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대한 어둠이 만드는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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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잎
작품등록일 :
2024.07.07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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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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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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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계

DUMMY

‘발렌. 원래 에덴마을에서 살았다면서?’


‘그렇지........그건 누구한테 들었어?’


‘프림이 말해주던데?’


‘하여튼.....프림은 입이 너무 가벼워~’



타닥 타닥

로나가 공중에 띄워 놓은 불꽃은 그녀가 잠을 자고 있는데도 밝게 빛나면서 타오르고 있다.

중간중간 발렌 그가 마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불에 힘을 보태줘서 천장이 훤히 뚫린 움직이는 짐마차 뒷칸에서도 저녁인데도 춥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낮에 있던 전투에 잔뜩 지쳐서 그런지 평소 침대가 아닌 곳에서 노숙을 잘 하지 못했던 요나부터 안데스, 프림, 로나까지 잠들어서 간만에 발렌과 단둘이 얘기할 시간이 생겼다.


나는 계속 궁금하던걸 이어서 물어봤다.



‘근데 왜 나한테는 처음 만났을 때 처음 오는 곳이라고 말했어? 고향인거잖아?’



그는 잠시 턱을 괴고는 나를 살짝 보면서 말하였다.



‘음.......로니는 에덴마을이 좋아?’


‘글쎄..........딱히 뭐.....’



사실 싫다 좋다 할 감상도 없는 그런 느낌이다.

어릴 적부터 살았다지만 내 기억은.............


그와 고르곤 기사단을 만난 그날 이전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발렌은 고개를 잠시 들고는 하늘을 쳐다본다.

그는 줄곧 무슨 이유에서인지 밤하늘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지만 그는 밤하늘을 어릴적부터 보지 못했었다고 한다.


비밀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그게 조금 분하다.


그는 나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안다. 근데 나는 발렌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그는 장난끼만은 아저씨라는 사실뿐이다.


그래서 이런 작은 비밀을 알게 되기만 해도 전부 나한테 말할때까지 꼬치꼬치 캐묻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이어서 말하지 않는 발렌을 독촉하였다.


‘근데 갑자기 내가 그 마을이 좋은지는 왜 물어봐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푸하하!’



볼을 잔뜩 부풀리며 투정을 부리니 배를 움켜쥐고 낄낄 웃어대다.

그러나 요나가 뒤척이는 소리에 소리를 멈추고 겨우 끅끅거리며 참는 모습이 정말 짜증난다.


심통난 티를 냈더니 그제야 웃을 멈추고 눈에 고여있는 눈물을 슬쩍 닦아내고는 말한다.



‘아 진짜 웃겨죽는줄 알았네 큭. 알았어 말해줄게 말해줄게’


‘....얼른 말해줘’


‘음.......나는 마을에서 살았다기 보단 마을 외각에 있는 숲안에 작은 오두막에서 살았어’




은은하게 들어오는 햇빛. 낡았지만 그래도 바람에 흔들이지 않는 튼튼한 나무들. 오래전.....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큼 어릴적 부모가 자신을 버릴 때 같이 챙겨줬다는 5살이나 쓸법한 크기의 이불. 꼴에 차를 마시겠답시고 빻아둔 데이지꽃의 가루와 머그컵.


살림은 그게 전부였다고 한다.



근데 나는 좀 의아했다.



‘숲에 있는 거면 에덴마을에 있는동안 왜 못봤지? 내가 그런걸 안보고 지나치는 성격은 아닌데?’


그는 조금 씁쓸하다는 듯이 웃었다.


‘아마 당연히 못봤을거야.’


‘왜?’


‘다 타버렸거든’



발렌은 아직도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말했다.

마을 아이들의 작은 장난으로 시작한 불장난. 그게 너무나 크게 번져버렸다고.


밖에서 약초를 구하러 나가 바구니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돌아온 그는 그렇게 10년을 넘게 살아온 그의 집이 불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마을을 떠났다고 한다.



‘내가 너랑 만났던 그날 우리가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나 로니?’



숲 한가운데에 텅 비어있는 공터. 그 위에 올려진 작은 바위



‘그럼....내가 있던 아지트가 발렌의 집이었던 곳이라고?’



숲 한가운데 구멍이 뻥 뚫려 혼자서 빛을 다 받아내는 듯한 공터에는 커다란 나무들이 뒤섞여 쓰러져 있고, 그 커다란 나무 안쪽에 덤불과 잎이 가득차 푹신한 침대같다.


혼자있고 싶을 때 나는 언제나 그곳에 가서 낮잠을 잤다.


근데 그곳이 그의 집이었다니.....



‘그러게 공교롭게도 오랜만에 찾아간 우리집엔 불청객이 있었고, 이렇게 내 인생에까지 들일줄은 몰랐지. 이제 궁금한게 풀렸어?’



그는 띄워놓은 불꽃보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면 그곳이 불탄건.....너를 만나기 위해서 였을지도 모르지’


‘뭐라는거야.....’



갑자기 쑥스러운 소리를 하더니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상하게 밤에 그가 머리를 쓰담으면 잠이 쏟아진다.


왜일까. 안심이 되며 고개가 조금씩 넘어간다.


언제나 그랬듯 그의 어깨에 내 머리가 올려진다.


‘잘자’






“로니.”


“응?”



이런. 또 멍하니 있었나 보다


정신을 차려보니 발렌이 집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번에 처음 집을 비운다고 따로 직접 만들었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 마법으로 해준다고 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내 집이잖아요’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다 걸어 잠갔어요?”


“네..딱히 훔쳐갈 것도 없지만.....그래도 집인데 해 놓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



다 타버려 커다란 공터와 낮잠을 자기 딱 좋은 나무무더기는 아마 이제 없을 것이다.

햇빛이 잘들어오고, 잔뜩 낡았지만 튼튼한.

그의 집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는데....


과거 그와 그런 대화를 나눴는지.......이제 기억났다.

잃어버리 유리구슬을 선물받은 아이처럼 나는 속으로 잔뜩 신이 나 있었다.


그리고 벅차 있었다.

사람들은 기억을 잃으면 오히려 더욱 슬플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나 오랜세월....살아가다 보면 알게된다.


나는 망각을 할 수 없었기에 추억을 가지지 못했다.

나에게 모든 일은 바로 어제 일어난 일이였다.


슬픈일도, 화나는 일도, 모든 잊다보면 그것은 추억이 된다.


더러운고 축축한 감정은 씻겨나가고 작은 유리구슬만 남게 된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바로 어제처럼 생생하기에. 그래서 스스로 잘라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잘라낼 줄만 알지 다시 만드는 법을 알지는 못한다.


나는 발렌을 더욱 오래 기억하기위해 발렌을 잘라냈고, 그에 따른 대가로 그와의 ‘추억’을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잘라냈던 기억들은 다시 그 실타래를 풀기 시작하였다.



집 문밖 정리까지 마친 발렌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다.

등에 맨 배낭은 그의 몸의 절반만 했다.


가방을 뒤적이면서 말하였다.



“뭐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 있는거에요?”


“별로 많이 챙기지는 않았어요”


“....이건 인형이에요?”


“.......왜 남의 물건을 함부로 봐요......”


“미안해요 미안해 ㅋㅋㅋㅋㅋㅋ”



음...아무래도 계속 가방을 들게하면 그의 키가 더는 자라지 못할 것이다.


저정도 크기면 분명하다.


몰래 가벼워지는 마법을 걸어놔야겠다.


숲의 입구를 나오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대륙의 지도에서 에덴마을은 최남단. 위로 올라가려면 여러길이 있지만 가장 안전한 길은 바로 영지 아나텐을 지나는 길이다.


나는 그에게 천천히 설명해주었다.



“일단 우리는 아나텐으로 갈거에요. 에덴마을에 살았으니까 아나텐은 들어봤죠?”


“당연하죠.”



물의 도시 아나텐.

대륙의 남부 중에서는 상당히 규모가 있는 편에 속하는 거대한 영지의 도시였다.

이 근방에서도 명망있는 귀족가문인 아나텐 가문에서 다스리는 영지이다보니. 남부 사람들은 모두 그 도시에서 살고 싶어할 정도였다.


“프리멜다 산맥은 강한 마법사들에게도 아주 위험한 곳이에요. 하물며 지금 발렌은 이제막 검술을 배우기 시작한 새내기죠?”


“...맞긴한데...막상 그렇게 들으니까 좀 그래요......”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째려보는 듯하다.

그러나 저런 모습은 내가 그를 더 귀엽게 여기게 될 뿐이었다.


나는 그에게 살짝 웃으며 말하였다.



“자존심 상해하지 말아요.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아는 것과 겸손한 태도는 앞으로의 싸움들에 큰 도움이 되어줄거에요.”


“알았어요..........로니.”


“계속 이어서 얘기할게요”


프리멜다는 단순히 춥기만 한 곳이 아니다.

거기까지 가려면 그 추위를 견딘 생물들, 그리고 사람들과 싸워야 할 것이다.

아마도 아나텐에 있을 그.


지금의 발렌에게는 그의 검술적인 기초를 닦아줄 스승이 필요하다.

제국검술의 기초가 시작된 아나텐에 있는 그가.



또 그곳에는 그녀가 있다.

발렌의 그 누두보다 든든했던 동료.


그녀에게는 갚아야할 빚이 아주 많다.



“에덴마을에서 아나텐까지는 꽤 거리가 있고, 길도 잘되어있으니깐 마차를 타죠”



마을 입구에서 조금 걷자 높지 않은 돌담에 위에 햇빛 정도만 딱 막아줄 만한 천막을 덮어놓은 곳이 보인다.

의자만 달랑 놓은 채 앉아 있는 노인은 커다란 챙 밀짚모자를 쓰고 있어 눈 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노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졸고 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톡톡 치면서 그를 깨워봤지만 그는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진짜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위클리퍼씨”


“......음?”



이름으로 부르니 아까까지 졸고 있었던 것이 마치 연기였던 듯 곧바로 눈을 떴다.



“그 이름을 아나?.....누가 말해줬지?”


“글쎄요....어떤 용감한 노인네가 알려줬거든요”


“뭐........상관없겠지.......원하는 말이 있나?”


“튼튼한 애로 주세요. 그리고 천막이 쳐져 있는 마차로요.”


“알겠네. 잠시 기다리게”



노인이 천막 안쪽으로 들어가자 발렌이 까치발을 들고는 손곤소곤 말하였다.



“저 할아버지 이름이 위클리퍼에요?”


“맞아요”


“근데....로니는 어떻게 아는거에요? 우리 마을 처음온거 아니에요?”



음....글쎄다.....어떻게 알까....


나는 그에게 말했다.



“내가 아까 말했죠. 어떤 용감한 노인네에게 그의 이름을 들었다고”



그의 주름이 더 깊게 패이고, 그래도 제법 튼튼하던 천막이 세월을 못 견디고 다 쓰러져 갈때쯤.............. 그는 품안에 미래를 품고는 마을로 내려온 악마들로부터 지켜주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신에게 반납하였다.



‘내 이름.....그것만 기억해줄 수 있는가? 이대로 가버리면 내가 너무 외로울 거 같아서.......평생을 외롭게 살았는데 새삼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이름이 뭔데....’


‘위클리퍼.....위클리퍼일세’



웃음을 짓던 노인은 그렇게 죽었다.



나는 그냥 가볍게 웃어보였다.



“그 사람이 알려준거에요. 기억해달라고.

발렌은 에덴마을에서만 살았다고 했죠? 지금까지 쭉.”


“네.”


“그럼 모르는게 많겠네요 바깥세상에 대해서”


“아무래도 그렇죠.....?”


“에덴......밖에서는 다들 신의 땅. 축복의 대지라고 부르죠. 왠줄 알고 있어요?”


“.........오직 ‘별’들만이 에덴에 머물 수 있다......라는 말 때문에요?”



아주 아주 오래된 구전

영광된 축복의 땅. 그곳엔 오직 별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만이 머무를 수 있다.




“맞아요. 거짓말 같지만 그 말. 어느정도 사실이거든요.

에덴마을의 태생이 아닌 자는 이상하게 오랫동안 마을에 머무를 수 없죠. 그러나 그것말고도 이 땅을 축복의 땅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어요”


“뭔데요..?”


“악마라고 들어봤어요 발렌?”




세계는 아주 기나긴 전쟁을 치러왔다.


누구와?


악마들과.


어디서 온지도. 어떤 이들인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들은.

태고때부터 이곳에 존재해왔다고 한다.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때론 동물을. 때론 사람을. 때론 알 수 없는 형체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근원은 똑같다.



어쩌면 우리가 불청객이었을까?


인류의 근 1500년간의 역사는 악마와의 항전이었다.

언제나 패배하는 쪽은 인간이었다.


‘용사’라는 사람들.


그들의 등장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때는 얼마되지 않았다.



각 왕국은 기사단과 기사단을 이끄는 용사라는 이들을 육성하고, 그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기사단은 때로는 하나의 영지규모일때도 있을 정도로 유기적이다.



그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악마들의 왕. 대악마라 불리는 이들.



이 시간대로 오기전. 아주 먼 과거에도.앞으로 일어날 미래에도.

영악하고 잔혹하며, 자비없는 그들을 인류는 끊임없이 상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상하게도 에덴 마을. 정확히는 대륙의 남쪽으로 갈수록 나타나지 않았으며 특히 최남단인 에덴마을엔 단 한번도 침략을 감행한 적이 없죠.”


“이유는 로니도 모르는거에요....?”


“글쎼요......나도 그것까진 잘 모르겠네요,”




발렌과 함께하기 위해 수 많은 시간대를 왔다갔다 거렸지만.

어떤 시간대에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우리의 목적지인 프리멜다 산맥. 그곳은 이 대륙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어요.”


“그럼........”


“맞아요. 우린 꽤나 많은 악마들을 앞으로 만나게 될거에요.”


“...........”


“그들은 절대 약하지 않죠. 그리고 매우 영악하고요. 내가 말했죠? 이 여행은 내가 밑지는 장사가 아니에요”


“그런 것 같네요..”


“다시 한 번 묻죠”




나랑 함께 할래?


“나랑. 함께하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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