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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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작품등록일 :
2024.07.30 21:10
최근연재일 :
2024.08.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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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0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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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DUMMY

시끌벅적한 고깃집 안.

구석에 자리 잡은 나는 한 달 만에 만난 친구에게 말을 건넸다.


“너는 어째 만날 때마다 사람이 죽어가냐 넌?”

“일이 힘들어서 그렇지 뭐···.”


죽어가는 목소리.

기름진 머리카락.

반쯤 감긴 눈꺼풀.

푸석한 피부.

판다 같은 다크 서클.


사람이 아니다.

이 정도면 좀비다. 좀비.


“야, 구번. 오늘도 내가 살 테니까 팍팍 먹어.”


정이 많은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빼빼 마른 녀석을 보면 뭐 하나라도 더 먹여주고 싶어 미치겠다.


“응···. 항상 고마워. 이 은혜는 꼭 갚을게.”

“당연하지! 네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그 게임, 대박 나면 내가 사준 거에 배로 뜯어 먹을 거야.”


나는 집게로 두툼한 삼겹살 한 줄을 들어 불판 위로 올렸다.


치이이이익!


불판 위에서 울려 퍼지는 맛있는 소리.

김치도 잊지 않고 불판 한 곳에 올려줬다.


츄릅.


나도 모르게 입안에 고인 침을 삼켰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기다림이 언제인 줄 아는가.


학창시절, 시험 결과를 기다릴 때?

신차 계약 후, 출고까지 기다릴 때?

아니, 불판 위에 있는 삼겹살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거다!


“사장님! 여기 소주 하나 주세요.”


삼겹살의 단짝 소주가 빠지면 섭섭하지.


“다 익었다. 먹자!”


어느덧 노릇하게 익은 삼겹살.


잘 익은 삼겹살을 그대로 입안으로 집어넣고.

육즙이 물릴 때쯤 소주도 잊지 않고 입안에 털어 넣었다.


“크! 이게 소확행이지. 그나저나 구번, 내가 너 살려준 지 오늘부로 딱 3년 된 거 알아?”

“벌써 그렇게 됐나···?”


햄스터처럼 삼겹살을 입안에 가득 넣은 녀석이 우물거리며 답했다.


“그러다 체하겠다. 부족하면 더 시킬 줄 테니까 천천히 좀 먹어.”


녀석은 지금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삶을 즐기고 있지만.

내가 아니었으면 지금쯤 하늘나라로 떠났을 거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부모님 가게 일을 도와드리려고 인적 드문 골목길을 지나다가, 쓰러져있는 녀석을 발견하고선 곧바로 119에 신고했었다.


나는 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따라가 구번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보호자로 옆에 있어 줬고.

다행히 정신을 차린 녀석은 내게 감사하다며 식사 대접을 하겠다고 했었다.


어깨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던가.

그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녀석과 나는, 연락도 자주 하고 종종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넌 내가 효자라 다행인 줄 알아. 부모님 일 도와드리겠다고 그 시간에 그 골목길 안 지나갔으면 넌 오늘 삼겹살도 못 먹었어 임마.”

“고마워.”


멋쩍게 대답하는 녀석.


대화 방식은 늘 이런 식이다.

내가 말하고.

녀석이 짧게 답하는.


누가 보면 녀석이 나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녀석은 밥 사준다고 하면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자기가 먼저 밥 사달라고 한 적도 있다.


‘그냥 말수가 드럽게 없는 것뿐이지.’


그런 구번의 입에도 모터가 달릴 때가 있다.

그건 바로 녀석이 개발하는 게임에 관해 이야기할 때.


“게임 개발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조만간 출시하지 않아? 내 기억으로는 이번 달이라고 했던 거 같은데.”


나는 상추에 삼겹살 올리며 구번에게 물었다.


녀석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


[지구멸망 프로젝트]


가명인 줄 알았더니 진짜 게임 이름이 ‘지구멸망 프로젝트’란다.

제발 있어 보이게 좀 바꾸라니까 죽어도 싫단다.

뭐, 결국 게임성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저 유치한 이름이 오히려 마케팅 요소가 될지도 모르는 거고.’


헌데 녀석은 게임 출시를 당장 코앞에 두고도 트레일러 영상조차 만들지 않았단다.


뭐, 자기 말로는 전 세계 사람들이 강제적으로 하게 될 거라던데···.

그게 말이 되나?

얼마나 잘 만들었길래 저런 자신감이 생길까.


그래서 ‘게임 구경 한 번 해보자!’라고 했더니, 정색하면서 절대 안 된다 했었지. 치사한 놈.


그러면서 지구멸망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되게 좋아했다.

게임의 세계관부터 세세한 설정, 던전 공략법까지.

한 번 물꼬를 트면 몇 시간씩 이야기하는 녀석이었다.

나 또한 구번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다.


녀석의 죽어가는 얼굴에 생기가 도는 순간이기도 했고.

나도 게임이나 양산형 소설을 좋아해서, 지구멸망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재밌었으니까.


지구멸망 프로젝트는 흔해 빠진 소재 범벅인 양산형 소설과 같은 MMORPG.

어느 날 게이트가 열리고, 마물이 창궐한다.

그리고 그에 대항하는 각성자들까지.


‘저번에는 히든 직업을 얻기 위한 타워 공략법을 알려줬는데,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나.’


헌데···.


지금쯤 쉼 없이 움직여야 할 구번의 입술이 굳게 닫혀있다.

구번은 한참 동안 말없이 내 얼굴을 보더니.

이내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졌다.


“자, 이거 받아. 그동안 고마웠어.”

“······?”


응? 갑자기 이게 무슨 전개냐.

그동안 고마웠다니.

게다가 이별 선물 같은 이건 뭐고?


‘이 장면은 보통 헤어지는 연인, 혹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누군가 멀리 떠나기 전에 하는 대사 아닌가?’


이 자식 설마···, 일이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는 건가?


“구번아, 너 설마 안 좋은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지?”

“그런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녀석이 내 손을 들어 손목에 은팔찌를 강제로 끼운다.


“그럼 그 대사랑 이 팔찌는 뭔데?”


녀석의 표정에는 늘 웃음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유난히도 슬퍼 보인다.


“미안하다. 주우성.”


그 말을 끝으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음식점 바깥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구번! 어디가! 야! 야!!!”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헌데 아무리 불러도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기어코 음식점 문밖으로 나가는 걸 보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쟤가 왜 저러지? 죽어라 일만 하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녀석을 쫓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윽!”


누군가 머리를 짓누르는 듯한 두통이 밀려왔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으악! 뭐지···? 머리가 순간 띵했어.”

“어라, 너도 그랬어? 나도 누가 내 뒤통수 때린 줄 알았잖아.”


음식점에 있는 모두가 나와 같은 통증을 느꼈는지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 순간.


[지구멸망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그대들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눈앞에 떠오른 홀로그램.


‘이게 뭐지···?’


취해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그렇다기엔 5잔밖에 마시질 않았는데?


“애들아. 나 지금 눈앞에 이상한 게 보여··· 취해서 그런가?”

“그렇다기엔 나도 보이는데?”


음식점에 있는 모두가 허공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당황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느껴지는 기시감.

분명 처음 보는 광경임에도 익숙한 느낌.


‘설마···?’


불길한 기억이 뇌리를 스친다.

구번에게 수십 번은 들었던 말.

그리고 그것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건 지구멸망 프로젝트의 도입부···.’


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됐을 리가 없다.

아니,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지구멸망 프로젝트는 힐링 게임도, 추리 게임도, 음악 게임도 아닌 괴물들이 지구를 침략하는 게임이니까.


허나, 정말로 지구멸망 프로젝트가 현실이 되었다면 이다음 전개는···.


“이게 뭐지? 내가 지구를 지킬 선택된 사람이라는데?”

“엥? 난 그런 거 안 떴는데.”


각성자 선별.


그리고.


-끼에에에엑!!!


세계 곳곳에서 게이트가 생겨나고.

그 안에서 나오는 마물들의 창궐 현상.


“꺄아아악!”

“저··· 저게 뭐야?”


1M 남짓 되어 보이는 고블린 한 마리가 음식점에 들어서자 주변은 순식간에 혼비백산이 되었다.


소리 지르는 여성.

손을 벌벌 떠는 남성.

그리고 각성자로 선별된 청년조차도 겁에 질려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상황을 해결만 한 인물이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고민해도 이미 벌어진 상황은 해결되지 않는다.


‘우선은 지금 닥친 상황부터 정리하자.’


도입부에 등장하는 고블린의 작은 체구뿐만 아니라 근력도 성인 남성을 밑도는 수준이다.

더군다나 저 녀석은 시력도 좋지 않아 공격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놈이다.

그 말인즉슨.


퍽!


-꾸에에엑!


나 같은 일반인도 간단히 때려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앞차기 한 방에 나가떨어진 고블린.


짝짝짝!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박수 소리.


“이게 대한민국의 태권도다, 이 자식아.”


우드드득!


나는 고블린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목을 잡고.

있는 힘껏 꺾어 단숨에 숨통을 끊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불쾌함이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다.

녀석이 일어나서 또다시 활개를 치게 둘 수는 없으니까.


고블린 시체는 내가 챙겨갈 거다.

지금 당장 이 녀석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테니까.

조만간 생길 마물 연구소에 갖다 팔아도 최소 천은 챙길 터.


‘그나마 녀석의 특징과 공략법을 알아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저 우락부락한 얼굴에 겁먹어서 도망만 다녔을 거다.


‘부모님 두 분 다 집에 계실 테니 괜찮으시겠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르.


-아들!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다행이다. 일단 집으로··· 잠깐만, 엄마가 전화 좀 바꿔 달란다.

“네, 알겠어요.”

-어, 아들! 아이고.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 위험하니까 일단 얼른 집으로 와라.

“네, 바로 갈게요.”


뚝.


통화가 끊겼다.


‘음··· 그나저나 지금쯤 울릴 때가 됐는데.’


-에에에에엥!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핸드폰 사이렌 소리.

재난 경보 문자였다.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은······.]


‘역시나.’


이제야 실감이 난다.

지구멸망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지금 나온 고블린은 맛보기에 불과할 뿐.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마물들이 지구를 향해 아가미를 벌려올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집에 가서 구번과 이야기했던 지구멸망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기억 구석구석 뒤져서 공략법을 만들어 볼까.’


나만이 이 게임의 공략법을 알고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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