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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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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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5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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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Lv 20. 불길한 붉은 지네」


불길한 지네. 이름부터 불길해 보이는 지네가 톱날 곁에서 기어오고 있었다. 커다란 지네의 몸이 붉게 깜빡인다. 몬스터의 위에 뜬 이름은 레벨링 부스터의 착용자만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의 신경은 지네보다도 날아오는 함정에 쏠려있었다.


“프래드릭 형! 저거 잡아야 할 거 같은데.”

“왜? 별로 크지도 않잖아.”


프래드릭은 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창이나 단검을 튕겨냈다.


“몬스터 이름이 불길한 붉은 지네야.”

“그럼 진작에 말하지 그랬어.”

“접근하기 전에 잡을게. 다들. 상관없죠?”


혹시라도 기믹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니 유진은 미리 동의를 구했다. 에드먼드는 검에 불을 휘감아 크게 휘둘렀다. 다들 전방에서 날아오는 기믹에 정신이 없었다.


“물어볼 것도 없어! 빨리 쏴버려!”


유진은 대검에 푸른 전류를 휘감았다. 지네를 노리고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대검에서 쏘아진 반월의 전격이 지네를 집어삼킨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지네가 전격에 베이자마자 폭발한 것이다.

거대한 충격에 바닥이 흔들린다. 박민수는 반사적으로 전방을 바위의 벽으로 틀어막았다. 그럼에도 폭압은 가라앉지 않았다. 벽이 부서지며 바위의 파편이 날아왔다. 이노센트들은 검을 휘둘러 파편을 튕겨냈다.

날아오는 파편을 헬레나는 미처 막아내지 못했다. 서포터 헬레나의 정강이에 파편이 박혔다. 입술을 깨물며 헬레나는 다리에 박힌 파편을 뽑아냈다. 유진은 헬레나를 부축하여 질서의 파벌에게 데려갔다.


“제니퍼! 헬레나를 치료해줘요.”


제니퍼는 서포트 캐릭터는 죽어도 어차피 살아난다느니 너무 걱정할 거 없다느니 사소한 말은 하지 않았다.


“앉아있어. 그래야 덜 아프지.”


헬레나는 서포트 캐릭터로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지금 상황이 답답했다. 그래도 치료는 받아야 하기에 바닥에 앉았다. 제니퍼가 아티펙트 치유의 손길을 발동하자 금빛이 일렁이며 상처를 회복시켰다.

사방과 위, 아래. 전방을 제외하면 다섯 방향은 여전히 벽이었다. 유진은 측면과 뒤의 벽을 복구하고 있는 송시아에게 걸어갔다.


“옆이랑 뒤는 어때요? 지네 나와요?”


송시아는 측면의 벽에 밖을 볼 수 있는 작은 미닫이문을 만들었다. 문을 조금 밀어 밖을 보고 송시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없어!”

“뒤는요? 뒤에 지네 나와요?”


박민수는 뒤쪽 벽으로 걸어갔다. 벽에 작은 문을 만들어 밖을 확인한 박민수가 소리쳤다.


“없어! 뒤에도 안 나와!”

“알았어요, 형! 계속 뒤를 확인해줘요!”


유진은 전방으로 걸어갔다. 300명에 가까운 이노센트들이 뭉쳐있다보니 사람을 뚫고 가기가 여간 쉽지 않았다. 전방에서 유진은 프래드릭의 옆에 섰다. 유진은 날아오는 기믹들을 반월의 전격으로 날려버렸다.


“내가 보기에 폭발하는 지네는 전방에서만 나와!”

“그걸 어떻게 알아?”


에드먼드의 반문에 유진은 고개를 돌렸다. 날아오는 창과 검이 횡으로 휘두른 대검에 튕겨 나갔다.


“생각해봐, 형! 여긴 80층이야. 전에 형이 신들은 유희를 즐긴다고 그랬잖아? 신들은 우리가 전멸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야. 발버둥 치며 살아남기를 바라는 거지.”


크리스티나는 날아오는 화살의 비를 슬레지 해머로 쓸어냈다. 마력에 휘감긴 둔기는 파괴적이었다.


“그래. 일리가 있는 말이야.”

“그럼 폭탄 지네는 전방에서만 나온다고 치고. 날아오는 함정은?”

“형. 앞으로 나아가야 돼. 내 생각에는 이 함정에도 분명 규칙이 있어. 뚫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


프래드릭이 유진의 의견에 찬성하자 이동하는 것으로 의견이 기울었다. 에드먼드도 고민했으나 동의했고 그렇게 이노센트들은 전방으로 나아갔다. 대기의 이노센트들이 벽을 이루고 있는 거대한 육면체를 앞으로 이동시켰다.

회색빛의 길을 따라가다 보니 가끔씩 폭탄 지네가 나타났다. 어둠에서 지네가 모습을 드러내면 유진은 즉시 반월의 전격을 날렸다. 지네가 터지며 발생하는 충격과 폭압은 이노센트들이 겹겹이 벽을 만들어 견뎠다.


「레벨 업!」


나아가며 지네를 잡다 보니 레벨이 올랐다. 이제 유진의 레벨은 8이었다. 날아오는 함정들을 막아내며 가다 보니 이동하는 속도가 빠르진 않았다.

어둠이 끝나며 멀리 회색 벽이 보였다. 던전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벽에 붉은 레버가 달려있다. 그 곁을 푸른 몬스터가 지키고 있었다.


「Lv. 20 분노한 운디네」


온몸이 물로 이루어진 몬스터는 체구 좋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운디네는 다리가 없었다. 푸른 건장한 상반신만이 허공에 떠있다. 운디네는 기믹을 뚫으며 접근하는 사람들을 보자 분노로 몸을 떨었다.


Durrrrrr........


유진은 운디네에게 반월의 전격을 날렸다. 벽과 가까워지며 더 많은 날붙이들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불리하다. 전격에 운디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몸을 떨며 운디네는 형체를 잃고 물이 되어 쏟아졌다.

기믹을 뚫고 레버 근처까지 오자 박민수는 던전의 벽을 바위로 막아버렸다. 기믹이 튀어나오자마자 거대한 바위에 부딪치며 떨어진다. 박민수는 바위에 구멍을 뚫어 레버만 보이게 했다.


“자.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뒤지라고 여기까지 왔으면 뭐든 해야 할 거 아니야?”


프래드릭의 말에 반박하면서도 에드먼드는 섣불리 행동하지 않았다. 붉은 레버를 앞에 두고 이노센트들은 고민했다. 레버를 아래로 당겨 작동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상황이 더 좋아질 수도 혹은 나빠질 수도 있다. 모두가 고심하는데 유진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작동할게요.”


이노센트들은 안도했다. 레버는 폭탄 돌리기와 같았다. 레버 작동은 다른 사람이 하면 된다. 나만 아니면 된다. 그런 생각이 이기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안심했다.


“우리들의 희망 유진이가 하는 건가?”


키네틱 쉐도우도 레버는 작동하기 싫은지 뒤로 물러섰다. 유진은 걸어가 붉은 레버 앞에 섰다. 그런 유진의 곁으로 송시아가 걸어왔다.


“같이 하자.”

“어째서요? 이럴 필요 없어요, 누나.”

“혼자 작동하는 것 보다는 적어도 위안이 되잖아.”


전방을 제외하고 사방과 위, 아래에서 기믹이 비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레버를 당기면 팔이 날아갈지 지면이 부서질지 모르지만. 이대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유진은 붉은 레버를 손으로 쥐었다. 그 위로 송시아가 손을 포갰다. 시선을 교환하고 유진은 아래로 레버를 내렸다.

전방에서 기믹들이 바위를 두들기는 소리가 줄어들었다. 전방을 제외하고 나머지 다섯 방향은 똑같지만. 변화가 있었다.


“유진아?”


얼떨결에 송시아의 손을 잡고 있었다. 레버가 작동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일어난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언뜻 보이는 송시아의 얼굴이 조금 붉었다. 손을 놓자 송시아는 파벌의 무리로 들어가 버렸다.


“좋아! 전방의 함정이 확실히 줄었어!”


프래드릭은 유진의 목에 팔을 두르며 미소를 지었다. 몸을 돌리려던 유진의 시야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쪽지가 보였다. 분노한 운디네가 있었던 곳이었다. 쪽지에 물기가 스며들어있었다.

쪽지에는 파란 남성과 붉은 여성의 그림이 있었다. 그림의 남성은 여성과 손을 잡고 있었다.


“형! 이게 뭘까요? 운디네가 떨구고 간 거 같은데.”


프래드릭은 유심히 남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을 쳐다봤다. 공공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그림이었다. 손을 잡고 있다는 것 말고는 다른 특이한 부분이 없었다.


“나도 모르겠는데. 이봐, 에드먼드!”


에드먼드는 몸을 돌려 측면의 벽으로 가고 있었다. 몰라서 대답할 수 없으니 에드먼드는 먼저 가버렸다. 크리스티나는 그림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질서의 신께서 남녀의 화합을 원하셨던 게 아닐까요?”

“유진아. 그건 나중에 혹시 쓸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니가 잘 갖고 있어.”

“프래드릭! 내 말 제대로 들은 거 맞죠?”


유진은 프래드릭의 말대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쪽지를 품에 집어넣었다.

이노센트들은 거대한 육면체 안에서 다른 방향으로 이동했다. 레버를 작동하여 기믹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니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 오른쪽 방향으로 이동하여 끝에 도달하자 레버가 있었다. 모든 레버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몬스터는 보이지 않았다. 유진은 레버를 작동했다. 오른쪽 벽에서 나오던 기믹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에드먼드는 유진의 등을 두드렸다. 전처럼 거부감이 보이지는 않았다. 레버를 당긴 뒤로 유진을 대하는 에드먼드의 태도가 한층 더 변했다.

박민수의 외침에 왼쪽 방향으로 이동하던 육면체가 멈췄다.


“멈춰! 아래에 레버 있어!”


작은 문으로 아래를 보던 것이 효과가 있었다. 박민수는 날아오는 기믹 사이로 바닥의 붉은 레버를 발견했다.

대기의 이노센트는 사람들이 타고 있는 육면체를 아래로 이동시켰다. 육면체가 기믹이 솟구치던 던전 바닥에 착지했다. 오른쪽 벽과 다르게 바닥의 레버 곁에는 몬스터가 있었다.


「Lv. 20 분노한 운디네」


전방에서 봤었던 운디네였다.


Durrrrrr-!


바위의 이노센트가 왼쪽의 벽을 없애자 유진은 몬스터에게 반월의 전격을 날렸다. 쇼크 웨이브가 그대로 몬스터의 몸을 갈라버린다. 포효하며 운디네는 물이 되어 쏟아졌다. 헬레나는 유진의 곁에서 날아오는 기믹을 두어 번 막아냈다.

사람들이 타고 있는 육면체가 바닥의 레버로 이동했다. 레버의 위로 육면체가 착지하자 박민수는 아래에 문을 만들었다. 문을 열자 레버가 안으로 들어왔다. 유진은 붉은 레버를 붙잡아 옆으로 잡아당겼다.

바닥에서 솟구치던 날붙이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유진의 시야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쪽지가 들어왔다.


“다들 잠깐 기다려요!”


이동하려는 이노센트들을 제지하고 유진은 마력을 끌어올리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기믹들을 대검으로 튕겨내며 바닥에 있는 쪽지를 들고 유진은 육면체로 돌아왔다.


「화합」


쪽지에는 한국어로 화합이라고 적혀있었다.


“형.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프래드릭은 쪽지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날아오는 검을 튕겨냈다.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에드먼드!”


에드먼드는 대답하기 어려워서 그런지 자리를 떠났다. 크리스티나는 싱긋 웃었다.


“질서의 신께서 균형과 화합을 원하시는 거겠죠.”

“유진아. 그것도 니가 잘 갖고 있어.”


왼쪽, 뒤, 위. 이노센트들은 육면체 안에서 이동하여 나머지 세 방향의 레버를 작동했다. 전방과 아래를 제외하고는 레버를 지키는 몬스터는 없었다. 날아오던 기믹들이 줄어드니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전방을 이노센트들은 교대로 경계했다. 전방에서 기어오는 지네는 폭발하기에 꼭 잡을 사람이 필요했다. 지네가 나타나면 이노센트들은 멀리서 얼음이나 불을 쏴서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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