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의 아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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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을 끌어내려라

DUMMY



창해(倉海)의 역사(力士)를 필두로 진나라에 원한을 품은 협객들과 함께 급습을 주도했던 배후는 장량이라는 인물이었다.


장량.


그는 삼대에 걸쳐 한(韓)나라의 재상을 역임했던 명문가의 후예였다.


중원의 약소국이었던 한나라는 가장 먼저 진나라에게 무너졌다. 시황제의 폭정에 반대하여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지만 한왕(韓王) 한안이 살해당하고 병력이 진압되면서 실패하게 되었다.


‘영정! 우리 대왕을 대신하여 네놈에게 천벌을 내려주마!’


동포들의 처절한 비명소리가 귓가에 생생했다.


두 눈을 감으면 적들의 말발굽에 초토화된 고향의 참상이 떠올랐다.


죽이겠다.

반드시 네놈을 죽일 것이다.


조나라의 영토를 시찰했던 시황제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암습을 주도했다. 나라를 멸망시킨 철천지원수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역사! 어서 황제를 죽이시오!”


전국순행 행렬을 급습한 역사와 형제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장량이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네 번째 어가를 박살냈다.

120근에 달하는 철추(鐵椎)는 이윽고 세 번째 어가를 향했다.


콰과과과곽──!!!


요란한 굉음과 함께 세 번째 어가가 으스러졌다. 그러자 장량은 침음을 삼켰다.


“괴물 같은 놈!”

“폐하를 시해하려는 역적이다! 어서 죽여라!


아니,

이번에도 틀렸다.


황제는 세 번째 어가에도 없었다.


벌떼처럼 달려드는 장졸들의 모습을 통해 실패했음을 직감했다. 철추를 거머쥔 역사도 그것을 간파했는지 고개를 들어 두 번째 어가를 노려보았다.


“멈추지 마라!”

“다음이다! 다음 마차를 노려라!”


두 번째, 혹은 다섯 번째 어가를 박살내기 위해선 근위대 병력을 뚫어야 했다.


거리를 좁혀야 한다.

망국(亡國)의 협객들은 기꺼이 청해 역사를 위해 목숨을 내던졌다.


장렬한 희생을 바라보던 역사가 육중한 철추를 휘두르면서 근위대 병력을 무너트렸다. 대기를 가르는 파공음과 함께 철추가 휘둘러질 때마다 병사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커헉!”


이번에는 반드시 황제의 숨통을 끊어낸다.


철추를 번쩍 들어올렸다.


하지만 사방에서 화살세례가 빗발치면서 팔척의 거구를 자랑하던 역사를 무릎 꿇렸다.


“말하라! 암습의 배후가 누구냐!”

“흐하하핫! 육국의 백성들이 모두 폭군을 증오하고 있거늘, 어찌 배후가 따로 있겠는가!”


칼끝에 베이고 화살에 찢기면서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역사는 괴력만큼 호쾌한 광소를 터트리면서 병장기를 겨눈 근위대 병사들을 질리게 만들었다.


고문으로 입을 열 놈이 아니다.


분명 숨통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저주를 내뱉겠지.


전국순행 행렬을 급습했던 복면의 자객들은 모두 처리했다. 칼자루를 거머쥔 몽의가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두 눈을 번뜩이던 역사의 심장을 꿰뚫었다.


“진왕, 영정···! 네놈을 죽이지 못하는 것이 원통할 뿐이다!”


청해 역사를 끝으로 모든 협객들이 참살되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어가를 박살내는 기염을 토해냈지만 결국 암살은 실패하고 말았다.


“미안하오! 미안하오, 역사···!”


철천지원수가 탑승한 마차는 놀랍게도 첫 번째 어가였다.


그 광경을 목격한 장량은 통한으로 가득한 피눈물을 흘리면서 말에 올랐다.


‘무력하다! 내가 무력하고 무능하여 실패했다! 진나라의 폭군을, 육국을 멸망시킨 최악의 폭군을 죽일 영웅호걸이 천하에 정녕 없단 말인가!’


망국의 원한이 담긴 날카로운 비수는 끝내 황제에게 닿지 못했다. 장량은 장렬한 죽음을 맞이한 동지들의 최후를 떠올리면서 통한의 피눈물을 흘렸다.


암살만으로는 진나라를 쓰러트리지 못한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폭군을 죽이기 위해선 반드시 영웅호걸들의 거병이 필요하다. 암살에 실패하면서 한계를 경험한 장량은 기필코 진나라를 멸할 영웅호걸들을 일으키겠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말에 올랐다.


연이어 박차를 가하면서 추격대로부터 멀어졌다.


‘내 나라를 불태웠던 것처럼··· 나 또한 언젠가 함양을 불태우겠다!’


암살에 실패하면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해버린 장량은 성씨와 이름을 바꾸고 동해군(東海郡)으로 잠적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장량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쫓기는 신세였던 항백이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 * *



엄윤(閹尹) 위철과 심복들이 붙잡히면서 부소를 위협했던 수차례의 암살시도가 독무대의 소행이었음이 분명해졌다.


조정을 장악한 늙은 환관이 황제의 적장자를 죽이려 했다.


사실이 알려지자 몽염의 장수들은 대역무도한 역적을 죽여야 한다며 길길이 날뛰었다.


“독무대를 동원하여 부소 공자를 시해하려 들다니··· 이런 미친놈들!”

“나라를 어지럽힌 늙은 환관을 당장 죽여야 합니다!”


황제의 총애를 이용하여 가렴주구를 일삼는 환관들의 만행에 불만이 가중되고 있었다. 그러한 불만은 독무대의 암살시도가 기폭제로 작용하면서 더욱 거세게 타올랐다.


궁궐로 쳐들어가 환관들을 모조리 척살해야 한다,


-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장수들의 입에서 나왔을 정도였다.


“공자께서도 대단하시지. 독무대의 자객들을 상대로 미끼 역할을 자처하실 줄이야.”

“설마 검술의 귀재이실 줄은 몰랐소! 지금까지 실력을 숨기고 계셨다니···!”


그동안 뛰어난 검술 실력을 숨기고 계셨다.


궁중의 환관들을 일망타진하고자 오랫동안 유약한 백면서생 취급을 받으면서 실력을 숨기셨음이 틀림없었다.


공자께선 은둔고수였다.

일당백의 실력을 자랑하시며 자객들을 모두 불귀의 객으로 만들었다.


입에서 입으로 널리 무용담이 확산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무용담을 들은 장졸들은 무려 10여 년 동안이나 감쪽같이 검술 실력을 숨긴 부소의 신산귀모에 극찬을 보내기까지 했다.


“분명··· 여자였지?”


무쌍(無雙)의 전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었을 때,


본인은 제자리를 맴돌면서 아름다운 환관을 안았던 순간을 떠올리고 있었다.


“중성화수술을 치른 환관이라서 늘씬한 굴곡이 있는 건가? 아니, 그래도 그렇지···.”


손아귀를 뻗었다.


늘씬한 허리를 끌어안았을 때의 감촉이 여전히 생생했다.


여성스러운 환관일 뿐인가.

아니면 환관으로 위장한 여인인가.


독무대의 자객들에게 노려지던 순간보다도 훨씬 심각한 반응을 보이면서 골똘히 고민했다. 은리와는 함양에서 추방된 이후부터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는 단짝이었기에 더욱 혼란스러웠다.


‘남장여자 환관이 등장하는 사극영화와 드라마가 유행했을 때가 있었지···.’


목적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환관으로 위장하여 궁중에 들어온 여주인공. 왕세자인 남주인공과 여러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사랑을 이루게 되는 스토리였지.


하지만 그런 내용은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할 뿐인 허구였다.


환관은 황실의 시종이다.

또한 진나라에선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노예이기도 했다.


궁궐의 업무들을 관장하는 환관이 정체를 위장한 남장여자임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곧바로 황실을 기만한 대역죄인의 낙인이 찍힘과 동시에 극형에 처해지게 될 것이었다.


허구에 불과한 남장여자 환관이 현실에 있을 리가 없다.


그렇게 단언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왜 그렇게 저를 빤히 쳐다보세요?”

“아니, 아무것도.”


은리가 처소에 들어서자 부소는 노골적으로 긴장된 반응을 보였다.


여자.

여자일지도 모른다.


같은 공간에, 거의 밤낮으로 동행했다는 사실이 다소 민망했다.


연애에 문외한인 남성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항상 막역하게 행동하던 부소가 슬금슬금 거리를 벌리자 은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신경이 쓰여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같이 변소나 가자고 할까? 아니, 환관은 애초에 물건이 없잖아.’


보자.


등짝을 보자.


고개는 정면으로 향한 채로 곁눈질을 보내면서 은리의 동태를 살폈다.


평소와 다름없었다.

정좌한 채로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아, 오늘 아침에 함양에서 서신이 도착했어요.”

“가까이 다가오지 말고 거기서 말해.”

“그럼 서신을 어떻게 건네드려요? 어젯밤부터 좀 이상하시네요.”

“······.”


몽의의 무관들이 보낸 서한이다.


총 20명에 달하는 ‘한신들’이 무사히 함양에 도착했다는 보고였다.


회음현에 거주하는 동명이인이 그렇게 많았나? 부소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스무 명의 한신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상군으로 호송하도록 명령했다.


“대체 한신이 누구예요? 처음 듣는 이름인데요. 혹시 한나라의 후예인가요?”

“아니, 그냥 잡놈. 제대로 된 직업도 없는 날백수야.”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 당연히 그럴 수밖에.


한미한 출신. 직업 없음.

특기는 유리걸식과 시정잡배들의 가랑이 밑을 기어다니기.


황제의 적장자가 수배를 명령했던 인물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하찮았다. 부소의 대답에 은리가 질린 표정을 짓는 것은 당연했다.



* * *



회음현에서 상경한 촌뜨기들은 별천지처럼 휘황찬란한 함양의 정경을 보고선 파안대소를 금치 못했다.


구름처럼 몰려든 인파가 북적거렸다.

또한 물자를 가득 실은 수레들이 끊임없이 관문을 통과했다.


천하의 중심이 바로 함양(咸陽)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관들에게 다짜고짜 끌려갔을 때만 하더라도 혹독하기로 유명한 여산(酈山)이나 상군(上郡)의 토목공사 현장으로 압송되는 것이라며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던가. 온몸을 휘감았던 불안과 두려움은 함양에 도착하자마자 눈 녹듯 사라지게 되었다.


“분명 토목공사 현장으로 보내질 줄 알았네···! 그렇지 않나, 한신?”

“그래서 함양까지 오는 동안에 몇 번이고 탈출을 궁리하지 않았는가.”


한신이 한신에게 말했다.


그러자 한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답잖은 잡답은 뒤로 미뤄라. 우선 너희들이 머무를 숙소부터 마련해주겠다. 함양에선 길을 헤매기 십상이니 한눈팔지 말고 따라와라.”


어째서 몇 개월이 넘도록 하찮은 촌부들의 길잡이 노릇을 했을까.


장기간의 무의미한 임무에 지친 몽의의 무관들이 환멸에 가까운 눈길을 보내면서 말했다.


“음?”


궁궐로 들어서는 궐문 앞에 관복을 차려입은 조정대신들로 북적거렸다. 행렬을 뒤따르던 한신들 중에 한 명이 광경을 목격하고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설마 수도로 상경한 촌뜨기들에게 보여주는 진나라 조정의 관례행사는 아니겠지.


‘다들 단체로 미쳤나···?’


조정대신들은 인원이 모두 모이자 그대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버렸다. 진나라를 대표하는 고관대작들이 날백수인 자신이 할 법한 행동을 해버리자 큰 충격에 빠졌다.


파업이다.

고관대작부터 미관말직에 이르기까지 파업을 선언했다.


황제의 적장자를 시해하려 했던 중거부령(中車府令) 조고를 대역죄로 처벌하라. 머지않아 함양으로 돌아올 황제에게 시위하고자 대응에 나섰다.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조정대신들이 앞장서서 대역죄인을 체포했겠지.


하지만 조고는 황제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환관들의 수장이었다. 함양의 장수들이 대부분 조고의 심복이었기에 병력을 동원하지 못하고 파업이라는 수단을 꺼내들 수밖에 없었다.


‘조정의 늙은이들이 약장수가 할 법한 잔꾀를 부리는군. 아니면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든가.’


제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권신이라도 군중들의 여론만큼은 감당할 수 없겠지.


게다가 지금은 황제가 전국순행으로 인해 궁궐을 비운 상태였다.


위정자가 자리를 비웠다.

국정을 대리하던 신하들은 파업을 선언했다.


진나라 조정이 매일 감당하는 업무량은 살인적인 수준에 가깝다. 전국에서 밀려드는 사안들을 모두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조정이 파업을 선언해버리자 중앙에 의지하던 진나라의 군현제(郡縣制)는 빠르게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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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멸진흥초(滅秦興楚) +36 24.08.31 12,130 3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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