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게임랭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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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7.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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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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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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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공동묘지 (1)

DUMMY

"공동묘지에, 아싸! 올라갔더니, 아싸! 시체가 벌떡. 시체가 벌떡. 벌떡! 벌떡! 벌떡벌떡벌떡!"


위프 도시 서쪽 성벽밖에 위치한 공동묘지. 그곳에 7명의 남자와 4명의 여자가 원으로 빙 둘러 앉아 술게임을 하고 있다.


H대학 동아리 회원인 그들은 무굴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꽃동산에서 나들이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패기 있는 신입생 현민이 모두를 공동묘지로 이끌었다.


"여름이니까 으쓱한 곳에서 술게임 어떠세요? 등골 시원하게요."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을까 걱정한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회장의 레벨과 직업을 듣고 안심을 할 수 있었다. 레벨 126의 흑마법사!


"아아아아아, 쇼크!"


흑마법사 멀린이 귀여운 신입생 여자에게 보내는 신호! 신입생과 양쪽의 남성이 일제히 곡소리를 낸다.


"아아아아아."


신입생 혜수는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턴을 받는 족족 자신에게 돌리는 회장 때문이었다. 술이라도 먹이고 싶어하는 것처럼!


더 짜증나는 점은 관심있는 남자가 자기 쪽을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회장이 눈독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 일부러 관심을 안 가져주는 듯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환영회에 참석 안 했을 텐데.


"쇼크!"

"아아아아 쇼크!"


그렇게 턴은 돌고 돌아 다시 회장에게 넘어갔다. 혜수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나한테 보내겠지. 하지만 턴은 돌아오지 않았다. 비명소리만 커져갈 뿐.


"아아아아아아...으아아아아악!"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멀린! 이내 뒷걸음 치기 시작하더니 출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형 어디가요!"

"귀, 귀신! 귀시이인!"


그 순간 동아리 회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멀린의 말대로 멀리서 흐릿한 형체의 귀신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레벨 126의 든든한 동료와 함께 있으면서도 귀신을 무서워하는 이들의 동아리는 다름 아닌 미스터리 동아리였다.


*


"정말 고맙네! 자네 덕에 동생의 혼을 달래줄 수 있었네!"


- [동생의 죽음]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명성이 10 증가합니다.


감사 인사를 전한 대장장이 술탄은 가게 안쪽에서 검 하나와 활을 꺼내왔다.


"자, 이건 약속한 보답일세."


---*---

[아이템 정보]


숙련자의 검 (내구도 30/30)

설명 : 대장장이 술탄이 만든 검. 형태는 일반적인 검과는 다를 바가 없지만 벨런스가 상당히 잘 잡혀 있는 검이다. 또한 정성스럽게 만들어 상당히 날카롭다.

착용 레벨 : 40

직업 제한 : 없음.


- 물리공격력 +40

---*---


아주 훌륭한 보상은 아니였지만, 모아 놓은 돈이 많지 않은 센츠에게는 큰 보상이었다. 만약 상점에서 구매했더라면 1골드 정도의 가격을 지불했을 것이다.


한편 셀린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현재 착용하고 있는 활보다 성능이 낮은 것 같았다.


셀린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둘은 날씨의 신전으로 향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사냥하기에 바빴던 셀린은 처음 걸어본 거리였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어느새 길 끝에 위치한 날씨의 신전이었고 익숙한 풍체의 성기사가 절뚝거리며 센츠에게 다가왔다.


"센츠!"


투구 안쪽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성기사는 투구를 벗었다. 단 한번도 그의 맨얼굴을 본 적이 없었지만 센츠는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캡틴?"

"잘 지내고 있었나? 자네가 챔피언이 됐다고는 얘기 들었네. 아, 후보자인가? 아무튼 축하한다고."


셀린은 그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녀에게 NPC란 사람 행세를 하는 AI.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그런 NPC와 반갑다며 인사를 주고받는 센츠의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캡틴은 괜찮으신가요?"

"자네 덕에 괜찮네. 그대의 훌륭한 유인책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신관님도 잃고 여신의 성수까지 잃었겠지."


그 순간 셀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대체 무슨 퀘스트를 진행했길래 이토록 감사를 표하는 것인가. 묻고 싶은 내용이 많아졌지만 그녀는 대화가 끝날 때까지 참기로 했다.


"아닙니다. 캡틴 덕에 그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거죠. 아무쪼록 무사히 살아계시니 다행이고 반갑습니다."

"그래. 나 역시 자네를 다시 보게 되어 정말 반가운 기분이야. 그나저나 여긴 어쩐 일인가?"


센츠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눈앞에 5칸 짜리 인벤토리가 떠올랐고, 예거에게서 얻은 문서를 꺼내 펼쳤다.


"이걸 보여드리려고 찾아왔습니다."

"음? 이게 뭐지?"


캡틴은 옆구리에 투구를 낀 채로 문서를 받아 천천히 글귀를 읽어 내려갔다.


"흠. 늑대 도적단에서 내려온 지령인가. 납치라니. 그것도 실험 목적으로? 이런 악랄한 자들을 봤나!"


텅! 투구를 바닥에 떨어뜨릴 정도로 노한 캡틴! 어떤 불의도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성격의 캡틴은 남은 한 손으로 주먹을 울끈 쥐고 말을 이어나갔다.


"이 문서는 내게 잠시 맡겨두게! 당장 대신관님께 말하여 조사단을 편성하고, 무슨 일이 음지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파견 해야겠어. 그래도 되겠나?"


"아, 예. 그러십시오."


- 지령서 [예거는 들어라]가 랄프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고맙네. 조사를 마치고 부탁할 일이 생긴다면, 자네를 찾아가겠네. 그때가지 몸조리 잘 하고 있게!"


이윽고 랄프라는 이름의 캡틴은 씩식거리며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셀린은 참고 있던 궁금증을 해방시켰다.


"유인책이라니. 목숨 걸 일이라도 있었나보네요."

"네. 호송 퀘스트를 수행하던 중에 라이칸의 습격을 받아서요. 호기롭게 C급 퀘스트를 받았것만, 역부족이었나 봐요."


C등급 퀘스트! 레벨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진 않지만, 레벨 60대인 셀린도 아직 받아본 적 없는 의뢰였다. 그런데 고작 레벨 40대인 센츠가 받았다니. 좀처럼 믿기지가 않았다.


"센츠님. 마침 도움이 필요했는데 여기 계셨네요."


이번에는 크리스티아나였다. 이제 기도를 올리려는 참인지 상점가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여사님. 그나저나 도움이라니, 어떤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요새 흉흉한 소문이 돌아서요. 그래서 용기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거든요. 용기 있는 사람을 보내달라고 기도하려던 참이었는데, 마침 여기 계셨네요."


센츠는 속으로 기뻐했다. 열심히 약자들을 도우며 지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5에서 10정도 주는 자잘한 퀘스트를 수행해서 쌓은 명성 덕에 퀘스트가 알아서 굴어 들어오니 말이다.


"제가 어젯밤 아버지께 인사드리려 서쪽 공동묘지에 들렸는데, 귀신을 본 것 같거든요. 너무 무서워서 그 자리에 술을 놓고서 그만 도망쳐버렸어요. 저 대신 그 술을 되찾고 대신 인사 드려주세요."



----*----

[퀘스트 요청]


제목 : 못다 한 인사

내용 : 어느 날 저녁, 크리스티아나는 아버지 '레비안'의 묘지에 와인을 들고 찾아갔다. 하지만 귀신을 만나는 바람에 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무서워하는 그녀 대신에 와인을 되찾고, 묘에 뿌려드려라.


난이도 : D

보상 : 담금주

주의 및 특이사항 :

- 술병이 깨지면 퀘스트 실패

- 누군가가 술을 취득할 경우 퀘스트 실패

----*----


센츠는 고민이 됐다. 얼른 레벨을 200을 찍어야 하는 상황에 고작 술 배달 퀘스트. 게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였으며, 정의감을 불러일으키는 내용도 아니였다.


"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바빠...음?"


거절하려던 센츠의 눈에 들어온 단 한 글자. 난이도 D.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였다. 생각보다 해결 과정이 복잡하거나 사냥하기 어려운 몬스터가 출몰한다는 것이다.


내용만 봤을 때에는 술을 묫자리에 가져주는 것이니 복잡할 부분은 없을 듯했다. 그렇다면 남은 한 가지는 몬스터의 출몰.


"바쁘지만 여사님과의 정을 생각해서 퀘스트를 수락하겠습니다."


- [못다 한 인사]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역시 센츠님밖에 없어요. 정말 감사드려요."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표한 크리스티아나는 신전 안으로 들어갔다.


"술을 그냥 낮에 드려도 되는 거 아녜요? 그럼 귀신도 안 나올 텐데."


파티가 가입된 상태라 자동적으로 퀘스트를 공유 받은 셀린이 말했다.


"그러게요. 귀신이 낮에 나올 리는 없잖아요."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이상하네. 일단 뭐, 술병을 찾으러 가죠."


*


"여기가 공동묘지군요."


공동묘지 입구에 도착한 센츠와 셀린. 철창으로 둘러싸여진 공동묘지 안쪽은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어 스산한 분위기가 흘렀다.


까악! 까악!


거기다가 울어대는 까마귀까지!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장소였다.


"소문이라도 난 걸까요. NPC도 안 보이네요. 그쵸, 센츠님?"


안쪽을 들여다본 셀린이 말했다.


"유저들도 안 보여요."


사냥터가 아니다 보니 유저들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센츠와 셀린뿐!


"일단 와인부터 찾아볼까요."


센츠가 먼저 앞장 서서 철창으로 된 대문을 열었다. 소름 끼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둘은 안쪽으로 발을 들였다.


"중간에 도망 나왔다고 했으니까, 입구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꽃과 술이 놓여 있는 묘비들 사이로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와인이 있는지 센츠는 유심히 쳐다봤다. 몇몇 묘비는 사람 손길이 끊긴지 오래 됐는지 먼지가 쌓이거나 이끼가 껴있었다.


"페리스라면 발도 못 들였을 곳이네요."


페리스를 떠올린 셀린이 말했다.


"그 분은 덩치에 비해 겁이 많으시던데요."

"그래서 캐릭터 덩치를 키운 게 아닌가 싶어요."

"래서판다 같네요."

"푸흡!"


활짝 벌리고 위협적인 척 하는 페리스를 상상해버린 그녀였다.


"그나저나 정말 귀신이 존재할까요."


센츠가 거리에 버려져 있는 빈병을 살피며 물었다.


"글쎄요. 벤시 같은 망령 몬스터가 존재하긴 하는데...NPC들이 드나드는 공동묘지에 출몰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서요."


살해당하거나 억울하게 죽게 된 여자 유령, 벤시. 게임이라고 얕보고 덤볐다가 오줌을 지릴 뻔했다는 후일담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만약 벤시가 나타나면 어떡할까요."


센츠는 주둥이에 쌓인 먼지를 보고는 다시 병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어떡하긴요. 도망가야죠. 물리 공격이 안 통할 텐데요. 제 화살은 물론이고 센츠님 검도 그냥 지나칠 걸요?"


센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벤시 같은 유령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무기를 은으로 칠하거나 속성 버프를 받아야 했다. 다행힌 점은 센츠에게 속성 버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고렙 몬스터이기 때문에 그들로써는 벤시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저녁 전에 퀘스트를 마무리 짓길 바래야겠네요."


센츠의 말에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찾아온 침묵 속에서 둘은 묵묵히 와인병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멀쩡한 와인병은 보이지 않았다.


"뭐지, 지나쳤나."


센츠가 머리를 긁적였다. 구석구석 살피긴 했는데, 혹시 못 보고 지나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니면 누군가 가져갔을지도 모르죠."

"그건 아닐 겁니다. 병이 깨지거나 다른 사람이 취득하면 실패한다고 조건에 적혀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대체 어디 있는가 말인가. 저녁이 되기 전에 서둘러 찾아야만 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해는 멀리 보이는 산 뒤쪽으로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안 되겠다. 센츠님. 저 좀 올려주세요."

"네? 올려 달라고요?'

"목마 태워 달라고요."

"아아."


그제야 말뜻을 알아들은 센츠가 자세를 낮추었다가 셀린이 올라타자 다시 일어섰다.


"어때요. 좀 보이세요?"

"음. 딱히 안 보이는데. 어라? 저기에 사람이 있었네요?"


센츠는 셀린의 손끝이 가르키고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하지만 센츠의 시야에서는 우뚝 솟은 묘비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았다.


"흠. 그 사람한테 지나가다가 와인 본 적 없는지 물어볼까요?"

"그거 좋은 것 같아요."


센츠는 대꾸하며 셀린을 내려주었다. 그들은 곧장 사람이 보였던 곳으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한 사람이 힘없이 걷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하나 여쭤볼 게 있습니다."


센츠는 서둘러 안개 속을 향해 걷는 자를 불렀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는지 그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센츠와 셀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형체의 주인은 사람이 아닌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스켈레톤이었다. 그리고 녀석의 손에는 새 와인이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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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1) 24.08.16 13 0 15쪽
14 103211 가지 방법 (3) 24.08.14 12 0 15쪽
13 103211 가지 방법 (2) 24.08.12 13 0 11쪽
12 103211 가지 방법 (1) 24.08.09 15 0 11쪽
11 꿈틀대는 공동묘지 (3) 24.08.07 15 0 12쪽
10 꿈틀대는 공동묘지 (2) 24.08.05 17 0 11쪽
» 꿈틀대는 공동묘지 (1) 24.08.02 16 0 13쪽
8 늑대 도적단 (2) 24.08.02 16 0 12쪽
7 늑대 도적단 (1) 24.08.01 16 0 12쪽
6 챔피언 (5) 24.07.30 18 0 13쪽
5 챔피언 (4) 24.07.29 21 0 14쪽
4 챔피언 (3) 24.07.29 22 0 11쪽
3 챔피언 (2) 24.07.26 27 0 13쪽
2 챔피언 (1) 24.07.25 38 0 12쪽
1 프롤로그 24.07.19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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