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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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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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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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던전의 규칙

DUMMY

박민수는 뒤쪽의 작은 미닫이문으로 밖을 쳐다봤다.


“왜 문이 열리지 않지?”


던전의 검은 문은 아직 닫혀있었다. 교대로 경계를 서며 이노센트들은 시간을 확인했다. 처음 80층 던전에 진입한 이후로 1시간이 지났다. 40층과는 달리 쉽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30분 간격으로 폭탄 지네가 나타나서 경계를 꾸준히 해야만 했다.

전방으로 이동하여 이노센트들은 지네가 리젠되는 것을 확인했다. 지네는 30분마다 벽에 생기는 구멍에서 기어 나온다.


“지네를 다 잡아야 하는 건가?”

“30분마다 리젠되잖아. 이걸 언제까지 잡아?”


날아오는 날붙이들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위험한 것은 여전했다. 벽을 만들어 육면체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마력이 소모된다.


“뭔가 특별한 조건이 있는 건가?”


고민하는 에드먼드의 뒤에서 프래드릭은 로이드가 만든 물을 마셨다. 물의 이노센트가 이럴 때는 생수를 만들 수 있어 좋았다.


“에드먼드. 좀 더 지켜보자. 지네 잡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이노센트들은 경계를 서며 두 마리의 지네를 더 잡았다. 이로서 던전에 들어온지 2시간 30분이 흘렀다. 그러나 검은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이쯤되니 이노센트들도 점차 불안해졌다.


“왜 문이 열리지 않지?”

“여기 온 지도 2시간이 넘었잖아?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술렁이는 이노센트들 사이에서 유진은 던전에서 얻었던 쪽지를 보고 있었다. 하나는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 다른 하나는 ‘화합’이었다. 어쩌면 이것은 밖으로 나가는 힌트인지도 모른다. 고민하던 유진의 뇌리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다들 지네 잡지 마요!”

“무슨 일인데? 뭔가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프래드릭이 퉁명스럽게 돌아보자 유진은 전방으로 걸어갔다. 세 파벌의 수장들에게 유진은 손에 들고 있는 두 개의 쪽지를 보여줬다.


“이걸 봐요. 이 그림대로라면 남녀가 손을 잡아야 돼요. 화합. 화합은 함께 하는 걸 뜻하죠. 여기서 남녀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프래드릭은 잠깐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몬스터 잡는 거?”

“맞아요, 형. 다음에 리젠되는 폭탄 지네는 나랑 시아 누나가 함께 잡아볼게요.”


유진은 송시아와 손을 잡고 선두에 섰다. 30분이 지나자 폭탄 지네가 나타났다. 유진은 멀리 있는 폭탄 지네에게 반월의 전격을 날렸다. 그와 거의 동시에 송시아가 날카로운 식물의 줄기를 지네에게 쏘아 보냈다.

멀리서 불꽃이 치솟아 오른다. 폭압이 날아오던 기믹들을 쓸고 지나갔다. 육면체 안에서 이노센트들은 그 광경을 지켜봤다.


“뭐야?”

“뭐가 변한 거지?”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유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당장 변화가 없어도 괜찮았다. 상황의 변화는 나중에라도 일어날 수 있다.

키네틱 쉐도우의 일원들이 괜히 기대했다며 불평했으나 유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알프레드는 어둠의 파벌에서 선두로 걸어 나왔다. 알프레드는 송시아와 유진이 손을 잡고 있는 걸 흘긋 쳐다봤다. 험악하게 알프레드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유진! 언제까지 손을 잡고있을 거야? 이제 충분하잖아?”


접근하는 알프레드를 송시아가 가로막았다.


“알프레드. 아직 해결된 게 아니잖아. 더 기다려야 돼.”


유진은 알프레드가 누구였는지 기억났다. 박민수가 조심하라고 했던 이노센트였다. 알프레드는 송시아와 원한 관계가 있었으나 정이 생겨 애매한 관계였던 사람이었다.

분노를 삭이는 알프레드의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유진은 그런 알프레드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송시아와 연애 관계도 아니었던 사람이었다. 굳이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폭탄 지네를 처치한 뒤로 15분이 지나자 변화가 일어났다.


“저기 봐! 지네 나온다!”


본래 리젠 시간이 30분이었는데 15분만에 폭탄 지네가 나타났다. 80층 던전에 진입한 뒤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진은 송시아의 손을 조금 더 강하게 잡으며 멀리 접근해오고 있는 지네를 바라봤다.


“누나. 효과가 있었네. 잘 되고 있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야?”


예전에 했던 복잡한 기믹들의 게임이 떠올랐다. 그런 게임들을 했던 게 지금 와서 도움이 되었다. 혹은 다른 이유가 있거나. 지금은 그런 사실보다도 던전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대단한 건 아니고. 될지도 모르니까 해본 것 뿐이야.”


유진이 멀리 있는 지네에게 반월의 전격을 쏘아 보내자 동시에 송시아게 식물 줄기를 날렸다. 멀리서 화염을 흩뿌리며 지네가 폭발한다.

당장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키네틱 쉐도우는 더 이상 불평하지 않았다.

어둠의 파벌에서 가네드는 유진을 보며 신음했다. 유진은 가네드가 기억했던 것처럼 조금씩 두각을 드러내고 있었다. 레벨이 상승할수록 더욱 어둠의 파벌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유진을 등을 보는 가네드는 초조해졌다. 그럼에도 지금은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


‘여명의 반지를 뺏기지만 않았어도......’


1년 뒤에 이유진이 성장하는 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유진을 힐끔거리는 가네드를 이수영이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7분 30초가 지나자 폭탄 지네가 리젠되었다. 리젠되는 시간이 15분에서 절반으로 줄었다. 이로써 유진의 말이 맞았다는 것이 더욱 확실해졌다.

유진과 송시아는 지네를 처치했다. 3분 45초 뒤 새로운 지네가 리젠되었다. 역시 처치했다. 1분 뒤 유난히 커다란 지네가 나타났다.


“이번엔 절반 줄어들지 않았네?”


리젠 시간이 처음으로 반으로 줄지 않았다. 유진은 송시아와 시선을 교차하며 함께 지네를 처치했다.

요란한 팡파르가 허공에 울려 퍼진다. 둔탁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던전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아, 살았다!”


로이드는 던전 밖에 뛰쳐나가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던전에 모두가 3시간 가까이 갇혀있었다. 대기실은 벽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그것마저도 기꺼웠다. 웃으며 사람들은 던전에서 나왔다. 던전에서 나오며 프래드릭은 유진에게 걸어왔다.


“유진아. 레벨 몇이야?”

“8이요.”

“꽤 올렸네. 이제 내일 올라갈까?”


프래드릭은 조금 지쳐 보였다. 다른 빛의 파벌도 마찬가지였다. 어제까지 가득했던 의욕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탑을 가볍게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죠. 급할 거 없잖아요?”


지친 사람들을 데리고 유진도 억지로 레벨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1층 대기실로 내려가자 각 파벌은 각자 해산했다.

집에 돌아오자 유진은 훈련했다. 대검을 들고 박민수가 일러줬던 동작을 반복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유진은 적을 상상했다. 불꽃이 이글거리는 검을 손에 쥐고 노려보고 있는 에드먼드를 떠올렸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유진은 에드먼드와 검을 주고받았다. 마음에 들거나 괜찮다고 판단되는 동작은 현실에서도 재현했다. 크고 격렬한 동작은 거실에서 무리였으나 상관없었다. 빈틈을 찌르는 핵심적인 동작만을 짧게 행동으로 옮겼다.


“유진! 저녁 먹어야죠!”


헬레나의 목소리에 유진은 눈을 떴다. 몸에 땀이 흐르고 있었다. 적을 상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꽤 정신력을 소모한다. 씻고 나서 유진은 헬레나와 저녁을 먹었다.

다음 날이 되자 유진은 탑에 갔다. 탑에는 이미 300명에 가까운 이노센트들이 있었다. 밖에서 사람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미미하게 들린다.

80층에서 유진은 20레벨 몬스터를 처치하여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몬스터와 13레벨 차이가 나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제는 더 높은 층에 올라가 봐도 되는 것이다.

프래드릭은 대기실에 있는 이노센트들을 둘러봤다.


“자. 이제 어떻게 할래? 100층 갈 거야?”


누구도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이노센트들은 거의 대부분 100년 넘게 살았으나 그렇다고 해서 죽음의 공포가 옅은 것은 아니었다. 이노센트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죽음을 두려워했다.

탑이 나타나기 전에 치뤘던 각 파벌의 죽음의 의식. 그것은 신에게 정신이 지배당한 이노센트 셋의 이상 현상이었을 뿐이었다. 대기실에 있는 이노센트들 중에 죽기를 바라는 자는 하나도 없었다. 에드먼드는 키네틱 쉐도우를 대표하여 말했다.


“100층 공략에서 키네틱 쉐도우는 빠진다. 우린 이미 전에 100층을 공략했어. 거길 우리가 또 갈 이유는 없다.”

“에드먼드! 너답지 않게 왜 이래?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키네틱 쉐도우잖아? 빼지 말고 100층도 같이 가자. 응?”


웃는 프래드릭을 에드먼드는 외면했다.


“어둠과 죽음은 엄연히 다르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해서 죽음을 원하는 게 아니야. 거긴 갈 거면 너 혼자가.”

“에드먼드! 정말 이러기야? 너도 세상이 멸망하는 건 원하지 않잖아? 이건 우리들의 가족까지 걸려있는 문제야. 너도 알잖아, 에드먼드?”


서로 파벌이 달라도 에드먼드가 가족은 신경 쓴다는 걸 프래드릭은 알고 있었다. 지금도 에드먼드는 아내와 딸을 가장 가까이 두고 있었다.


“프래드릭! 달콤한 말로 에드먼드를 끌고 갈 생각하지마!”


세리아가 나서서 프래드릭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에드먼드의 아내로서 세리아는 가끔 이렇게 나서서 의견을 말하고는 했다.

프래드릭은 어쩔 수 없이 어둠의 파벌을 데려가기를 포기했다. 고개를 돌리자 질서의 파벌의 수장인 크리스티나가 보였다.


“크리스티나! 너네는 갈 거지?”

“솔직히 가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누군가 가야 한다면 내가 가겠어요.”


효율적인 유진의 레벨업을 위해선 100층 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100층을 뚫어야만 했다. 100층을 공략하지 않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 위로는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는다.

프래드릭과 크리스티나의 목적이 일치했다. 프래드릭은 크리스티나의 손을 잡으며 악수를 나눴다.


“더 위로 올라가 보자고.”

“빛의 파벌이 전방에 서는 거겠죠?”

“물론이지. 질서의 파벌은 뒤에서 지원만 해주면 돼.”


빛과 질서의 파벌이 승강기로 걸어갔다. 어둠의 파벌은 늘어난 승강기에 들어간 이노센트들의 시선을 피했다. 어둠의 파벌도 부끄러움과 수치가 무엇인지는 알았다. 100층에서만 발을 뺀다는 것이 이기적이라는 것도 겁쟁이처럼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프래드릭의 시선을 피하는 것은 에드먼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웃으며 프래드릭은 소리쳤다.


“에드먼드! 금방 끝내고 돌아올게!”


유진이 100층 버튼을 누르자 승강기가 작동했다. 승강기에서 이노센트 사이에 처음으로 침묵이 흘렀다. 지금껏 농담을 주고받거나 장난을 치던 로이드와 빅센도 조용했다.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키네틱 쉐도우를 두려워하게 하는 무언가가 100층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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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0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5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0 2 12쪽
47 질주 +1 24.09.10 96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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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7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0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8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89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5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0 5 11쪽
31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2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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