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화. 위기는 곧 기회
47화.
사실, 말은 싸늘하게 했지만.
결국 공민왕은 세자의 계획을 승인한 것이나 다름이 없긴 했다.
세자 또한 이제는 공민왕의 차가웠던 마지막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고.
그런데.
세자의 계획은 완전히 상관이 없어 보이던 곳에서 풀려가고 있었다.
그것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기황후를 견제하기 위해 풀어놨던 정보망에서 말이다.
“행수님!!”
원나라에서 온 무역선이 벽란도에 입항해 한창 바쁘던 어느 날, 영통 상단.
북적거리는 상단 건물에 웬 상인 하나가 뛰어들었다.
그가 곧바로 향한 곳은 상단의 실세, 최대식 앞.
원나라 무역선을 맞는 일로 정신이 없어 보이던 최대식이었지만, 상인이 웬 수인(手印)을 맺어 보이자 안색이 바뀌었다.
그 수인은 미륵불이 하층의 중생들을 구제하는 것을 상징하는 하품하생인(下品下生印)이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야!”
최대식은 바쁜 일을 전부 물리치고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곳으로 상인을 불러들였다.
그는 최대식이 국제항인 벽란도에 은밀히 정보를 얻기 위해 뿌려놓은 끄나풀.
그 끄나풀이 미륵과 관련된 수인을 맺었다는 건, 최대식의 목숨보다 귀한 세자와 관련된 정보가 들어왔단 걸 의미했다.
그것도, 아주 중대한 걸로.
“저번에 작년에 대도 황궁에서 목격한 놈이 이번 무역선을 타고 입항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만······.”
“그래. 기황후의 수족으로 의심된다던 그놈 말이지?”
세자가 미리 귀띔한 덕에, 대도의 기황후 주변 움직임은 최대식의 최대 관심사였다.
그런데 기황후와 관련된 자가 고려에 들어왔다니.
당연히 놈의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놈이 최근 들어 방문하는 곳이······.”
분명 이 방엔 두 사람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음에도.
최대식의 끄나풀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 후, 대장에게 비밀스러운 정보를 속삭였다.
곧 최대식의 눈이 크게 뜨였다.
기황후의 수족이 향한 장소는 최대식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예. 속히 저하께 알려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너는 큰 상을 받을 것이야!!”
대답을 기다릴 틈이 없었다.
여전히 혼란에 빠진 최대식은 그대로 방을 박차고 나와 연경궁으로 향했다.
‘아니, 대체 어떻게 그 사람이······?’
방금 최대식이 끄나풀에게서 들은 이름은.
공민왕을 대도 시절부터 호종한 최측근이자, 현재 개경 조정에서 끗발 날리는 권신.
어찌나 왕과 가까운 사이인지, 꽤 중대한 잘못을 여러 번 저질렀음에도 용서받을 정도의 사람이었다.
‘그런 자와 기황후가······?’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
그렇게 날 듯이 달려 도착한 세자궁.
하지만, 주위를 전부 물리고 최대식을 맞은 세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심지어, 심각한 비밀 정보를 전해 들었음에도.
“그놈, 그럴 줄 알았다.”
“······저하?”
**
“과연······!! 저하께서는 천 리 밖을 꿰뚫고 계신다니까요! 역시 미륵의 화신다우신······!!”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또다시 내가 미륵의 관심법을 써 배신자를 잡아냈다며 난리를 치는 최대식을 사뿐히 무시하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놈에게 들은 정보,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충격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었다.
“김용······.”
최대식의 끄나풀이 따라붙은 기황후의 수족.
놈이 고려를 비밀스레 방문해 찾아간 곳은 평장사 김용의 대저택이었다.
김용.
공민왕의 총애로, 문하시중 다음가는 2인자 자리인 평장사를 오래 지낸 권신.
정세운처럼 대도에서의 인질 시절부터 공민왕을 호종해, 왕의 신뢰가 깊던 측근.
아마, 지금 고려에서 놈이 왕을 해할 모의를 꾸미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고.
왕명을 여러 번 위조하며 국정을 우롱했음에도, 공민왕이 가벼운 유배로 용서했을 정도로 김용은 왕의 최측근이었단 말이다.
그런 놈이 갑자기 반란을 일으키는 걸 누가 상상할 수 있었겠냐고.
하지만.
김용은 했다.
원 역사에서 안우와 이방실, 김득배를 왕명을 위조해 속여 정세운을 베어버린 후.
함부로 정세운을 죽였다는 이유로 세 장수마저 처형한 김용은 눈에 뵈는 게 없었던 모양이었다.
사람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일까.
놈은 기황후와 내통해 충선왕의 서자, 덕흥군을 왕으로 옹립할 계획을 세운 후.
홍건적의 침입으로 개경의 왕궁이 불타 흥왕사에 머물던 공민왕을 사병을 이끌고 습격한다.
그것이 바로 ‘흥왕사의 변’.
왕이 있는 밀실을 덮친 김용의 자객들을 노국공주가 맨몸으로 막아섰을 정도로 공민왕을 위태롭게 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바뀐 고려에서는 홍건적이 개경을 침범하지 못했다.
정세운이 세 장군에게 죽는 일도, 세 장군이 그 죄목으로 처형당하는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김용은 어째서 여전히 역심을 품고 있는가.
나는 여기서 저 멀리 대도에 들어앉아 있을 기황후의 영향을 강하게 느꼈다.
그리고, 계속 총애를 받긴 했으나 권력의 정점인 문하시중 자리만은 끝까지 허락하지 않았던 공민왕에 대한 김용의 원망도.
그렇다면 모든 게 설명이 되었다.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기 시작했음에도, 김용은 공민왕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뜻을 품은 커다란 후원자를 원나라에 두고 있었다.
나라를 뒤엎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 데,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더욱이 이제 곧 공민왕의 폐위 교지가 내려오고, 기황후가 징발한 군사가 무력으로 왕을 교체하기 위해 쳐들어올 텐데?
“대식아.”
그럼.
놈이 선수를 치기 전에 내가 먼저 함정을 파 놔야 인지상정.
“예! 저하!”
“네가 개경에서 수상한 자에게 붙일 수 있는 끄나풀, 누가 있지?”
잠시 생각에 빠졌던 최대식이 사람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수십 명의 이름이 녀석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걸 다 외우고 있다니, 이놈도 상당히 한쪽으로 미친놈은 확실했다.
“자, 잠깐. 숫자로 말해줄래?”
“어쨌든, 사소한 자까지 치면 수백은 되옵니다만······ 진짜 능력 있는 자는 수십 정도이옵니다.”
“그래?”
즉시 정보원 대부분을 김용, 그리고 기황후와 연관 있는 자들에게 붙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 명령을 들은 최대식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었다.
“저하. 혹시 이번 건, 정도전이가 준비한 일과 관련이 있는 것이옵니까?”
“약간은.”
“역시······. 저하께서는 늘 앞날을 내다보시고 한발 먼저 움직이시는군요!!”
뭐, 이번 일은 어쩌다 정도전의 불교 혐오로 인한 폭주와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만.
마침 김용과 엮인 권문세족과 타락한 사찰 몇 곳을 겸사겸사 박살 내기 최적의 타이밍이긴 했다.
“그럼, 명령하신 대로 놈들의 입에서 나오는 단어 하나까지 전부 적어다 바치겠사옵니다!!”
“아, 그리고.”
“예, 저하!!”
“서북면에서 새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을 최 병마사에게 서신을 보내. 며칠 말미를 줄 테니, 급히 개경으로 와야겠다고.”
나는 급히 붓과 종이를 꺼내 최영에게 보낼 편지를 적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서북면을 통해 고려의 지존을 끌어내리려는 흉적들이 당도할 것이오. 그 건에 대해 병마사의 도움을 받고 싶소······.]
서경성에서의 처절한 전투 이후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쒀도 믿었던.
그리고, 정세운의 뜻을 전달하며 눈시울까지 붉혔던 최영이라면.
분명 이 편지를 받고 반드시 내게 협력할 것이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이건 또 무엇이옵니까?”
“목적지는 대도의 황궁이다.”
“······!! 그 말씀은······.”
그래.
처음 방문한 대도에서 그렇게 활약하며 긴밀한 인맥을 쌓아놨는데.
이럴 때 써먹어야지, 언제 써먹겠어?
이번 편지는 내게 이름까지 내려주고, 제 편으로 끌어들이려 애를 썼던.
대원제국의 1황후, 바얀후투그 황후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황궁에서 가장 서열이 높은 여인이자, 옹기라트 부를 뒤에 업은 이.
기황후가 고려와 공민왕을 어떻게 노리고 있을지 일거수일투족을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머지않은 미래에 예정된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준비에 들어갔다.
솔직히 1361년의 홍건적.
1362년의 나하추.
그리고 아마도 1363년 초순부터 시작될 기황후의 음모까지.
쉴 틈도 없이 고려를 몰아치는 위기들에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어쩌겠는가.
원망한다고 위기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미리 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힘껏 발버둥 치는 수밖에.
손도 쓰지 못하고 고려가 멸망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원 역사에 비하면, 지금이 훨씬 낫지 않은가.
**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흘러.
나는 고려에서 한 번 더 새해를 맞이했다.
그 전에 원나라에서 기쁜 소식이 하나 들어오긴 했다.
그건 바로, 내 천기누설의 결과였다.
[······소장이 비천한 목숨을 잇게 된 것은 전부 고려 세자 저하의 덕입니다. 그날 하늘에 맹세했던 대로, 이 차간테무르, 저하의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것이며······.]
거짓 항복한 홍건적에게 쓰러질 예정이었던 차간테무르가 살아남았다.
그 말은, 장강 이남의 한족 반란군 세력을 막아설 기둥 하나가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일뿐더러.
원나라 말기 최강의 군벌 중 하나가 완전히 내 편이 되었다는 뜻과 같았다.
그리고.
양부를 잃지 않은 코케테무르는 부담 없이 자신의 재능을 떨칠 수 있을 것이었고.
어쨌든 원나라가 조금이라도 땡중 주중팔 씨의 마수에서 생존하는 게 내겐 좋았다.
그래야 한쪽 편을 들든, 양쪽에서 줄을 타든 고려에게 떨어지는 게 생길 테니까.
이렇게 차간테무르를 살린 이상, 내 중원 쪼개기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소장 최영! 세자 저하께 명받은 대로 강을 건넌 급보를 가지고 찾아뵈었사옵니다!”
미리 귀띔한 대로.
최영은 대도의 황궁에서 소식이 오자마자 개경으로 말을 달려 나를 찾아왔다.
그리고 최영이 건넨, 대도에서 온 밀서 겉봉에는 정갈한 필체가 적혀 있었다.
바얀후투그 황후의 것이었다.
“으음······.”
“저하. 소장이 출발 전 곧바로 동북면으로 연락을 띄웠기에, 이 장군도 곧 도착할 것이옵니다.”
“좋아. 이 장군이 오거든, 곧바로 전하를 뵙도록 합시다.”
“예!!”
바얀후투그 황후가 적은 밀서는 내가 예상하던 내용을 정확히 담고 있었다.
기씨 일족이 공민왕의 손에 숙청된 지 어느새 7년, 그동안 쌓인 기황후의 원한은 깊었다.
얼마나 그 한이 깊었으면, 황제를 대신해 국정을 전담 중인 자신의 아들, 태자 아유시리다라를 지속적으로 흔들었겠는가.
그리고 결국 얼마 전.
공민왕이 즉위 초에 시행했던 반원 정책을 트집 잡아 기황후는 황제 토곤테무르에게 폐위 결정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이미 우승상 조치겐(搠思監)을 비롯한 원 조정도 기황후의 손아귀에 들어간 상황.
공민왕 폐위에 뜻이 없었던 황제도 더 이상 거부할 여력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타스테무르(덕흥군)를 새 고려왕으로 삼는 건 막지 못했습니다. 허나, 그대 대신 웬 기씨 일족의 아이를 세자로 삼겠다는 억지는 어떻게 막아냈으니······.]
원 역사에서는 덕흥군을 고려왕, 기황후의 조카 기삼보노를 세자로 삼는 어처구니없는 명령이 내려진다.
씁쓸하긴 하지만, 그만큼 고려왕과 세자 자리가 원나라의 입김에 좌지우지되었다는 뜻이었다.
게다가, 직계 혈족이 아닌 사람들을 왕과 세자 자리에 각각 임명하는 것도 이미 전례가 있었다.
예컨대 충숙왕을 고려왕에 올리면서, 심양왕 왕고를 고려 세자에 임한 건이라든지.
그래도, 대도에서의 물밑 작업은 확실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바얀후투그 황후가 자신의 힘을 총동원해, 자신이 점찍어 놓은 내가 고려 세자 자리에서 쫓겨나는 일만은 막은 모양이었으니까.
뭐, 공민왕이 정말로 고려왕 자리를 잃는다면 그것도 별 소용은 없겠지만 말이다.
“흠······.”
하지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한 공민왕의 반응은 의외로 평온했다.
일 년 전, 미리 나하추에게 입수한 밀서로 예방주사를 단단히 맞힌 것이 꽤 효과가 좋았던 듯했다.
뭐, 당시에는 어머니 노국공주에게 크게 기대야 했을 정도로 충격이 컸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앞으로 기씨 여우는 어떻게 움직일 것이라 생각하느냐.”
기황후를 저렇게 부르는 걸 보니, 공민왕은 평소의 냉혹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왕이 힘을 내 맞서 싸울 의지를 보이는데, 그렇다면 나도 힘껏 돕는 게 도리일 터.
“아마 몇 차례 폐위 교서를 보낸 후, 통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지요.”
“무력?”
“물론, 중원에 있는 원나라 군사들은 반란군을 진압하기에도 바쁠 것입니다.”
내 말에 당장이라도 끼어들고 싶었던 듯.
공민왕이 미간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을 것이었다.
차간테무르에게서 연락이 올 때마다, 나는 중원의 현황을 그를 통해 훤히 접할 수 있었으니까.
그 정보는 공민왕에게도 꼬박꼬박 보고되었던 터.
근거는 충분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이젠 왕을 설득하기 위해 논지를 계속 펼칠 시간이었다.
나는 가져간 지도를 펼쳐, 공민왕 앞에 내밀었다.
그 지도는, 요동의 지형과 주둔군을 상세히 담은 군사지도였다.
“군벌 나하추는 이미 상장군 이성계에게 뜨거운 맛을 보았고, 요양행성 평장사 유익은 고려를 그리 적대하고 싶은 모양새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예전부터 동북면 건으로 우리 고려와 마찰이 있었던 옷치긴 왕가.”
나하추가 주둔한 곳으로부터 조금 북쪽에 적힌 두 이름.
요왕 아자스리와 에센부카라 적힌 두 개의 동그라미에 내 손가락이 머물렀다.
“물론 병신년(1356)에 처단한 역도 기철의 아들, 기사인테무르 휘하의 병력도 있겠습니다만······.”
“거기에 더해 그 여우가, 옷치긴 왕가 놈들에게 군사를 빌릴 것이다?”
“예. 기사인테무르의 병력만으로는 고려를 치기 불가능한 데다, 본래 적의 적은 친구인 법이니까요.”
“그럴듯하군.”
원 역사에서도 그랬다.
기황후는 요양 인근에서 군사를 추가로 징발해 고려에 쳐들어왔던 터.
물론, 그 병력의 정확한 출처는 사서에 적혀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며 틀린 선택지를 소거하니, 요동에서 일만이 훌쩍 넘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은 하나뿐이었다.
내 말에 동의하는 모양인지.
왕도 차가운 대꾸만을 남기고는 딱히 반박이 없었다.
사실 이 결론은 지금 내 뒤에 무릎 꿇은 고려의 수호신 두 명.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최영과 만주 사정에 빠삭한 이성계가 전부 동의한 내용이었는지라 설득력은 높았을 것이다.
그렇게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공민왕이 다시 입을 연 건 잠시 후였다.
“그럼 너는 어떡할 생각이더냐.”
왕의 날카로운 눈빛이 내게로 향했다.
“지난번 서경에서처럼, 최영과 이성계를 끼고 날뛰어볼 생각이더냐?”
설마, 저 냉혈한이 진짜로 나를 걱정해서 저러는 건 아닐 거고.
혹시나 그때처럼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막대한 공을 세우진 말라는 뜻일까.
뭐, 공민왕이 어떤 생각을 하든 상관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기황후의 수족이 이끌고 올 병사들은 강하지 않았을뿐더러······.
“아니오.”
“그래? 웬일로 네가?”
“저는 개경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왕은 전혀 모르고 있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심복에게 뒤통수를 맞을 거대한 사건.
나는 그 사건을 이용해 이번에도 역사를 크게 바꿔 볼 생각이었다.
“전하께서 모르시는 또 다른 여우 한 마리가, 연경궁 아래 숨어 있거든요.”
- 작가의말
아오 원나라시치!!
이번에도 원말의 부실한 기록을 원망하며.
당시 기황후가 고려를 치기 위해 군사를 징발했던 세력을 합리적 추론을 통해 결정했습니다.
물론, 기철의 아들 기사인테무르의 병사가 주축이었음은 당연하겠지만, 그의 병력만으로는 고려를 칠 규모가 안 되었을 터.
요동에 세력을 떨치고 있던 옷치긴 왕가에게 군사를 빌렸다는 설정입니다.
나하추는 이미 이성계와의 결전에서 큰 피해를 입었고.
요동 남쪽 평장사 유익의 세력이 만약 이때 공민왕과 척을 졌으면 훗날 고려에 귀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연재분부터 아침 8시 20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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