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책잎
작품등록일 :
2024.07.07 19:38
최근연재일 :
2024.08.04 13:5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75
추천수 :
7
글자수 :
75,451

작성
24.07.15 18:30
조회
12
추천
1
글자
10쪽

계약

DUMMY

복도를 쿵쿵거리며 걷는 피온. 그리고 그 옆에는 에덴이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에덴 그의 키가 커서 그런지 노인임에도 천천히 가는데도 둘의 발걸음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내가 왜 그 사람이랑 차를 마셔야 되는건데”


“좋지 않습니까? 무료한 일상을 여유롭게 달래기엔 한낮의 정원에서의 티타임만큼 좋은게 없지요”


“에덴 당신은 남자랑 단둘이 티타임해본적 있어?”



음....아무래도 남자들끼리 그것도 단둘이 티타임을 하는 것은 오래 살은 에덴 그도 처음 보는 경우이긴 하다.


피온은 잔뜩 기분이 상해 가는 내내 계속 툴툴거렸다.


자기 멋대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아무리 쫓겨난 황자라고는 하나 그렇게 건방진 인간은 처음 보았다.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아무 일 없이 한가하게 방안에만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요.”


“내가 잘못 느끼는 게 아니라면 에덴. 그 이상한 사람이 오고 나서 말이 거침이 없어”



하하하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어버린 노인 에덴은 눈물을 슬쩍 닦으며 말했다.



“황자저하. 제가 항상 말했던 말 기억하고 계십니까”


“또 그 얘기지? 자네가 사람보는 눈 있다는 얘기”


“그치요. 제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있지 않습니까?”



또 똑같은 소리.


도돌이표 같은 말을 몇 번째 하는건지 모르겠는 피온은 고개를 휙 돌려버렸지만 에덴은 굴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의 마음을 짐작해볼 수 있지요. 제가 봤던 그 분의 눈은 탁하지 않았답니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거지?”


“일단 전 그렇게 믿는다는 겁니다”



에덴 그는 피온의 눈을 지그시 쳐다본다.

언제봐도, 어떻게 봐도 맑은 눈. 총명한 시선은 그와 시선을 마주치는 이로 하여금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제가 황자저하를 이리도 좋아하는 것이겠죠”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쑥스러워 하시긴.



“혹시 모르지요. 그가 황자 저하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줄지”


“퍽이나.”



아군은 무슨.

자기가 나가고 자신이 어떤 협박을 들었는지 모르는 에덴은 속 편한 소리나 하고 있다.


탁하지 않은 눈?

웃기고 있네.


나이먹은 노인네에게는 그 눈이 제법 맑아 보였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그가 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런 눈을 한 사람들을 제법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대부분.


수도의 제후들.

그치들과 똑같은 눈이였다.



“오늘 한 번만 예의상 나가는 거니까 그렇게 알아”


“늙은이가 이 정도 징징거리셨으면 좀 들어주실 법도 한데. 말입니다.”


“뭐라는 거야”



실없는 소리를 하는 동안 어느새 스왈도 성의 정원에 도착하였다.

성의 중앙 사각형의 화려하지 않고 깔끔한 정원은 종종 회랑을 지날 때마다 편안해지는 분위기의 향기를 느끼게 해준다.


안 그래도 한 5분 전부터 와있던 포르스는 그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늦게 왔구나”


“하........”


“아침부터 한숨을 그리 내쉬면 되겠나. 앉아 보거라”


“에덴. 당신은 가있어”



피온이 앉으면서 말하자 에덴 그는 고개를 숙이고는 티타임을 도우던 하녀장 베리나와 다른 팔러 메이드들을 이끌고 그대로 물러났다.


고요한 새소리.


간밤에 뭘 했는지 포르스. 그의 눈은 어제보다 살짝 붉은빛이 감돈다. 기분탓인가?

더 이상의 침묵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피온이었다.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사람을 데려다 앉힌 이유가 뭐지?”


“어째 하룻밤 사이에 다시 하대로 바뀌었구나”


“애초에 내가 당신한테 존댓말을 할 이유가 없지”



어제는 정신도 없었고....솔직히 살짝 무서워서 그랬지만 이 대낮에 이런 곳에서 자신을 죽이기야 하겠는가


씩씩거리는 피온이 별거 아니라는 듯 그저 정말 딱 티타임만을 즐기고 있는 듯한 모습에 피온은 더 열이 받았다.




“그전에 우리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무엇을 말인가”


“당신이 누구인지.”



아무리 황궁에서 쫓겨났다고는 하나 그는 엄연한 제국의 황자다.

근데 말끝마다 뭐해라 저해라.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확실히 말해줘야겠어. 당신이 뭐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그때 내 방에 들어온 건지”


“아아 어제 이야기의 연장선을 말하는거지?”



피온과 포르스가 단둘이 남게 되었을때.

포르스는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피온에게 계약을 내밀었다.


자신의 복수를 도우라는

피온 그가 밑질 것은 없다. 다만.

어떤 상대인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에게 나의 인생을 맡길 순 없다.



“당신은 대체 뭐지?”



대체 무엇이길래 이곳 스왈도 성에 아무런 제약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가

대체 무엇이길래 극비에 부쳐져 있는 황실의 상황을 알고 나한테 온건지.


의문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저것. 알 수 없지만 그의 어깨에 있는 작은 기운. 불길하면서도 꺼름칙한 숨결.



“음.......”



포르스는 어떤식으로 어디까지 말해야 할까 고민되었다.

그 모습을 본 피온이 입을 떼었다.



“그쪽은 날 아주 잘 아는 것 같아서 미리 말해두는데”

난 거짓말이 통하지 않아



그때 포르스 그의 어깨 위에 있던 벨이 말하였다.



[포르...스님...날.....보는.......것..같은..데?]



호오


포르스는 벨의 말을 듣고 차를 마시면서 피온을 쳐다보았다.

옆으로 치우치는 동공. 무언가 보이는 게 확실하다.


아무리 내가 힘이 많이 약해져 급이 낮게 소환된 벨이라고 하여도 인간이 보고 싶다고 볼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그 눈은 황실의 유산인가?”


“!!!!”



피온은 최대한 티를 안 내려보려 애썼지만 반사적인 본능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수 세기동안 이어졌다 현재에는 거의 끊겨버린. 그러나 자신의 대에서 다시 나타난.


진실을 보는 눈은 보여주고 있다.


포르스. 그의 뒤에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인 것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단순히 일렁이는 흐름 정도로만 보게 제한을 해두었지만 형상을 보고자 하면 그 형상들이 제법 뚜렷하다.


이미 죽은지 오래되어 백골이 다 된 영혼들이 마치 신처럼 포르스 그의 곁에 서서, 혹은 엎드리며 자비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 어깨 위에 있는 불길한 불의 형상.


어떻게 황실의 비밀인 진실의 눈에 대해서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고 있다면 말이 편해지겠군, 내 눈은 대상에 대해서 흐릿하지만 어떤 이인지 보여준다. 정확히는 어떤 삶을 살아온 사람인지”


“으음~.”


“그리고 당신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악이다



“푸하하하하하!”



악이라

그리 보이는가



“내가 황자를 속여 무엇 하겠는가. 그대의 말마따나 우린 한배를 타야하는데”


“........”


“내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대에게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이유는 그것은 세계의 규칙에 어긋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규칙?”


“알려줄 수 있는 사실이라면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 그리고 내가 100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는 것, 핏줄에 황가와 연이 있다는 것 정도라네”


“천 년?”


“그 영겁의 세월을 살아온 유일한 어둠의 마법사지.”



포르스 그가 있던 시간대에서도 유일했고, 현재에도 유일한.

그는 이어서 계속해서 말하였다.



“또한 내가 직접 복수를 하지 않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다. 지금의 나는 현재의 시간대에 함부로 간섭할 수가 없지. 무언가가 바뀔 정도의 커다란 행동을 조심해야 하네. 이 또한 세계의 규칙에 따른 것이지”


“그 규칙이란게 도대체 뭐지?”


“말해줘도 모를 것이네. 쉽게 말하면. 예상밖에 의한 변화를 두려워한 제한. 그 정도로 설명할 수 있겠군.”




예상 밖의 변화?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된다는 거지?


그리고 아주 오래전 황가와 연이 있다라....그말은 최소한 백작가 이상의 귀족가문 출신이라는 건데.....


피온의 머릿속 셈법이 복잡해질 동안 포르스는 이어서 계속 말하였다.



“그래서 나를 대신해서 행동해줄 사람이 필요하지. 수도에 가기도, 특히 황궁에 들어가기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범한 귀족이라면 황궁의 문턱 그 앞에도 발도 못 붙인다.

포르스 그가 살던 시대에는 그랬다.


궁에서 쫓겨났다고는 하나 그래도 그 핏줄은 황가

결국 맨땅에 굴을 파는 것보단 이미 파여있는 굴이 빠르다는 것이다.



달그락.


찻잔의 차를 한 모금 마신 포르스는 조그마한 각설탕 하나 집어든다.



“황자가 걱정하는게 무엇인지 나도 알고있지.”



사방이 적이고, 무엇하나 믿을 사람도 없지. 어릴적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겠지만 머리가 커가며 자연스럽게 알았겠지 그의 가족이.


정확히는 그의 아버지인 황제가 자신을 버리는 패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믿고 싶지 않은 눈치인 모양이지만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내 복수가 완벽히 끝나는 그날까지 그대를 안전히 지켜주지. 또한. 복수가 끝난 후엔 우리의 관계를 깔끔히 정리한다고 약속하겠네.”



포르스 그의 손에서 굴리던 각설탕에 불이 붙으며 타오르기 시작한다.


타오르는 불꽃의 불씨들은 포르스 그의 주변에서 글씨의 형태를 만들어가기 시작하였다.

피온 그는 이 글씨들을 한 번 본적이 있다.



[예..쁘다....]



벨은 포르스 그의 어깨에 앉아 불로 만들어진 계약의 불씨를 툭 툭 건드린다.


화륵.


난생처음보는 광경에 압도된 피온은 할말을 잃었다.



“구체적인 계획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 일단. 내 힘을 되찾아야 되네”


“...어떻게?”


“이런 일을 대비한 몇 가지 물건들이 있지. 난 그것들을 내 친우들에게 맡겨놓았네”



5명의 친우들에게 맡겼던 다섯 개의 봉인의 성물.

그것만 있다면 일단 모든 힘이 완전히 돌아오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더렵혀져 온 친우들의 명예도 깨끗이 해주어야겠지


“내가 힘을 되찾은다면. 그런 내가 그대를 비호한다면.”



오만하다고 하여야 할까.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포르스의 표정은 나른한 듯 우아하였다.



“감히 아무도 그대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할거야”


“......”


“그대가 황제가 되겠다고 한들 그 누가 뭐라할 수 있겠는가 감히.”


[계......약..]



포르스가 작게 손짓한다.

어지럽게 부유하던 글자들이 피온의 앞에 정렬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소설을 읽기전 24.07.08 15 0 -
15 이야기 24.08.04 8 0 1쪽
14 다른세계 24.07.29 12 0 12쪽
13 다른세계 24.07.29 9 0 13쪽
12 다른세계 24.07.29 9 0 9쪽
11 다른세계 24.07.29 10 0 21쪽
10 다른세계 24.07.29 7 0 13쪽
9 다른세계 24.07.29 10 0 20쪽
8 배신자 24.07.27 12 0 10쪽
7 배신자 24.07.17 12 1 10쪽
» 계약 24.07.15 13 1 10쪽
5 황자 피온 24.07.14 12 1 11쪽
4 황자 피온 24.07.08 16 1 16쪽
3 황자 피온 24.07.07 13 1 11쪽
2 황자 피온 24.07.07 14 1 10쪽
1 Prologue 24.07.07 18 1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