 안에 친구가 같이 살고 있죠? 내가 그런 유형들을 좀 잘 알아요”


“...뭐라고요?”


“이런 말 처음 들어보겠지만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들어요”



인간들의 틈바구니 사이에 있는 존재들


발렌.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싸우면 싸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힘. 많은 존재들이 그의 그런 힘을 탐내고 가지고 싶어했지만 그것은 가지고 싶다고 가질수 있는게 아니었다.


턱을 괴고는 눈동자로 그의 청록색 눈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빤히 쳐다보는 눈이 부담스러워 고개를 돌릴법도 한데. ‘안’의 존재가 나를 제법 흥미로워 하는지 자의라고 착각을 시킨 채로 같이 내 눈을 바라본다.


건방지긴


살짝 흐름을 바꿔주었다



치지직!



“악!!!”



순간 그의 눈에서 불꽃이 튀더니 눈에서 피가 조금씩 나기 시작한다.

너무 미안하지만 그는 이정도는 자극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존재니깐.


어쩔 수 없다.



“해가 지네요.”


“...........”


“이제 당신의 시간인데. 내숭부리지 말고 나와줘요”



한 낮의 따스한 햇빛은 그의 이불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양지바른 곳에 집을 마련한 것일 거다. 영악한 악마는.

밤의 여신이 고요한 행진을 계속하고, 집 사이사이로 들어오던 빛들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밤이라 하여도 근처에서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니 얼마나 주변에 괴팍하게 굴었으면 그럴까?”


“.........”


“내가 당신을 어떻게 아는지 궁금하죠?”


“............”


“말하지 않을 거면 듣기만 하세요”


“............”


“당신은 아직 쓸모가 있죠. 지금 당장 그의 몸에서 나와버리거나 죽어버리면 발렌.....그는 .안타깝게도 버티지 못할지도 몰라요. 난 그게 싫거든요”



그와 나의 관계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원수이다.


찢어 죽여도 모자랄


아주 오래전부터 발렌의 몸속에 자리한 기생충......함부러 꺼낼수도. 죽일수도 없는 존재. 하지만 상대에게 나의 힘을 부풀려 보이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세계에는 가장 어두운 존재들이 있다.

‘악’ 그자체.


단순히 어둠을 좋아하는 종족들이나. 흑마법이나 주술을 쓰는 마법사들의 수준이 아니다.


그들은 아주 순수하게 악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도 격이 있다.



“당신이 그 안에 있는 이유는....그 아이가 ‘씨앗’이기 때문이죠?”


“.........”


“얼마나 맛있어 보였으면 그 콧대 높은 [대악마] 께서 직접 기어들어가셨을까.”


[...........]


“그의 운명을 보았죠?”


[그런 것까지 아는가?]



순간적인 공기의 울림.

악마는 인간의 신체 기관인 성대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인간의 ‘말’이라는 행위를 따라 하는 악마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악마들은 그런 행위를 천하게 여긴다.


그들에게 인간은....그냥 씨앗과 가축. 둘 중 하나이다.

공들일 필요가 있는 먹이인지. 아님 당장 먹어도 상관없는 먹이인지.



“제가 아는 게 좀 많거든요”


[그렇다면 나를 알고 있다 한들....너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텐데?]


“그래도 귀하게 공들인 작업에 똥칠하는 법은 알죠”


[........]


“나는 그가 좋아요.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아주 안전하게.....보호해줄 생각이에요.”


[........]


“당신도 그가 완전히 자랄때까지. 그를 소중히 대해야하겠죠. 그의 운명을 본 당신도 알다시피 그는 쉽게 살아남지는 못하겠죠. 물론 그래서 당신의 눈독에 들었겠지만”


[...........]


“당신도 그를 지키는 것에 협조해줘요. 그럼 내가 그의 운명을 더 맛있게 만들 테니까”


[어떻게 맛있게 만든다는 거지?]


“오래오래 살게 할꺼에요.”


[오래오래 산다라........................킥]



숨넘어갈 듯이 웃는 기괴한 얼굴 도무지 아까까지 자신과 애기하던 발렌의 얼굴이라고는 생각이 안들 만큼 소름끼친다.



[카카카카카칵!!!!!]



새까만 눈에 타오르고 있는 시뻘건 붉은 눈동자.


이미 그것만으로도 그가 어느 것을 관장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건방지고 천박한 불꽃 같은 악마.


그래 뭐 아주 맘껏 웃어라 건방진 벌레 자식아.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그만 웃고 저의 얘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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