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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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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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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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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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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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계

DUMMY

스윽.


포르스가 피온에게 하나 건넨 동화책.

아주 오래된 듯 보이는 낡은 동화책은 손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이건 뭡니까?”


“나에 대해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베르발렌의 회고록

동화책의 제목이었다.


동화라고 하기엔 책의 두께도, 글씨도 많았다.

이걸 지금 읽으라고 하는건가?



“펼쳐보게나”



마치 유혹의 사과를 건네는 듯한 그의 권유

무언가 위험한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책이였지만 할 수 없었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밖에




첫장이었다.






이 이야기를 나의 위대하시고 현명하신 아버지께 바칩니다.



고귀한 에덴마을의 고아.

그런 나를 거둬준 나의 아버지. 발렌.


그와 그의 기사단과 함께 대륙을 여행하며 단 한번도 행복하지 않았던 나날이 없었다.

그 시간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다.


언제나 비극은 봄바람처럼 스치듯 우리를 강렬히 내몰고 지나간다.


평생을 싸워오던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그를 눈앞에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죽음을 그렇게 지켜보았다.


그의 죽음을 부정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보았다.


그를 괴롭게 한 모든 것들을 죽여보았다.

그의 유산이 대륙 곳곳에 남도록 하였다.

그와 함께하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어 금기시된 마법을 배워 수많은 시간들을 돌아다녀보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그를 만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체념하고, 역사가 흐르는 만큼 잊혀져 가는 그를 영원히 기억하도록 도시를 세웠다.

도시의 건립자이자. 수호자로 오랜세월을 그저 그렇게 흐르도록 지내왔다.


그러다........햇살이 눈부신 그 순간.

그를 다시 만났다.

나는 그때부터 마음을 먹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생엔 반드시 당신을 죽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그의 적을. 내가 직접 치워버릴 것이라고, 그렇게 다짐했다.


마법사. 로니 카레닌의 이름을 걸고 반드시.


그대는 나의 별이었고, 모두가 알다시피 별은 마치 바람아래 촛불과도 같다.

끊임없이 떨어지고 추락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천천히 소진하면서



“잘 갔다오시게”


“이게 무슨 소......”



그리고 그 순간 고요한 장례식 무덤 앞에는 포르스 밖에 남지 않았다.



“이정도면 시간은 충분히 벌겠지 그렇지 않은가 벨”


“....음.그렇죠?”



인간계에 지낸 시간이 꽤 되어서 완전한 형체도 구현하게 된 벨은 말도 더듬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이게 제일 편하다니깐.


포르스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집으며 말하였다.



“그럼 나중에 천천히 즐기다 나오시게나”



따각 따각.


고요한 장례식은 그렇게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



----------------------------------------------




타닥 -


탁-


장작불에 나무가 껍질이 벗겨지듯 코끝을 맵게 하는 냄새는 맨정신으로는 맡을 수 없을 만큼 끔찍하였다.


타박 타박

천천히 걸어가면서 믿지 못할 광경들을 눈에 담고 간다.


멍하니 앞을 보면서 걷고 있으면 불길 때문에 볼이 따갑지만 눈물 만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명 한명 그에게는 세상이었던 존재들이, 거대한 태산같이 느껴지던 그의 인연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요나.....”



가장 용감하던 여인도



“안데스....프림......”



가장 단단하던 사나이와 가장 빠른 사나이들도


쿨럭-


“로나!!!”



가장 현명한 여인 로나. 그녀만이 숨이 붙어있는채로 피를 토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로나!!!”


“허..으..허으....으으....으..”



가슴께 부분을 관통한 거대한 창.


창이 그대로 꽂혀있어 피가 쏟아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몸 곳곳에 상처가 가득하였고, 그녀가 쓰던 지팡이는 두동강이 난 채 바닥에 내팽겨쳐져 있다.


마법사인 그녀가 자신의 지팡이를 직접 휘둘러야 했던 만큼 긴박하고 최후의 상황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만 겨우 헐떡거리고 있는 그녀의 상태는 매우 심각해보였다.

제대로 대답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였다.


심장이 거세게 쿵쾅거린다.


온몸이 거세게 뛰는 심장으로 열이 가득 차오른다.

불안한 마음에 정신은 눈앞의 현실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한 명이 없었다.


발렌.


그가 보이지 않는다.

일단 계속해서 무언가 말하려는 로나에게 응급처치를 해준 후에 발렌을 찾기 위해 더 가야했다.



“됐어 로나 아무말도 하지마 가만히 있어”


“아...허으....하으....”



다행히 창이 꽂혀있는 상태에서 창속에 담겨있는 마나가 그녀의 몸 안의 불안정한 기운들을 차분히 누르고 있었다. 누구의 창인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안데스. 그의 것이었다.


급하게 그녀를 치료한 뒤 앞으로 나아간다.

불길한 모양새의 붉은 장미꽃....혈흔을 천천히 뒤쫓는다.


그리고 걸음을 멈추었을 때..........




보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


제법 말이 많은 사람이였다.

그의 투구 밑으로 빛나는 안광은 그 어떠한 것보다 밝게 빛났었다.


그의 앞에 섰다.

그와 나 사이의 쉼표가 나는 익숙하지 않다.



“.....오늘 유독 말이 없네요”


“.......”



고개를 떨군 채 오직 정면만을 응시하는 두 눈.

이제는 빛을 잃어버린 죽어버린 두 눈.

이것 또한 익숙치 않다.



“속좁은 사람이네요 말 좀 그만하라고 그거 몇 번 말했다고....인사도 안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



많이 힘들었을 것임을 안다.

모든 악마들의 대항자.



제국을 지키는 검은방패

그는 그의 이명대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었다.

정작 자기 자신 한 명은 지키지 못한 것 같지만



[너인가......]



가슴의 정중앙에 선명하게 나있는 상흔. 그리고 흐르고 있는 검붉은 피.

너였구나. 나의 태양을 가린 어둠


검은색 베일을 내려쓴 세 개의 눈. 머리위에 내려앉은 왕관은 악마들 중에서도 그의 지위를 보여주었다.


천천히 내리 뜬 두 개의 눈으로 그를 지그시 쳐다본다.

그리고 입을 뗀다.



[괜찮은 사내이지......결국 주인공은 되지 못한 모양새이지만 말이야......]



주인공이라..

증오스러운 입술을 멈출줄을 모른다.



[넌 이제 무엇을 하겠느냐?]



무엇을?



[살려달라고 빌어보겠느냐...증오스러운 말을 던지겠느냐....울면서 절망을 해보겠는가....?]



하...



[검은양아....어디 한번 보여줘봐라]



하아..하아


[나는 거에게 거는 기대가 깊으니]



하아..하아...하아



[‘선’ 아닌 것이 그렇다고 ‘별’도 아닌 것아]




하아



[어디 한번 보여줘봐라....인간과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다 찟어 죽여버리고 싶다.

입꼬리를 찟어가며 저 입을 찟어버리고 싶다.


죽이고 싶다.



[방황하고 또 방황하리라!!! 마침내 너를 알리라!!!]




그가 쥐던 검을 이제는 내가 뽑아든다.

죽기 직전까지 얼마나 꽉 쥐고 있던 건지....손에서 쥐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

참 끈적한 사람이다.



타닥!



죽을힘을 다해 뛴다. 살면서 이만큼 뛰어본적이 있을까.



[캬캬캬캬캬캬캬캬!!!!! 그래!!!! 달려와야지 뛰어야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니였나봐 발렌

그렇게 내가 우는거 보고 싶어했는데 아쉽게 됐네

그래도 다행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닿는다 그리고 죽인다. 오직 두 개의 말만이 내 사고를 움직인다.

황금빛이 내려앉는다.


흐릿해져가는 눈 사이로 꽃 향기가 스며 들어온다.


이제는 조금씩 흐릿해져가는 기억속 그들과의 마지막 기억이다.

그러나 그들의 인연이 여기서 끝이었을까.



‘아니 신은 너를 수레바퀴 아래로 이끌어주지 않을 것이다.’



이건 나의 영원한 저주의 한 마디였다.











“ㄹ.....ㄴ..”



“로니 듣고 계신가요?”





이런


생각이 길었나보다 요새 자주 이러네.

오늘같이 데이지 꽃향기가 진한 날에는 가끔 있는 일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많이 흘러버린 과거. 벌써 140년 전의 일이 이따금씩 문득 떠올려질 때가 있었다.


눈을 살짝 비빈다.


정숙한 복도.

고요한 수면 아래와도 같은 도시 메모리얼에서도 가장 깊숙한 공간 천천히 영면실로 향하는 나를 시장 베로나가 불러세운다.



따각


손을 모은채 반듯이 서있는 여인은 그에게 말한다.



“오늘 오후에도 또 영면실에 가십니까?”


“네 베로나. 무슨일이세요?”


“아닙니다...그저 어제도 영면실에서 기도를 하시느라 저녁도 못 드셨다는 것을 들어서요”




시청 주방장 그렘이랑 시장 베로나가 매우 친한 사이라는 것을 망각하였다.

결국은 그녀의 귀에도 들어간 모양이다.

입이 가벼운 양반 같으니



“어제 하루만 거른걸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찌 걱정이 되지 않을까요 연세도 있으신데. 이제는 조금씩 조심하셔야 할때입니다. 로니”


“겉으로 보기에는 제가 베로나보다 훨씬 쌩쌩해보여요. 요즘 잠은 자면서 일하고 있는 건가요?”



시장직을 넘겨받은지 2년도 되지 않을때여서 그런지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보였다.

이제는 마흔이 넘어가는 그녀이지만 나에게 언제나 꼬마아이처럼 보일 뿐이였다.

그래도 핏줄이 어디가지는 않는 것 같아 로나.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 것을 볼때면


그녀를 가장 많이 닮은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그녀에게는 왠지 더 다른사람한테보다는 쩔쩔매게 되는 듯 하다.



베로나는 고개를 살살 저으며 말한다.



“선대 시장님...그리고 설립자이신 로니님에게 부끄럽지 않아야죠”


“그래도 무리하지마세요 베로나”


“네 로니도요. 그럼 오늘 식사는 영면실 입구쪽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꽤 오래 계실 것 같이 보이시네요 로니”



어릴 때 부터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였다.



“고마워요 베로나 그럼 먼저 가볼게요”



베로나와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천천히 걷는다.

길게 뻗은 상아색 아치들 사이의 작은 스테인 창 아래로 빛이 내려온다.

그 끝에는 건물의 중정. 숲을 작게 옮겨놓은 듯한 정원 가운데에 거대한 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 도시에서 오직 나밖에 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사박


어느새 꽤나 올라온 잔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낸다.


문에 걸려있는 조그마한 자물쇠

허술해보이지만 과거 악마들의 부산물이자 ‘별’이라 불리던 존재들의 부산물인 검은별의 잔재로 만든 잠금장치이다. 일반적인 힘으론 감히 만지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목에서 조심스럽게 꺼낸 작은 열쇠로 자물쇠를 열었다.


끼익-


문을 열자 보이는 5개의 동상들.

성인 키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든 동상 아래에 놓아져 있는 꽃들은 금세 하루가 지나서 벌써 생기를 잃은 느낌이었다.


정원에서 꺾은 다섯 송이의 꽃을 하나하나 내려놓는다.

그리고 중앙.


다른 동상들보다 조금 더 크게 만든 투구를 쓴 남자의 모습을 지긋이 쳐다본다.

정면을 곧게 응시하는 투구 속 선명히 보이는 두 눈. 자신의 키만큼 큰 대검을 땅에 꽂은 채 버티고 선 남자의 모습은 그가 어릴 적 바라보던 그의 모습과 똑같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처음 동상이 완성되었을 때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안데스, 요나, 로나, 프림......그리고 발렌.”



그리운 마음에 이름들을 불러본다.

나의 영웅들. 아니 세상을 구한 사람들 고르곤 기사단


이세계 전체가 오직 이 다섯명에게 매달려 울부짖었다.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자신들을 지켜달라고. 뒤를 돌아보며 멈추는 법을 몰랐던 그들은 그렇게 다른 이들의 손에 의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더. 더


사람들은 그들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길 바랬고, 끝내 그리 되었지. 그러나 밀어넣던 손들은 그들을 끌어올려주지는 않았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축복


사람들은 자신들의 영웅을 잊어간다.

그게 싫어서 나와 영웅 로나는 이 도시를 세웠다.


메모리얼.


잊혀져 가는 영웅들을 기리는 도시.

영웅들의 발자취를 쫓고 기억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집단이 하나의 도시의 모양새를 갖추기에는 꽤 오래걸렸지만 그래도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것이 벌써 115년.


함께 도시를 세운 로나도, 옆에서 같이 걷던 이들 대부분이 흙으로 돌아갈 동안 30살의 모습을 유지한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내가 그들의 신이라 하였지.

그러나 나는 전능하지 않다.

그리고 축복받지도 못하였다.


나는 잊지 못한채 여전히 그 기억들을 나만의 방식으로 지켜나가고 있다.


조심스럽게 발렌의 동상에 손을 올려본다.



“.....이제는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많네요.”



맨날 노총각아저씨라고 놀렸는데 언젠가 천국에서 만난다면 꼭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천국이라.............




“당신은 분명 그 위에 있겠죠. 글쎄요.....나도 갈 수 있을진 모르겠네요”



로니 카레닌.....그의 지난날의 회상은 언제나 그렇듯 오후에 마시는 커피 한잔과도 같이 쓰다



그리고 악도, 선도 죽어버린 세상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망을 과감없이 드러냈고, 그 첫 번째 욕망의 타겟은 자신들을 위해 싸우다 죽은 영웅들의 유산이였다.


로니 그 자체가 가지는 정당성. 그것만큼 지배자들의 지배를 합당화 해주는 도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영웅의 유일한 양아들이라는 타이틀이 남긴 저주였다.


그는 선택해야했다. 아니 선택할 수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유일했다.






다 죽이는 것이였다.






‘당신이 그렇게 가고 난......살아남기 위해 안해본 일이 없었어요 발렌’


그에게 돌아가기 위해 나는 온 세상의 마법을 전부 닥치는대로 모았다.

진귀하다는 보물, 소원을 이우어진다는 거울, 신의 축복이 담겼다는 보석. 손에 안넣어본게 없었다.


그러다 과거로의 시간을 돌리는 마법을 발견하고 과거로까지 다녀왔다.


시간의 수호자들과 멱살을 잡고 싸워 겨우 돌아간 과거의 시간대는 내가 가고 싶은 때로 맘대로 골라갈 수도, 설령 겨우 시간대를 맞췄다고 한들.....


발렌이라는 존재....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식이었다.


인과의 실이 꼬일 것을 염려한 신의 수작질이였을까.

수천년을 살아오며 고고하게 앉아만 있던 자신의 멱살을 잡은 나에 대한 시간의 수호자들의 복수일까.


나는 그토록 수 많은 시간대를 왔다갔다 거리면서 단 한 번도 그를 보지 못하였다.

때로는 그 시간대에 갇혀 꽤나 오랜시간을 머물러야 되던 때로 있었다.



가만히 등을 대고 눈을 살며시 감는다.


고요한 침묵 가운데 들려오는 따뜻한 소리들.

내가 언젠가 죽는다면.....이 끝나지 않는 시간의 종지부가 찍힌다면, 그래서 그들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먼저 할까......


신이 계시다면 간절히 바라건데 나를 나의 아버지에게로 데려가 주시길.

내가 이제는 당신의 축복을 받을 수 있기를.........


옛 추억이 생각나는 나날이다.........






숲 사이사이를 걷고 있는 조그마한 남자아이와 갑옷을 입은 거대한 남자.

일부러 잔뜩 화가 났다는 듯 발을 쿵쿵거리면 세게 내딛는 아이를 가소롭다는 듯이 남자가 바라본다.


아마 그날도 말싸움을 했을 것이다.

나보고 자기가 아빠니깐 말 좀 들으라고 하는 게 그날따라 나는 그 사람이 퍽 재수가 없었던 것 같다.


진짜 아버지도 아니면서.


근데 바보같이도 그렇게 싸워놓고 어색한 분위기를 잠시도 못 참는 것은 둘다 똑같았지


아름다운 빛무리가 낮이고 밤이고 하늘을 수놓으면 낙하하는 별들의 마을 에덴.

그 근처에 있는 사시사철 떨어진 별가루들로 인해서 빛이 나는 호수가 있었다.

괜히 서로 먼저 사과하기는 싫어 둘이서 그곳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호수 주변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조심스럽게 밟으며 걷고 있었다.


“왜 따라와....”


“버릇이 없구나 아들. 난 그냥 가던 길 가는건데?”


“그 아들소리 하지 말라고 했지 발렌? 그것 때문에 싸운거 잊었어? 바보새야?”


“앞이나 보고 걸으시죠? 아.들.”



재수없는 인간.

마을을 떠돌아 다니는. 누구한테 버려졌는지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고아를 굳이 데리고 다니면서. 굳이 아들 소리도 듣고 싶어 하는 게 제일 열 받는 부분이다.



찰랑.


발에서 느껴지는 차갑고 시원한 느낌.

은은한 은빛 자수가 발을 매고 있는 듯 호수의 끝부분 발을 조금씩 담그니 머리까지 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윽


그리고 그 발밑을 유연하게 지나가는 작은 빛

나는 발렌에게 물었다.



“저게 뭐야?”


“빛어”



빛나는 물고기?. 성의없게도 지었다고 생각했다.



“반짝거리네. 근데 이렇게 반짝거리면 동물들이 와서 다 잡아먹지 않아?”


“으음..”



나를 살짝 쳐다본 발렌이 갑자기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더니 머리를 쓰다듬는다.



“제법 똑똑한 질문을 하는데?”


“흥......”


“이 호수 주변에 사는 동물들은 빛어를 잡아먹지 않아. 호수에 떨어진 별가루들은 이상하게 낮에는 빛나지만, 밤에는 아무런 빛을 내지 않거든 호수 주변은 마치 호수가 모든 빛을 가져가버린 것처럼 어둡지”


나는 어느새 그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는 밤소리에 자박거리는 나뭇잎마냥 말하는 재주가 있다.


“숲의 동물들은 어두운 숲속에서 오직 이 호수속에서 빛나는 빛어만을 보면서 길을 찾곤해. 그건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조용히 빛나는 당신처럼



“마치 우리가 태양빛을 따라가는 것처럼”


“.......우리가 나방이야? 태양빛을 따라가게”


“감성깨지마라”



시덥지 않게 시비를 걸어준 뒤 빛어를 내려다본다.

태양빛이라.......


나한테 태양이 있다면......그건 아마 당신일 것이다.


천애고아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


그런 아이를 자신의 양아들로 삼은 제국의 제일 전도유망한 모험기사단의 단장

제국 곳곳에 있는 악마들을 소탕하는 영웅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은 항상 다정했지

세심하고, 엄격했으며, 포근했고, 사랑해주는 사람들.

그래서 더 강하게 밀어내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태양을 잃어버렸을 때의 내가 상상이 되지 않을까봐

당신과 쭉 함께하는 미래만을 그리고 있을까봐.



“나두고 죽지마....”


“응? 별걱정을 다하시네”


나를 바라본 발렌은 환히 웃으면서 말한다



“아침에 당근이나 남기지마 너 그러다 커서 비쩍 마른사람 된다?”



머리에 얹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온몸이 포근해진다.

난 따듯한게 좋은가봐



“너도 죽지마 아들....죽으면. 아빠가 따라가버릴거야?”


“나도야.....진짜로..”


“알겠어 알겠어”



나의 기분좋음을 눈치라도 챈 걸까 주변의 공간이 아주 산뜻하게 불어오고 있었다.

발렌은 손을 들고서 바람을 느끼고는 나에게 말했다.



“마법공부는 잘 되가?”


“몰라...하기 싫어 완전...”


“에헤이~ 너 재능있다고 로나가 완전 자랑하던데?”


“흥...”



싫은척해도 칭찬을 해주니 기분이 좋아서 입꼬리가 들썩거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나를 진작에 눈치챈 발렌은 한바탕 호탕하게 웃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목걸이를 꺼내주었다.


일부러 맞춘 듯 그의 눈 색과 똑같은 묘한 청록빛을 한 동그란 보석이 심플하게 줄에 매달려있는 목걸이였다.



“선물”


“뭐야 이건?”


“행운의 부적이라던데? 엄청 귀한거라고 요나가 말하더라고. 알지 요나네집 귀족인거?”


“당연히 알지. 그래서 좋아하는데 티도 안내고 미적거리는 거잖아”


“야!‘



뭘 새삼.


정말 자기가 티를 안낸다고 생각하는 건가?

알사람들은 벌써 다 아는 사실이다. 심지어 당사자인 요나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벌게져서는 고개를 휘젓고 평정심을 되찾는다.


한숨을 쉰 후 발렌이 말하였다.



”그런건 꼬맹이가 신경쓰지 말고 암튼 이거 꼭 몸에 항상 지니고 있어. 알겠지?“




이상하게 몸에 지니고 있으라는 것을 강조하는게 미심쩍었지만.

그가 나에게 해가 될 일을 할리도 없었다.



”알겠어. 요나가 좋다면은 뭐...이상한거는 아니겠지“


”너는 나를 그렇게 못 믿어?“


”믿어.“




목에 걸고 나니 묘하게 딱 맞는게 느낌이 좋았다.

선물이라는걸 받았다는 느낌이.


구름이 잔뜩 낀 풀숲 사이를 걷는듯한 그런 느낌의 나날들이 있었다.


나와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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