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하여 게임랭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7.19 12:15
최근연재일 :
2024.08.21 08:0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24
추천수 :
1
글자수 :
93,413

작성
24.07.29 13:05
조회
21
추천
0
글자
11쪽

챔피언 (3)

DUMMY

마차 후방을 조여오는 도적의 수는 넷이었다. 리나가 다섯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내가 셋 정도는 묶어둘 수 있어! 그대는 후방을 지켜보도록!"


기사의 모드가 발동한 것일까. 달라도 너무 달라진 리나의 말투. 게다가 목소리는 남자처럼 내고 있었다. 센츠는 일단 그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인정사정 없는 회오리!"


리나는 소용돌이처럼 회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검의 궤적을 따라 불길이 솟구치고, 그 위협적인 모습에 도적들은 좀처럼 다가오지 못했다.


"크읏! 천천히 저놈을 옥죄어라!"


목소리 변조가 통한 것일까. 도적들은 리나를 '놈'이라고 칭했다.


도적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리나에게 다가갔다. 그럴 때마다 리나는 검을 더욱 거세게 휘둘러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센츠는 잠시 뒤를 돌아 성기사들은 어떤지 살펴봤다. 알려진 기사 견습생 NPC의 레벨은 약 50초반부터 90 후반대. 정식 기사인 그들의 레벨은 100 언저리일 것이다.


그들은 육중한 검으로 다가오는 도적을 베어내고, 때로는 철갑으로 둘러싸인 팔로 쳐내여 튕겨냈다. 하지만 수가 줄어들 때마다 숲속에서 추가병력이 튀어나와 좀처럼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진 않았다.


꿀꺽.


마음 같아서는 그들과 함께 싸우고, 경험치와 전리품을 획득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역할은 자리를 지키는 것. 개인의 욕심 때문에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됐다.


센츠는 다시 시선을 리나에게 돌렸다. 여전히 도적들은 다가오지 못했지만, 문제는 수가 늘어났다는 점이었다. 줄이지 못하고 있으니 늘어가기만 했다. 이대로라면 지쳐서 공격 당할 게 뻔했다.


하지만 센츠는 결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골 출신에서 시작하여 왕실기사단 2군에 들어서기까지 수많은 전투를 치뤘던 그였다. 전장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엄청난 화살의 갯수만큼이나 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곳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았다. 그에게 있어서 패배 인정은 칼날이 목 앞에 멈출 때가 아닌, 이미 뚫고 지나간 뒤에 하는 것이었다.


"리나님!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기사 역할극에 빠진 리나를 위한 맞춤형 말투였다.


"그래. 무엇이더냐!"


맞춤형 말투는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비록 레벨이 낮을지라도 자신의 말을 잘 들어줄 것이라고 센츠는 확신했다.


"기사님이 적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면, 제가 적들을 무찌르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허억. 허억! 그러도록 하라!"


예상대로 지치기 시작한 리나. 그녀는 거친 숨을 내쉬며 센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허가가 떨어지자 센츠는 땅을 박차고 앞으로 나갔다. 그 순간에도 리나의 검은 화염을 내뿜어 있었고, 센츠는 불길을 뚫고 나타나 도적들에게 달려들었다.


- 화염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화속성 저항력 때문에 데미지는 개미가 깨문 정도에 불과했다.


"흐에에엑!"


시야를 가리고 있던 불길을 뚫고 나타난 센츠를 보곤, 도적들이 괴성을 질렀다.


"화룡지검!"


아직 초급 1단계라 가하는 파워 스트라이크의 데미지는 스킬 치고 데미지가 미약하다. 하지만 질주 중의 공격이기 때문에 가속도에 의한 데미지 보너스가 들어가 있는데다가 화염까지 내뿜고 있다.


"커어억!"


- 약점을 공격하였습니다!

- 약점을 공격하여 즉시 화염에 휩싸입니다.


데미지가 2배 늘어나는 약점 공격! 게다가 즉시 점화 효과가 발동했다.


화염에 휩싸인 도적은 불을 끄기 위해 바닥을 굴렀다.


그 순간 센츠의 눈이 다시 한번 번뜩였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동료한테 한눈 팔린 도적!


- 약점을 공격하였습니다!


무방비 상태에 놓인 도적의 목을 베자, 녀석도 동료와 마찬가지로 화염에 휩싸였다.


"감히이이!"


근처의 도적이 센츠에게 붙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상대는 산전수전 다 겪은 왕실수호기사단 경력의 검사. 요즘 말로 대기업 경력직 신입. 검으로 응수하여 상대의 공격을 흘려보낸 뒤, 빈틈을 노려 가슴을 찔렀다.


화르륵!


- [카운트 어택] 성공! 치명타가 발동합니다.

- 치명타 공격으로 즉시 화염에 휩싸입니다.


치명타 공격 역시 효과를 발휘했다. 화염이 세어나오는 가슴에서 검을 빼낸 센츠가 불붙은 도적을 발로 밀쳐냈다.


"세상에."


리나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도 믿기가 힘들었다. 그 짧은 순간에 도적 세 명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한참 레벨이 부족한 센츠가 말이다. 만약 레벨이 높았더라면, 적을 즉사시켰을 터였다.


리나는 침을 삼켰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다. 가상현실게임의 전투는 수치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빠른 판단력과 실행력으로 상대방의 수를 읽고 자신의 수를 내놓는 것. 그럼으로써 시스템으로 결정된 우위를 역전시킨다. 그것이 가능한 게임이 바로 무한의 굴레, 인피니티 싸이클이었다.


"젠장. 여기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레벨 91의 방패검사 리나. 그녀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NPC들을 지켜볼 수 없다던 센츠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 과몰입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과몰입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다. 인간형 몬스터를 죽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유저들이 그러하듯, 인간형 몬스터를 죽이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가상현실게임으로 살인의 용기를 얻어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를 보고 충격 받은 그녀로서는 자신 역시 그렇게 될까 겁이 났다.


하지만 기사란 어떤 존재인가. 어느 상황에서나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적을 무찌르는 사람이 아니던가!


"아이언 실드!"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버프를 두르고 기세 좋게 방패를 치켜든 채 달려나가는 리나! 그녀는 정면의 도적의 공격을 방패로 튕겨내고 옆구리를 베었다.


- 타앙!


옆에 있던 도적이 리나의 팔을 노렸지만,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온갖 버프로 둘러싼 갑옷을 베어내진 못했다.


"비열한 도적들! 한 놈씩 덤벼오라!"


팡,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가 머리를 강타했다! 리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바닥에 꼬꾸라진 도적의 배에 검을 찔러 넣었다.


이내 도적은 입으로 피를 토하며 그대로 죽음에 이르렀다.


첫 살인. 비록 게임이긴 하나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도적이 남겨놓고 온 가족들. 그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을 생각에 눈물이 날려는 찰나.


"성격이 포악하지 그지 없구나! 분명 네 녀석의 어미는 오크겠지."


눈동자에 고인 눈물이 쏙 들어갈 정도의 날카로운 패드립. 동정이 분노가 되기까지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죽여주마아아!"


한편 센츠는 죽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망할 갑옷. 이 갑옷 때문에 유연한 동작을 펼치고 있지 못했다.


어차피 게임이다. 굳이 두껍고 무거운 장갑을 착용하면서까지 피부와 뼈를 지킬 필요는 없다. 과한 장비는 오히려 스테미나 소모를 빠르게 하고, 유연한 회피 동작을 못하게 하는 방해물이었다.


그렇다고 처음 반격했을 때처럼 모든 공격을 흘릴 수도 없었다. 흘리기 좋은 공격은 모든 게 들어맞아야 했다. 자신의 자세, 상대방의 공격 방향, 힘의 정도. 그것들이 조화를 이뤘을 때 완벽한 카운터가 나온다.


지금 상황에서는 완벽한 카운터가 필요했다. 조금의 충격이더라도 레벨 차이 때문에 체력이 크게 깎이기 때문.


비록 버프와 투지가 있긴 하나, 전투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체력을 낭비해서는 안 됐다.


카앙!


센츠의 검과 도적의 검이 부딪치자 욱신거리는 통장이 팔을 따라 전해졌고, 센츠의 눈앞에는 알림메시지 창이 떴다.


- 왼팔의 피로도가 70%를 넘겼습니다. 데미지가 20% 감소합니다.

- 피로도로 인해 완벽한 방어에 실패하였습니다. 20%의 데미지를 입습니다.


망할 피로도 시스템. 무굴에서는 신체부위별 피로도가 존재한다. 방어에 성공할지라도 근육에 무리가 오기 시작하면 데미지를 입는 아주 악질적인 시스템. 피로도가 쌓이면 부상의 위험이 따라오고, 부상은 곧 패배로 이어지는 수가 있다.


'잠깐 물러나야겠어.'


아무래도 초보자 장비로 바꿔 입어야 할 듯했다. 최고의 방어는 최고의 공격이라는 말은 틀렸다. 최고의 방어는 그냥 맞지 않는 것이다.


우선 발로 눈앞의 도적을 밀쳐낸 뒤 센츠는 리나를 쳐다봤다.


"리나님! 잠시 주위 좀 돌려줄 수 있습니까?"


도적의 심장에서 막 검을 뽑고 있던 리나가 센츠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네는 늑대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 오합지졸 똥개들아."


그 순간 도적들의 이목은 리나를 향했다.


"저 자식을 죽여라! 우리를 모욕하다니!"


본인들이 내뱉은 패드립은 기억하지 못하고 발끈하는 도적들. 몰려드는 도적들의 모습에도 그녀는 겁을 먹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도적은 패드립을 난무하는, 아주 버릇 나쁜 놈들에 불과했다. 버릇은 고쳐줘야 한다.


"인정사정 없는, 무빙 회오리!"


움직이는 회전 공격! 리나는 회전하는 동시에 적들을 향해 움직이며 적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요란해서 이목은 확실하게 끄는군."


센츠는 장비를 다시 초보자용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혼비백산한 적들을 하나 둘 처리하였다.


"하아. 하아."


고군분투 끝에 마차 후방의 적들을 정리한 센츠와 리나. 둘은 눈빛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엄지를 날렸다.


한편 센츠는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번 전투로 무려 2레벨이 상승! 후방의 적들 뿐만 아니라, 성기사들이 죽인 경험치 일부까지 획득한 덕이었다. 파티에 묶여 있거나 같은 퀘스트를 수행하는 NPC가 획득한 일부 경험치를 나눠가지는 것이 가능했다.


거기다가 파워어택이 초급 2단계로 상승! 이젠 125%의 데미지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다들 수고하였네!"


적의 습격이 중단됐다고 판단한 신관이 마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독려했다.


그 순간, 숲 속에서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오오오오오!"


날카로운 늑대의 울음소리. 하지만 늑대라고 하기에는 너무 소름끼치는 소리였다.


"아. 다들 수고들 하게."


신관은 다시 마차 안쪽으로 몸을 숨긴 뒤 커튼까지 쳤다.


할 말을 잃은 센츠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거진 나무의 그늘에서 붉은 눈빛이 반짝였다. 라이칸스로프, 여섯 마리의 늑대인간들이 이빨을 드러내며 천천히 7다가오고 있었다.


"어째서 대낮에 라이칸이!"


사제는 물론 성기사들도 경악했다. 그들의 말대로, 라이칸스로프는 주로 한밤중에나 출몰하는 몬스터였다. 대낮에서의 활동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밤에 비하면 위력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하여 게임랭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글 도입부 리메이크 안내 24.08.16 6 0 -
공지 안녕하세요. 인사드립니다. 24.08.12 7 0 -
17 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3) 24.08.21 5 0 13쪽
16 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2) 24.08.19 5 0 11쪽
15 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1) 24.08.16 13 0 15쪽
14 103211 가지 방법 (3) 24.08.14 11 0 15쪽
13 103211 가지 방법 (2) 24.08.12 12 0 11쪽
12 103211 가지 방법 (1) 24.08.09 14 0 11쪽
11 꿈틀대는 공동묘지 (3) 24.08.07 14 0 12쪽
10 꿈틀대는 공동묘지 (2) 24.08.05 16 0 11쪽
9 꿈틀대는 공동묘지 (1) 24.08.02 15 0 13쪽
8 늑대 도적단 (2) 24.08.02 16 0 12쪽
7 늑대 도적단 (1) 24.08.01 16 0 12쪽
6 챔피언 (5) 24.07.30 17 0 13쪽
5 챔피언 (4) 24.07.29 20 0 14쪽
» 챔피언 (3) 24.07.29 22 0 11쪽
3 챔피언 (2) 24.07.26 27 0 13쪽
2 챔피언 (1) 24.07.25 37 0 12쪽
1 프롤로그 24.07.19 65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