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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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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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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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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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리스트 헌터 (4)

DUMMY

[‘길드’신청서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C급 이상이며, 전과기록 및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르지 않은 헌터만이 접속 가능합니다.]


‘역시나.’


한때의 치기 탓에 받은 벌이 너무 가혹하다.

나 이제 새사람이 되었는데.

이런 제약들은 이제 좀 풀어주면 안 되나?


‘길드에서 파견을 나가는 식은 안 되겠어.’


두 달 정도 뒤에 있을 ‘아테나의 비극.’

그곳에서 싸우기 위해선, 길드에 소속되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었다.


“그 게이트로 파견 보내 주십시오!”


길드 소속이면 이 한 마디에 바로 승인이 떨어지니까.

하지만 뭐, 양아치 블랙 리스트 헌터는 꿈도 꾸지 못하는 일이지.


‘등급이라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바로 등급을 올리지 않은 이유는, 그 시험이 일 년에 한 번밖에 없기 때문이다.

협회 직원들의 업무 과중 때문이라나?

과거의 나는 틈만 나면 협회로 가서 E급 판정을 받고 진상을 피우는 게 일이었기에, 이미 올해 초에 시험을 본 상황.

그러니 길드를 통해 진입하는 방법은 물 건너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할 수 없다. 그냥 그 근처에서 헌터입네 하고 얼쩡거리는 수밖에.’


어차피 페이크 게이트란 게 밝혀지면 긴급 경보가 내려질 터.

그때 소집된 헌터들에 끼어서 어찌 저찌 하면 들어갈 순 있을 것이다.


‘들어가서 싸우겠다는 헌터를 막을 상황은 절대 아닐 테니까.’


이렇게 마음 비우고 출근한 사무실에서.

의외의 희소식을 하나 들었다.


“지부장이요?”

“그래. 서울 시내에서 게이트가 발생했을 때, 헌터들을 소집해 지원을 갈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게 바로 지부장이지.”


용역 헌터들 내에서 그런 직책이 있단다.

예전엔 용역 일을 안 했기에 오늘 처음 안 사실이었다.


“지역구 내에서 게이트 공략 횟수랑 잡은 몬스터의 점수가 높으면 자동으로 지부장 승격자격이 주어져. 김할배도 자네가 대장감이라며 맨날 얘기하고 다닐 정도잖아.”


사장님이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엔 잔뜩 날을 세우며 경계하더니.

김할배로부터 내 이야길 들은 이후엔 많이 유해졌다.

실적 좋은 헌터는 용역 회사의 돈줄이나 마찬가지니, 나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일 거다.


'그건 그거고, 지부장이라. 나쁘지 않은데?'


아니, 현시점에서 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만일 내가 지부장이 된다면.

그래서 헌터들을 이끌고 그 페이크 게이트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전보다 훨씬 성공적으로 공략을 마칠 수 있을 거다.

근데 난 아직 E급인데, 이건 괜찮으려나?


"하지만 전 아직 E급인데요. 승급 시험 보려면 아직 멀었고."

“어차피 지부장은 일대일 맞다이로 결정되는 것이니 상관없어. 지금처럼 해 주면 금방 ‘검둥개’의 점수를 넘어설 수 있을 거야. 그럼 바로! 타이틀전 가는 거지.”

“검둥개?”

“지금 종로 지부장으로 앉아 있는 놈이야. 아, 거 진짜 승질 더러운 놈인데, 짜증 나게 벌써 삼 년 동안이나 해먹고 있어.”

“삼 년이나 타이틀을 지킬 정도로 강한 녀석인가요?”

“삼 년이나 자릴 지킨 놈이니 만만치는 않지. 근데 이놈 특성이 좀 수상해. 잘 싸우다가 다들 징징대거나 못하겠다며 뛰쳐나가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그래도 자네라면 잘할 거야! 우리 중에서 독보적으로 세니까.”

“하하, 너무 비행기 띄워주지 마세요.”


사실 검둥개란 녀석 같은 경우는 종종 존재해왔다.

헌터의 특성은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하니까.


‘이것이 회귀 이후 내 첫 대인전인가?’


사람을 상대해본 게 얼마 만인지.

특히, 이런 잔챙이를 상대하는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


[1분기 종로구 헌터 평가표]

[검둥개(D): 430]

[식칼(E):390]


검둥개는 이 식칼이라는 녀석의 성장세가 놀라웠다.

많은 헌터를 봐 왔지만, 이렇게 빨리 점수를 따는 녀석은 처음 봤다.

심지어 자신보다 낮은 E급인데도!


‘식칼이란 녀석이 뭔 수를 쓰는 것 같긴 한데.’


아마 지부장 자리를 따내기 위해, 조원들의 실적까지 식칼 놈에게 ‘몰빵’을 해 줬을 터다.

상식적으로, 고작 E급 헌터 한 명이 저렇게 많은 몬스터를 잡을 수가 없다.


‘흠, 또다시 거슬리는 놈이 생겨버렸구만.’


사람들은 검둥개 자신이 무식하고 악랄한 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틀린 말이다.


‘무식은 빼고, ‘치밀하고 비열한’이란 단어를 추가해야 맞지!’


왜냐고?

자신은 상대의 마음속을 파고드니까.

그들 마음속에 깊게 깔린 죄책감이나 절망감.

그것을 극대화하는 게 바로 그가 가진 ‘고유 특성’이었다.

D급 수준의 헌터 중에서는, 고유 특성을 개화한 자가 드물었다.

대략 5 퍼센트 쯤?

그래서 검둥개는 마음 속에 자신감이 가득했다.


‘실제로, 이 힘으로 져본 적이 한 번도 없단 말씀!’


물론 그동안 자신에게 덤빈 헌터는 E급과 D급이 전부였지만.

그런 사실은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자신감을 올리는데 도움이 안 되는 정보니까.


‘하여튼 식칼인지 사시민지 한 번 드루와 봐! 내가 네 녀석의 속내를 드러내 보일 테니.’


***


“윽, 이번엔 바퀴벌레냐.”

“어쩔 수 없잖아? E급 몬스터는 다 곤충 계열인걸!”


벌써 남호가 3조 원들과 함께 첫 게이트를 공략한 지 삼 주가 지났다.

오늘 나온 건 검은 등 바퀴벌레다.

이 녀석들이 나오는 배경은 너른 들판.

독이 없어 지네보다 공략 등급은 조금 낮았지만, 그 끔찍한 외형 탓에 헌터들이 꺼리는 몬스터 중 하나다.


“몸집은 크지만 피하길 잘하는 녀석들이야. 그러니 우리가 한 곳으로 몰아야 해!”


조장인 남호는, 나이 많은 김할배를 제외한 헌터들과 전부 말을 틀 정도로 사이가 좋아졌다.

나이 들고 노련한 김할배, 다혈질의 근육맨, 도끼를 쓰는 형제인 어중이와 떠중이, 그리고 겁쟁이.

이 다섯 명의 헌터들은 군말 없이 조장의 말대로 둥글게 서서 인간 울타리를 만들었다.

이 모습을 본 김할배는, 희망 용역 내에서 이렇게 조장 말 잘 듣는 조원들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제 서서히 거리를 좁힌다!”

“조장! 하지만 이 녀석들이 우리한테 달려들면 어쩌지?”

“내가 안에서 처리할게. 그러니 지시가 없을 때까지 계속 걸어와.”


남호는 몬스터를 유인할 향긋한 냄새가 나는 향수를 뿌린 후.

울타리 안으로 풀쩍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조원들에게 더 가까이 올 것을 지시했다.

몬스터와 인간의 살 떨리는 그물 놀이가 시작되었다.


샤사삿.


이 바퀴 녀석들은 다른 몬스터처럼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푸직!


남호가 등을 찌를 때조차 조용했다.

하지만 저 발소리.

샤샥대는 저 수십의 발소리가 헌터들을 미치게 했다.


“후, 오늘 밥은 다 먹었네.”

“밥 얘기하지 마라. 올라오니까.”


검은 등 바퀴의 특징은, 떼로 달려들어 눌러 버린다는 거다.

커다란 바퀴 떼에 눌려버린 헌터는 대개 기절하거나 공황에 빠지게 되는데.

그렇게 헌터를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후, 점액질을 분비해 서서히 헌터를 갉아먹는다.

본능에 충실한 몬스터들이 가장 가까운 남호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는 금세 바퀴 떼에 짓눌려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저거 괜찮은 거겠지?”


떠중이가 묻자, 겁쟁이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당연하지, 우리 조장이 누군데.”

“넌 왜 이렇게 조장을 신봉하냐?”


어이없어하는 떠중이의 얼굴에도 믿음과 여유가 어려 있었다.

그도 조장을 믿고 있으니까.


서걱!


남호가 있는 쪽에서 계속 뭔가를 가르는 소리가 났다.

그러다가.


파아악!


남호를 덮고 있던 몬스터들이, 조각난 채로 산산히 터져 버렸다.


“저건 또 뭐야?”

“터졌어?”


조원들은 전부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날라오는 흙먼지를 마시고 콜록거렸다.


“콜록!”


그 흙먼지 사이로, 키 큰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이번에도 그는 점액질로 범벅이 되어 엉망이었지만.

몸에는 생채기 하나 없었다.


‘이놈은 대체 뭐지?’


이제 조원들은 그를 단순히 ‘힘 쎈 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S급 헌터들처럼 메테오를 쏴 대고, 땅을 가르는 정도의 힘은 아니었지만.

그의 힘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그들의 상식을 벗어나는 무언가가.


“조장, 설마 폭탄이라도 갖고 온 거야?”


근육맨이 불안한 얼굴로 남호에게 물었다.


'설마 과거 블랙리스트 시절의 ‘똘끼’가 발동해서 갑자기 그딴 걸 들고 온 건 아니겠지?'


다행히 근육맨의 질문에 남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무기는 들어올 때 다 검사하잖아.”

“그럼 앞선 그 폭발은 대체 뭔가?”


이번엔 김할배 쪽에서 질문이 들어왔다.


“아, 그거는요.”


남호가 씨익 웃었다.


“제 기술 중 하나입니다. 검술이라고 해도 되고요.”

“검술?”


물론 그가 칼을 쓰긴 했다.

하지만 저건 엄밀히 말하면 검이 아니라 그냥 식칼이지 않은가.

그러니 검술이란 말은 좀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칼질이라고 하면 또 몰라도.


“하지만 검으로 폭발을 일으킬 수 없잖아?”

“왜 없어요? 그렇게 하는 헌터들이 또 있잖아요.”

“어디?”

“저 일본의 가와사키나, 한국의 정백호 헌터도 그랬다고 들었어요. 검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폭풍을 만들어 냈다고. 그것에 비하면 뭐, ‘지금의’ 저는 아직 멀었죠. 고작 벌레들을 잠시 튕겨내는 정도이니.”


그렇게 혼자서 거의 모든 몬스터를 처리한 그는 씩씩하게 아이템이 드랍되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와사키나 정백호는 전부 스페셜 급이잖아? 지금 본인을 스페셜 헌터랑 비교한 거야?’

‘아! 딴 건 다 모르겠고. 어쨌든 우리 조장 X나 멋지다.’


남호의 검술에 대한 감상은 다 달랐지만.

그들 전부는 남호가 보이는 것만이 아닌, 엄청난 것을 숨기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


[특성]

[강화 B],[코어 S],[잠재력 EX]


[기술]

[신체강화Lv.50],[기본검술Lv.100],[충격파Lv.10]


지난 삼 주간의 실적이다.

신체 강화 레벨이 올랐고.

찌르기, 베기, 가르기 등은 이제 완전히 마스터해 ‘기본검술’로 통합되었다.

거기다 내 검술의 핵심인 ‘코어 S’특성까지 익혔다.


‘이건 판타지 소설에서 나오는 마나 하트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


코어란, 마나를 내 몸 깊숙한 곳에 저장해 검술에 활용하는 비기였다.

코어에서 파생된 충격파란 기술은, 내 의지대로 마나를 한 번 터트릴 수 있는 능력이다.

방금 전 잘게 썰어버린 몬스터의 잔해를 한 번에 날리는 데 썼던 바로 그거.


‘지금은 마나를 모으고 터트리는 것밖에 못 하지만, 이걸로 나중엔 ‘검기’라는 걸 날릴 수 있게 되지.’


아직 숙련도가 쌓이지 않는 내게는 조금 먼 이야기지만.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한 기본 아이템들은 착실히 모아지고 있었다.


우우웅.


나와 조원들이 게이트에서 나가자마자.

용역 회사 사장님이 예상했던 소식을 전했다.

내 점수가 드디어 400점을 넘었다고.

따라서, 그 ‘검둥개’란 놈에게 지부장 타이틀을 걸고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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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규격 외 괴물헌터 (2) +12 24.08.17 11,627 189 11쪽
26 규격 외 괴물헌터 (1) +5 24.08.16 11,977 194 13쪽
25 격 떨어지는 놈? (2) +6 24.08.15 12,037 201 12쪽
24 격 떨어지는 놈? (1) +8 24.08.14 12,065 202 13쪽
23 격 떨어지는 놈 (3) +12 24.08.13 12,723 206 12쪽
22 격 떨어지는 놈 (2) +10 24.08.12 13,289 216 12쪽
21 격 떨어지는 놈 (1) +5 24.08.11 13,690 241 12쪽
20 헌터와 바다 (2) +3 24.08.10 13,599 254 12쪽
19 헌터와 바다 (1) +5 24.08.10 13,647 242 12쪽
18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2) +7 24.08.09 14,017 248 12쪽
17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1) +5 24.08.08 14,506 226 13쪽
16 출입국 알바 헌터 (3) +1 24.08.07 14,555 256 13쪽
15 출입국 알바 헌터 (2) +9 24.08.06 14,807 280 12쪽
14 출입국 알바 헌터 (1) +8 24.08.05 15,980 274 14쪽
13 9인의 헌터 (2) +6 24.08.04 16,332 286 14쪽
12 9인의 헌터 (1) +10 24.08.03 16,441 316 14쪽
11 지부장 헌터 (5) +14 24.08.02 16,370 330 11쪽
10 지부장 헌터 (4) +6 24.08.01 16,478 310 13쪽
9 지부장 헌터 (3) +4 24.07.31 16,730 303 12쪽
8 지부장 헌터 (2) +9 24.07.30 17,848 309 14쪽
7 지부장 헌터 (1) +2 24.07.29 18,408 316 13쪽
6 블랙 리스트 헌터 (5) +6 24.07.28 18,888 322 14쪽
» 블랙 리스트 헌터 (4) +8 24.07.27 19,605 323 11쪽
4 블랙 리스트 헌터 (3) +3 24.07.26 20,263 342 11쪽
3 블랙 리스트 헌터 (2) +9 24.07.25 21,172 314 14쪽
2 블랙 리스트 헌터 (1) +4 24.07.24 23,906 34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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