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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7.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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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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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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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꿈틀대는 공동묘지 (3)

DUMMY

"여기가 마지막 묘지군요. 이번엔 부디 나타나야 하는데. 그쵸 셀린님?"


남쪽 성문 바깥에 위치한 공동묘지. 창고 안에 있는 센츠와 셀린은 조그만 문틈으로 바깥을 지켜보고 있다.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까지 돌아다닌 묘지는 4곳. 나머지 묘지에서 도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때마다 스켈레톤과의 전투가 벌어졌다. 특히 직전의 묘지에서는 압도적인 스켈레톤의 숫자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이번에는 나타나길 바래야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셀린님 헛걸음 하게 만든 꼴이니까."


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리 헛걸음까지는 아니였다. 그동안 지켜본 센츠의 전투를 보며 많은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비록 게임이지만 진심으로 움직이는 센츠. 그녀가 생각했던 오지랖은 센츠의 정의감이었으며,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서 동료의 상황을 확인하는 모습을 통해 동료애를 느낄 수 있었다.


센츠와 함께라면 홀로 고립되더라도 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런 든든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레인저인 그녀에게 큰 행운이었다.


"저기, 누가 들어와요."


멀리 담을 넘고 들어오는 무리들! 셀린은 그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내밀었다.


"어디요?"


센츠는 셀린와 바짝 붙어 문틈 너머를 쳐다봤다. 심장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까이 붙자 순간적으로 셀린은 숨을 참았다.


"진짜네요. 움직임은 뭐랄까... 나 도둑이요, 라고 말하는 것 같고."


허둥거리며 주변을 둘러보다 돌부리에 넘어지는 도적들. 한 패가 아닌 이상 그들을 보고 도적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숫자는 열둘 정도."


센츠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느 타이밍에 나타나 훼방을 놓을지. 적들이 얼마만큼 강한지. 만약 전투가 발생한다면 어떤 식으로 공격을 전개 해야 할지.


먼저 센츠가 앞으로 나서서 도적들의 발목을 붙잡고 셀린이 지원사격을 한다. 지금까지 구사한 전술로 충분할지 모르지만, 상대는 스켈레톤이 아니였다. 수적으로 우위를 점한 다음에 센츠를 피해 셀린부터 노리게 된다면, 그녀도 위험에 쳐할 수가 있다.


적들 중에 예거 같은 네이밍 몬스터가 있을 경우는 승산이 아예 없었다.


"좋은 방법 있어요?"


센츠는 셀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하지만 너무 가까웠던 탓일까. 종이 한장 차이의 거리만큼 가까워진 두 입술.


"저는 준비가 안 됐어요옷!"


무엇이 덜 준비 됐다는 것일까. 센츠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이라고는 셀린이 밀쳐내는 바람에 몸이 문밖으로 튀어나가고 있었고, 난데없는 소란에 도적들이 동작을 멈추고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


센츠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넘어지며 바닥에 떨어뜨린 검을 조심스럽게 주어들고 빤히 쳐다보고 있는 도굴꾼들에게 손을 들었다.


"일들 보시오."

"목격자를 처단하라아앗!"


- 피융!


센츠의 바로 옆자리에 꽂히는 도적의 화살. 센츠는 입술을 깨물었다. 전략적으로 싸울 생각이었것만!


"셀린님. 궁수부터!"

"알아요!"


이미 장전을 마친 셀린이 붉은 얼굴로 활 시위를 놓았다. 적 궁수들은 묘비에 몸을 숨겼고, 돌격대는 일제히 산개했다.


"죽어랏!"


-캉!


가장 먼저 당도한 도적과 센츠의 검이 부딪쳤다. 적의 레벨이 높으면 방어를 하더라도 데미지가 들어오는데, 팔이 저리는 것이 전부였다.


"스켈레톤보다 못한 녀석들!"


상대에게 공격을 허용하더라도 치명상은 없을 것이란 계산을 마친 센츠는 과감하게 움직였다. 상대보다 먼저 검을 휘두르고, 포위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크라이밋 엣지."


달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는 검. 때로는 적이 아닌 허공을 갈랐고, 검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눈부신 빛이 적들의 시야를 차단했다.


"크윽 눈부셔!"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센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며, 어느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다음."


센츠는 곧바로 다음 타겟으로 이동했다.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때만큼은 최강의 전투력을 자랑하는 센츠의 검에 도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썰려 나갔고, 셀린의 강력한 화살은 묘비를 뚫고 궁수들의 심장을 뚫었다.


어느덧 남아있는 몬스터는 삽을 들고 있는 졸개 하나! 전의를 잃은 도적이 허우적거리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녀석을 향해 화살을 조준하는 셀린.


"셀린님!"


그때 센츠가 그녀를 불렀다. 그는 다리를 툭툭 치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인 셀린은 화살의 방향을 틀었다. 목표는 허벅지!


"커억!"


센츠는 검에 뭍은 피를 허공에 털어내고는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넘어진 도적의 허벅지에서 화살을 빼낸 후 구멍난 자리를 짓밟았다.


"죽은 자를 모욕한 자. 곱게 살아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나?"


"흐아아악! 살려주시오!"


애처롭게 애원하는 도적! 누가 보면 센츠가 악당이라 착각할 정도로 자비를 배풀지 않는 센츠였다.


"물음에만 답하면 살려주지."

"무, 무엇이든 답하겠습니다!"


셀린은 그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적을 하나만 남겨두는 판단과 공포에 질린 적에게 고통을 동반한 공포의 심문을 하는 센츠.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느껴졌기에 센츠의 본업이 특수부대는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첫째, 그대의 이름."

"저. 저의 이름은."


도굴꾼은 입을 얼머부리다가 겨우 대답했다.


"크레톤입니다."


그러자 도적의 머리 위로 크레톤이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이름을 물어봄으로써 예거와 같은 네이밍 몬스터가 된 것이다.


"그래. 크레톤. 너는 어느 소속이지?"

"도, 늑대 도적단이요."


지긋지긋한 그 이름, 늑대 도적단! 이 녀석들은 무덤 속에 들어간 사람들의 재산까지 탐하고 있었다. 살려둘 가치가 없는 쓰레기였다.


당장 목을 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참고서 센츠는 차분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여기는 무슨 일이고?"

"무슨 일이긴요. 도굴하러 왔죠."


센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굴은 도적질보다 매우 경제적인 일인 것은 분명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목숨을 잃지 않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 서민의 무덤을 노린다?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귀족이나 돈 많은 상인들만 따로 있는 묘지도 있을 텐데. 굳이 여기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돈이 목적이 아니니까요."


"그럼 뭐지?"


"뼈, 입니다. 그것도 송곳니."


센츠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람한테 송곳니가 있었나?"

"있어요. 퇴화해서 눈에 띄게 툭 튀어나오지 않을 뿐이지."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셀린이 대신 답했다. 이윽고 도굴꾼의 짐가방을 뒤지더니 톱날과 망치 등의 각종 공구를 꺼냈다.


"이 녀석 말이 사실인 거 같은데요. 물건 따위 훔칠 거였으면 이 정도의 장비는 필요 없었겠죠."


센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어째서 송곳니를 가져가려 하는 것인가. 현대 의학에서는 충치를 떼내고 금니를 씌우기도 하지만, 무굴에서는 그런 의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무슨 용도로."

"그건 몰라요."


센츠가 허벅지를 밝고 있는 발에 더욱 무게를 실자 상처 부위에서 피가 솟구치고 크레톤은 고통에 몸부림 쳤다.


"다시 한 번 묻지. 용도는?"

"저, 정말 몰라요! 저희는 대장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센츠는 셀린 쪽을 쳐다봤다. 사실인 것 같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지막. 대장의 위치는?"

"그것도 몰라요."


센츠가 세게 밟으려는 제스쳐를 취하자 크레톤이 손을 내뻗었다.


"정말! 정말이에요. 저 같은 나부랭이는 본거지에 가본 적도 없단 말이에요."

"흠. 그렇단 말이지."


센츠는 허벅지의 압박을 살살 풀어주었다. 흘러나오던 피의 유속이 느려지고, 크레톤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그럼 약속대로 살려주시는 겁니까?"


크레톤이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셀린은 센츠의 판단을 기다렸다. 게임에서만 살아숨쉬는 NPC에게 동정을 느낄 수 있는 그가 몬스터도 살려줄 것인지.


"셀린님."


심문할 때보다도 한층 더 어두워진 목소리로 불렀다.


"네?"


"어느 한 숲속에 도적떼가 살았습니다. 근처 마을 주민이 이들을 토벌해달라며 영주에게 부탁했고, 영주는 자신의 사병들을 파견했죠. 사병들은 도적떼를 몰살시켰습니다. 단 한 녀석만 빼고요."


"왜 살려두셨나요?"


"아이였기 때문이죠. 사병들을 이끌었던 캡틴은 그 선택에 스스로 뿌듯해 했습니다."


그러며 크레톤을 붙잡고 있던 발을 놓아주었다. 크레톤은 센츠와 셀린의 눈치를 봐가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멀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근데요. 한 5년 뒤 그 마을에 돌아가보니, 쑥대밭이 돼 있더랍니다. 그래서 캡틴은 다짐했죠. 다시는 인간 말종들에게 자비를 배풀어서는 안 된다고. 그게 아무리 어린 아이일지라도."


센츠는 검을 돈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멀어져가는 크레톤을 향해 던졌다. 달빛을 먹금은 검은 원을 그리며 날아가 크레톤의 등에 꽂혔다. 크레톤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지며 목숨을 거두었다.


"물론 그 캡틴의 잘못은 아니겠지요. 목숨에 대한 은혜를 복수로 갚기로 한 건 녀석이니까요. 하지만 기회가 있었습니다. 변수를 없앨 기회가."


센츠는 크레톤에게 걸어가 검을 납도한 뒤 말을 이었다.


"이제 퀘스트 완료 보고 하러 갑시다."


*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렇게 위험한 일인 줄 알았으면 부탁하지 않았을 텐데. 잘 가져다 주어서 고마워요. 이거는 집에 만들어놓은 담금주인데, 기름진 음식이랑 같이 마시면 더욱 풍미가 잘 느껴질 거예요."


크리스티아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못다 한 인사] 퀘스트를 완료하였습니다.

- 명성이 10 상승하였습니다.

-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어느덧 레벨은 47을 달성했다. 50레벨 달성을 코앞에 둔 상태. 이대로 높은 레벨의 몬스터만 사냥하다보면 금방 성장할 듯 싶었다.


"그럼 안전한 모험길이 되시길."


크리스티아나가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고, 센츠와 셀린은 서로를 쳐다봤다.


"셀린님. 이제 뭐하면 좋을까요. 사냥?"

"미안해요. 저는 이제 돌아갈 시간이라."


셀린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짧은 시간 동안 게임의 즐거움을 느꼈던 그녀였다. 레벨업만 바라보며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모험에 몰입하며 즐겼던 순간들. 그 순간이 이제 끝이 났다는 생각에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군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는 마저 사냥을 하러 가야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센츠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 뒤로 돌아가려던 찰나, 셀린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우리 친구해요."


- '셀린' 님이 친구요청을 하였습니다.


친구로 등록하면 제한되는 맵이 아니면 언제든 귓속말을 보낼 수 있게 된다. 만남 이후에도 이어지는 소통으로 또 다른 만남이 생겨난다. 센츠 역시 셀린과 함께 했던 모험이 즐거웠기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럼 다음에 또 재밌게 놀아요. 아참. 사냥은 눈물의 늪에서 하세요. 거기에 크로커다일이 나오거든요. 권장레벨은 70이긴 한데, 센츠님이라면 잘 잡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감사합니다."


셀린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새하얀 빛으로 둘러싸이면서 눈앞에서 사라졌다.


"눈물의 늪이라. 한번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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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03211 가지 방법 (3) 24.08.14 12 0 15쪽
13 103211 가지 방법 (2) 24.08.12 13 0 11쪽
12 103211 가지 방법 (1) 24.08.09 15 0 11쪽
» 꿈틀대는 공동묘지 (3) 24.08.07 15 0 12쪽
10 꿈틀대는 공동묘지 (2) 24.08.05 17 0 11쪽
9 꿈틀대는 공동묘지 (1) 24.08.02 15 0 13쪽
8 늑대 도적단 (2) 24.08.02 16 0 12쪽
7 늑대 도적단 (1) 24.08.01 16 0 12쪽
6 챔피언 (5) 24.07.30 18 0 13쪽
5 챔피언 (4) 24.07.29 21 0 14쪽
4 챔피언 (3) 24.07.29 22 0 11쪽
3 챔피언 (2) 24.07.26 27 0 13쪽
2 챔피언 (1) 24.07.25 38 0 12쪽
1 프롤로그 24.07.19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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