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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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최근연재일 :
2024.09.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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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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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부 분열

DUMMY

이제 보니 청동 거인의 대검에는 내구도가 있었다. 50/50인 걸 보니 최대 내구도는 50이다. 장비 수리 기능은 어디에도 없었다. 레벨링 부스터 소유자가 아니라면 드랍템을 만질 수도 없으니 길드 공방에서도 수리가 불가능하다.


‘이걸 강화 해? 말아?’


고민하던 유진은 청동 거인의 대검을 강화칸에서 꺼냈다. 레어인 청동 거인의 대검이 얼마나 좋은지 아직 모르니 강화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탑의 던전에서 써보고 강화는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했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유진은 강화창을 껐다. 오늘 집에 오기로 했던 사람이 혹시 있었나 떠올려 봤으나 없었다.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울린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전처였던 예린이었다. 전화를 끊어버리자 곧바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예린아. 꼭 이래야겠어? 차단할게.”


-오빠! 나 지금 집 앞이야. 나랑 대화 좀 해.


예린과 더는 할 말이 없었다. 해야 할 말도 하고 싶던 말도 이미 과거에 다 끝났다. 서로 끝난 관계를 예린은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SSS랭크 헌터가 된 이후로 예린의 집착이 더욱 심해졌다.

계속 이런 관계를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이번 기회에 예린의 집착을 확실하게 끊으려고 고심하던 유진의 눈에 헬레나가 들어왔다.


“헬레나. 잠깐 나 도와줄 수 있어?”

“물론이죠! 말씀만 하세요!”

“전처가 와서 시끄러워질 테니까. 잠깐만 나랑 말을 맞춰줘.”


유진은 현관으로 걸어가서 문을 활짝 열었다. 한껏 화장을 하고 비싼 옷을 입은 예린이 서 있었다. 만면에 화색을 띄우며 어떻게든 구워삶으려던 예린의 눈에 헬레나가 들어왔다.


“누, 누구야? 이 여자는?”


헬레나는 빛바랜 백금발 머리를 뒤로 가지런히 묶고 있었다. 수수한 아름다운 외모였다. 헬레나는 간편한 생활복을 입고 몸에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 긴밀한 사이에서나 볼 수 있는 복장이었다.

유진은 헬레나의 어깨에 팔을 올려 끌어안았다.


“소개할게. 오늘 처음 만났지? 내 여자친구야.”

“뭐, 뭐라고?”

“헌터 활동하다가 만났어. 이번에 탑이 나타나서 해외에서도 한국에 많이 왔거든.”


안겨있는 헬레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당황스러웠으나 헬레나는 애써 침착하게 행동했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허탈하게 예린은 뒤로 물러났다. 유진과 헬레나 사이에 예린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멍하니 쳐다보다가 예린은 몸을 돌려 떠났다.

유진이 현관문을 닫자 헬레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진. 저 분. 저렇게 보내도 괜찮을까요? 조금 멍해 보이던데......”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전화하거나 나중에 다시 찾아왔을 거야. 예린이는 원래 독한 애였으니까 금방 회복할 테니 걱정할 거 없어.”


소파에 앉는 헬레나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 보였다.

다음날 유진은 어김없이 탑에 갔다. 대기실에는 수백 명의 이노센트들이 모여있었다. 전과 다르게 분위기는 한층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나는 앞으로 탑 공략에서 빠지겠어! 나랑 내 새끼들은 이런 데서 개죽음 당하고 싶지 않아!”


오준영이 무리에서 나오며 소리쳤다. 오준영은 질서의 파벌에 얼마 되지 않는 한국인이었다. 모여있는 질서의 파벌이 술렁였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100층 보스와 부딪친 이후부터 대부분 오준영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환진이 오준영의 곁에 서며 모여있는 각 파벌의 이노센트들을 훑어봤다.


“다들 청동 거인 봤잖아? 겨우 100층에 그런 괴물이 나왔어. 애초부터 탑을 오른다는 것 부터가 잘못된 거야!”


김환진은 오준영과 같은 질서의 파벌이었다. 같은 국적의 사람으로서 둘은 전부터 제법 친한 사이였다.

유진은 크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김환진을 보면서도 당황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런 상황이 찾아오리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사실 김환진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탑은 난이도가 터무니없이 높다. 자식도 있는 사람이 죽기 싫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삼촌. 어쩌겠어? 100년 안에 탑 공략 못하면 세계 멸망이라는데. 막을 수 있는 게 우리밖에 없어.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거잖아.”


타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유진은 반박했다. 100년이라는 기한이 긴 것인지 짧은 것인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100층에서처럼 패턴이 변하는 보스가 계속 등장한다면 회귀자의 기억도 소용이 없다. 그러니 시간도 넉넉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몰라! 하여간 나는 안 가! 내 아내랑 자식도 안 가!”


탑을 오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빛과 어둠의 파벌에서도 나왔다. 박민수는 그들을 설득해보려고 했다. 그러나 한 번 나타난 거부 반응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파벌의 수장들도 거부하는 사람들을 말릴 수 없었다.

탑을 오르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대기실을 떠났다. 수십 명의 이노센트들이 탑을 나갔다. 이제 남은 것은 빛이 80명, 어둠이 78명, 질서가 81명이었다.


“그러게 좀 더 부드럽게 말하지. 왜 그렇게 딱 잘라서 말했어?”


임계춘이 나무라듯 유진을 쳐다봤다. 임계춘은 질서의 파벌이었으나 김환진을 따라가진 않았다. 가족들과 함께 탑을 더 올라가기를 선택했다.


“삼촌. 아까 그 삼촌들한테 나는 사실대로 말해줬을 뿐이에요.”

“그렇기야 하지. 내 말은 그 사람들한테 무례하게 들렸을 수도 있었다 이거야. 더 정중하게 말해도 되는 거잖아? 너 언제 이노센트 됐어?”

“한 달 조금 넘었을 걸요. 왜요?”

“야. 그럼 내가 선배네. 내가 너보다 100살은 더 많아. 아까 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걸? 그러니 더 조심스럽게 정중하게 말했어야지.”

“꽤 정중하게 말했었는데? 대체 얼마나 더 정중하게 말해요? 그게 더 힘들겠네.”


유진으로서는 답답했다. 100년이 넘는 인생을 살아온 이노센트들이 한편으로는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은 전부터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항상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다. 이노센트 사이에 선후배 개념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스러웠다.


“아재! 그만해. 왜 별것도 아닌 일 가지고 열을 내고 그래?”


최윤구가 무리에서 걸어 나와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윤구는 어둠의 파벌에 속하는 한국인이었다. 임계춘은 뒤로 물러나며 투덜거렸다.


“씨펄. 나이도 어린 새끼가 반말을 찍찍 하고 있어.”

“삼촌. 저 사람 말대로 이제 그만하죠. 여기서 다퉈봤자 뭐해요? 이럴 시간에 탑이나 더 오르는 게 낫지.”


유진의 침착한 반응에 임계춘은 얼굴만 씰룩거렸다. 불만이 아직 남아있어 보이지만 아까보다는 분명 가라앉았을 것이다.

이노센트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각 파벌의 사람들은 서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주로 유진의 행동이 옳았는지 혹은 잘못됐는지에 대한 대화였다.


“자자! 이제 다들 그만해! 100층에서 어땠는지 벌써 잊었어? 유진이가 전방에서 전투했잖아. 보스를 처치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유진이가 없었으면 더 많은 사망자가 나왔을 거야. 다들 기억하지?”

“그래. 확실히 그랬지.”

“그러고 보니 80층에서도 그랬고.”


빛과 질서의 파벌은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100층에서 유진은 가장 큰 활약을 했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서 던전을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더 위로 가야 돼! 유진이 말대로 올라가야 된다고.”


박민수가 열정적으로 말하자 사람들의 불만이나 불안은 가라앉았다. 프래드릭은 그 광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잘 해결된 것 같은데. 맞지, 에드먼드?”

“지금이야 그렇지. 나중에도 과연 그럴까?”


에드먼드의 옆에서 크리스티나는 흘긋 승강기를 바라봤다.


“오늘은 몇 층으로 갈까요?”


프래드릭은 신음했다. 에드먼드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제 100층은 뚫렸다. 모두가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위로 올라가고 싶은 욕구는 들지 않았다. 사람을 짓밟고 차버리던 100층의 보스가 아직도 머릿속에 선명했다.


“99층에 가볼까?”

“나쁘지 않은데.”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래요. 시간이 100년이나 남았으니 급할 거 없잖아요?”


100층에서 이노센트들은 확실히 공포를 느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였다. 혼자 죽는 것 뿐만 아니라 함께 들어간 가족도 죽을 수 있다. 그것이 더 위로 올라가는 것을 두렵게 만들었다. 결정이 끝나자 프래드릭은 무리의 중심에서 소리쳤다.


“오늘은 모두 99층으로 갈 거야! 다들 준비해.”


유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무구를 정비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분주하지도 않는데 대부분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들 겉으로는 태연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움직였으나 그 안에는 긴장이 숨어있었다.


“다들 두려운 거야. 가족들을 더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게. 무서운 거지.”


송시아는 곁에서 분주한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그거 못 보던 거네요?”

“이거? 집에 있던 거야. 꽤 이름난 장인이 만든 건데.”


송시아는 왼손에 검은 창을 쥐고 있었다. 파도와 같은 무늬가 창대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송시아의 키만큼이나 길고 예리한 창이었다.


“만져봐도 돼요?”

“그래. 갖고 싶어? 집에 두 개 더 있는데 하나 줄까?”

“아뇨. 괜찮아요. 그냥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그래요.”


웃으며 송시아가 검은 창을 건네줬다. 창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보통 강철이 아닌 특별한 금속으로 보였다. 창을 위로 들고 가볍게 휘두르자 손 안에서 꽉 잡히는 것이 느껴졌다. 기분 좋은 감촉이었다.


“S랭크 몬스터의 뿔을 섞어서 만들었다던데. 정확히 뭐랑 섞었던 건지는 잊어버렸어. 꽤 오래됐다 보니. 어때? 괜찮지?”

“네. 좋은 창이네요.”


유진은 송시아에게 창을 돌려줬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송시아가 맨손으로 전투하는 것밖에 보지 못했다.


“창 잘 써요?”

“당연하지. 사실 예전에는 창밖에 안 썼어.”


사람들이 승강기로 들어갔다. 500인승으로 바꿔서 모두가 들어가자 마지막엔 유진도 안으로 들어갔다. 곁에는 창을 쥔 송시아가 섰다. 500층 버튼을 누르자 승강기가 작동하며 흔들린다.

송시아는 힐끔 긴장한 얼굴로 곁에 서 있는 헬레나를 바라봤다.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뭐가요?”

“헬레나랑 그런 사이 아니지?”


그런 사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생각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럴 리가요. 헬레나와는 친구 사이예요. 헬레나는 집안일도 마다하지 않는 훌륭한 친구죠.”

“그래?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송시아는 조금은 안도한 것처럼 보였다.

띵동 소리와 함께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99층 대기실은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붉은 빛줄기와 녹색 빛이 비처럼 벽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100층과 전체적으로 유사한 풍경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

“99층이니까 그래도 100층보다는 훨씬 낫겠지?”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지 자기 위안에 가까운 말을 하며 프래드릭은 검은 문 앞에 섰다. 파벌의 수장들은 몸을 돌려 유진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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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0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6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0 2 12쪽
47 질주 +1 24.09.10 96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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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6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8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8 4 11쪽
» 내부 분열 24.08.30 190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6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1 5 11쪽
31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2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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