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가 EX급 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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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롱
작품등록일 :
2024.07.23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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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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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부장 헌터 (5)

DUMMY

찌르기, 베기, 막기, 흘리기 등등.

검을 이용한 동작들을 전부 오픈하면, 기본 검술로 통합이 된다.

이 기본 검술은 고유 특성을 얻기 위한 시작 단계다.

이후부터는 마나를 검술에 활용하기 위한 특성들을 계속 개방해야 한다.

첫 번째 특성은 마나를 담아둘 그릇이 되는 코어.

둘째는 마나를 눈으로 읽을 수 있는 개안.

마지막으로, 검을 쓸수록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속 특성까지.

이 모든 게 갖추어져야만 내 고유 특성인 '극검'을 개방할 수 있다.

그런데 난 방금, 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 고유 검술을 개방할 수도 있는 건가?'


세상에.

저번 생과 비교해보면 무려 십삼 년이나 빠른 성장이었다.

이 게이트에서 바로 '신속'을 얻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이 'S급'게이트를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회귀 이후 처음으로 쓰는 내 검술!'


기대감으로 인해 심장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극검 개방.]


스르릇.


몸 안에 새로운 힘이 들어오려는 그 순간.


[무기가 특성에 맞지 않습니다.]

[극검술은 오로지 '검'으로만 시전할 수 있습니다.]


'뭣?'


안돼?

X발! 또 이 망할 블랙 리스트 헌터인 게 문제였던 거야?


슈우욱.


내가 패닉에 빠진 틈에 양 옆에서 나무 줄기가 나를 공격했다.


"위험해!"


아테나가 내게 소리쳤다.

하지만 나도 공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실망한 상태이긴 했지만, 저런 공격을 허용할 정도로 내가 빠진 녀석은 아니다.


"짜증나!"


미세한 차이로 오른쪽 나무줄기가 먼저 내게 다가왔다.


서걱!


먼저 그것을 베어버린 뒤에, 마나를 발에 둘러 왼쪽 줄기를 꽉 밟았다.


-으아악!


나무 주제에, 몬스터는 기분 나쁘게 여자가 지르는 비명 소리를 냈다.

저 줄기는 마나가 둘러져 있지 않은 신체에 닿으면 바로 달라붙어 혈액을 빨아들인다.

과거에 이것 때문에 게이트 밖의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내가 아는 녀석의 정보는, 모두 그런 아픈 희생이 있었기에 밝혀진 것들이었다.


삭!


왼발을 뗀 후 남은 줄기도 마저 잘라냈다.


-으으으.


기습에 실패한 고목이 신음하기 시작했다.

개안으로 본 녀석의 마나가 불안정했다.

그렇다면, 다음 공격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터.

그동안 녀석의 약점을 공격해 핵을 찾은 후, 충격파로 그것을 제거할 예정이다.


'하지만, 극검술을 썼더라면 더 잘 싸울 수 있었을 텐데.'


검술을 가졌으나, 검이 없어 쓰지 못하는 중생이여.

아쉬워서 눈물이 다 날려고 했다.

그래서 저 나무 고목처럼, 나도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

"왜 그래? 어디 공격 당했어?"


내 절규에 아테나가 놀라 물었다.

누워있던 헤르메스까지 걱정스럽게 날 바라본다.


"검술을 개방했는데, 검이 없어서 못 쓰잖아. 젠장."

"검?"


아테나가 내게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검술 특성이 있는데 검이 없어서 못 쓴다는 거지?"

"그래!"


몇 초 뒤에 그녀가 말했다.


"이런 검이면 되는 거야?"


샤아아.


그녀가 두 손으로 얼음 결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길게 늘렸다.

늘어난 얼음은, 순식간에 한 손 장검의 형태를 만들었다.


"방패만 직조할 수 있는 건 아냐. 검하고 창 정도는 만들 수 있어."


아테나가 내게 마나로 된 얼음검을 내밀었다.

그 순간, 나에겐 그녀가 정말 전쟁과 지혜의 신 아테나로 보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가 준 검을 잡아 보았다.


[특성 개방을 위한 요소를 모두 갖추었습니다.]

[코어],[가속],[기본검술],[개안] +[검]

[고유 특성 개방의 영향으로, 위의 네 가지 요소가 ‘극검’ 카테고리로 통합됩니다.]

[고유 특성 ’극검’을 개방합니다.]

[극검S: 백남호 헌터 고유 검술.]


[극검의 기초 단계, ‘극의’를 개방합니다.]

[극의 Lv1]

[잠재력 EX급 버프를 받아, '극의'의 레벨이 10으로 향상됩니다.]


우웅.


검에 내 마나가 덧씌워졌다.

그러자, 투명했던 검이 울기 시작했다.

과거 전성기 시절처럼 마나가 눈에 보일 정도의 밀도는 아니었지만, 기술을 쓸 수 있단 것만으로도 감개가 무량했다.


"이 검의 내구성은 어때? 얼음이라서 쉽게 부러지는 것 아냐?"


내 물음에 아테나가 말도 안된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이거 얼음 같지만 마나라구. 그러니 절대 안 부러져. 내 마나가 바닥나기 전까지는."

"지금 네 마나는 어느 정도 있는데?"

"솔직히 많진 않아. 대략 한 시간 유지할 정도?"


그녀의 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한 시간이라, 그거면 됐다.

난 당당하게 뒤돌아 거목의 앞에 섰다.

녀석의 마나가 슬슬 안정되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한다.


“고마워. 이거 잘 쓰고 돌려줄게.”


이때, 잠깐 이런 생각을 했다.

블랙 리스트에서 풀릴 동안, 아테나를 내 검 대신 데리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녀의 마나만 넉넉하게 채워져 있으면, 검이 부러질 걱정도 없다는 것 아닌가?


'헤르메스 뿐만 아니라 나랑도 합이 잘 맞을 것 같군.'


물론 이건 아테나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말이다.


척.


일단 모든 건 눈앞의 징그러운 나무 괴물을 끝내놓고 생각하자.

자세를 한 번 바로 잡은 후, 드디어 아까 하지 못했던 첫 보법을 내딛었다.


'초식, 극의.'


극의는 내 검술의 가장 첫 단계이다.

의지가 곧게 뻗어나간다는 뜻인데, 사실 뻗어나가는 것은.


콰광!


내 마나다.

이제 이것은 더 이상 단순하게 '펑'하고 터지는 수준이 아니었다.

의지를 가지고 정확히 검로를 타고 나아가는, '참격'이 되어 있었다.

개안 능력으로 재생이 불가한 약한 줄기를 찾은 후.

그곳으로 참격을 날렸다.


-아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줄기가 단번에 베어졌다.

거기다 베인 줄기를 중심으로 주변에 있던 줄기까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내 마나의 밀도가 높아진 탓이다.


서걱!


가까운 줄기는 직접 베었고, 먼 곳은 참격을 활용해서 끊어 버렸다.

그렇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녀석의 중심으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노린 끝에.

거목의 안쪽에서 꿈틀대고 있는 ‘핵’이 모습을 드러냈다.


'개안 능력이 없었다면 아무리 베어내도 저 핵을 절대 볼 수 없었겠지.'


새삼 마나를 볼 수 있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이 새끼가!


‘몬스터가 욕은 언제 배웠을까?’


꾸르르륵.


핵이 드러나자, 게이트가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거목의 ‘페이즈 2’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원래라면 여기서 놈이 게이트 안에 있는 마정석과 다른 헌터들의 정기까지 빨아들여 파워업을 해야 하지만.

녀석은 꿈틀대기만 할 뿐 커지지 않았다.


-내 아이들 어디 갔어! 다 죽어 버렸어?

-얘도! 쟤도! 반응이 없어. 어떻게 된 거야?


몬스터는 눈알을 뒤룩대며 아이를 잃은 어미처럼 울어댔다.

몬스터는 절규했지만, 나는 그 말에 미소를 지었다.

우리 지원조 헌터들이, 제 역할을 아주 잘 해 줬다는 뜻이었으니까.


'너희들이 녀석의 페이즈 2를 막은 거다.'


그들은 알까?

과거에 이 녀석 때문에, 아테나를 비롯한 많은 대한민국의 유능한 헌터와 민간인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걸.

자신들이 그 끔찍한 재앙을 막은 영웅이라는 걸.


휙!


재빠른 나뭇가지 하나가 공격을 방어하고 있던 내 옷깃을 휙 집어 올렸다.

이 얌체같은 몬스터가, 앞에선 미끼용으로 공격하는 척하면서 뒤에선 나를 낚아챈 것이다.

난 졸지에 공중에 둥둥 뜨게 됐다.


“어어!”

“조심해요!”


아래에서는 두 헌터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괜찮아. 지금의 나에겐, 거리는 중요치 않으니까.’


코어에 있는 마나를 바닥까지 싹싹 끌어모아 검에 담았다.

몬스터의 핵을 발견했으니, 나도 마지막 ‘필살기’를 쓸 차례였다.

녀석이 아테나를 공격했을 때처럼, 자신의 모든 줄기를 모아 커다란 드릴을 만들었다.

동시에, 나도 검을 가로로 휘둘렀다

나와 몬스터. 둘이 동시에 최후이자 최강의 공격을 날렸다.


쐐액!


둘의 공격이 맞닿았다.

날아간 내 마나가 굉음을 내며 나무 드릴을 관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지.’


그 마나가 마침내 핵에 도달했을 때.


‘충격파 MAX.’


펑!


내가 잘 쓰는 기술인 충격파를 시전했다.

마치 수류탄을 맞은 듯.

고목의 핵에서부터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폭발이 가장 멋지단 말이야.'


쉬이익.


바닥으로 추락하는 나를 바람이 부드럽게 내려줬다.

아픈 와중에도 헤르메스가 날 도운 것이다.


“쿨럭!”


그 바람에 그가 피를 토하긴 했지만.

어쨌든 우리 셋은 모두 무사했다.

아테나는 검으로 변한 자신의 마나를 다시 거두어들였고.

핵이 산산 조각이 나자, 게이트의 진동이 금세 잦아들었다.

고목의 붉었던 몸통과 줄기가 점점 타들어가는 게 보였다.

난 비틀거리며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는 S급 흡혈 거목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이렇게 죽을 존재가 아니건만.


그건 맞다.

녀석은 대한민국의 엄청난 재앙을 부를 녀석이었으니까.

여기서 이렇게 죽일 수 있게 되어, 너무나 다행이었다.

난 녀석이 죽기 전에 궁금했던 한 가지를 물었다.


"넌 나에 대해 뭘 알고 있는 거지?"


고목이 눈을 홱 돌려 날 바라봤다.

가까이 보니 더 징그럽게 생겼다.


-인간. 두려운 인간. 무시무시한 것을 품은 인간.


사라라락.


이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고목은 금세 시꺼먼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무시무시한 것?'


뭔데 그게?

아! 어쩌면 이 녀석은 내 안에 있는 EX급 잠재력이라는 특성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흠, 그건 좀 무서울 만하지.

나도 어쩔 땐 내 성장세가 무서운걸.


[S급 게이트 공략에 성공하였습니다.]


마침 반가운 시스템 알림이 떴다.


[기여도를 측정합니다.]

[식칼 65%]

[아테나20%]

[헤르메스10%]

[겁쟁이3%]

[애꾸눈 1%]


‘헤헤, 겁쟁이 녀석도 한 건 했네.’


[공략 보상으로 ‘흡혈 S급 원석’을 지급합니다.]

[기여도가 가장 높은 ‘식칼’헌터의 인벤토리에 원석이 추가되었습니다.]

[흡혈의 원석: 일정 시간 동안, 상대에게 입힌 피해만큼의 체력을 회복합니다.(유지 시간은 유저의 숙련도에 비례)]


"S급?"


아테나가 입을 떡 벌렸다.

옆에 있던 헤르메스도 멍하니 자신의 시스템창을 바라봤다.


"우리가 싸웠던 게, S급이었다니."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A급 사자의 방패를 지급합니다.]

[A급 황금 활대를 지급합니다.]

[B급 회복 원석을 지급합니다.]

[B급 마법 스크롤을 지급합니다.]

[‘흡혈초’의 씨앗을 지급합니다.]

···


촤라라락.


번쩍번쩍한 아이템들이 우리를 향해 우르르 쏟아졌다.

현존하는 최상위 난이도, S급 게이트 보상.

그것을 볼 수 있는 헌터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올림포스의 헌터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 멍하니 쏟아지는 보상을 쳐다봤다.

이 보물들을 보니 다시금 우리 조원들이 떠오른다.


'다들 기여도가 낮긴 하지만, 저 정도면 한 몫 크게 잡겠는데? 애꾸눈도 사채를 다 갚을 수 있겠고.'


물론 여기서 가장 지분이 많은 건 당연히 나지만 말이다.


'우리 엄마야말로, 내가 S급 게이트 공략 수당 들고 가면 기절하시는 거 아닐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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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규격 외 괴물헌터 (2) +12 24.08.17 11,623 189 11쪽
26 규격 외 괴물헌터 (1) +5 24.08.16 11,973 194 13쪽
25 격 떨어지는 놈? (2) +6 24.08.15 12,033 201 12쪽
24 격 떨어지는 놈? (1) +8 24.08.14 12,064 202 13쪽
23 격 떨어지는 놈 (3) +12 24.08.13 12,722 206 12쪽
22 격 떨어지는 놈 (2) +10 24.08.12 13,286 216 12쪽
21 격 떨어지는 놈 (1) +5 24.08.11 13,689 241 12쪽
20 헌터와 바다 (2) +3 24.08.10 13,596 254 12쪽
19 헌터와 바다 (1) +5 24.08.10 13,645 242 12쪽
18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2) +7 24.08.09 14,014 248 12쪽
17 블랙리스트 VS 블랙리스트 (1) +5 24.08.08 14,501 226 13쪽
16 출입국 알바 헌터 (3) +1 24.08.07 14,553 256 13쪽
15 출입국 알바 헌터 (2) +9 24.08.06 14,803 280 12쪽
14 출입국 알바 헌터 (1) +8 24.08.05 15,980 274 14쪽
13 9인의 헌터 (2) +6 24.08.04 16,331 286 14쪽
12 9인의 헌터 (1) +10 24.08.03 16,440 316 14쪽
» 지부장 헌터 (5) +14 24.08.02 16,366 330 11쪽
10 지부장 헌터 (4) +6 24.08.01 16,475 310 13쪽
9 지부장 헌터 (3) +4 24.07.31 16,727 303 12쪽
8 지부장 헌터 (2) +9 24.07.30 17,844 309 14쪽
7 지부장 헌터 (1) +2 24.07.29 18,404 316 13쪽
6 블랙 리스트 헌터 (5) +6 24.07.28 18,886 322 14쪽
5 블랙 리스트 헌터 (4) +8 24.07.27 19,603 323 11쪽
4 블랙 리스트 헌터 (3) +3 24.07.26 20,261 342 11쪽
3 블랙 리스트 헌터 (2) +9 24.07.25 21,171 314 14쪽
2 블랙 리스트 헌터 (1) +4 24.07.24 23,904 34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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