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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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습(3)

DUMMY

황제의 적장자를 암살하려 했던 천인공노할 시도가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수많은 인물들이 참사에 가담했다.

그들 중에 대다수는 수년 동안 상장군 몽염을 보필했던 무관이었다.


실패로 끝났음을 깨달은 조고의 사냥개들이 신속하게 꼬리 자르기에 돌입했겠지. 몽염의 휘하로 심어둔 내통자들과 연관된 모든 증거를 폐기했으리라.


섣불리 함양에 보고했다간 오히려 몽염이 반역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이미 조고는 암살시도가 실패했을 경우에 사용할 대비책을 마련해뒀을 터였다.


그렇기에 몽염과 상의하여 일단 참상을 덮어두기로 했다.


“공자에게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장이 불민하여 쥐새끼처럼 군문에 숨어든 간사한 무리들을 알아채지 못했사옵니다.”

“상대는 조고의 번견들이오. 누가 알아챌 수 있겠소.”


신출귀몰한 첩보력으로 진나라의 대업에 기여한 세작들이다. 철저히 정체를 은닉한 채로 활동하는 점조직을 모두 솎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과연 얼마나 많은 세작들을 심어두었을까.


바위를 들춰내자 더러운 지네들이 꿈틀대는 광경을 목격한 것처럼 구역질이 밀려들었다.


‘세작들을 철저히 소모품처럼 취급하는군. 쓰임새를 다할 때까지 부려먹다가 임무에 실패하거나 자신이 위험해질 것 같으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지. 더러운 협잡꾼 같으니라고.’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다.


그렇기에 첩보기관의 수장으로서 더없이 완벽했다.


세작이란 무엇인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귀신이다.


이번 암살시도에 실패한 세작들은 독무대의 명단에서 모두 사라졌겠지. 기록이 삭제되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귀신이 되어버린 것이다.


“상장군!”

“무슨 일인가?”


현장에서 붙잡은 역도들의 심문을 담당하던 장수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뱉으면서 다가왔다.


그에 몽염이 물었다.


“심문으로 알아낸 정보들을 토대로 배후를 추적했사온데··· 모두 실패했습니다.”

“실패하다니! 시해를 계획한 역적들을 그대로 놓쳤단 말인가?”

“이미 극독을 삼키고 죽은 상태였습니다.”

“빌어먹을!”


조고의 명령을 전달했던 심복들은 모습을 숨긴 이후였다.


그 밑에서 실질적으로 암살을 모의했던 인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나절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다.

암살에 실패하자마자 빠르게 꼬리 자르기가 끝났다.


“심려치 마시오, 상장군. 내게 비책이 있소.”

“비책이라 하옵시면···?”

“이미 은 환관에게 일러두었으니 걱정 마시오. 분명 조고가 펄쩍펄쩍 뛰겠지.”

“······.”


중거부령(中車府令) 조고는 거대한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냉혈의 괴물이다.


그런 짐승을 상대로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는 부소의 모습에 우려를 드러냈다.


자객들로부터 살아남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승승장구의 기세에서 비롯된 젊은 혈기일까.


조고는 조정의 원로들조차 두려워하는 교활한 권력자였다. 늙은 환관을 대적하려 했던 수많은 관료와 학자들이 식솔과 함께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과연 언제까지 운이 따라줄 수 있을까.


몽염은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부소를 바라보면서 호위병들을 크게 늘리겠다고 말했다.



* * *



-노루를 놓쳤습니다.


오늘 아침에 도착한 전서응(傳書鷹)을 통해 결과가 전해졌다.


암살에 실패했다.

소식을 받아든 조고는 무덤덤한 반응과 함께 쪽지를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몽염이 단단히 지키고 있는 모양이군. 첫술에 배가 부를 순 없는 노릇이지.”


30만 대군을 이끄는 상장군(上將軍)이 보호자이자 후견인이다.


충성스러운 심복들로 하여금 부소의 신변을 철옹성처럼 지키고 있겠지. 암살에 투입된 자객들이 실패하는 것도 당연했다.


첫 시도였을 뿐이다.

애송이를 암살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무궁무진하다.


그렇기에 산토끼를 노리는 살쾡이처럼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혈기와 자신감으로 가득한 젊은 애송이를 언제든지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이 조고가 죽이지 못한 인간은 없거늘···. 부소, 네놈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보도록 하지.’


수많은 세작과 자객들에게 밤낮으로 노려지고 있다는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공포였다. 조정의 원로들조차 벌벌 떨면서 두려워하는 공포를 한낱 범부 따위가 버텨낼 리 만무했다.


제발 살려달라며 목숨을 구걸하겠지.


날카로운 비수들의 위협에 머지않아 젊은 혈기가 꺾일 터였다.


‘폐하에게 비호를 요청해도 소용없다. 모든 상소문과 서한들은 내가 감시하고 있으니.’


수은에 중독된 황제는 조고에게 국정의 대부분을 일임했을 정도로 쇠약해진 상태였다. 황제의 총애를 등에 업고 환관들로 하여금 궁중을 장악한 조고는 절대적인 권력자가 되었다.


황제의 눈과 귀를 막았다.

궁중으로 향하는 모든 상소문과 서한들은 조고의 허락을 받아야만 했다.


기회를 기다리는 자객들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황제의 비호가 아니라 본인의 자비였다. 어릴 적부터 신동이라 불렸던 부소가 그런 간단한 이치를 모르진 않겠지.


“어르신, 부소가 어르신에게 서신을 보내왔사옵니다.”

“결국 버티지 못한 게로군.”


닷새가 흘렀을까.


과연 예상대로 노루에게 서신이 도착했다.


목숨을 구걸하는 내용이리라.

당대의 명필로 유명한 부소이니 구구절절한 사죄문을 적었으리라.


확신이 넘쳐나는 너털웃음을 흘리면서 서신을 열었다. 휘하의 환관들도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이면서 조고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이···! 이 쌍놈새끼가!”


음흉한 비웃음으로 가득하던 늙은 환관의 얼굴이 단번에 격노로 일그러졌다.


쩌렁쩌렁한 노성이 울렸다.


그에 환관들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함양에서 날아든 모기와 파리떼 때문에 밤중에 가려워서 견딜 수가 없구려. 부디 중거부령이 모기와 파리에 물린 내 등을 긁어주면 고맙겠소.


모기와 파리떼.


독무대의 세작과 자객들이 겨우 날벌레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등을 긁어달라.

비천한 신분의 천것이나 할 법한 일을 주문했다.


조나라의 왕족 출신이었던 조고에게 다시 없을 치욕이었다. 고귀한 신분이었기에 더더욱 부소의 도발이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내용을 모두 읽자마자 바닥에 죽간을 내던졌다. 죽간을 받아든 환관들은 내용을 확인하자마자 대경실색하면서 넙죽 엎드렸다.


“당장 독무대에 전해라! 이제부터 수단과 방법을 불문하고 부소를 죽이라고! 백주대낮에 저잣거리에서 죽이더라도 이 조고의 이름을 걸고 안전을 약속하겠다!”

“예, 옛···!”


어느 누구도 이 조고의 심기를 건드리고 살아남지 못했거늘.


좋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네놈을 죽여주마.


몽염의 비호가 과연 언제까지 네놈을 지켜낼 수 있을까.


손아귀를 강하게 거머쥐면서 온몸을 비틀었다. 젊은 애송이가 보낸 쌍욕이 어지간히도 분했는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처럼 주름이 가득한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 * *



새로운 하복을 마련하기 위해 재봉사를 호출했다.


반평생 생업에만 열중했음을 보여주듯 허리가 구부러진 노파였다. 지팡이를 써야 발걸음이 겨우 가능할 정도로 몸이 불편했다.


불구에 가까운 몸이다.

거의 30여 년을 꼽추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택을 지키는 호위병들은 엄격하게 노파를 검문했다.


새로운 의복으로 갈아입게 하였으며 지팡이까지 빠짐없이 확인하면서 검문을 끝냈다. 모든 절차를 무사히 통과한 이후에야 늙은 재봉사는 부소를 알현할 수 있었다.


“커헉···!”


문을 닫았다.


그와 동시에 노파는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씻었는데도 지독한 홀아비냄새가 아직 남아있나, 갑자기 구역질을 시작하는 노파의 돌발행동에 부소는 제 옷소매에 대고 냄새를 킁킁 맡았다.


“──!!”


더러운 타액과 함께 흘러나온 것은 예리한 은사(銀絲)였다.


은사를 양손에 거머쥔 노파는 꼽추라고는 믿을 수 없는 빠른 움직임으로 달려들었다.


“이런 미친.”


뒤구르기를 하면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화로에 꽂힌 꼬챙이를 쥐면서 노파의 머리를 찔렀다.


“입 안과 목구멍까지 살폈을 텐데···. 설마 위장에서 꺼냈나?”


본인의 위장에 가느다란 흉기를 숨겨두었던 늙은 자객을 죽였다. 머리가 관통되면서 절명해버린 시체를 바라보던 부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분명 불구에 가까운 꼽추라고 했을 텐데.


하지만 늙은 암살자는 달려들기 직전에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꼽추는 위장에 불과했다.

재봉사라는 직업도 정체를 숨기기 위한 위장이었겠지.


“무슨 일이십니까! 허, 허억···!”

“자객이었네. 이 노파는 재봉사도 아니고 꼽추도 아니더군.”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자 환관이 달려왔다.


환관은 처참하게 살해된 노파의 주검을 확인하고는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부디 은리한테는 말하지 말게. 분명 잔소리가 시작될 게야.”

“이미 왔거든요?”


뒤이어 도착한 은리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다가왔다.


그러더니 핏물이 뚝뚝 흐르는 부소의 손아귀를 꼭 감싸쥐었다.


“손바닥이 긁히셨네요.”

“워낙 다급한 상황이었으니까. 꼬챙이를 빠르게 집으려다가 찔렸나봐.”

“잠시 가만히 계세요. 약을 발라드릴게요.”

“괜찮은데···.”


침만 바르면 낫는다고.


21세기에서 온 빙의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무식한 답변을 했다.


그러자 은리가 날카롭게 도끼눈을 떴다.


“상처가 덧나려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알았어.”


고래기름으로 만든 연고를 슥슥 발랐다.


고사리처럼 곱고 부드러운 손이 닿자 멋쩍음이 밀려들었다.


백옥처럼 고운 얼굴에 걱정과 속상함이 역력했다. 다치고 돌아온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처럼 상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숙연함마저 느껴졌다.


꾹-.

손수건으로 환부를 강하게 묶었다.

압박에서 비롯된 아픔에 부소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비명을 터트렸다.


“황후께서 지금의 공자님을 보셨다면··· 분명 공자님의 등짝이 남아나질 않았을 거예요.”

“그, 그런가?”


부소의 친모인 황후 미씨는 수년 전에 병환으로 사망했다.


그를 떠올린 부소는 어색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쩌시려고 조고에게 선전포고를 하신 거예요?”

“설마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함양의 늙은 괴물에게 싸움을 걸었겠어. 암살시도가 계속 이어질수록 조고의 사냥개들이 흔적을 서서히 드러내겠지. 그때까지 버티면 돼.”

“···다음에는 정말 죽을지도 몰라요.”

“걱정 마. 놈들도 연이어 실패했으니 당분간은 지켜보기만 하겠지.”


믿어봐.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부탁을 했다.


그에 은리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부소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 * *



다음 날.


몽씨 가문을 전담하는 의원이 탕약을 바쳤다.


원기를 회복하는 탕약이라고 한다.

환부의 재생을 도와줄 탕약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랫동안 몽염과 몽연화의 검진을 도맡아온 의원이니 효능은 확실하겠지. 사대에 걸쳐 일당백의 괴력난신들을 배출한 몽씨 가문에 무슨 탕약 따위가 필요하겠냐만.


“······.”


탕약이 든 사발을 들었다.


사발에 담긴 진갈색의 액체를 바라보던 부소는 입을 다물면서 침묵했다.


척추를 타고 위기감이 작렬했다.

암습을 당할 때마다 매번 경고를 보내던 본능에서 비롯된 감각이었다.


노파의 암습에 즉각적으로 대응했을 때처럼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만약 아니라면 사과하면 그만이니까.


그렇게 판단한 부소는 사발을 들자마자 진상한 의원의 얼굴에 탕약을 끼얹었다.


촤아악-.


진갈색 액체가 흩뿌려졌다.


“끄아악!!”


탕약을 뒤집어쓴 의원이 두 눈을 움켜쥐었다.


피눈물을 흘리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한약들을 우려낸 약액에 뒤섞인 극독이 두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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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132 391 12쪽
39 대리청정 +25 24.08.29 12,897 427 11쪽
38 폭풍은 또 다른 폭풍으로 +40 24.08.28 13,158 3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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