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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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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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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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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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0층의 주인

DUMMY

100층에 오자 승강기 문이 열렸다. 드러난 대기실의 풍경은 독특했다. 어둡지만 붉은 빛이 빗줄기처럼 흐르고 있었다. 비가 오듯 붉은 빛이 벽에서 흘러내린다.


“모두! 지금부터 설명할 테니 잘 들어요!”


승강기에서 나오며 소리친 것은 로엘이었다. 로엘이 여명의 반지로 2년을 회귀했던 사실이 떠오르자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맞아! 로엘이 있었지!”

“로엘! 100층 던전에 뭐가 있는지 너는 알고 있어? 아는 게 있으면 지금 다 말해줘!”


로엘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손을 들어 진정시켰다.


“자. 지금부터 그 얘기를 하려는 거니까.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안에는 청동 거인이 있어. 더럽게 큰 보스 몬스터야. 청동 거인한테는 검이나 창이 제대로 안 박혀. 더럽게 단단하거든.”

“청동이면 강철보다 약한 거 아닌가?”

“100층 보스는 몸이 청동처럼 보여도 사실 청동은 아니야. 다들 부르기 편하니까 그렇게 불렀던 거고. 던전에 들어가면 다리나 팔을 노리지 말고 왼쪽 가슴만 노려. 알았지? 그 안에 붉은 심장이 있어. 심장만 파괴하면 보스 공략은 끝이야.”


언뜻 보면 100층 보스 공략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로엘은 네 명의 이노센트가 청동 거인에게 죽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층 빌딩만큼 거대한 거인이며 칼날이 제대로 박히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청동 거인은 위협적인 괴물이었다.


“로엘. 그거 맞는 정보지? 너를 의심하는 건 물론 아니지만. 이건 수백 명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잖니.”

“크리스티나 님. 확실합니다. 저의 목숨을 걸고 보증하겠습니다.”

“목숨까지 건다는데.”

“맞겠지. 설마 틀리겠어?”


질서의 파벌 뿐만 아니라 빛의 파벌도 로엘을 믿는 분위기였다. 조금 의심했던 사람들도 로엘이 워낙 강하게 주장하자 어물쩍 넘어갔다. 프래드릭은 모여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소리쳤다.


“그럼 다들 들어가는데 동의한 거지?”


이노센트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래드릭은 유진을 바라봤다. 유진은 검은 문 앞으로 걸어갔다.


“자. 그럼 엽니다.”


유진은 힘껏 검은 문을 열었다.

던전 안에는 거대한 청동빛의 거인이 있었다. 갑옷을 입고 땅에 박은 칼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거인에게 이노센트들은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고층의 빌딩만큼 거대한 거인은 눈을 감고 있었다.


“이거 덩치가 어마어마한데?”

“갑자기 움직이는 거 아니겠지?”

“괜찮아! 내 기억으로는 문이 닫히고 악마가 나타나기 전에는 안 움직여.”


2년 회귀자인 로엘의 말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동시에 안심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사람들은 청동 거인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모든 이노센트가 들어오자 어김없이 던전의 문이 닫혔다.

허공에 소악마 디아블로가 나타났다. 허공에 나타난 악마는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더니 허공을 둥글게 선회했다. 디아블로는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좀처럼 멈추지 못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안 보이네요?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 그 사람들만 쏙 빠진 건가요? 못됐다! 정말 너무해!」


로이드는 허공에 있는 디아블로를 노려보더니 가운뎃손가락을 올려 내밀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설명이나 해!”


「왜 갑자기 화를 내시나요? 혹시 조급하신가요?」


디아블로는 작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웃었다. 체구가 작은 몸이 웃을 때마다 들썩거렸다.


「여러분! 100층에 오신 걸 환영해요! 100층의 주인은 무려 분노한 청동의 거인! 불순한 인간들의 침입에 100층 보스는 지금 몹시 화가 났어요. 여러분은 과연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요?」


청동의 거인이 서서히 눈을 뜬다. 거인은 붉은 눈으로 던전에 들어온 침입자들을 내려봤다.


「특별히 하나 알려드리자면! 보스의 패턴이 변했어요! 어둠의 신은 편법으로 쉽게 살려는 사람을 제일 싫어하거든요!」


“뭐라고?!”


사람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자 디아블로는 웃으며 더욱 즐거워했다. 디아블로의 몸이 흐릿해지며 사라진다.

거대한 청동 거인은 땅에 박혀있던 대검을 뽑았다. 100층을 지키는 기사처럼 거인은 온몸에 두터운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BOSS 100층의 주인 분노한 청동 거인」


Uaaaaaaaaa-!


거대한 청동 거인의 포효가 던전을 뒤흔든다. 그 엄청난 괴성에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렸다. 몇몇은 귀를 틀어막으며 거인을 노려봤다. 프래드릭은 파벌의 수장으로서 애써 침착하게 소리쳤다.


“다들 당장 왼쪽 가슴을 노려!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야!”


프래드릭의 말을 듣고도 사람들은 멈칫하며 움직이지 못했다. 곳곳에서 붉은 빛의 기둥이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총 4개의 붉은 빛의 기둥.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뭐야?”

“이런 말은 없었잖아! 로엘!”


디아블로가 미리 경고했음에도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로엘부터 찾았다. 그것이 유일한 구원이자 희망인 것처럼 모두가 로엘을 바라봤다. 로엘의 동공이 좌우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로엘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다.


“아냐. 이런 건 없었는데. 어째서?”


로엘 뿐만 아니라 이수영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건 이수영의 기억에도 없던 패턴이었다. 이런 붉은 빛의 기둥을 이수영은 오늘 처음 봤다.

붉은 빛의 기둥이 흐려지며 서서히 사라졌다.

유진은 청동 거인의 두 눈이 붉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불길하다. 이번 공략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모두! 막아!”


보스의 두 눈에서 붉은 열선이 쏘아졌다. 열선은 그야말로 뜨거운 빛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미리 검을 휘두른 유진이 왼쪽 눈의 열선을 대검으로 갈랐다. 오른쪽 눈의 열선을 유진의 목소리를 듣고 먼저 반응했던 프래드릭이 갈랐다.

변해버린 패턴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던전의 벽 곳곳에서 붉은 열선이 쏟아진다. 뜨거운 열선이 사람들을 순식간에 덮쳤다.


“으으으!”


열선이 사람의 팔을 녹이며 지나갔다. 이노센트일지라도 열선에 반응하기란 한계가 있었다.

거대한 청동 거인의 발치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리젠되었다. 블루 슬라임, 라바 스네이크, 오우가, 분노한 리자드맨. 대부분 익숙한 몬스터들이었다. 99층 아래에 분포하는 몬스터들을 보스는 소환하고 있었다.

유진은 뜨거운 열선을 마력을 두른 대검으로 가르면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분명 무언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네 개의 붉은 빛의 기둥. 그 빛줄기들이 사라진 이후에 청동 거인은 눈에서 열선을 쏘았다. 벽에서 열선이 쏟아졌던 것도 빛줄기가 나타난 이후다.

거대한 붉은 빛의 기둥이 던전의 중앙에 나타났다. 던전을 크게 아우르는 거대한 붉은 빛이다. 붉은 빛 밖으로 난데없이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다들 빛 안으로 들어가! 빨리!”


붉은 빛 안에 있던 사람들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밖에 있던 사람들은 눈보라를 피해갈 수 없었다. 차가운 냉기가 밖에 있는 사람의 발목을 휘감았다. 발이 얼어붙은 이노센트가 걷지 못하고 넘어졌다. 일반적인 냉기가 아니었다. 북극에서도 버틸 수 있는 이노센트가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눈보라였다.


“살려줘! 발이 얼었어! 안 움직여!”

“이거 잡아!”


나무의 이노센트인 레이첼은 질긴 넝쿨을 만들어 몸이 얼어붙은 이노센트에게 던졌다. 몸이 얼은 남자가 넝쿨을 잡자 손이 얼며 넝쿨과 붙어버렸다. 레이첼은 넝쿨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남자의 몸이 바닥과 붙었는지 떨어지지 않는다.

중앙의 붉은 빛의 기둥이 사라지자 청동 거인은 포효하며 높이 뛰어올랐다. 청동 거인이 얼어붙은 남자의 뒤에 착지했다. 충격으로 던전이 흔들린다. 청동의 거인은 얼어붙은 남자를 대검으로 내리쳤다.

레이첼은 멍하니 넝쿨에 끌려온 잘린 손을 내려봤다. 남자는 청동 거인에게 몸이 짓뭉개져 버렸다. 얼어붙은 손 하나만을 남겨놓은 채로. 남자는 죽었다. 프래드릭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모두 거인의 왼쪽 가슴을 노려! 어서!”


동료의 죽음으로 질서의 파벌이 분개했다. 이노센트들이 함성을 지르며 거인에게 달려들었다. 청동 거인은 다행스럽게도 열선을 쏘아내지는 않았다. 대신 높게 뛰면서 크게 검을 휘둘러댔다. 유진은 어째서 청동 거인이 열선을 쏘지 않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극한의 눈보라나 열선이 무엇보다도 까다롭다. 쉬지 않고 열선만 쏘아댄다면 거인은 이노센트들을 압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는 것은 패턴에서 비롯된 행동일 확률이 높았다.

열선에 팔이나 다리가 잘린 부상자들이 누워서 괴로워하고 있었다. 빛과 질서에서 나온 사망자가 4명이 넘었다. 이래서야 장기전으로 가면 불리하다. 더 많은 사상자가 나오기 전에 패턴을 깨트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유진이 고민하는 사이 이노센트들이 청동 거인의 다리나 팔을 타고 왼쪽 가슴까지 뛰어올랐다. 낫, 해머, 검. 갖가지 무구들이 청동 거인의 가슴을 베고 지나갔다. 청동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가슴에 서서히 흠집이 늘어가며 상처가 벌어진다. 그 틈으로 점차 붉은 심장이 보였다. 커다란 붉은 심장이 힘차게 뛰며 펌프질하고 있었다.

가슴의 틈으로 검을 찔러넣으려던 프래드릭의 몸이 휘청거렸다. 난데없이 청동 거인은 높이 뛰어올랐다. 매달려있던 이노센트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다. 프래드릭이나 크리스티나도 거센 공기 저항에 떨어져 나갔다. 청동 거인은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붉은 네 개의 빛줄기가 나타났다. 던전에 진입하며 봤던 패턴이었다. 유진의 머릿속에서 붉은 빛줄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리가 끝났다.


“다들 당장 빛 안으로 들어가요! 네 군데 다 상관없어요! 아무데나 들어가!”

“들어가도 되는 거야?”


로엘이 의문스러워하며 유진을 바라봤다. 알고 있던 기억과 보스 패턴이 달라진 것이 로엘은 두려웠다. 그런 두려운 마음은 의심으로 이어졌다.


“들어가도 돼요!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다 열선에 녹아버려! 빨리 들어가요! 다들 서둘러!”


사람들은 과연 이게 맞는 건지 의문스러워하면서도 네 개의 붉은 빛줄기에 들어갔다. 붉게 빛나던 청동 거인의 눈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졌다. 긴장한 얼굴로 사람들은 벽을 지켜봤다. 벽에서 열선이 날아오지 않는다.


“효과가 있어!”


누군가 감탄하여 소리쳤다. 사람들의 긴장이 조금이나마 가라앉았다. 유진은 땅에 박은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있는 거인을 바라봤다. 거짓말처럼 거인은 잠잠해졌다. 방금 전까지 날뛰었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얌전했다.


“내 생각이 맞다면 붉은 빛은 생명을 의미해! 생명은 곧 생존과도 같고. 붉은 심장은 거인에게 있어 생명과 직결되지! 우리에게 있어서 붉은 빛도 마찬가지인 거야.”

“유진아!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는 알고 있어?”


이노센트들이 모두 유진을 바라봤다.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이니 사람들은 더욱 유진의 말에 의지하고 있었다.


“내 생각에 두 번째 패턴 이후가 중요해. 거대한 붉은 빛의 기둥이 사라진 뒤에. 청동 거인이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짓뭉개잖아? 그때가 유일하게 청동 거인을 처치할 수 있는 패턴이야. 세 번째 패턴에서 우리 모두가 보스에게 모든 걸 퍼부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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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빛의 폭풍 24.09.19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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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4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1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7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1 2 12쪽
47 질주 +1 24.09.10 98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7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9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9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70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91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3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7 4 11쪽
» 100층의 주인 24.08.27 225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3 5 11쪽
31 80층 24.08.24 294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3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4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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