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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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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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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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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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퀘스트

DUMMY

몬스터 무리 밖에서 딜러들이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민수가 바위들을 날리고 있으나 그럼에도 아직 민달팽이들은 많았다.


‘허억......’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참으려고 해도 빠르게 뛰기 시작한 심장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폐는 자연히 더 많은 산소를 갈구했다.

쉬고 싶다. 멈추고 싶다. 그런 욕구를 느끼면서도 유진은 산성 용액을 피하며 달렸다. 커다란 민달팽이의 숫자가 줄어간다. 울창한 수풀에 가려 뒤로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확실히 아까 전보다는 줄었다. 그것에 희망을 느끼며 유진은 민달팽이를 베어냈다.

산성 용액이 머리를 스치며 지나갔다. 머리카락이 반쯤 타버리며 고약한 냄새가 느껴졌다. 문득 지금 꼴이 정말이지 엉망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도 몸도 엉망일 것이다. 더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산성 용액을 피하며 유진은 달렸다.


‘허억. 허억......’


몸에 휘두른 전격의 틈으로 산성 용액이 파고들어 오고 있었다. 가속하는 마찰열에 모두 증발하지 않을 만큼 민달팽이의 산성 용액은 지독했다. 몸에 닿자마자 산성 용액은 마찰열에 증발하면서도 피부를 녹여버렸다.

한계다. 삐걱이는 몸은 이제 정말로 한계에 가까웠다. 마나는 거의 고갈되어 버렸다. 이제 전격을 날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직 달리는 것만이 가능했다.

커다란 민달팽이들은 얄밉게도 아직 남아있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수십 마리의 민달팽이를 노려보며 유진은 뛰었다.


‘그래. 누가 먼저 죽는지 어디 한 번 해보자......’


뼈가 드러난 팔로 대검을 움켜쥐며 유진은 민달팽이의 몸을 갈랐다. 녹색 피를 뚫고서 나오자마자 허공에 산성 용액이 가득한 것이 보였다. 달려나가며 유진은 그것들을 피했다.


Uaaaaa-!


달려나가며 유진은 스스로도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몬스터들도 분노하여 포효한다. 이제 이것은 이성적인 전투가 아니었다. 살아남는 것은 인간인가, 혹은 몬스터인가. 생존이 걸린 필사적인 사투였다.

커다란 민달팽이의 몸을 가르며 유진은 멍하니 주변을 둘러봤다. 더 이상 산성 용액은 날아오지 않았다. 민달팽이들의 쌓여있는 시신 위에 유진만이 홀로 서 있었다.


“허어억......”


입에서 흘러나오는 숨소리가 이상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폐에서 공기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대검을 땅에 박고 유진은 쓰러지듯 누웠다.

이제야 유진은 자신의 몸을 내려봤다. 팔, 다리. 뼈가 드러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옆구리로 갈비뼈가 보였다. 왼쪽 눈은 눈꺼풀이 달라붙은 뒤로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조차 없었다. 복부가 화상으로 타들어 가 있었는데 조금만 더 화상이 심했으면 내장이 빠져나올 뻔 했다.

이런 몰골로 지금껏 전력으로 달렸다는 것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신기했다.


“유진! 유진아! 안 돼. 안 돼......”


송시아는 달려오더니 유진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온몸이 반쯤 녹았는데도 송시아의 품은 따듯했다.


“누나. 나 조금 졸리네. 조금만 잘게.”

“유진아, 안 돼! 지금은 안 돼. 자더라도 나중에 자. 유진아! 유진......”


점차 눈이 감겼다. 어두워져 가는 시야로 박민수와 최현우의 다급한 얼굴이 보였다. 그렇게 유진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보게 된 것은 어두운 천장과 찬란한 금빛이었다. 부드러운 금빛이 유진의 온몸에 퍼져있었다. 금빛이 실처럼 이어지며 녹았던 근육과 살을 재생시켰다.

송시아는 유진이 눈을 뜨자 와락 끌어안았다. 제니퍼는 아티펙트 치유의 손길로 치료하며 한숨을 쉬었다.


“너. 운이 좋았어. 조금만 나한테 오는 게 늦었거나 부상이 더 심했으면 정말로 죽었다고. 아슬아슬했다 이거야. 너희 요즘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더 위로 올라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죠.”

유진이 누워있는 곳은 73층 대기실이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유진! 유진이 이대로 일어나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살아남아서 다행이에요.”


헬레나의 팔과 다리, 복부에는 화상이 있었다. 유진이 받았던 피해의 30%를 받으며 생겼던 상처였다.


“제니퍼. 나 말고 헬레나부터 치료해줘.”

“헛소리 하지 마! 남 걱정 말고 니 걱정부터 해.”


제니퍼는 몸을 일으키려는 유진의 머리를 밀어내어 도로 눕혔다. 제니퍼의 손에서 흘러나온 금빛이 유진의 얼굴을 휘감았다.


“왼쪽 눈의 상처가 좀 심한데...... 그래도 치료는 가능하겠어. 예전처럼 앞을 볼 수 있게 될 거야.”

“고마워, 제니퍼.”


녹아서 눌어붙었던 왼쪽 눈꺼풀이 치유되며 서서히 떨어져 나갔다. 녹았던 살이 치료되자 유진은 왼쪽 눈을 떴다. 어두운 천장이 제대로 보였다.


‘50이 넘었구나.’


유진과 헬레나의 레벨은 56이었다. 다른 일행의 레벨은 52였다. 111층에서 살아 나오며 일행 모두가 50레벨이 넘었다. 이제 1차 전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퀘스트 목록을 확인하니 새로운 퀘스트가 있었다. 전직 퀘스트였다.


「100층의 주인 청동 거인을 쓰러트리세요. 0/1」


1차 전직 퀘스트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제니퍼가 헬레나마저 치료를 끝내고 떠나자 유진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민수 형. 형도 퀘스트 왔어?”

“어. 청동 거인은 24시간마다 리젠되니까. 오늘 자정 넘어가면 나오겠네. 아직 시간 꽤 남았으니까 집에 돌아가서 쉬다가 자정 넘으면 탑에서 만나자.”

“그러자.”


송시아는 유진의 절반만 남아있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치유의 손길로 머리의 화상은 전부 치료했으나 타버린 머리카락만큼은 곧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머리 아까워서 어떡해?”

“괜찮아요. 시간 지나면 자라겠죠. 이참에 한쪽 머리도 짧게 자르면 되겠네.”

“다들 내일은 새벽에 청동 거인만 잡고 하루 쉬는 게 어때? 50레벨 된 거 축하할 겸. 하루 쉬자. 요새 다들 바빴잖아.”

“그러죠. 나도 하루 정도 쉬고 싶었어. 내일 카페에 가면 되겠네.”


유진이 손을 잡자 송시아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래. 카페도 가고. 공원도 가야지.”


집에 돌아와서 유진은 거대한 민달팽이들과 있었던 격전을 돌이켜봤다. 사방에서 기이한 각도를 그리며 날아오던 산성 용액. 미립자의 전류를 두르고 전력으로 뛰는데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민달팽이가 쏘아대던 하얀 액체는 빨랐다.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곡선, 혹은 직선.

유진의 머릿속에서 그때의 상황이 재현됐다. 그때 옆으로 스텝을 밟았다면, 조금 몸을 틀었다면. 머릿속에서 유진은 피하지 못했던 산성 용액을 피해갔다. 비슷한 상황이 되더라도 어떻게 움직여야 더 효율적으로 피할 수 있을지 점차 감이 잡혔다.


“유진! 스킬 포인트가 2개 생겼어요! 그동안 못 찍었던 스킬들 찍을까요?”

“남은 스킬이 신성한 전사의 외침이랑 엑스 슬래시였지?”

“맞아요!”


헬레나는 웃으며 마요네즈를 넣은 샐러드를 섞고 있었다.


“두 개 다 찍어. 스킬 익혀도 신성한 전사의 외침은 함부로 쓰지 마. 오늘 같은 상황에서 어그로 스킬 함부로 쓰면 벌집이 될 거야.”

“알았어요, 유진!”


스킬을 찍고 헬레나는 바닥에 앉았다. 헬레나는 인벤토리에서 부서졌던 갑옷을 꺼냈다. 민달팽이의 산성 용액에 부식되었던 갑옷의 오른팔 부위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헬레나는 상점을 키더니 ‘작업용 망치’를 구매했다.


“헬레나. 잠깐. 그 망치는 뭐야?”

“이거요? 장비가 부서지면 수리하는 망치인데. 500골드밖에 안 해요. 10번 쓰고 나면 부서지는 소모품이죠.”

“상점에 그런 게 있었나?”


유진은 상점을 켜서 작업용 망치를 찾아봤다. 그러나 어디에도 작업용 망치는 없었다.


“어라? 유진의 상점에는 없네요?”


헬레나의 상점에는 제일 아래에 분명 작업용 망치가 있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청동 거인의 대검을 꺼냈다.


“헬레나. 작업용 망치 하나 주지 않을래?”

“네! 더 필요하면 말해요, 유진! 어차피 500원밖에 안 하는 걸요.”


헬레나는 작업용 망치를 하나 더 구매했다. 헬레나에게 작업용 망치를 건네받으며 유진은 청동 거인의 대검을 바라봤다.


「내구도 46 / 48」


유진은 청동 거인의 대검에 작업용 망치를 힘껏 내리쳤다. 붉은 불티가 튀어 오른다. 여러 번 계속해서 두드리자 알림창이 나타났다.


「내구도 47 / 48」


“이거 수리할 수 있는 거였네. 민수 형이 알면 더 아쉬워하겠어.”


어째서 서포트 캐릭터의 상점에만 수리용 망치를 파는지 모르겠으나 옮겨 받으면 수리는 분명 가능했다. 드랍템이 더 이상 내구도가 다 떨어지면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게 된 것이다.

수리가 끝난 뒤로도 계속해서 작업용 망치로 청동 거인의 대검을 두들겨봤으나 최대 내구도는 절대로 올라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둠의 신이 미리 막아놓은 듯 했다.

유진은 앞으로는 아까워하지 말고 드랍템을 자주 쓰기로 했다.

유진은 자정이 가까워지자 탑에 갔다. 오전 12시 03분.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자는 시간인 만큼 탑의 1층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대기줄에 서 있는 1레벨 플레이어는 아침보다 확연히 수가 적었다.


“저기 봐! 이유진이야!”

“56레벨이야!”

“대체 뭘 했길래 56레벨이 된 거지?”


유진은 1레벨 플레이어들의 관심을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도 그나마 요즘은 조금 익숙해졌다.


“유진아!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요.”


유진은 일행과 합류하여 승강기로 들어갔다. 승강기의 100층 버튼을 누르며 박민수는 씨익 웃었다.


“이제야 1차 전직하네. 진짜 엄청 길었다, 길었어.”

“형. 이거 받아.”

“이게 뭐야? 망치잖아?”


유진은 박민수에게 작업용 망치를 하나 줬다.


“이거 헬레나가 산 건데. 이걸로 무기나 장비 수리할 수 있어.”

“그래? 상점에는 그런 거 없던데.”

“플레이어 상점에는 없어. 서포트 캐릭터 상점에만 있는 거야.”

“쓰벌. 그런 게 어딨어. 약 올리려고 일부러 숨겨놓는 것도 아니고.”


100층에 도착하자 박민수는 인벤토리에서 바이킹 소드를 꺼냈다. +3강화라 공격력은 확실히 높아졌으나 대실패로 최대 내구도가 40이 돼버린 비운의 무기였다.

100층 대기실에는 자정이 지난 시간답게 사람이 없었다. 박민수는 대기실 바닥에 바이킹 소드를 내려놨다. 작업용 망치를 한 손에 들고 바이킹 소드를 쳐다봤다.


「내구도 37 / 40」


거대한 민달팽이와 치뤘던 전투로 내구도 3이 깎여나갔었다. 박민수는 바이킹 소드에 작업용 망치를 내리쳤다. 어두운 100층 대기실에 불티가 튀어 올랐다. 망치가 무기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어두운 대기실에 요란하게 울렸다.


「내구도 40 / 40」


수리가 끝나고도 박민수는 아쉬웠다. 강화 대실패로 깎여나갔던 최대 내구도 10이 눈에 아른거렸다.


“쓰읍. 그래도 이게 어디야. 유진이 니가 망치 잘 찾았네. 수리라도 되니까 오래 사용할 수 있겠어.”

“맞아, 형. 강화 욕심만 안 내면 한참 쓸 거야.”

“그래. 그래야지...... 이제 1차 전직하러 가볼까?”


유진은 100층의 던전 문 앞에 서며 일행을 돌아봤다. 유진은 든든한 딜러인 송시아,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따라온 최현우와 눈빛을 교환하며 말했다.


“다들 준비됐죠?”

“가자!”


유진은 힘껏 나아가며 던전의 문을 밀었다. 거대한 어두운 화랑에는 벽에 등불만이 흔들리고 있었다. 끝에는 전처럼 청동 거인이 바닥에 박혀있는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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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199층 NEW 5시간 전 20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6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0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3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6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 전직 퀘스트 24.09.11 101 2 12쪽
47 질주 +1 24.09.10 96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6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8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7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8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90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1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6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3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1 5 11쪽
31 80층 24.08.24 292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2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2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7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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