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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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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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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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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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리스트 헌터 (3)

DUMMY

우우웅.


헌터 여섯 명이 무사히 게이트 바깥 공기를 마시게 되었다.

게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빛은 보스를 잡을 때 사라진 상태.

그것을 본 협회 직원이 빠르게 연락한 탓에, 마정석 채굴단이 벌써 게이트 밖에 도착해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가온 협회 직원은 완장의 위치가 김할배에서 남호로 바뀐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남호의 손에서 묘한 빛으로 반짝이는 드랍 아이템이었다.


“검사 좀 하겠습니다.”

“네, 여기요.”


직원이 금속 탐지기 같이 생긴 것을 반짝이는 원석에 들이댔다.


삐빅.


[E급 원석, 독 내성.]


“E급, 독 내성 버프 원석이네요. 독이면, 붉은 지네인가? 까다로우셨겠네.”


협회 직원이 멀쩡해 보이는 헌터들을 훑었다.


“아니었나?”

“여기 있는 청년이 다 해 줬지. 엄청 능력자입니다.”


김할배가 남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직원은 남호를 쓱 훑어보다 그의 어깨에 있는 해골 문신에 눈을 고정했다.


‘그냥 양아치 같이 생겼는데?’


이런 눈빛이었다.


“아, 네. 하여튼 고생하셨어요.”


검사를 마친 직원은 다시 돌아가 채굴단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헌터법령에 의해, 드랍 아이템은 무조건 헌터들의 차지였다.

그들은 공략이 끝나면 드랍 아이템을 판 돈과 계약된 일당을 받게 된다.

대신 협회는 게이트의 마정석 소유권을 갖는다.

무기로서의 역할은 끝났지만, 마정석은 아직 인류의 소중한 에너지원이었으니까.

그럼 용역 회사는 뭘 먹냐고?

실적에 따라 나라에서 주는 지원금과 절세 혜택을 받는 식이다.


척.


그때 겁쟁이가 돌연 앞으로 나섰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 구했습니다.”


꾸벅.


그는 허리를 접어 인사까지 했다.

남호는 그 인사를 받고 좋아하지도, ‘괜찮다’는 말도 해 주지 않았다.

덤덤하게 이렇게 물어볼 뿐이었다.


“적성에 맞지도 않는 거 같은데, 다른 일을 알아보시는 게 낫지 않아요?”


그의 뼈 때리는 말에 겁쟁이가 고개를 숙였다.


“그, 그래도. 하루에 이만큼 주는 데가 없잖아요. 제가 동생 병원비 나갈 게 있어서. 미안합니다.”


‘아하.’


하긴 그래.

저리 겁이 많은데 꾸역꾸역 목숨 걸고 나오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에게 나름의 이유가 있는 거라면, 남호는 굳이 사생활까지 캐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저한테, 미안해하실 건 없고요. 정 그러시다면 무기라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무기를요?”


의외의 말에 다른 헌터들의 귀도 쫑긋 섰다.


“네. 겁쟁이 님은 마나를 발현한 후 유지하는 게 좀 버겁죠?”

“네에. 사실 그렇습니다.”


이건 사실이기에, 겁쟁이는 바로 수긍했다.


“그러니 낫보다는 빠르게 마나를 담아서 날리는 무기가 더 나을 것 같아요. 활이나, 힘이 모자라시면 쇠뇌도 괜찮겠네요.”

“아, 활이나 쇠뇌.”


그도 처음 무기를 고를 때 이것저것 고민했었다.

개중 낫을 고른 이유는, 그냥 그게 제일 든든해 보여서였다.

어차피 못 다루는 건 다 마찬가지였으니까.


‘게다가 원거리 무기는, 몬스터가 가까이 다가올 땐 완전 무용지물인 거 아냐. 으으, 그런 거 불안해서 못 쓰지.’


이런 생각도 좀 있었고.

그런 겁쟁이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오기라도 한 건지.

남호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까 저 감시할 때 보니까 눈은 좋으신 것 같은데, 앞으로 제 뒤에서 조준 연습 좀 해보세요. 제 뒤라면 몬스터가 가까이 갈 일은 절대 없을 테니.”


‘크, 저 자신감!’


남호가 툭 던진 말에, 옆에 있던 근육맨은 괜히 자기가 뽕에 차올랐다.

그가 양아치같이 보여 불편했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진 상태였다.


“네! 한번 바꿔 보겠습니다.”


남호의 말에 겁쟁이가 씩씩하게 대꾸했다.

늘 구겨져 있던 겁쟁이의 어깨가, 오늘은 왠지 살짝 펴진 것 같았다.


끼이익.


딱 알맞은 타이밍에 익숙한 봉고차가 도착했다.


“다들 무사했네!”


차에서 내린 건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온 낙수였다.

그는 블랙 리스트 출신을 3조에 넣었다는 죄책감에 끙끙 앓던 참이었다.

하지만 다들 서 있는 걸 보니, 다행히 별일 없었던 모양이다.


“다행이야! 응? 그런데 완장이 왜?”


남호의 팔뚝에 달린 완장을 본 낙수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저거, 김할배 줘 패고 강제로 빼앗은 거 아니겠지?’


그가 바로 김할배의 몸을 살폈다.

낙수가 왜 이러는지 눈치챈 김할배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이 사람아. 별일 없었으니 그렇게 보지 말어.”

“그런 거야? 하하, 그럼 다행이고.”


낙수는 금세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졌다.

부상자 없이 하루를 끝마친 게 대체 얼마 만인가.

언젠가부터, 그는 그저 멀쩡하게 서 있는 헌터들을 보기만 해도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


“바로 가서 쉬지 왜?”

“자네가 타 준 커피 한 잔 하려구. 이 달달한 걸 마셔야 ‘아 오늘 살아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호록.


여기는 희망 용역 사무실.

다른 헌터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으나, 김할배만은 여기 남았다.

낙수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낙수도 오늘 일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았기에, 이런 김할배의 눈치 있는 행동이 고마웠다.


“그럼, 이왕 앉은 김에 오늘 이야기 좀 해 봐.”

“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먼저 그 완장을 어떻게 빼앗기게 되었는지부터.”


김할배가 고개를 저었다.


“빼앗긴 게 아니라 내 손으로 직접 줬다니까.”

“순순히?”

“그래. 순순히.”

“왜 그랬냐?”


왜긴.

호랑이가 뒤에 떡하니 있는데, 어찌 여우가 감투를 쓰고 있을 수 있겠어?


“처음 지네가 튀어나왔을 때만 해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어. 녀석들은 미친 듯 달려들고, 우린 겨우 막아내고. 그러다 한 놈이 겁쟁이한테 ‘콱!’하고 달려들었지.”

“저런!”

“거기 있는 사람들은 다 녀석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어. 난 심지어 ‘그래도 오래 버텼지’라고까지 생각했다고. 근데, 뒤쪽에서 노란 뭔가가 휙 하고 지나가더니, 그 지네를 한 방에 찔러 죽여 버린 거야.”

“그게 그 신입이었고?”

“응. 완장은 좀 더 뒤에 건네주긴 했는데, 사실 그때부터 분위기와 주도권이 녀석에게 다 넘어가 버린 상태였지. 녀석이 처음 칼질을 보여 줬을 때부터 이미 대장은 정해졌다고 봐도 돼.”


김할배는 그 이후부터 게이트를 나올 때까지 남호가 어떻게 싸웠는지 대강 이야기했고.

낙수는 어느새 그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결국 그래서 오늘 나온 원석은 첫 공략 기념으로 녀석한테 주고, 각자 해산한 거야.”

“허! 녀석이 그 정도 실력자였다니. 생각도 못 했어.”

“그놈 진짜 블랙리스트가 맞긴 한 거야? 오늘 보니 완전 난 놈이던데. 꽤 좋은 쪽으로.”

“블랙인 건 확실해. 얼마 전에 큰 사고로 입원해 있었다고 하더라. 그 이후로 정신 차렸나 보지 뭐.”

“그런 놈이 사고를? 어디 B급 이상이라도 간 거야?”

“아니. 오토바이 과속 사고였다더군.”

“엥? 정말 의외구만.”


오늘 봤을 땐 오토바이 타고 철없이 달릴 놈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낙수의 말대로 큰 사고는 사람을 변하게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조장이면 3년은 굴러야 다는 건데. 섣불렀던 거 아닐까?”


김할배는 남호를 떠올렸다.


“녀석들은 왼쪽부터 공격합니다!”


그는 몬스터가 나타나기 직전, 아주 딱 적기에 팀원들에게 지시와 당부를 내렸다.

그 내용도 하나같이 간결하고 정확했다.

막상 아는 내용도, 몬스터를 마주하다 보면 다 잊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남호의 외침 덕에, 헌터들은 미리 대비하고 옳은 방법으로 놈들을 공략할 수 있었다.

오늘의 그는 힘도 강했지만, 좋은 리더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사람을 이끌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단 말이지.’


거기다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 겁쟁이의 상태까지 한 번에 꿰뚫어 보지 않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너무 능숙했다.

수상할 정도로.


‘하지만 낙수 이놈이 이리 확신하니 뭐.’


김할배는 그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오늘 처음 만난 놈이니까.

하지만 게이트에서 본 그의 일면 만으로도, 이거 하난 확실히 장담할 수 있었다.


“고작 다섯 명 남짓한 조장 자릴 주는 게 섣부르다고? 절대 아니야. 그놈은 이미 지부장 감인걸.”

“헉, 지부장까지?”


지원이 불가피한 고등급 게이트 발생 시, 지역구 내의 용역 헌터들을 소집, 통솔할 수 있는 권한과 실력을 갖춘 자.

그를 업계에선 ‘지부장’이라 불렀다.

김할배는 감히 생초짜 남호를 지부장 정도 되는 헌터라 단언하고 있었다.


***


치이익.


“남호야, 이거 잘 구워졌다.”

“엄마부터 먹어.”

“아냐, 고생한 너부터 먹어.”


오늘은 우리 집에서 고기 파티를 열었다.

내가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일당을 가져다 드린 날이기 때문이다.

봉투를 받아들고 우시는 어머니를 봤을 때.

그땐 정말 이곳으로 다시 돌아온 것에 감사했다.


‘고마운 마음은 바로바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지.’


예전에 나와 게이트를 누비던 동료가 해 준 말이다.

그 사람은 어떻게 됐냐고?

트롤이 휘두른 방망이에 목이 돌아갔다.

목은 한 바퀴 돌아서 제 위치로 돌아오긴 했는데, 그 녀석은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다면 트롤은 꼭 피하라고 당부해 줄 예정이다.

아직은 녀석과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직접 만날 수 없지만 말이다.


“어머니, 아버지. 저 이제 정말 정신 차렸습니다.”


진심을 담아 진지한 얼굴로 두 분에게 말했다.


“그러니 한 번 믿고 지켜봐 주세요. 앞으로 돈도 더 많이 벌어다 드릴 테니까.”


어머니는 결국 또 우셨고.

아버지는 아직도 날 똑바로 보지 못하셨다.

아버지를 괴롭히는 ‘과거의 그날’이 자꾸 생각나시나 보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해 드릴 수 없는 거야.’


지금 내가 갑자기 ‘그 일을 알고 있다, 괜찮다’라고 말한 들, 아버지의 마음이 나아질까?

오히려 더욱 괴로워하실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버지의 방식대로, 가족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고 묵묵히 스스로 치유하실 때까지 기다려 드리기로 했다.

눈물바다에, 삼겹살이 전부인 조촐한 파티였지만.

난 두 분이 쭉 이대로 계시기만을 빌었다.

명성, 돈 그런 건 내가 다 끌어오면 되니까.


"상추 좀 더 가져올게요."


짤랑.


자리에서 일어나자, 주머니에 담긴 E급 원석이 달그락거렸다.

원래는 팔아서 조원들과 수익금을 나눠야 하는데.

첫 게이트 공략 선물이라고 조원들이 내게 준 것이다.

나는 헌터 마켓을 이용할 수 없었기에, 사장님 보고 대신 팔아달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말았다.

기념품이라지 않은가?

초심을 잊지 말자는 뜻으로 그냥 가지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보상은, 그때 단단히 챙기면 돼.’


이제 곧, 대한민국에 좋지 않은 일이 하나 생길 예정이다.

서울 중심에 페이크 게이트가 발생해, 다수의 하급 헌터와 전도유망한 A급 헌터를 잃게 된 사건.


‘아테나의 비극.’


이번에는 그 현장에 나도 함께할 예정이다.

미래를 바꾸기 위해서다.


‘내 미래를 위해 살릴 사람은 살리고, 배신자는 처단한다.’


‘아테나의 비극’이 그 다짐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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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규격 외 괴물헌터 (1) +5 24.08.16 11,977 19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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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격 떨어지는 놈? (1) +8 24.08.14 12,065 202 13쪽
23 격 떨어지는 놈 (3) +12 24.08.13 12,723 206 12쪽
22 격 떨어지는 놈 (2) +10 24.08.12 13,289 216 12쪽
21 격 떨어지는 놈 (1) +5 24.08.11 13,690 241 12쪽
20 헌터와 바다 (2) +3 24.08.10 13,599 254 12쪽
19 헌터와 바다 (1) +5 24.08.10 13,648 242 12쪽
18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2) +7 24.08.09 14,017 248 12쪽
17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1) +5 24.08.08 14,506 226 13쪽
16 출입국 알바 헌터 (3) +1 24.08.07 14,555 256 13쪽
15 출입국 알바 헌터 (2) +9 24.08.06 14,807 280 12쪽
14 출입국 알바 헌터 (1) +8 24.08.05 15,980 274 14쪽
13 9인의 헌터 (2) +6 24.08.04 16,333 286 14쪽
12 9인의 헌터 (1) +10 24.08.03 16,442 316 14쪽
11 지부장 헌터 (5) +14 24.08.02 16,370 330 11쪽
10 지부장 헌터 (4) +6 24.08.01 16,478 310 13쪽
9 지부장 헌터 (3) +4 24.07.31 16,730 303 12쪽
8 지부장 헌터 (2) +9 24.07.30 17,848 309 14쪽
7 지부장 헌터 (1) +2 24.07.29 18,408 316 13쪽
6 블랙 리스트 헌터 (5) +6 24.07.28 18,888 322 14쪽
5 블랙 리스트 헌터 (4) +8 24.07.27 19,605 323 11쪽
» 블랙 리스트 헌터 (3) +3 24.07.26 20,264 342 11쪽
3 블랙 리스트 헌터 (2) +9 24.07.25 21,172 3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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