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딸기꿀호빵
작품등록일 :
2024.07.25 21:05
최근연재일 :
2024.09.20 21:1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44,544
추천수 :
511
글자수 :
298,084

작성
24.09.10 21:10
조회
97
추천
2
글자
11쪽

질주

DUMMY

「레벨 업!」


레벨이 43이 되었으나 박민수는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민달팽이들이 아까보다도 더욱 거세게 산성 용액을 쏘아대고 있었다.


“정말 성가신 새끼들이네.”


접근하려고 해도 산성 용액을 여럿이서 대량으로 쏘아대니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선두에 있는 놈들을 처치하면 뒤에서 대기하던 놈들로 곧바로 보충되니 숫자를 줄이기도 어려웠다. 스탯이 상승하여 처음보다 상대하기가 수월해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송시아는 산성 용액을 뿜어대며 달려드는 민달팽이의 머리를 창으로 꿰뚫었다.


“저리 꺼져!”


창을 뽑으며 송시아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민달팽이와 거리가 가까워지면 오히려 집중 사격에 당할 위험이 있었다. 송시아가 물러나자 방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가 녹아내렸다.

우측에서 민달팽이들이 모여들며 산성 용액을 뱉어냈다. 날아오는 산성 용액은 저마다 각도가 미세하게 달랐다. 산성 용액이 휘어지며 허공에 곡선을 그렸다. 박민수가 커다란 바위를 만들어 산성 용액을 가로막았으나 전부 막아내기에는 양이 너무 많았다. 커다란 바위로도 전부 막아낼 수는 없었다. 미처 막아내지 못한 산성 용액이 뒤에 있는 일행을 덮쳤다.


“헬레나!”


유진의 목소리에 헬레나는 우측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산성 용액이 헬레나의 오른팔을 뒤덮었다. 갑옷이 산성에 부식되며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산성 용액은 갑옷을 녹여버리며 헬레나의 오른팔까지 파고들었다.


“크으윽!”


산성 용액이 팔을 파고들자 화상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피부가 녹아버리며 뼈까지 파고들었다. 끔찍한 고통에 헬레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고통으로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부상이 너무 심각해......”


최현우는 인벤토리에서 붕대와 소독약을 꺼냈다. 최현우가 당장에라도 응급처치를 하려고 하자 헬레나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괜찮아요. 저는 이 정도로는 죽지 않아요.”


헬레나는 어제 새로 익혔던 스킬인 마나 체인저를 발동했다. 헬레나의 오른팔에 금빛이 일렁였다. 찬란한 금빛은 실처럼 상처를 이어붙였다. 헬레나의 마나가 생명력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굉장한데. 그거 스킬이야?”

“네. 지금부터 10분 동안은 사용할 수 없지만. 이걸로 급한 불은 껐네요.”


반쯤 녹아버렸던 헬레나의 오른팔이 완전히 회복되며 돌아왔다. 그 마법과도 같은 현상이 최현우는 신기하기만 했다.


“민달팽이 새끼들. 끝이 없네.”


공중에 커다란 바위를 만들어 떨구면서도 박민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화이트 슬러그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튼튼했다. 그렇다 보니 큰 타격을 입혀도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Durrrrrr-!


바위를 밀어내며 고개를 내미는 민달팽이에게 유진은 횡으로 검을 휘둘렀다. 대검에서 날아간 전격의 폭풍이 바위에 깔려있던 몬스터들을 휩쓸었다. 몸이 타들어 가며 괴로워하면서도 민달팽이들은 유진에게 산성 용액을 뱉어댔다.

전방에서 몬스터들과 대치하고 있는 유진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박민수와 송시아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팔과 다리의 생채기였던 것들이 누적되니 점차 부상으로 이어졌다.

끊임없이 날아오는 산성 용액을 피하기란 정신적으로 피곤한 일이었다. 쉬지 않고 몸을 날려 피하면서도 집중해서 적의 빈틈을 찔러야만 했다. 몬스터의 숫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유진은 틈을 봐서 전격을 날렸다.


「레벨 업!」


전방의 몬스터들이 일어나지 못하게 되자 레벨업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다.

송시아는 산성 용액을 피하며 계속해서 날카로운 식물 줄기들을 난사하고 있었다. 레벨이 46이 되었다는 것 보다도 몬스터들이 뒤이어 증원해왔다는 게 더 신경 쓰였다.

죽은 동족의 시신을 밟으며 민달팽이들이 몰려왔다. 수풀에 가려 뒤로 얼마나 많은 민달팽이들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전방에 있는 놈들이 산성 용액을 쏘자 뒤에 있는 놈들은 대기했다.

유진은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여 산성 용액을 피했다. 연달아서 산성 용액이 날아오자 스텝을 밟아 회피했다. 뚜렷하진 않지만 기괴한 각도로 날아오는 산성 용액도 조금씩 익숙해졌다. 조금이나마 어디에서 날아올지 예상이 된다.


Durrrrrrrr-!


기예에 가깝게 움직이며 피하는 인간들을 보고 민달팽이들은 포효했다. 분노한 것인지 더욱 맹렬하게 산성 용액을 쏘아댔다.

대검에 전격을 휘둘러 유진은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날아간 전격의 폭풍이 적들을 집어삼켰다. 마력이 대량으로 소모되는 것이 느껴졌다. 일렉트릭 템페스트는 파괴적인 만큼 가장 마력 소모가 큰 기술이었다.

마나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전격의 폭풍을 5번 더 날리는 것이 한계였다. 더 무리하면 당분간 움직이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좆된 건가?”


마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박민수도 마찬가지였다. 허공에 커다란 바위를 만들어 추락시키는 것은 막강한 만큼 많은 마력을 소모시켰다.


“오빠. 뭔가 떠오르는 거 없어?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거.”


허공에서 몸을 회전하는 송시아의 팔에 산성 용액이 스치며 지나갔다. 송시아는 마나가 대부분 고갈되어 아까 전부터 회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게 어딨냐? 저 새끼들. 아직도 몰려오잖아. 던전은 문이 닫혔고.”


유진은 산성 용액을 피하며 우거진 수풀에 가득한 민달팽이들을 바라봤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유진은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파티는 전멸한다. 전투를 주도하는 딜러 셋의 마나가 바닥나는 순간 파티는 살아남을 수 없다. 여기까지 생각을 끝낸 유진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형. 내가 민달팽이 무리 속으로 뛰어들게. 내가 들어가서 어그로 끌 테니까 다들 접근해서 민달팽이 잡아.”

“미쳤어? 니가 빠르다는 건 알지만 지금 저기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야. 아무리 너라도 다 피하지 못할 텐데. 몸이 녹아버릴 걸?”

“민수 형. 이거 말고 다른 좋은 방법이라도 있어? 우리가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라도 있으면 말해줘.”


박민수는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유달리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우측이나 좌측으로 도망쳐도 민달팽이들은 쫓아올 것이다. 민달팽이들은 상당히 민첩하며 적에 대한 집착이 강한 놈들이니 절대로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형. 전격을 쏘고 나서 내가 몬스터들 속으로 뛰어들게. 전격이 신호니까 내가 달려가면 바위로 보조해줘.”


송시아는 유진에게 달려오더니 등짝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죽지 말라고......”

“걱정할 거 없어요. 이런 곳에서는 나도 절대로 죽고 싶지 않으니까. 살아서 나가면 카페 갈래?”

“그럴까?”

“카페에서 나온 뒤에는 공원에 가자. 햇볕이 잘 드는 날씨가 맑은 날에 만나는 게 좋겠어.”


날아오는 산성 용액들을 피하며 유진은 송시아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 지금 상황에는 어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대화였으나 그래도 좋았다. 지금이기에 스스럼없이 서로 나눌 수 있는 대화였다.

송시아와 대화가 끝나자 유진은 대검에 마력을 끌어모았다. 대검에서 푸른 스파크가 흩날린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헬레나! 나한테 소울 링크 걸어!”

“네!”


헬레나가 손을 뻗자 푸른 빛이 흘러나왔다. 헬레나의 손에서 흘러나온 푸르스름한 빛은 유진과 이어졌다. 대상이 받는 피해의 30%를 대신 받게 되는 소울 링크. 이걸로 4분 동안은 피해의 일부를 헬레나가 대신 받게 된다.

유진은 몸을 숙이고 손으로 땅을 짚으며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취했다. 오우가 이후로 실전에서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민달팽이 무리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가장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맥시멈 썬더트릭으로 뛰어들어야만 한다.

박민수가 전방에 바위로 벽을 만들어 유진을 보호했다. 얼마 남지 않은 마나로 만들어낸 바위를 보며 유진은 상상했다. 이수영이 일러줬던 대로 상상하는 건 커다란 민달팽이를 베어내는 모습이다.

민달팽이들에게 닿지 못할 거라는 한계는 떠올리지 않았다. 상상하는 것은 오직 과정이 아닌 결과다. 쏟아지는 산성 용액의 빗속을 달리며 쓰러트리고 베어낸다. 그 몸에는 분명 새하얀 번개가 흩날리고 있다.

크라우칭 스타트 자세를 하고 눈을 감고 있는 유진의 몸에 서서히 하얀 전류가 피어올랐다. 미립자의 전류는 불씨가 번져가듯 등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하얀 번개?’


하얀 번개를 보고 송시아는 당황했다. 돌이켜보니 유진이 하얀 번개를 몸에 두른 것은 에드먼드와 부딪쳤을 때 말고는 본 적이 없었다.

미립자의 전류가 무척이나 섬세하게 세포와 이어졌다. 새하얀 전류가 하나씩 세포를 일깨웠다. 그것이 비약적으로 신체 능력을 상승하게 만들었다. 미립자의 전류가 한계까지 흘러나오자 유진은 뛰쳐나갔다. 단거리 주자가 전력을 다하여 폭발적으로 튕겨 나가듯 바위를 관통하며 달려나갔다.

허공에서 수많은 산성 용액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분노하며 노려보고 있는 커다란 민달팽이들도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이 가속하면 가속할수록 시간은 느리게 느껴졌다.

미립자의 전류가 감각을 가속시켰다. 올라간 반응 속도와 동체 시력은 날아오는 산성 용액을 더욱 뚜렷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줬다. 달려가며 유진은 그대로 민달팽이에게 몸을 부딪쳤다. 전격에 민달팽이의 몸이 녹으며 구멍이 뚫렸다.

몸에 두른 전격으로도 모두 방어할 수는 없었다. 전격의 틈으로 산성 용액이 들어왔다. 달리는 가속도에 증발하면서도 지독한 산성은 순식간에 파고들어 왔다. 산성 용액이 팔을 스치고 얼굴에 튀며 증발하면서도 피부를 순식간에 녹여버렸다. 복부에도 산성이 닿으며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다.

살이 녹아가면서도 유진은 달렸다. 팔이나 다리가 타들어 가는 고통을 무시하며 뛰었다. 전격을 휘두른 대검으로 앞을 겨누며 몸으로 몬스터들을 뚫어가며 질주했다. 근접하여 몸으로 가르는 만큼 커다란 민달팽이들을 확실히 처치할 수 있었으나 몸은 그만큼 엉망으로 변해갔다.

팔과 다리에서 더는 고통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얼마나 화상을 입은 건지 피부가 녹아버린 건지 궁금했으나 유진은 일부러 보지 않았다. 쉬지 않고 달렸다. 그만큼 화이트 슬러그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갔다.


‘씨발!’


산성 용액이 눈에 튀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으나 눈꺼풀에 눌어붙었다. 왼쪽 눈꺼풀이 녹으며 살과 붙어버렸다. 왼쪽의 시야가 차단되어 버렸으나 그래도 유진은 달렸다. 지금 멈추면 당분간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것을 직감하며 유진은 달리며 민달팽이의 몸을 갈랐다.

가속하며 달리면서도 숨이 가빠진 것이 느껴졌다. 이토록 한계까지 무리해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팔에 드러난 하얀 뼈를 무심결에 스쳐보며 여기서 더 무리하면 죽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멈출 수는 없었다. 여기서 나가려면 몬스터나 인간. 둘 중 하나의 종족은 죽어야만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혼하고 몬스터 잡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199층 NEW 7시간 전 23 0 12쪽
56 빛의 폭풍 24.09.19 38 0 11쪽
55 눈 덮인 숲의 예티-2 24.09.18 51 1 11쪽
54 눈 덮인 숲의 예티-1 24.09.17 54 0 12쪽
53 풍요로운 마법사의 지팡이와 갑옷 24.09.16 60 1 12쪽
52 150층 24.09.15 64 1 11쪽
51 무기 강화 24.09.14 76 1 12쪽
50 거대한 나방 24.09.13 79 1 11쪽
49 1차 전직 24.09.12 99 1 12쪽
48 전직 퀘스트 24.09.11 101 2 12쪽
» 질주 +1 24.09.10 98 2 11쪽
46 거대한 민달팽이 24.09.09 98 2 11쪽
45 바이킹 소드 24.09.08 105 2 11쪽
44 피쉬맨 24.09.07 110 2 11쪽
43 자이언트 옥토퍼스-2 24.09.06 116 2 11쪽
42 자이언트 옥토퍼스-1 24.09.05 128 2 13쪽
41 플레이어 최현우-2 24.09.03 138 3 12쪽
40 플레이어 최현우-1 24.09.02 152 4 11쪽
39 플레이어 24.09.01 161 4 12쪽
38 검은 왕의 기사 24.08.31 169 4 11쪽
37 내부 분열 24.08.30 190 5 11쪽
36 시스템의 새로운 기능 24.08.29 202 4 11쪽
35 두 번째 심장 24.08.28 206 4 11쪽
34 100층의 주인 24.08.27 224 4 12쪽
33 던전의 규칙 24.08.26 218 5 11쪽
32 힌트 24.08.25 242 5 11쪽
31 80층 24.08.24 293 5 11쪽
30 자이언트 라바 스네이크 24.08.23 283 6 11쪽
29 1성 돌격의 랜스 헬레나 24.08.22 303 6 11쪽
28 아버지와 아들 24.08.21 348 6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