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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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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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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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0층

DUMMY

탑을 나오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아티펙트로 잠재웠던 사람들이었다. 1시간이 지나 깨어난 사람들은 이노센트들의 정체를 몰랐다. 그러나 지금은 살아 나온 사람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처음으로 탑에서 생환자가 나온 것에 사람들은 기뻐했다. 탑의 입구에서 기자가 소리쳤다.


“S랭크 헌터들은? 먼저 들어갔던 사람들은 어떻게 됐죠?”


에드먼드는 흘긋 취재 기자를 쳐다봤다. 기자는 젊고 평범한 여성이었다.


“어떻게 되긴! 다 죽었지. 들어가 보니 그 사람들은 시체밖에 없었어.”


환호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충격을 받은 건지 사람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수군거리며 사람들은 에드먼드를 흘겨봤다. 대부분 S랭크 헌터가 죽었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유진은 걸음을 멈추고 에드먼드를 바라봤다.


“에드먼드 형. 100층에 있던 사람들. 정말 다 죽었어?”

“그래. 그렇다니까. 안에 살아있는 사람들은 없었어.”


유진은 기분이 착잡해졌다. 100층에 들어갔던 원정대에 윤도원 공격대도 있었다. 윤도원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침에도 인사를 했는데 윤도원 파티가 전멸했다는 것이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로엘은 탑의 주변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훑어봤다. 손에 끼고 있는 궤변의 반지를 로엘은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이노센트를 본 사람이 꽤 많지만 상관없었다. 여차하면 사건을 수정하면 된다. 그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이노센트는 사라진다. 탑에서 나온 생환자가 다른 사람으로 바뀌거나 혹은 없던 일이 되는 것이다.

크리스티나는 로엘의 어깨를 붙잡았다. 궤변의 반지에서 어두운 빛이 일렁였다. 조금 있으면 사건이 수정된다. 그것을 알면서도 크리스티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로엘. 수정하지 마.”

“크리스티나 님?”

“앞으로 탑에 자주 들어가야 돼. 그러니 궤변의 반지로 인과를 수정하는 탑의 공략이 모두 끝난 다음에 하도록 해.”

“하지만 이대로 그냥 두면 정부에서 저희들을 조사할 텐데요? 해외에도 눈이 있는데.”

“그럼 적당히 각국의 정부에서 조사하지 않을 정도로만 수정해. 그럼 되잖아.”


로엘은 고민했다. 크리스티나가 요구한 대로면 인과를 적당히 손봐야만 했다. 로엘은 궤변의 반지를 발동했고 그렇게 했다. 정부에 이노센트들은 한국의 SSS급 헌터들로 기록됐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요인들이나 사람들의 기억이 수정되었다. 이노센트들의 옷이나 지갑 속에 헌터 자격증이 생겼다.

빅센은 품에서 지갑을 꺼냈다. 처음 보는 헌터 자격증이 있었다. 등급은 SSS랭크였다.


“이것 봐! 나 오늘부터 헌터 된건가? 하여간 궤변의 반지가 이럴 때는 참 편리해.”


궤변의 반지가 일으키는 사건의 변경은 이노센트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에게만 전반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궤변의 반지는 유용했다. 탑 입구에서 경례를 하는 군인에게 빅센은 손을 흔들며 지나갔다.

각 파벌의 수장은 셋이서 단톡방을 만들었다. 일시적인 동맹일지라도 앞으로 탑을 공략하려면 서로 연락할 필요가 있었다. 에드먼드가 단톡방에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냈으나 세리아가 설득하자 불만이 가라앉았다.

각 파벌이 해산하자 송시아가 유진에게 걸어왔다.


“약속은 취소야. 상황이 이러니 어쩌겠어.”

“시간 많잖아요? 다음에 가죠.”


프래드릭은 탑 공략이 자주 있을 거라고 했었다. 그렇기에 송시아와 했던 주말 약속이 사라져버렸다. 송시아는 서포트 캐릭터 헬레나를 보며 웃었다.


“안녕? 이름이...... 헬레나였지?”

“네! 반가워요, 시아.”

“유진이를 잘 부탁해! 저래 보여도 아직 빈틈이 많아.”


헬레나와 악수를 나누고 송시아는 떠났다.

집에 돌아와서 유진은 소파에 앉았다. 손에 푸른 전류를 일으키자 미립자의 전류가 떠올랐다. 손에 하얀 전류를 모으기 위해 집중했으나 마음처럼 나오지 않았다.

헬레나는 인벤토리에 갑옷을 집어넣었다. 간편한 옷을 착용하고 헬레나는 냉장고 문을 활짝 열었다.


“유진! 금방 요리해드릴게요!”

“요리도 할 수 있어?”

“네! 기본적인 요리는 가능해요.”


헬레나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꺼내 김치찌개를 끓였다. 다 익은 찌개를 먹어보니 먹을 만 했다. 1성 캐릭터를 뽑은 것이 처음으로 보람차게 느껴졌다.



***



다음날 각 파벌의 이노센트들이 탑에 모였다. 탑에 들어가는 것은 문제없었다. 의심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SSS랭크 헌터로서 이노센트들은 탑에 들어갔다. 박민수는 스카이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오늘 드디어 80층 가는 건가?”


빛의 파벌은 대부분 기대하고 있었다. 반대로 질서와 어둠의 파벌은 안색이 좋지 않았다. 크리스티나는 선두에 서 있는 프래드릭을 흘긋 쳐다봤다.


“프래드릭. 정말로 80층에 갈 생각인가요?”

“그래! 물론이지. 다 같이 어제 결정한 거잖아.”

“다시 말하지만 70층은 상당히 피곤했어요. 여러 함정과 조건들로······.”

“그 얘기라면 어제도 들었어. 질리도록 들었지. 왜 그래, 크리스티나? 너답지 않아.”


크리스티나는 분명 주저하고 있었다. 근처에 있는 에드먼드도 별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에드먼드는 키네틱 쉐도우를 이끌고 승강기로 들어갔다. 에드먼드가 버튼을 조작하자 승강기가 좌우로 늘어났다.


“뭐해? 안 갈 거야?”


에드먼드는 자존심이 걸려있어서 그런지 가지 않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는 한숨을 쉬며 승강기로 들어갔다. 그 뒤를 질서의 파벌이 따랐다.

유진은 빛의 파벌과 승강기로 들어갔다. 80층 버튼을 누르자 승강기가 상승한다. 헬레나는 긴장한 건지 호흡이 거칠어졌다. 유진은 헬레나의 등을 두드려줬다.


“긴장할 거 없어. 금방 끝날 거야.”

“네······ 그렇겠죠?”

“40층도 공략했잖아. 괜찮을 거야.”


80층에 오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80층의 대기실은 푸르스름했다. 벽도 천장도 바닥도. 바다를 연상시키듯 벽에서 짙은 푸른빛이 흘러나왔다. 천장에서 가끔씩 녹빛이 내려오며 해초처럼 지나간다. 박민수는 푸른 대기실을 훑어봤다.


“뭐야, 여긴? 안에 바다라도 있나?”


각 파벌의 수장은 검은 문 앞에 섰다. 셋은 몸을 돌려 유진을 바라봤다. 프래드릭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자. 유진아. 니가 먼저 들어가.”


40층에서처럼 이노센트들이 뒤로 물러났다. 불편하긴 하지만 유진은 거절하지 않았다. 무리지어 있는 이노센트들을 지나 유진은 검은 문과 마주했다.


“헬레나. 준비됐지?”


방패와 랜스를 고쳐잡으며 헬레나는 굳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들어가죠, 유진!”


유진은 힘껏 문을 밀었다. 안에는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던전의 바닥만이 회색 빛이 흘러나왔다. 1층이나 40층과 같다면 이대로 밖에서 기다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던전 공략을 진행하려면 대기실의 인원이 전부 다 안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자! 들어가자!”


프래드릭이 가장 먼저 던전으로 들어갔다. 유진은 안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훑어봤다. 사방이 어두웠다. 40층에서 그랬듯이 마력을 끌어올려도 어둠 속은 보이지 않았다.


“뭐야. 왜 이렇게 어두워?”


빛의 파벌이 모두 들어오자 다음으로 질서와 어둠의 파벌이 들어왔다. 문이 닫히고 허공에 익숙한 작은 악마가 나타났다.


「안녕! 반가워! 탑의 귀염둥이 마스코트 디아블로야! 80층의 테마는 바로, 바로······.」


팡파르 소리가 울려 퍼지자 던전에 깔려있던 어둠이 조금은 가셨다. 회색 빛에 드러난 것은 거대한 쇠구였다. 쇠구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천장으로 사슬이 이어져 있었다. 거대한 쇠구가 좌우로 움직이며 진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생존이야! 모두 죽지 말고! 다음에 또 봐!」


디아블로가 사라지자 루니브는 재빨리 전방에 얼음으로 이루어진 벽을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으나 아무도 루니브를 탓하지 않았다. 전방에서 거대한 둥근 톱날이 굴러오고 있었으므로.


“제기랄! 대체 뭐야?”


측면에서 창이나 철근으로 이루어진 가시가 날아오고 있었다. 검, 도, 화살. 날카로운 온갖 쇠붙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노센트들의 무기가 여러 갈래로 허공을 갈랐다. 날아오는 수백이 넘는 날붙이들이 검이나 창에 맞아 튕겨 떨어졌다.

정신없는 와중에 뒤와 옆에서도 거대한 둥근 톱날이 나타났다. 맹렬히 회전하는 톱날이 덮쳐오며 모여있는 사람들에게 질주했다. 얼음과 바위, 흙의 이노센트가 황급히 벽을 만들었다. 톱날이 갈려나가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바닥에 바람이 불어오는 걸 모든 이노센트들이 느꼈다. 프래드릭은 날아오는 날붙이들을 쳐내며 소리쳤다.


“빅센!”


대기의 이노센트들이 사람들을 허공으로 띄웠다. 그와 거의 동시에 바닥의 구멍에서 날붙이들이 날아왔다. 바위의 이노센트가 거대한 돌을 만들어 아래를 막았다. 그 위를 흙의 이노센트가가 벽을 만들어 눌렀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연달아 터지는 소리에 이노센트들은 위를 보았다. 천장에서 날붙이들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씨발! 미친 거 아니냐고!”


나무와 얼음의 이노센트들이 벽을 만들어 위를 막았다. 사방과 위 아래. 이제 여섯 방향에 모두 벽을 두르고 있었다. 나무와 바위, 얼음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안에서 이노센트들은 조금이나마 여유를 되찾았다. 그러나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측면과 전방의 벽에 일어난 균열이 심해지고 있었다. 얼음의 벽이 무너지자 루니브는 욕설을 내뱉으며 전방에 검을 휘둘렀다.


“씨발!”


맹렬히 회전하는 둥근 톱날은 거대했다. 그러나 루니브는 당황하지 않았다. 마력을 휘감은 검이 전방을 사선으로 베어낸다. 검에 톱날이 잘려나가며 쓰러졌다.

프래드릭은 루니브의 곁에 섰다. 검을 휘둘러 멀리 어둠에서 날아온 날붙이들을 튕겨냈다.


“이거 80층 맞지?”


40층과는 차원이 달랐다. 기믹이 멈추지 않았다. 멀리 있는 어둠에서 쉬지 않고 날붙이가 날아왔다.


“탑이 밸런스가 안 맞는 거 같은데? 갑자기 이렇게 난이도가 올라가면 안 되지! 어둠의 신이 실수한 건가? 니가 보기에는 어때, 에드먼드!”


에드먼드는 날아오는 거대한 창을 검으로 베어내며 중얼거렸다.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이건 지나친 것 같은데······ 그래도 100층보다는 낫지.”


육면의 벽에 생긴 균열을 이노센트들은 바위나 얼음으로 막아 복구했다. 당장은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이래서야 마력이 소모된다. 크리스티나는 슬레지 해머로 전방에서 날아오는 날붙이를 튕겨내며 소리쳤다.


“이제 어쩔 거죠, 프래드릭? 80층에 오자고 한 건 당신이었어요!”

“앞으로 가보는 게 어때?”

“아래에서도 화살이 날아오는데?”

“잘 막으면 되지. 여기서 기다려봤자 어차피 되는 것도 없잖아.”


멀리서 거대한 톱날과 함께 지네를 닮은 몬스터가 접근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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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49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59 1 12쪽
52 150층 24.09.15 63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5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0 2 12쪽
47 질주 +1 24.09.10 95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09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5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7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0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7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89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5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7 5 11쪽
32 힌트 24.08.25 240 5 11쪽
»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1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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