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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희야
작품등록일 :
2024.07.19 12:15
최근연재일 :
2024.08.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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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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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2)

DUMMY

"어흥!"


우렁찬 소리와 함께 철창 안으로 내던져진 센츠와 셀린. 얼마나 악력이 강력했는지 일말의 저항도 하지 못한 그들이었다.


"여기 얌전히 있거라!"

"짝짓기는 금지다."

"나갔다 들어오면 셋이 돼 있는 거 아니야? 으허허허헝!"


조롱하고 감옥을 빠져나가는 병사들! 얼굴이 붉어진 센츠가 바닥을 내리쳤다. 조롱 때문이 아니였다. 레벨 차이가 얼마나 나는 것인지는 몰라도 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분한 것이었다.


한편 셀린은 붉어진 얼굴로 그저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한 문장을 읊조리기만 했다. 짝짓기라니. 짝짓기라니.


센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창살을 붙잡고서 주변을 살펴봤다. 건너편에 잠든 표범이 코를 골며 잠을 잤고, 그 옆의 감옥에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젠장! 이걸 어쩌면 좋죠."

"짝짓기라니. 짝짓기라니."

"네?"


셀린은 화들짝 놀랬다. 이내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한다.


"뭐라고 말씀하셨죠?"

"이제 어떡하면 좋죠, 라고 했습니다."

"음."


무릎을 털고 일어선 셀린이 주변을 둘러봤다. 이벤토리는 이미 뺏긴 상태이기 때문에 도구로 창살을 부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러 번 세차게 흔들어봤지만, 이변은 없었다.


"그러게요. 이제 어떡하면 좋죠."


그때, 비어있는 줄 알았던 쇠창살 안에서 붉은 눈이 번뜩였다. 이윽고 동굴에서 울려퍼지는 것처럼 굵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인간에 이곳에 들어오다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천천히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왔다. 기다란 꼬리, 쫑긋 세워져 있는 귀, 거대한 앞니의 소유자. 바로 쥐였다.


"찍."


센츠와 셀린은 쥐를 멍하니 쳐다봤다. 지성을 갖추고 신체가 발달된 동물 종족이라 할 수 있는 제네소피아라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쥐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다리도 몸통도 꼬리도 일반적인 쥐아는 달리 비약적으로 큰 쥐였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것이지? 찍."


어째서 쥐의 탈을 쓴 인간을 보고 주변 제네소피아가 눈치채지 못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죄송합니다. 쥐는 처음이라."

"놀랄 수밖에 없지. 자네들이 아는 둔아니스 쥐와는 사뭇 다를 테니까 말이야."


사뭇이 아니지만 센츠는 굳이 걸고 넘어가지 않기로 했다.


"불쾌했을 텐데 이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해요."


쥐를 쳐다보지 않은 채 말한 셀린. 그녀에게 있어서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생명체가 바로 쥐였다. 그런 쥐의 거대한 버전을 보고 있자니 비명을 지를 것만 같았다.


"그나저나 근위병들에게 잡혀 왔던데. 혹 케칼룩을 만나고 오는 길인가, 찍?"


"그렇습니다. 비록 인간의 대표는 아니지만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러 왔다가 잡혀 왔습니다."


"제안? 무슨 제안?"


센츠는 그간의 일을 설명해주었다. 늑대 도적단의 출몰부터 인질을 구출하여 언더풋에 들어오기까지. 일련의 이야기를 듣게 된 쥐는 혀를 차고는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만, 찍. 아주 쓰잘데기 없는 짓이었어."


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분명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나 봅니다."


"공존할 수 있지. 실제로 공존했던 역사가 있고 말이야, 찍."


"그랬던 역사가 있다고요?"


센츠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어쩌면 그 역사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몰랐다.


"있지. 수백 년 전, 사자왕 브랜이 왕국을 통치할 때 말이야, 찍. 그때는 인간들의 땅과 제네소피아의 땅이 구분되어 있었어. 굳이 뭔가를 하지 않더라도 둘은 서로의 땅을 존중하며 살았지."


"그랬던 왕국이 어째서 몰락하고 지하도시에서 살게 된 겁니까?"


바닥에 앉은 쥐가 꼬리로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유치원생 수준이라 그림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센츠와 셀린은 조용히 이야기를 경청했다.


"모든 것이 하이에나의 공작으로 시작됐어, 찍. 주술사에게 트렌스피규레이션 마법을 받아 사자로 모습을 변형하고, 인간 도시의 신전에 보관돼 있던 구슬을 하나 훔쳤지. 바로 날씨를 담을 수 있는 구슬을 말이야, 찍."


센츠는 흠칫했다. 혹시 회관에서 날씨의 교단 얘기가 나왔을 때 소란스러워졌던 이유가 바로 구슬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인간들은 봉기했어. 그 구슬이 있어야 궃은 날씨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애니모피아를 공격했지, 찍. 그 과정에서 진짜 사자왕 브랜이 죽자, 구슬을 뺏어온 터컬룩이 우리를 이끌고 지하로 온 것이야. 그렇게 하이에나 왕조가 시작되었지, 찍."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이 지하에서도 작물을 키우는 것이 가능했던 이유. 분명 바깥으로 나가 구슬에 날씨를 담은 뒤 이곳에 비를 뿌렸을 것이다.


"구슬을 빼앗는다면, 제네소피아가 바깥으로 나갈까요?"


센츠가 조심스럽게 묻자 쥐가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건 옳지 않아, 찍. 그렇게 된다면 제네소피아가 갑자기 인간세상으로 나가 횡포를 부릴 것이고, 결국 우리는 대학살을 당하겠지."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쥐는 팔짱을 낀채 발바닥으로 바닥을 두들기며 고민에 잠겼다. 그러던 중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는지 쥐의 꼬리가 번개 모양처럼 빳빳해졌다.


"몰락한 사자 왕조를 다시 왕위에 올려 놓는 것이지, 찍! 그렇다면 인간들이 잃어버린 유물, 메데린의 유리구슬을 돌려주겟네."


----*----

[퀘스트 요청]


제목 : 사자 왕조의 귀환. (연계 : 늑대 도적단의 실험실)

내용 : 애니포비아는 본래 사자왕이 통치하던 나라이다. 하지만 하이에나 터컬룩으로 인해 왕좌에서 내려왔고, 새로운 하이에나 왕조의 통치 아래 애니포비아는 지하도시 '언더풋'에서 명색을 이어갔다. 많은 애니포비아 국민들은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고 싶어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하이에나 왕조를 끝내고 사자 왕조를 부활시켜야 한다.


난이도 : c

보상 : 메데린의 유리구슬

주의 및 특이사항 :


- 반란에 실패할 경우 '언더풋'에서 영구적인 추방

- 반란에 실패할 경우 명분을 얻은 케컬룩이 대대적인 지상 공격 명령을 내릴 것임.

- 애니포비아의 부흥 운동이 시작될 경우 벨키나 왕국의 치안이 매우 안 좋아짐. 국력이 약해질 경우 주변국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음.

----*----


"어때, 자네들도 함께 할 터인가? 자네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네, 찍."


애니포비아의 운명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수 세기 동안 잃어버려서 그 존재 자체도 알 수 없었던 메데린의 유리구슬까지 획득할 수도 있다. 센츠에게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 당연하...!"


센츠가 덥썩 수락을 하려던 찰나, 셀린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잘 생각해야 돼요. 인질 구출 때와는 다르게 동료도 많이 없고요."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이곳은 지하라서 날씨의 영향을 받지 못해 제 힘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질문 속에 해답이 있기도 하는 법. 센츠는 퀘스트 내용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상태였다.


"제겐 다 생각이 있어요. 믿고 따라와 주시겠어요?"


셀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린다고 그만두겠는가. 센츠가 퀘스트를 받을 것이라는 사실 쯤은 진작 알고 있던 그녀였다. 그럼에도 물어봤던 것은 스스로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좋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찍?"

"메데린의 유리구슬. 먼저 받겠습니다."

"그 이유는? 도망갈지 어떻게 알고, 찍?"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의 쥐. 유리구슬을 먼저 주라는 말에 벌써부터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것만 같았다. 그럼에도 센츠는 계속 밀고 나갔다.


"저는 메데린의 성수를 마신 챔피언입니다. 메데린의 구슬이 있다면 실내에서도 여신의 힘을 빌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성수를 탈환하려다가 실패했다고 하던데. 그 성수를 자네가 마신 건가, 찍?"


센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메데린의 성수에 관한 히스토리를 쥐가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성수를 마셨습니다."


"만약 그 성수를 우리가 빼앗아 왔더라면 정말 큰일이 났을거야, 찍. 자네가 진짜 챔피언인지 아닌지는 구슬을 갖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없는지 보면 알겠지. 맞나, 찍?"


"예, 맞습니다."


"찌익찍찍! 아주 좋아. 그렇다면 슬슬 계획을 세워볼까?"


"푸흡! 푸핫! 하하하하하하핫!"


센츠는 놀란 눈으로 옆을 쳐다봤다. 셀린이 쇠창살을 붙잡고서 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혐오를 이겨낼 정도의 쥐의 웃음소리에 빵 터진 것이 분명했다. 센츠는 쥐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기분 나빠하는 티는 없었다. 그냥 정신 나간 인간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듯했다.


"시끄러워서 못 들어주겠군."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표범. 누워있던 녀석이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얄상한 뼈에 탄탄하게 자리잡힌 근육과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고 있자니 사냥감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센츠는 침을 삼켰다.


"오, 쿠루라. 일어났군, 찍."


쿠루라라 불린 표범은 쇠창살에 몸을 바짝 붙이고서 쥐가 있는 감방을 쳐다봤다.


"찍원. 간만에 떠들어서 신나 보이네. 감방 메이트가 늘어서 기분이 좋나?"


"안 좋아할 수가 없지, 찍."


찍원이라니. 그러면 찍투도 있나. 묻고 싶었지만 괜히 이름 갖고 장난치냐고 성낼까봐 센츠는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아주 재밌는 계획이라도 세우고 있나본데, 나도 껴줄 수 있나?"


센츠는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난감해 했다. 딱 봐도 흉악범으로 보이는 쿠우라. 그를 데려가도 괜찮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찍. 녀석은 하이에나한테 대들었다는 죄목으로 들어왔거든. 보기와는 다르게 정의로운 녀석이야."


최하위 서열이라 할 수 있는 찍원이 보장했다. 그래서 더욱 그의 말에 신뢰가 갔다.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그나저나 찍원께서는 어째서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습니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예?"


센츠가 눈살을 찌푸렸다.


"언더풋에서 쥐의 역할은 바깥 세상의 소식을 듣는 것. 하지만 나는 왕실에서의 이야기를 몰래 듣다가 걸려버렸다. 최고의 정보원인 내가 그런 실수를 범하다니. 찌익!"


최고의 정보원. 최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가 해준 역사 속 이야기는 그가 정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고의 정보원과 정의로운 표범이 있으니까 든든하군요. 최. 자 그러면 슬슬 계획을 세워봅시다. 어떻게 탈출할 것이고 어떻게 왕위를 찬탈할 것인지."


"찌익."


찍원은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쇠창살 사이로 꼬리를 빼내 열쇠구멍 안에 집어넣었다. 철크럭 철크럭. 몇 번의 움직임 끝에 잠금이 해제되자 찍원이 유유히 걸어나왔다.


"먼저 탈출하고 싶은 사람? 아니, 동물? 아니, 생명?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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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동물들의 왕국, 애니모피아 (2) 24.08.19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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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03211 가지 방법 (2) 24.08.12 13 0 11쪽
12 103211 가지 방법 (1) 24.08.09 15 0 11쪽
11 꿈틀대는 공동묘지 (3) 24.08.07 15 0 12쪽
10 꿈틀대는 공동묘지 (2) 24.08.05 17 0 11쪽
9 꿈틀대는 공동묘지 (1) 24.08.02 15 0 13쪽
8 늑대 도적단 (2) 24.08.02 16 0 12쪽
7 늑대 도적단 (1) 24.08.01 16 0 12쪽
6 챔피언 (5) 24.07.30 18 0 13쪽
5 챔피언 (4) 24.07.29 21 0 14쪽
4 챔피언 (3) 24.07.29 22 0 11쪽
3 챔피언 (2) 24.07.26 27 0 13쪽
2 챔피언 (1) 24.07.25 38 0 12쪽
1 프롤로그 24.07.19 6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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