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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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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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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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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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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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2)

DUMMY

하오란이를 잡은 이후.

내 다짐과 흰고래 대장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우리 관리소는 별일 없이 조용했다.


"흠흠흠."


이렇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보트를 정비하고 무기를 점검하는 게 하루의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철썩.


보트 위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아서.

한가하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작살을 닦고 있자면.

그냥 다 때려치우고 여기 눌러앉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인 도피일 뿐이겠지.'


언젠가 최종 게이트가 열리면.

이 바다는 피로 붉게 변할 것이다.

그리고 저 갯벌에는 시체가 계속 떠밀려 오겠지.


절레절레.


'아니, 벌써 그런 생각하지 말자. 그 미래는, 조금씩 바꿔나가면 되니까.'


"이야, 장비가 아주 만질만질하네."


한 선배가 내게 다가와 장비를 보며 감탄했다.


"구명보트에 산소통까지 완벽하게 정비했습니다!"

"이거, 막내가 다 해 놓으니까, 우리가 요즘 할 일이 없네. 이제 들어가 쉬어."

"여기 있는 게 쉬는 건데요 뭐."

"크! 불량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바른 녀석이구먼."

"그 얼굴 얘기는 좀 그만하시죠?"


요즘엔 내게 낚여 스스로 다가오는 밀입국자들도 없었다.

어쩌면 브로커인 척하는 잠복 헌터가 있다는 소문이 그들 사이에 퍼진 건지도 모른다.


"밤 순찰은 이제 쫑내야겠어. 요즘엔 낚이는 활어들이 없네."


흰고래 대장도 이렇게 말했으니까.

그날 나에게 큰소리를 낸 이후.

그는 슬쩍슬쩍 내 눈치를 보며 머뭇거리다가 후배들의 질책을 받은 후 내게 어정쩡하게 사과했다.


"그때 큰소리쳐서 미안했다. 너도 다 큰 성인인데. 내가 성급했어."

"괜찮습니다. 대장이 절 걱정해서 그러셨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걱정? 흠흠. 뭐 하여튼 그래. 고맙다."


이렇게 관리소 내부에서도, 그리고 외부에서도 평화가 찾아왔다.

우린 교대로 순찰을 하고, 여유 시간에는 낚시도 하면서 여유로운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내가 여기 온 지도 벌써 삼 주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쩌면 이대로 내 밀입국 관리소 생활을 마감할지도 모른다.


'하오란을 잡은 후, 날뛸 줄 알았던 혈성 녀석들이 생각보다 조용하네? 잔인한 조직이라는 소문은 과장된 거였나?'


"백상아리는 조용하네요?"

"그러게. 녀석도 요즘 몸 사리나 보다. 으휴, 다행이지 뭐. 그냥 평생 안 봤으면 좋겠어."


따개비 선배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을 온몸으로 느꼈다.


피이이이익!!!


"습격이다!"

"비상!"

"헌터들이 쳐들어왔다!"


타다다닥.


새벽 네 시 반쯤.

난 엄청나게 큰 사이렌 소리와 총소리를 들었다.


벌떡.


서둘러 일어나 미리 배운 지침대로 방탄조끼와 헬멧부터 썼다.

우릴 공격하는 녀석들은 몬스터가 아닌 사람이니, 이런 차림은 필수였다.

언제든 총알이 날아올 수 있으니까.

물론 마나를 두른 몸은 일반인보다 총격에 더 강하다.

일반적인 헌터라면 맞아도 아마 바로 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통증과 부상이 움직임에 제약을 주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전투를 위해 이런 장비를 갖추는 것이다.


"혈성이다, 으윽!"


'선배?'


그때 따개비 선배의 비명이 들렸다.


'왔구나, 결국.'


내 애장 무기, 식칼을 들고 서둘러 나갔다.


'으, 깜깜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개안 S]


그래서 내 안의 다른 눈, 마나를 보는 특성을 개방했다.

마치 적외선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사람의 인영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내 동료들의 마나는 전부 구분할 수 있었기에, 다행히 동료를 적으로 착각할 일은 없다.


"끄으으윽!"


일단, 내게 달려드는 한 놈의 목을 졸라 기절시켰다.

적들은 치사하게도 저들끼리만 전부 적외선 고글을 쓴 상태였다.

하지만 시야의 제한이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

이젠 내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관리소 주변을 휘저으며, 핀치에 몰린 선배들을 도우러 다녔다.


탕탕!


치지지직!


밥 선배에게 총을 겨누는 녀석을 테이저건으로 지지기도 했고.


서걱!


"아아악!"


다른 선배에게 마법을 발사하려는 녀석의 손목을 찔러 버리기도 했다.


"으으. 팔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아."


안타깝게도, 따개비 선배는 가장 먼저 전투에 나선 탓에 총을 한 방 맞은 상태였다.


"구급대 불렀으니, 좀만 참아!"

"아잇, 저 녀석들 다 죽이고 가야 하는데! 대장은 그 백상아리 녀석을 보면 이성을 잃는다고."


그 말에 대장을 향한 걱정이 뚝뚝 묻어났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대장을 도울게요!"

"신입!"

"너 혼자는 위험해."


뒤에서 날 걱정하는 외침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위험한 상황이라고 숨어 있는 건 재미없으니까.


'말 안 듣는 성격은, 영 고쳐질 수가 없나 보다.'


그래도 옛날 개망나니 시절보단 낫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최소한 좋은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척.


십여 분 정도 돌아다닌 끝에.

겨우 백상아리 녀석을 찾을 수 있었다.


"으으윽."


공교롭게도, 녀석과 대치하고 있던 건 흰고래 대장이었다.

그의 군데군데 물린 자국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는 지금 싸울 상태가 아니었다.


"이 녀석은 제가 맡겠습니다! 빨리 치료나 받으세요."

"아, 아니야. 이 녀석은 내가 처리해야 해. 넌 들어가 있어."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그의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게 보였다.

그는 중간중간 모르는 이름으로 나를 불렀는데, 아무래도 자가 아들 이름인 것 같았다.


"$#$%"


그때, 백상아리가 날 가리키며 뭐라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가 내뱉는 말은 중국어.

내가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길드 소속 헌터들은 이어폰 모양의 마정석 번역기를 가지고 있어 서로 소통이 되지만.

E급 용역 헌터는 그딴 거 없다.


"어차피, 적하고 나눌 이야기도 없고!"


우린 마치 서로 짠 듯.

동시에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신체 강화.]


레벨 100이 된 B급 특성, 신체 강화를 시전했다.


쿵!


녀석이 내게 몸을 날렸다.


"크윽!"


사람이 아니라 무슨 덤프트럭에 치인 느낌이었다.

그대로 나가떨어질 뻔했으나, 녀석의 팔목을 잡아 겨우 버텼고.

자연스레 우린 서로 밀어대는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서로 거리가 가까워지자, 녀석은 쉴 새 없이 아가리를 벌려대며 날 물려고 했다.

처음부터 이러려고 일부터 거리를 좁힌 모양이었다.


'큭, 이러면 곤란한데. 손이 자유로워야 공격할 거 아니야?'


스스슥.


역시 A급은 A급.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가 점점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러다 손의 힘이 다 빠져 버린다면 난 저 상어의 밥이 되고 말겠지.


'안 되겠다. 놀라게 해서라도 일단 칼을 쥘 시간이라도 벌자.'


충격파는 칼에만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마나를 다룰 수만 있다면 언제나 어디서나 그것을 시전할 수 있다.

비록 무기에 마나를 담을 때보다 그 위력이 조금 약해지지만 말이다.


'!'


내가 두 주먹에 마나를 모으자, 녀석이 살짝 동요하기 시작했다.

백상아리 이 녀석은 마나 감지력이 좋네.

물론 나처럼 마나를 보지는 못하겠지만.


퍼엉!


마나를 두 손에 모아 터트렸다.

하오란이를 죽였을 때처럼 강한 폭발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강한 폭발이 우리 두 사람의 손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그 충격에 쓰고있던 헬멧까지 벗겨졌다.


'으, 꽤 아프네.'


나와 백상아리, 둘 다 손바닥이 다 까지고 피가 철철 흘렀다.

폭탄을 서로 맞잡은 꼴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녀석은 놀란 눈으로 나와 너덜너덜해진 자기 손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곤 무작정 달려들던 처음과 달리, 내 몸을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내가 어떤 무기를 썼다고 생각했나 보다.


슥.


'내 무기는 이거다, 이 자식아.'


까진 손바닥 때문에 좀 아프긴 하지만, 칼을 잡는 데엔 문제가 없었다.

내가 오늘 이 녀석을 위해 생각해 둔 비기는 내가 가진 S급 특성 중 하나인 '가속'이다.

공격할수록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가속.

그 힘으로 녀석을 한계까지 몰아붙일 참이다.


타앗.


이번엔 내 쪽에서, 한걸음에 녀석에게 다가갔다.

백상아리가 다가오는 내게 아가리를 다시 벌렸을 무렵.


[가속.]


서걱!


녀석의 주둥이를 길게 그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또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전에 S급 흡혈 고목의 줄기를 계속 공격해 그 핵을 찾아냈듯이.

난 계속 빠른 발놀림으로 피하면서 그를 공격했다.

그 세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주 작게 긁힌 상처일지라도, 일단 상처를 입히기만 하면 내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


"이건 E급이 아니잖아?"


백상아리는 지금 뭔가가 한참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녀석을 만나기 전까진 모든 게 예상대로였다.

야밤의 침입도.

재수 없는 한국 헌터들을 혼내준 것도.

흰고래 녀석을 갈기갈기 찢어버린 것도.

전부 다 계획에 포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이렇게 강하다는 건, 예상에 없었다고!'


이곳에 오기 전, 쓰나미가 준 자료를 본 백상아리는 코웃음이 다 나왔다.


"E급? 이거 네가 오타 낸 거 아니냐?"

"아닙니다! 이 녀석은 틀림없는 E급입니다. 거기다 블랙 리스트에까지 오른 놈이라구요."

"그런 놈이 하오란을 잡았다고? 너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냐?"

"그, 혼자 싸웠겠습니까? 당연히 옆에서 도왔겠지요."

"흠, 그게 맞겠군. 그래야 그나마 말이 되지."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래서 마음 놓고 혼을 좀 내주려고 온 건데.

실제로 만난 E급 녀석의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가 앞에 있는 것 같다.'


마치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과 싸우는 것 같았다.

이 감정은, 그의 길드장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과 유사했다.

이런 복병이 숨어 있을 줄이야.

거기다, 녀석의 싸움 스타일도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펑!


손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그는 정말 놀라 펄쩍 뛰기까지 했다.


'무기를 숨기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설마 화염 계열 마법사라도 되는 건 아니겠지?


서걱!


백상아리가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에도 상대의 공격은 점점 빨라져서.

이제 백상아리 자신이 눈으로 좇을 수도 없게 되었다.


'이, 이대로는 안 돼.'


계속 있다간, 흰고래 녀석처럼 과다 출혈로 쓰러질 게 뻔했다.

일단은 후일을 도모해야 했다.


'도망가자!'


다행히 그건 자신 있었다.

눈앞에 바다가 있으니까.

백상아리는 젖 먹던 힘까지 다 쥐어짜 내 힘껏 바다로 뛰어들었다.

부하들은, 뭐 알아서 잘 도망치겠지.


첨벙!


그의 전신이 커다란 상어로 변했다.

보통 상어가 아니다.

그의 완전체는 길이가 7미터나 되는 거대 괴수급 상어였다.

그러니 이제 됐다.

여기까지 자신을 따라 뛰어들 미친놈은 없···.


두두두두.


그때, 귀를 찢는 모터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몸을 틀자, 시동이 걸린 보트와 그 위에 우뚝 서 있는 E급 헌터가 보였다.

그는 심지어 손에 커다란 작살까지 들고 서서 망원경으로 백상아리 자신을 찾고 있었다.


'미쳤어. 저 새끼는.'


이 야밤에, 굳이 도망치는 자신을 따라온다고?

그것도 보트를 타고 단신으로?

제정신이 아닌 놈이었다.


'상대하지 말고 그냥 가자.'


바다로 들어온 백상아리는 여유가 좀 생겼다.

여기는 깜깜한 밤바다이고.

자신은 상어로 둔갑한 상태.

저 망원경으로 아무리 둘러본다 한들, 자신을 찾아 이 바다에서 끄집어낼 순 없다.

이렇게 단정 지은 백상아리가 바다를 유유히 헤엄쳐 가려는 찰나.


슈우욱!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스산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곤 피할 새도 없이 뭔가가 자신의 등을 푹! 찔렀다.

척추에서부터 타는 듯한 통증이 확 밀려왔다.

백상아리는 통증에 괴로워하면서도,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지금 작살에 꽂힌 건가?

어떻게 자신이 있는 곳을 한 번에 꿰뚫어본 것일까?

그는 이게 전부 꿈이 아닐까 싶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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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고속 승진 (1) +4 24.08.19 11,561 212 13쪽
28 규격 외 괴물헌터 (3) +8 24.08.18 11,844 195 12쪽
27 규격 외 괴물헌터 (2) +12 24.08.17 11,631 189 11쪽
26 규격 외 괴물헌터 (1) +5 24.08.16 11,980 194 13쪽
25 격 떨어지는 놈? (2) +6 24.08.15 12,040 201 12쪽
24 격 떨어지는 놈? (1) +8 24.08.14 12,069 202 13쪽
23 격 떨어지는 놈 (3) +12 24.08.13 12,725 206 12쪽
22 격 떨어지는 놈 (2) +10 24.08.12 13,290 216 12쪽
21 격 떨어지는 놈 (1) +5 24.08.11 13,695 241 12쪽
20 헌터와 바다 (2) +3 24.08.10 13,602 254 12쪽
19 헌터와 바다 (1) +5 24.08.10 13,655 242 12쪽
»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2) +7 24.08.09 14,023 248 12쪽
17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1) +5 24.08.08 14,511 226 13쪽
16 출입국 알바 헌터 (3) +1 24.08.07 14,559 256 13쪽
15 출입국 알바 헌터 (2) +9 24.08.06 14,807 280 12쪽
14 출입국 알바 헌터 (1) +8 24.08.05 15,982 274 14쪽
13 9인의 헌터 (2) +6 24.08.04 16,340 286 14쪽
12 9인의 헌터 (1) +10 24.08.03 16,452 316 14쪽
11 지부장 헌터 (5) +14 24.08.02 16,376 330 11쪽
10 지부장 헌터 (4) +6 24.08.01 16,484 310 13쪽
9 지부장 헌터 (3) +4 24.07.31 16,737 303 12쪽
8 지부장 헌터 (2) +9 24.07.30 17,851 309 14쪽
7 지부장 헌터 (1) +2 24.07.29 18,408 316 13쪽
6 블랙 리스트 헌터 (5) +6 24.07.28 18,890 322 14쪽
5 블랙 리스트 헌터 (4) +8 24.07.27 19,607 323 11쪽
4 블랙 리스트 헌터 (3) +3 24.07.26 20,265 342 11쪽
3 블랙 리스트 헌터 (2) +9 24.07.25 21,173 314 14쪽
2 블랙 리스트 헌터 (1) +4 24.07.24 23,908 349 15쪽
1 회귀 +17 24.07.23 29,827 36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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