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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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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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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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검은 왕의 기사

DUMMY

“유진아! 들어가자.”


프래드릭이 뒤로 물러났다. 크리스티나는 웃으며 손짓하고 있었다. 유진은 검은 문으로 걸어갔다. 문은 누가 열어도 상관없어 보였으나 유진이 여는 것으로 여기까지 오며 굳어버렸다. 유진은 앞으로 나아가며 던전의 문을 활짝 열었다.

안은 거대한 회랑이었다. 왕을 배알하는 알현실과도 흡사했다. 100층에 가기 전에 거쳐 가는 99층에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벽에 걸려있는 등잔불만이 일렁이며 어두운 던전을 밝혀주고 있었다.

던전에는 좌우로 검은 동상들이 있었다. 수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청동 거인만큼 거대하지는 않다. 동상들의 높이는 높게 잡아봤자 4m 정도였다. 동상은 사람을 본떠서 만들었는지 대부분 외형이 인간과 유사했다.


“어이구야. 아주 무섭게도 생겼네.”


박민수는 가까이 걸어가서 동상을 훑어봤다. 100층에서 다들 아픈 꼴을 당했기에 동상에 거부감이 있었다. 청동 거인처럼 검은 동상들은 전신에 갑옷을 두르고 있진 않다. 그러나 위협적으로 보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랜스를 꽉 움켜쥐며 헬레나가 유진에게 더욱 몸을 붙였다. 등잔의 불빛이 흔들리며 긴장한 헬레나의 얼굴을 비추었다.


“왜? 무서워?”

“네. 유진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100층에서 죽을 뻔 했는데.”

“그야 무섭지. 여기서 두렵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어.”


유진이 두렵다고 하는 말의 의미는 헬레나가 생각하는 것과 조금 달랐다.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다. 그것이 유진이 원하는 행복이었다. 그런 인생을 살기 전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다. 그것 말고는 크게 두려운 것이 없었다.


“내 옆에 잘 붙어있어. 힘 닿는 만큼 지켜줄 테니.”

“네!”


모든 사람들이 던전으로 들어오자 검은 문이 닫혔다. 허공에 나타난 소악마 디아블로는 모여있는 사람들을 내려보더니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어라? 사람들이 그새 더 줄었네? 혹시 너희들 싸웠어? 가여워라. 100층이 충격이 너무 컸지?」


이노센트들은 투덜거리면서도 반박을 하지 않았다. 디아블로는 그 광경을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다들 너무 걱정할 거 없어! 여긴 100층보다 더 나으니까! 99층 스타트!」


디아블로가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며 자취를 감췄다.

검은 동상들의 눈에 붉은 빛이 번뜩였다. 생명이 안에 들어가 깃든 것처럼 동상들은 움직이며 사람들을 노려봤다. 사람을 보자 동상들의 얼굴에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분노였다.


Urrrrrrr-!


이노센트들은 진형을 갖추며 경계했다. 긴장으로 사람들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가장 경계하는 것은 동상의 붉게 번쩍이는 눈이었다.


“존나 뜨거웠던 열선은 이제 쏘지 않는 건가?”


박민수가 달려드는 동상에게 검을 휘둘렀다. 마력으로 강화한 검이 커다란 팔을 베어냈다. 중간에 검이 막히거나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 청동 거인과는 달랐다. 몸이 100층 보스만큼 단단하지 않다.


“이놈들 칼 잘 박혀! 어렵지 않겠어!”


사람들의 긴장이 차츰 누그러들었다. 디아블로의 말은 과연 거짓이 아니었다.


「Lv 25. 검은 왕의 기사」


이름으로 보건대 청동 거인을 지키는 흑빛의 기사정도로 보였다. 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청동 거인의 대검을 꺼냈다. 검에서 흘러나온 푸른 빛이 어둠에 흩어진다.

포효하며 달려드는 검은 동상에게 수직으로 검을 휘둘렀다. 동상이 옆으로 비켜서며 피한다. 예상한 일이었다. 전격을 검에 휘감아 이동하며 위로 올려쳤다. 아래에서 위로 동상이 베여나간다.

청동 거인의 대검은 날이 부드럽게 들어갔다. 내구력도 우수하다. 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이그제큐터로 무기를 교체했다.

대검 두 자루를 번갈아 가면서 써보니 어느 정도 성능을 알 수 있었다. 보스 드랍템인 청동 거인의 대검이 더 날카롭고 예리하다. 검이 더 매끄럽게 잘 박혔다. 그러나 내구력은 99층에 오는 동안 버텨준 이그제큐터가 더 높아 보였다.

유진은 청동 거인의 대검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보스 드랍템은 아껴 쓰기로 했다. 수리가 불가능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청동 거인의 대검은 좋은 무기였다. 나중에 무기 강화도 고려해보기로 했다.

이노센트들은 검은 왕의 기사들이 상대할만한 수준이자 뒤로 물러났다. 던전의 문까지 물러난 사람들은 웃으며 유진을 응원했다.


“혼자 할 수 있지?”

“레벨업 방해하지 않을게. 혼자 잡아.”


던전의 중앙에서 유진은 몰려드는 검은 왕의 기사들을 상대했다. 몬스터들이 달려오며 주먹을 날렸다. 여기까지 오면서 감이 많이 늘었다. 커다란 주먹이나 발길질이 어디로 올지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유진은 검은 동상들의 주먹을 미리 피하며 전격을 쏘아 보냈다.

뒤에서는 헬레나가 보조를 하고 있었다. 엄청난 도움은 되지 않지만 적어도 후방을 조금은 막아준다. 그렇게 유진은 몬스터들을 베고 또 베었다. 몬스터가 다 죽으면 벽에서 리젠되었다. 그것을 유진은 달려가며 또 베었다.

문득 이런 사냥이 RPG와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이 걸려있고 위험한 현실이라는 것을 제외하고 본다면 실제로 유사했다. 그러나 정말로 게임처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건 어디까지나 현실이었다. 칼에 찔리면 정말로 죽는. 부활이 없는 현실. 방심한다면 바닥에 누워있는 건 몬스터가 아니라 자신이 될 수도 있다.

3번 정도 리젠된 몬스터들을 전멸시킨 뒤였다. 머리에 요란한 알림음이 울렸다.


「레벨 업!」


몬스터들이 리젠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동안 유진과 헬레나는 휴식 시간을 갖기로 했다.


“유진! 이것 보세요! 스킬을 익힐 수 있게 됐어요!”


유진과 헬레나의 레벨은 이제 10이었다. 헬레나가 웃으며 보여주는 스킬창을 유진은 위아래로 움직이며 훑어봤다.


“10레벨에 스킬을 익히는 거구나.”

“1차 스킬이지만 전투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스킬도 많아요! 무슨 스킬을 찍을지 유진이 정해줄래요?”


「Lv. 0 HP 부스트 I」

「Lv. 0 소울 링크 I」

「Lv. 0 마나 체인저 I」

「Lv. 0 엑스 슬래시 I」

「Lv. 0 신성한 전사의 외침」


1차 스킬이라고 해도 제법 스킬이 다양했다. 유진은 스킬 아이콘을 눌러 정보를 확인했다. 헬레나의 스킬은 대부분 탱커에 걸맞는 스킬이었다.


“마나 체인저 익히는 게 어때?”


마나 체인저는 헬레나의 마나를 모두 생명력으로 전환하는 엑티브 스킬이었다. 쿨타임은 10분. 헬레나의 생존력을 올려주는 제법 괜찮은 스킬이다. 스킬 정보를 보면서도 헬레나의 얼굴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 다른 거 익히고 싶어?”

“마나 체인저보다는 소울 링크가 유진에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소울 링크는 영혼으로 링크하여 대상이 받는 피해의 30%를 대신 받는 스킬이었다.


“괜찮겠어? 만약 내가 다치면 니가 30%만큼 대신 피해입게 될 텐데.”

“괜찮아요! 저는 탱커잖아요! 소울 링크를 찍는 걸 허락해줘요, 유진!”


고민스러웠다. 지금까지 헬레나가 죽는 걸 본 적은 없었다. 서포트 캐릭터는 죽어도 부활한다. 그 사실을 전에 들어 알지만 기분이 개운하지는 않았다. 죽는다는 건 헬레나에게 있어도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열의에 가득 찬 푸른 눈을 보자 결국 유진은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그럼 소울 링크 찍어. 대신에 소울 링크는 위험한 순간에만 쓰도록 해.”

“당연하죠!”


밝게 웃으며 헬레나는 소울 링크를 찍었다.


“새로운 스킬이 생겼으니 써볼게요!”


유진에게 손을 뻗는 헬레나의 손이 푸르게 빛났다. 손에서 흘러나온 빛이 유진과 이어졌다. 느낌이 특이했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가 된 감각이다. 푸른 빛이 사그라들었으나 연결된 감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된 거야?”

“네! 소울 링크의 지속 시간이 4분이고 쿨타임이 5분이니까. 마나만 충분하면 1분 빼고는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Uaaaaaaaa-!


검은 왕의 기사들이 리젠되며 벽에서 나타났다. 진흙처럼 검은 기사들이 흐느적거린다. 검은 동상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검은 기사들은 유진을 발견하자 포효하며 달려왔다.

검은 동상들이 후려치는 주먹을 유진은 미리 피했다. 몸에 전격을 두르자 감각이 더욱 활성화되었다. 피하고 베어내며 날아오는 주먹을 예상한다. 그렇게 유진이 전투하는 광경을 이노센트들은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어째 전보다 더 날렵해지지 않았어?”

“전투도 익숙해진 것 같은데?”


전보다 전투에 능숙해진 유진을 보며 이노센트들은 감탄했다. 레벨 10이 되며 상승한 스탯. 다양한 전투로 쌓여가는 경험들. 그것들이 점차 변화가 되어 나타나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는 박민수는 아주 흐뭇했다. 유진은 전에 일러줬던 데로 제대로 전투하고 있었다. 효율적이며 효과적인 전투. 이해하면 실현 가능한 센스. 유진은 분명 성장하고 있었다.

검은 동상의 리젠이 5번이 넘었다. 그동안 몬스터들을 베어내며 전멸시켰다. 그러나 던전의 문이 열리지 않았다.


‘80층처럼 특별한 조건을 달성해야 되는 건가?’


검은 동상을 베어내는 유진의 시야에 던전 끝에 있는 동상이 들어왔다. 검은 기사들에 비해서 유난히 큰 동상이었다. 키가 족히 6m는 돼 보이는 검은 동상은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커다란 동상의 가슴에는 붉은 보석이 박혀있었다.


“헬레나! 저기 있는 동상 파괴하면 밖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조금 고민한 헬레나는 고개를 돌려 푸른 눈으로 유진을 바라봤다.


“더 사냥하죠! 이대로 나가기는 아쉽잖아요!”


랜스를 고쳐 쥐는 헬레나의 두 눈은 결의가 가득했다. 좋은 변화였다. 두려워하며 긴장하던 과거와는 달랐다. 99층까지 오면서 헬레나 또한 성장했다. 그런 그녀의 성장에 유진은 미소를 지었다.


“좋아! 오늘 99층의 뿌리까지 뽑아버리자고!”


10레벨이 되며 헬레나는 검은 동상을 상대로 버틸 수 있게 됐다. 후방이 든든해졌다. 덕분에 유진은 전방에서 오는 적들을 마음 놓고 처치했다.


「레벨 업!」


던전의 문이 열린 것은 10번의 리젠이 끝난 뒤였다. 나가기 직전에 레벨이 하나 더 상승했다. 거대한 동상을 무너뜨리지 않아도 리젠되는 몬스터를 10번 전멸시키자 문이 열렸다.


“오늘은 특히나 더 오래 걸렸네!”


박민수의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다른 이노센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5시간이 지났다. 다음에 만나기를 기약하며 각 파벌은 탑을 떠났다.

집에 돌아온 유진은 인벤토리에서 소지 금액을 확인했다. 50만 5천 6백 골드가 있었다. 어제보다 3천 골드가 상승했다.

탑에서 몬스터를 잡으면 골드는 자동으로 인벤토리에 들어왔다. 잡다한 아이템도 마찬가지였다. 인벤토리에는 검은 기사의 벨트라는 아이템이 100개가 넘게 쌓여있었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보자 그다지 쓸모가 없는 잡템이었다. 아이템을 눌러 잡템은 모두 판매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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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7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1 2 12쪽
47 질주 +1 24.09.10 98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6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8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8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70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90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2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7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4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3 5 11쪽
31 80층 24.08.24 293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3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4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8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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