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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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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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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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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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맨

DUMMY

집에 돌아와서 유진은 소원에 대해 생각했다. 부와 명성은 유진에게 있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먹고 사는 거야 빚 없고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충분했다.

게이트 사태로 사망했던 절반의 인류를 살려낸다. 그것이 유진이 원하는 소원이었다. 그동안 죽었던 이노센트들도 살려낸다. 가능하다면 유진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이노센트들도 되살리고 싶었다. 하나 더 소원을 빌자면 신들의 개입을 차단하기를 원했다.

유진이 보기에 세계는 신들의 개입으로 황폐해졌다. 게이트가 23년 전에 나타났던 것도 신들이 손을 쓴 것일 수도 있다. 세계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면 과거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야 같은 일들이 반복될 뿐이니 세계를 바꾸는 소원을 빌어야 한다.


‘과연 전부 다 그렇게 잘될까?’


1000층에 올라가서 어둠의 신을 쓰러트린다. 그것이 정말로 가능한 일인지 유진은 조금 의문이 들었다. 아무리 모든 인간에게 레벨 시스템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정상에 있는 존재는 신이 아닌가. 인간이 신을 쓰러트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 걸까?


“유진! 사과 스무디 마셔요!”


유진은 머릿속에 이어지던 상념을 털어냈다. 탑의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가능한가 혹은 가능하지 않은가를 염두에 두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이 설령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더라도 시도해봐야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예전 같았으면 신을 처치하려는 이런 거창한 생각따윈 하지 않았겠지만. 신에게 도달할 수 있는 존재들은 SSS랭크 헌터들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 유진은 자각하고 있었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도 탑의 정상으로 올라가야만 한다.

차가운 사과 스무디는 달콤했다. 유진이 한 모금 마시자 헬레나가 소파 옆자리에 앉으며 빙긋 웃었다.


“맛있어요, 유진?”

“어. 달달하네.”


다음날 유진은 탑에 갔다. 1층 대기실로 들어가자 오늘도 어김없이 던전에 대기줄이 이어져 있었다. 1레벨 플레이어들에게 1층 던전은 여전히 인기가 좋았다.


“저기 봐! 이유진 레벨이 25야!”

“어떻게 25까지 찍은 거지? 위에 레벨이 잘 오르는 사냥터라도 있나?”


대기실에 모여있던 1레벨 플레이어들이 수군거렸다. 박민수는 그런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은 110층 가자. 경험치도 잘 주고. 사냥하기에도 무난하잖아.”

“그러죠.”


유진은 승강기로 들어갔다. 2층이나 3층으로 올라가려던 1레벨 플레이어들이 유진의 레벨을 보더니 깜짝 놀랐다.

3층에서 1레벨 플레이어들이 모두 나가자 유진은 110층을 눌렀다.


“현우야! 오늘은 내가 너에게 딱 맞는 무기를 가져왔어!”


송시아는 인벤토리를 열더니 나무 지팡이를 꺼냈다. 끝이 둥글게 휘어져 있는 신비스러운 지팡이였다.


“아니. 시아야. 이거 비싼 거지?”

“꽤 나가지. 왜?”

“이걸 내가 어떻게 받아. 그냥 받으면 미안하지.”

“받아. 앞으로도 우리랑 파티 할 거잖아? 미안하면 나중에 밥이나 사줘.”


송시아가 웃으며 지팡이를 건네주자 하는 수 없이 최현우는 받았다.


“잘 쓸게. 고마워.”


길드 공방에서 만들어지는 지팡이의 가격은 가장 싼 것이 보통 100만원이 넘는다. 그렇기에 최현우는 부담이 됐다. 나중에는 정말 뭐라도 하나 송시아에게 사주겠다고 다짐했다.

최현우는 지팡이에 마력을 모아보자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송시아는 웃으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이거 이래 보여도 강철만큼 튼튼해. 그러니까 둔기로 써도 돼.”

“그래야겠네. 아직 전직도 못 하는데. 이걸로라도 싸워야지.”


110층에 오자 푸른 대기실이 일행을 반겼다. 천장과 벽, 바닥에서 푸른 빛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진은 검은 던전의 문을 힘껏 열었다. 110층 던전에 들어가서 일행은 범선에 올랐다.

어제 하루 종일 사냥했었다 보니 일행은 이제 당황하지 않았다. 유진과 다른 딜러들은 각자 난간으로 걸어가서 자리를 잡았으며 최현우는 방향타를 붙잡았다.

던전의 문이 닫히자 급류에 범선이 휩쓸렸다. 어제도 왔던 층이라 그런지 디아블로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문어 새끼들. 오늘도 아주 팔팔하네.”

“문어 다리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박민수가 검으로 문어의 다리를 베어냈다. 송시아는 날아오는 다리를 창으로 찔렀다.

유진은 범선을 부수려는 거대한 오징어의 머리에 반월의 전격을 날렸다. 어제 25레벨을 찍고 스탯이 전체적으로 상승했다. 그래서 그런지 두꺼운 가죽도 전격이 뚫고 들어갔다.


「Lv 28. 자이언트 스퀴드」


Purttttttt-!


거대한 붉은 오징어는 다리 두 개가 순식간에 전격에 잘려나가자 고통으로 포효했다. 분노한 몬스터가 커다란 다리를 연달아서 찔러왔다. 그것들을 유진은 당황하지 않고 피하며 베었다. 스텝을 밟아 하나 피할 때마다 다리 하나가 잘려갔다.

거대한 오징어의 다리가 하나 남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징어는 당황하여 눈을 부릅뜨고 유진을 내려봤다.

마력의 상승은 대검에 휘두른 전격을 더욱 높게 치솟게 만들었다. 유진은 전투 능력을 상실해버린 몬스터에게 쇼크 웨이브를 난사했다. 포효하며 오징어는 뒤로 쓰러져버렸다. 거대한 오징어의 몸이 서서히 바다에 잠긴다.


「레벨 업!」


레벨 하나가 오르고 경험치가 80% 정도 올랐다. 어제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레벨이 한 번에 3씩 오르지는 않았으나 여전히 경험치는 쏠쏠했다. 레벨이 어제보다 높아졌으니 성장이 전보다 느려진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박민수가 자이언트 옥토퍼스에게 검을 휘둘러 날카로운 마력을 쏘았다. 이어서 날아간 날카로운 바위가 문어의 머리를 꿰뚫었다.

송시아가 마력을 쏘아서 나머지 문어를 처치하자 요란하게 레벨업 알림이 울렸다.


“이제 바위섬에 안 비껴가도 다들 잘 잡네.”

“잡다 보니까 익숙해졌어. 레벨 올라서 그런지 창도 더 잘 박히고.”


최현우는 일행의 성장이 뿌듯했으나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딜러들이 혼자서도 잘 잡으니 조타수가 활약할 기회가 줄어들어 버렸다.


“몹 리젠 될 때까지 쉬자.”


거대한 해양 몬스터들이 리젠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린다. 유진은 갑판에 앉아서 인벤토리를 열었다.


“다들 뭐 먹을래?”

“난 케이크! 한 조각 줘!”


웃는 송시아의 옆에 박민수가 앉았다.


“너 아침부터 단 거 먹다가 살찐다?”

“집에서 꾸준히 헬스하니까 괜찮아. 살은 민수 오빠가 쪘겠지.”

“내가 살은 무슨. 유진아 나는 커피 줘.”


박민수에게 캔 커피를 던져주고 유진은 최현우를 돌아봤다. 최현우는 방향타를 잡고 여전히 범선을 운전하고 있었다.


“현우 형! 헬레나한테 맡기고 쉬었다 해요.”


최현우는 방향타를 헬레나에게 넘기고 유진의 근처에 앉았다. 유진이 꺼내준 육포를 먹으며 최현우는 푸른 하늘을 올려봤다. 바다에서는 짠내 나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니 꼭 놀러 온 것 같네.”


Kurrrrrr-!


거대한 포효가 어두운 바다 속에서 울린 건 최현우가 육포 하나를 다 삼킨 뒤였다. 지금까지 들었던 몬스터의 포효와는 조금 달랐다. 훨씬 더 크고 기괴한 울음소리였다.

급류에 쓸려가던 범선이 아래에서부터 충격을 받으며 옆으로 흔들렸다.


“뭐야? 씨발. 아래에 뭐가 있는 거야?”


어제는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박민수는 당황하며 난간으로 걸어갔다. 푸른 수면 아래로 커다란 무언가의 실루엣이 보였다.

포효하며 수면 위로 튀어나온 것은 거대한 검은 문어였다.


「Lv 28. 블랙 자이언트 옥토퍼스」


“뭐야! 네임드 몬스터인가?”


몬스터의 머리 위로 떠 있는 이름이 붉은색이었다. 거대한 검은 문어는 입을 벌리더니 범선에 검은 먹물을 쏘았다.


“씨발!”


박민수가 당황하며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유진이 곁에서며 대검으로 검은 먹물을 갈랐다. 거대한 문어가 쏘아대는 먹물은 너무나도 양이 많아서 완전히 튕겨낼 수 없었다. 방향타를 붙잡은 최현우가 먹물에 검게 물들었다.


“현우 형!”

“난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최현우는 손등으로 눈가에 묻은 먹물을 문질러 닦았다. 단순한 먹물인지 혹은 다른 위험한 디버프가 있는 건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최현우는 방향타를 놓지 않았다. 지금은 조타수로서 그 역할을 다 해야만 했다.

먹물에 온몸이 검게 물든 건 최현우 옆에 있던 헬레나도 마찬가지였다. 헬레나도 팔로 눈가를 닦아 시야를 확보했다.

검은 문어가 쏘아대는 먹물의 기세는 양처럼 엄청났다. 문어는 먹물로 유진 일행을 바다에 떨어트려 버리려는 심산인 듯 했다. 그러나 딜러들은 결코 쉽게 당하지 않았다. 송시아도 가세하여 창으로 먹물을 가르자 범선 외부로 대부분의 먹물이 튕겨 나갔다.

이대로라면 배에서 떨구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지 검은 문어는 입으로 먹물을 쏘아대기를 멈췄다.


“이 새끼. 문어 주제에 더럽게 단단하네!”


박민수가 검으로 마력을 쏘았으나 검은 문어에게 제대로 박히지 않았다. 생채기가 머리에 생겼으나 문어는 안중에도 없었다. 문어는 입을 모으더니 이번엔 갑판에 물을 뿜었다.

문어가 입으로 쏜 건 단순한 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에는 몬스터가 섞여 있었다.


「Lv 26. 피쉬맨」


문어가 뱉어낸 건 길이 2m가 넘는 커다란 붕어와 닮은 몬스터였다. 붕어에게는 다리가 달려있었다. 몸통에 인간과 비슷한 다리가 달려있는 것이 기괴했다. 문어가 뱉어낸 수십 마리의 피쉬맨들은 유진을 보더니 포효하며 달려들었다.


“헬레나! 현우 형을 보호해!”

“네!”


딜러들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피쉬맨들이 최현우에게 달려갔다. 헬레나가 최현우에게 소울 링크 스킬을 걸며 피쉬맨들을 막아섰다. 유진은 당장에라도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었으나 위에서 검은 문어의 다리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저런 커다란 다리에 맞으면 범선이 난파한다. 유난히 커다란 검은 문어의 다리는 유진과 박민수, 송시아가 함께 막아내야만 했다.


“하아앗!”


헬레나는 기합을 내지르며 대검을 휘둘렀다. 수직으로 베어내는 대검에 피쉬맨의 머리가 잘려나갔다. 피쉬맨들은 다행히 그다지 전투력이 높지 않았다.


“현우! 피해요!”


헬레나가 미처 막아내지 못한 피쉬맨이 슬금슬금 최현우에게 접근했다. 기회를 노리던 피쉬맨이 달려들자 최현우는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지팡이를 꺼내어 휘둘렀다. 한 손으로 방향타를 붙잡고 범선이 엇나가지 않게 조정했다.


Kiruuuu......


지팡이에 머리를 맞은 피쉬맨이 당황하며 뒤로 물러났다. 나무처럼 생긴 지팡이는 너무나도 딱딱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강철만큼이나 단단하고 묵직했다.

최현우는 긴장했다. 지금껏 100층 위로 올라오며 혼자서 몬스터를 상대해본 적이 없었다. 레벨업 시스템이 있더라도 모든 것은 현실이기에 최현우의 숨이 가빠졌다.


“죽어! 물고기 새끼! 죽어!”


최현우는 한 손으로 범선을 운전하며 나머지 손으로 지팡이를 들고 피쉬맨을 후려쳤다. 피쉬맨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레벨 26 몬스터에게 레벨이 26인 최현우의 공격은 충분히 통했다. 그것을 깨닫자 최현우는 더욱 흥분하여 지팡이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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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0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3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5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0 2 12쪽
47 질주 +1 24.09.10 95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5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7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0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7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89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5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7 5 11쪽
32 힌트 24.08.25 240 5 11쪽
31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1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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