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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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최근연재일 :
2024.09.20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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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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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플레이어

DUMMY

강화칸을 켜서 안에 청동 거인의 대검을 집어넣었다. 보스 드랍템답게 청동 거인의 대검의 성능은 확실했다. 다음에 보스랑 마주치기 전에 유진은 미리 강화를 해두기로 했다.


「강화 성공 확률 : 80%, 강화 실패 확률 : 20%」


강화 확률만 놓고 보면 썩 나쁘지 않았다. +1 강화로 공격력이 1 증가한다고 적혀있는데 얼만큼 좋아지는 건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강화 비용은 5만 골드. 1강 비용으로는 꽤 비쌌다. 그래도 언젠가 도움이 되리라고 믿으며 유진은 강화 버튼을 눌렀다.


「망설임 없이 선택한 당신은 진정한 강철의 심장! 자! 과연 결과는?」


하얀 빛이 허공에서 맹렬히 회전한다. 찬란하게 빛이 빛나며 요란한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강화 성공!」


다행히도 1강은 한 번에 성공했다. 소지 금액을 확인하자 45만 골드로 줄어있었다.


「강화 성공 확률 : 70%, 강화 실패 확률 : 30%」


강화 성공 확률이 70%로 줄어들었다. 강화 비용은 여전히 5만 골드였다. 강화는 인터넷 도박과 유사했다. 성공하자 짜릿한 엔도르핀이 돌며 기분이 좋아졌다.


‘인생 뭐 있겠어? 돈은 쓸 때 써야지.’


내친김에 유진은 강화 버튼을 또 눌렀다. 하얀 빛이 허공에서 회전하며 찬란하게 빛난다.


「강화 실패!」


물건이 박살 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찬란한 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내구도 -2」


유진은 황망히 48로 하락한 내구도를 바라봤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성공 확률이 무려 70%였다. 그런데 강화 실패했다. 5만 골드만 날아가 버렸다.


‘이거 확률 조작 아닌가?’


기분이 상한 유진은 +1강인 청동 거인의 대검을 강화칸에서 꺼냈다. 인벤토리에 던지듯 대검을 넣었다. 당분간은 강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남은 소지 금액은 40만 골드. 강화는 역시 도박이었다.


“유진? 강화 실패했어요?”


설거지를 하던 헬레나가 유진의 기분을 살폈다. 유진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는 듯이 상점의 물건을 둘러봤다.


“됐어. 원래 강화가 다 그런 거지, 뭘.”


어둠의 신이 만들어낸 것은 여러모로 운빨좆망 시스템이었다.

다음날 유진은 탑으로 갔다. 1층의 대기실에는 수많은 이노센트들이 모여있었다.

2025년 9월 8일. 어둠의 신의 목소리가 전세계 사람들의 머릿속에 울렸다.


「대규모 패치가 진행됩니다.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플레이어 권한이 주어집니다. 전직 시스템이 추가됩니다.」


“이건 하이너스 님의 목소리!”


어둠의 파벌의 이노센트들이 술렁였다. 이어진 경악은 더욱 컸다.


“너. 레벨이 보이는데?”

“오늘부터 우리도 플레이어라고?”


탑의 난이도가 너무 높다고 판단한 어둠의 신은 모든 인간들을 플레이어로 변경했다.

교사, 학생, 회사원. 직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람들에게 레벨 1이 생겼으며 인벤토리가 생겼다. 그 여파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의 탑에 모여들었다. 요즘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도저히 일반인은 구매할 수 없을만큼 치솟았다. 그것이 사람들을 더욱 탑으로 모여들게 했다. 레벨을 올려 게이트만 공략할 수 있게 돼도 거액을 쥘 수 있으니 마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모여든 것이다.

이노센트들은 탑에 우루루 몰려온 사람들을 쳐다봤다. 승강기로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유진은 소리쳤다.


“이봐! 몇 층으로 가는 거야?”

“10층인데. 왜?”


승강기에 가득 찬 사람들의 레벨은 모두 1이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레 플레이어가 됐다고 해서 탑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가지 마! 거기가면 당신 죽어! 다 죽는다고.”

“SSS랭크인 당신은 모르겠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 같은 놈들은 아파트 하나 못 사. 평생 전세살이 해야 돼.”


사람들은 유진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승강기가 작동하며 문이 닫혔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레벨 1 플레이어들이 탑을 오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5층이나 10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은 그곳에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이노센트들은 문득 어둠의 신이 탑의 정상에 오르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제 유진 뿐만 아니라 모든 이노센트가 플레이어가 됐다. 더는 유진을 중심으로만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오늘부터 나는 따로 움직이겠어.”


이노센트들에게도 저마다 이루고 싶은 소원이 달랐다. 그것이 파벌을 떠나 모든 이노센트들을 별개로 행동하게 만들었다. 승강기가 1층에 오자 수백 명의 이노센트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로헤일! 모두 함께 올라가야지! 이러는 게 어딨어?”

“에드먼드. 사실 나는 어둠이니 질서니 빛이니. 그런 거 처음부터 관심 없었어. 내가 원하는 건 죽은 가족들을 살려내는 거야. 그러니 당신과는 여기까지야.”


통제가 안 되는 것은 질서도 빛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이노센트들은 수장의 말을 듣지 않았다. 각자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 행동했다. 대기실의 이노센트들이 대부분 위로 올라가 버렸다. 남은 것은 수장 셋과 유진, 박민수, 송시아, 헬레나 뿐이었다.

밖에서 쉬지 않고 사람들이 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레벨 1이어도 탑이 정신 나간 난이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모르니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나도 가겠어. 우리가 함께하는 건 여기까지야.”


프래드릭이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승강기로 들어갔다. 에드먼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프래드릭! 필요할 때는 온갖 친한 척 다하더니 상황 바뀌자 바로 가는 거냐?”

“나도 가겠어요.”


크리스티나도 승강기로 들어갔다. 에드먼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개를 휘휘 저으며 에드먼드도 승강기로 걸어갔다.


“프래드릭 형! 다 함께 위로 올라가기로 했잖아?”

“유진아. 사람이란 언제나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거야.”


프래드릭의 표정은 차가웠다. 평소에 내색하진 않았어도 프래드릭에게도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었던 걸까? 문이 닫히자 승강기가 올라가 버렸다.


“와. 진짜 다 가버렸네.”


이제 대기실에 이노센트는 유진과 송시아, 박민수만이 남았다. 유진은 헬레나까지 셋과 함께 옆으로 물러났다.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승강기로 들어가는 레벨 1 플레이어들을 지켜봤다.

어둠의 신이 어째서 이런 대규모 패치를 한 것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갖지 않았다.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거였다. 오늘부터 레벨이 갖는 의미는 컸다. 레벨이 상승하면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인생을 살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엑스트라를 벗어나 인생의 주역이 되기 위해 사람들은 탑을 올랐다. 그렇게 2025년 9월 8일. 세계 각국에서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탑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사망자로 규정하는 실종자들이 세계에서 수억 명이 생기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유진은 탑에 왔다. 아침에 연락하여 대기실에서 모인 사람은 송시아와 박민수밖에 없었다. 다른 이노센트들은 어제부터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제 사람들은 플레이어로서 각자 탑을 올랐다.


“이제 어떻게 할래?”


박민수는 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레벨과 이름이 있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진짜 어이가 없네. 이게 무슨 게임도 아니고. 현실에서 이 짓거리 하고 있다니.”

“어쩌겠어요. 우리도 탑 오르며 레벨링 해야지. 민수 오빠도 소원 하나쯤은 있을 거 아니야?”


송시아는 검은 창을 점검하고 있었다. 창날을 살펴보고 창대가 튼튼한지 확인했다.


“소원은 무슨. 염병. 나는 그딴 거 없어.”


유진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탑의 입구로 레벨 1 플레이어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1층 던전 입구에 기나긴 줄이 이어져 있었다. 대기실에 들어온 사람들이 줄 뒤에 선다. 이제 승강기를 오르는 사람은 없었다. 어제 인터넷으로 탑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정보가 사람들에게 퍼졌다. 사람들은 대부분 1층으로 들어갔다.


“유진. 1층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졌네요?”

“그래. 죽으면 위로도 올라갈 수 없으니까. 다들 1층에서 노가다하려는 거야.”


이런 변화가 일어날 것을 미리 예상했던 건지 어둠의 신은 어제 새로운 공지를 세계에 알렸다. 5층 이하의 몬스터들의 경험치를 대폭 차감한다는 공지였다. 이제 5층 아래에서 1레벨 올리기도 몹시 어려워졌다. 그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1층으로 몰려갔다.


“씨벌! 개새야. 여기서 새치기를 해?”

“개소리하네. 뒤질래?”


레벨링 시스템은 사람들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들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던전에 들어가고 싶은 사람들끼리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는 흔했다. 1레벨 플레이어가 손에 들고 있는 무기는 대부분 마트에서 파는 망치나 식칼이었다. 제대로 된 무기를 살 돈이 없으니 값싼 무기라도 가져온 것이다.

오태윤은 망치를 들고 있었다. 탑에 오기 전에 동네 마트에서 구매한 망치였다. 교복을 입고 앳된 얼굴로 오태윤은 다투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오태윤의 부모는 매일 전세 대출 이자에 괴로워했었다. 밤마다 이어졌던 부모의 말다툼이 오태윤을 이곳으로 이끌었다. 학교는 가지 않고 째버렸다. 평범하게 살아서는 아파트 하나 못 산다는 걸 아직 어린 오태윤도 알고 있었다.


“어이! 이봐! 학생!”

“네?”

“뒤로 가! 여기서는 선배가 먼저야!”


최구영이 인상을 쓰며 오태윤을 노려봤다. 던전 대기줄에서 살인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기에 오태윤은 조금 주눅이 들었다. 최구영은 방금 회사를 다녀온 것처럼 정장을 입고 있었다. 최구영도 회사를 째고 탑에 온 것이다. 비슷한 처지에 갑질을 당하자 오태윤은 억울해졌다.


“싫어요! 나도 플레이어인데. 왜 아저씨 말을 내가 들어야 돼요?”

“마음에 안 들어? 그럼 PK 뜨던가.”


떨면서 오태윤은 양손으로 망치를 꽉 움켜쥐었다. 최구영은 웃더니 식칼을 앞으로 겨눴다. 달려들려는 최구영을 유진은 대검으로 가로막았다.


“아재. 그만해요.”


대기줄에 서 있던 사람들이 유진을 보고 당황했다.


“SSS랭크 헌터잖아?”

“왜 위에 안 가고 이런 데 있지?”


헌터 각성 능력자들 또한 예외 없이 플레이어가 되었다. 헌터는 더 레벨을 올리기 쉬웠기에 사람들이 유진을 보는 시선에는 부러움이 가득했다.


“잘 나가는 헌터라고 괜히 참견한다 이거야? 끼어들지 마쇼. 1레벨 사이에도 규칙이라는 게 있어.”

“그 규칙이라는 게 더 나이 많다고 갑질하는 거야? 괜히 선배라면서 학생은 뒤로 보내고?”

“쓰벌. 너처럼 가질 거 다 가진 사람은 모르겠지······.”


투덜거리며 최구영은 줄의 뒤로 돌아갔다. 오태윤은 유진에게 고개를 숙였다. 유진을 바라보는 눈에는 선망이 가득했다.


“고마워요, 형!”

“너 몇 살이야?”

“17살인데요?”

“학교는?”

“지금 학교에 간 애들은 별로 없어요. 거의 다 레벨업 한다고 탑에 있어요.”


적어도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한다고 말하려다 유진은 그만두었다. 어째서 학생들까지 이렇게 돼버린 건지는 이해가 갔다. 집 하나 마련하기 힘든 세상.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위로 가려는 것이다. 자신만 하더라도 불과 몇 달 전까지 대출 이자에 허덕이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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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0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5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0 2 12쪽
47 질주 +1 24.09.10 96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6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8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8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89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6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1 5 11쪽
31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2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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