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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7.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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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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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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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공동묘지 (2)

DUMMY

어느새 해가 떨어지고 일어난 스켈레톤. 비어있는 눈을 가득 채운 공허함과 탁탁 거리는 턱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씹어먹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스켈레톤 졸병. 50대 레벨로 알려져 있는 몬스터예요."


셀린이 활 시위를 당겼다. 그러는 동안 스켈레톤은 천천히 병을 들고서 다가오고 있었다.


"녀석이 들고 있는 와인병이 우리가 찾고 있는 물건이 있으니 섣불리 공격하면 안 됩니다. 병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니까요."


센츠의 말에 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어깨를 노려주시죠. 그러면 병이 떨어지기 전에 수거하겠습니다."


그리고 검을 뽑아들었다.


"현재 날씨에 따른 축복 확인."


- 현재 날씨 '밤, 맑음'에 따라 마법공격력이 2.5%, 치명타 확률이 5% 상승합니다.


마법공격력 버프는 큰 의미가 없다. 마법공격력에 영향을 주는 지혜에 투자한 스탯이 없기 때문에 유일한 마법 스킬인 스카이 인첸트먼트를 시전하더라도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현재로써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스카이 인첸트먼트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지혜 스텟에 투자해야 할까 고민했다.


물론 커뮤니티에 지혜 스탯을 따로 올리는 방법이 있는지 찾아본 적은 있다. 새롭게 발견된 고대 문서를 읽거나 학교에 다니면 된다고 한다. 고대 문서를 찾는 확률은 아주 희박하며, 학교는 귀족 중심이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요구했다. 그러한 금액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돈을 벌 수 있는 실력자가 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법 공격력이 쓸모 없긴 했지만 치명타 확률은 꽤나 훌륭한 수치를 제공하고 있었다. 게다가 크라이밋 엣지로 맑은 하늘 위에 떠있는 달로부터 명속성을 부여 받을 수 있는 상황.

명속성은 스켈레톤 같은 암속성 몬스터들에게 쥐약과도 같았다.


"크라이밋 엣지"


- 달빛이 은은하게 무기를 뒤덮습니다. 실명확률이 5% 상승합니다.


"드디어 스킬을 사용하시는군요."


셀린은 은빛의 검을 쳐다봤다. 지금까지 실내에서 싸우느라 센츠의 스킬을 본 적 없던 그녀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센츠는 앞으로 달려들었다. 목표는 와인병! 녀석이 와인을 들고 있는 이유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와인을 되찾고 퀘스트를 완료해야 된다.


"쏩니다!"


신호와 함께 셀린이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피잉, 하는 소리와 함께 스켈레톤의 어깨에 적중하는 화살!


부패된 몬스터의 뼈는 들개에게 씹힌 닭뼈처럼 쉽게 부숴졌다. 그리고 주인 잃은 팔은 천천히 바닥을 향해 낙하한다.


그리고 병이 바닥에 부딪치려는 그 순간, 센츠가 바닥을 슬라이딩 하여 정확하게 받아냈다.


- '크리스티아나의 잃어버린 와인'을 되찾았습니다.


짜릿한 순간에 쾌재를 부르려던 센츠는 눈앞의 광경에 하마터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주인 잃은 손아귀가 와인병을 놓지 않고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카드득!


- '크리스티아나의 잃어버린 와인'이 손상됐습니다. 손상도 12%'


앗뿔싸. 떼어놓기만 하면 그만일 줄 알았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내 수우울."


스켈레톤은 술을 놓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살아생전에 분명히 주정뱅이였을 것이다. 죽어서도 술을 끊지 못하다니. 이 사실을 알면 와이프가 묘지에 찾아오기나 할까.


"죽어라 해골 대가리!"


센츠의 검이 은빛 실가락을 그리며 스켈레톤의 목을 향해 다가간다. 하지만 술꾼 스켈레톤은 이미 술을 마신 것처럼 몸을 휘청였고, 검은 허공을 스쳐 지나갔다.


"위험...하잖아."


바닥에 넘어졌다가 일어선 스켈레톤의 한 손에는 어느새 구닥다리 검이 쥐어져 있었다.


"도와줘...친구들."


쿠구구구. 스켈레톤의 부름에 묘지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내 관을 덮고 있던 땅을 비집고 몬스터들이 출몰했다.


센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런 광활한 대지에서 다수를 상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였다. 게다가 셀린 쪽에도 스켈레톤이 출몰하고 있는 상황. 자칫하다가는 셀린이 포위당할 수도 있는 상황.


"느어어어어."


하지만 승산이 없는 것은 아녔다. 스켈레톤의 움직임이 아주 느렸던 것이었다. 녀석들의 포위망에서 벗어나며 따로 떨어져 있는 스켈레톤을 하나씩 격파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싸움이었다.


"달빛연무!"


명속성의 웨더 스트라이크를 3차례에 걸쳐 사용하는 센츠. 적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강한 빛을 내뿜는 검을 휘두른다.


- 약점을 공격하였습니다. 치명타 발동!


스켈레톤의 레벨은 센츠보다 높았지만 체력과 방어력이 낮았다. 그럼에도 유저들에게 까다로운 몬스터로 알려진 이유는 해골을 제거할 때까지 계속 부활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명속성 공격에 무마됐다. 머리가 아닌 부위더라도 검에 맞은 스켈레톤은 공들여 쌓은 젠가타워처럼 무너졌다.


- 웨더 스트라이크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현재 숙련도 : 초급 2 (진행도 0%)

- 웨더 스트라이크의 마나 사용량이 95로 줄어듭니다.

- 웨더 스트라이크의 물리데미지가 5% 상승합니다.


숙련도 상승! 물리데미지야 비약적인 발전이었지만, 마나 사용량이 줄어든 것은 꽤나 기쁜 소식이었다.


조금 전의 3연격으로 현재 남은 마나는 400 정도. 만약 여신의 성수가 아니였더라면 진작 바닥을 쳤을 것이었다.


"그나저나... 드디어 좀 잠잠해졌군."


주정뱅이 스켈레톤이 죽은 덕에 와인병을 쥐고 있던 손아귀는 바닥에 떨어졌다. 와인병이 깨질까봐 조마조마 했던 그로써는 싸움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좋았어.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겠어."


센츠는 와인병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리고 더욱 부드러운 동작으로 사방에서 조여오는 스켈레톤을 격파해 나갔다.


한편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의 머리를 차례차레 화살로 부시고 있던 셀린은 틈날 때마다 센츠 쪽을 쳐다봤다.


센츠의 움직임에 따라 그어지는 은빛 실선은 마치 리듬체조 같았다. 날카로운 각을 그리며 적의 목을 관통했고, 때로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공격을 튕겨냈다.


셀린은 그의 움직임을 보고 감탄했다. 부캐릭터가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뛰어난 전투능력. 도적들을 소탕했을 때에도 남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꿰뚫는 화살!"


질 수 없다고 생각한 셀린이 바쁘게 화살을 발사했다. 관통력을 갖춘 그녀의 화살은 단 한 발로 여러 몬스터들을 박살냈다. 그녀의 목표는 두 가지 부류였다. 하나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스켈레톤, 다른 하나는 센츠를 옥죄는 포위망. 셀린이 포위망에 구멍을 만들어 놓으면, 센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말울 마추지 않았지만 마치 서로가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 같은 합이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스켈레톤의 머릿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어느덧 어느덧 모든 스켈레톤을 처리한 센츠가 거친 숨을 몰아내쉬었다.


"하아. 스켈레톤이 이렇게나 많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요. 제가 알기론 도시 주변에 스켈레톤이 출몰한다는 정보는 없었는데. 좀 떨어진 지하던전에나 나오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녀는 스켈레톤이 튀어나온 묘비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쭈그려 앉아 손가락으로 흙을 긁어 살펴봤다.


"흙이 뒤섞인 걸 보니까, 처음이 아닌 거 같은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센츠가 다가와 물었다.


"지표에 가깝고 여러 번 다져진 땅의 흙은 대부분 거친 편이에요. 근데 스켈레톤이 튀어나온 부분은 달라요. 속에 있는 고운 흙과 뒤섞여 있죠."


"여러 번 들어갔다 나왔다. 이 말씀이신거죠?"


자리에서 일어난 셀린이 주변을 둘러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혹은 누군가 팠다가 다시 덮었다든지."


센츠는 고개를 끄덕였다.


묘지의 시신 대부분은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죽음에 대한 위로와 사후에 대한 축복을 받는다. 그럼에도 몬스터가 되어 이승을 떠돌아다니는 것은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인가. 고민 끝에 다달은 결론은 딱 하나였다.


"도굴꾼이군요."


센츠의 추론에 동의한 셀린이 끄덕였다.


도굴꾼이 묘지를 뒤졌고. 그 과정에서 영원한 안식이 깨졌다. 그것으로 묘지에 벌어진 현상을 설명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술을 가져다 놓고 퀘스트를 완수합시다."


셀린이 흙 묻은 손을 털어내고는 레미안이라 적힌 묘지를 찾아 주변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마 걷지 않아 묘지를 찾은 셀린이 센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으로 턱수염을 만지고 있었다.


"무슨 생각하세요?"


센츠는 구덩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입을 열었다.


"도굴꾼이라면 보통 있는 집안 출신의 시신을 뒤져요."


"있는 집안이라면?"


센츠는 구덩이 안쪽에서 나무숟가락을 꺼내 보였다.


"은 숟가락 정도는 써야죠. 그래야 팔아서 돈이 되니까."


셀린은 다시 한 번 구덩이를 살펴봤다. 켈린, 마드렌, 알폰. 여러 사람의 묫자리를 둘러봤지만 비싼 물건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값된 만한 물건은 다 훔쳐서 그런 게 아닐까요?"


센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싼 그릇을 쓰지만 값싼 나무 숟가락을 쓰는 집안이 있을까요? 조개를 엮어서 목걸이를 쓰는 집안에 금가락지가 있을까요?"


나무숟가락을 원래 자리에 놓은 센츠가 입술을 깨물었다.


"녀석들이 뭔가를 찾고 있나본데. 녀석들이 아직 털지 않은 묘지를 찾아보죠."


"네? 갑자기 왜요?"


"그래야 도굴꾼들이랑 마주칠 확률이 높으니까요."


셀린은 눈살을 찌푸렸다. 퀘스트 내용은 레미안의 자리에 술을 가져다 놓는 것까지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도굴꾼을 찾자니.


"그거는 퀘스트랑 상관 없잖아요. 와인만 제자리에 놓고 돌아가는 거 어때요?"


센츠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누군가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보고도 지나치면, 결국 누군가가 또 피해를 보고요."


센츠는 와인병을 꺼내들고 셀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레미안의 묘비 앞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일 있으시면 먼저 가셔도 좋습니다."


셀린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오지랖이 넓은 것인지 아니면 정의감이 넘치는 것인지. 어느 쪽이 됐든 같이 다니면 귀찮은 일에 많이 휘말릴 것 같은 타입이었다.


"아뇨. 같이 가시죠."


오지랖의 끝을 보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귀찮은 일에 휘말려도 좋으니 재미를 느끼고 싶어서일까. 센츠를 이해하기 힘든데도 셀린은 그와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럼 이동하시죠."


그렇게 둘은 난장판이 된 공동묘지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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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03211 가지 방법 (3) 24.08.14 12 0 15쪽
13 103211 가지 방법 (2) 24.08.12 13 0 11쪽
12 103211 가지 방법 (1) 24.08.09 15 0 11쪽
11 꿈틀대는 공동묘지 (3) 24.08.07 14 0 12쪽
» 꿈틀대는 공동묘지 (2) 24.08.05 16 0 11쪽
9 꿈틀대는 공동묘지 (1) 24.08.02 15 0 13쪽
8 늑대 도적단 (2) 24.08.02 16 0 12쪽
7 늑대 도적단 (1) 24.08.01 16 0 12쪽
6 챔피언 (5) 24.07.30 18 0 13쪽
5 챔피언 (4) 24.07.29 21 0 14쪽
4 챔피언 (3) 24.07.29 22 0 11쪽
3 챔피언 (2) 24.07.26 27 0 13쪽
2 챔피언 (1) 24.07.25 38 0 12쪽
1 프롤로그 24.07.19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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