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량.
작품등록일 :
2024.07.30 21:10
최근연재일 :
2024.08.12 23:10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319
추천수 :
26
글자수 :
54,971

작성
24.08.04 19:15
조회
23
추천
2
글자
10쪽

집으로

DUMMY

카를라인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굽히며 내게 존경을 표한다.


“망자의 왕이시여. 앞으로 저희 망자들을 이끌어 가주소서.”


불과 1시간 전 즈음만 해도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면서 살의를 드러내더니, 지금은 상전 섬기듯이 행동한다고?


‘같은 사람 맞아?’


아니, 그 전에 사람이긴 한가?

생각해보면 명계에서 정상적인 몰골의 생명체는 이 녀석밖에 없긴 하다.


대부분 안면이 못 알아볼 정도 부패했거나.

신체의 살갗이 거의 다 부식됐거나.

혹은 뼈만 남았다던가.


“그래서, 안내자가 하는 역할이 뭐지?”


카를라인은 입가에 싱그러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그에 반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상당히 섬뜩했다.


“세상 모든 생명체를 망자로 만들어, 모두 왕의 수하로 만드는 것. 그 길로 안내하는 게 안내자의 역할입니다.”


뭐? 모든 생명체를 망자로 만들어?

이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우선, 밖으로 나가서 하루에 100명을 죽이는 거로 시작해보죠. 감 좀 익혔다고 생각되시면 300명으로 늘리는 겁니다.”


아오, 머리를 확 쥐어박아 버려?

저 정도면 사탄도 울고 가겠다.


그나저나 밖으로 나간다라···.

이 녀석이면 방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카를라인.”

“예. 왕이시여.”

“혹시 밖으로 나가는 방법 알고 있어?”


카를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명계의 출입은 제가 관장하고 있습니다.”

“오오!”


막막해서 돌아버릴 참이었는데 이 무슨 반가운 소리인가!


‘이자식, 나쁘게 봤는데 알고 보니까 좋은 녀석이었네.’


나는 확인차 카를라인에게 다시 물었다.


“확실한 거지?”

“그렇습니다. 방금까지도 도전하지 못한 자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온 참이었습니다.”


도전하지 못한 자들은 나 다음 차례의 사람들을 말하는 건가?


‘그 사람들은 내 덕분에 새로운 삶을 얻은 거네.’


뭐가 됐든 우선 밖으로 나가자.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어둡고 칙칙하고 뼈밖에 없는 풍경을 보고 있으니 정신마저 돌아버릴 것 같다.


“카를라인. 그럼 나 좀 밖으로 내보내 줘.”

“알겠습니다. 근데···.”


카를라인이 말을 흐리며 머뭇거린다.


“뭔데, 말해.”

“저도 따라가면 안 되겠습니까?”

“미쳤냐? 너 같은 예비 범죄자를 데려가게?”


그윽하고 아련한 눈빛을 보내는 카를라인.

꼭 출근길에 주인 보고 있는 강아지 같네.

그렇다고 내가 넘어갈 거 같냐.


“왕이시여, 제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인간 세상을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전임 왕은 구경 안 시켜줬었어?”


생각해보면 알버트가 명계의 주인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카를라인이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예···. 밖으로 나가 인간을 학살하는 방법을 알려드리겠다 하니, 그 이후로는 밖으로 나갈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라 하셨습니다.”


이런 사이코패스 같은 놈.

저런 말을 하면 나 같아도 안 데려가겠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니까 밖으로 내보내 주기나 해.”

“저는 왕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복종하는 자. 명령을 내려주기 전까지 절대 먼저 행동하지 않을 테니 저를 데려가 주소서.”

“그럼 생명체를 망자로 만든다는 그딴 소리 안 할 거야?”


대답 대신 악수를 건네는 카를라인.

그와 손을 맞잡자 시스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다.


[안내자 카를라인이 계약을 요청했습니다.]

[계약서]

1. 카를라인은 왕의 명령에 절대적으로 복종한다.

2. 카를라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3. 이 모든 조항을 하나라도 어길 시, 카를라인은 그 즉시 명계로 이송된다.


‘흠···. 이렇게까지 해서 밖으로 나가고 싶은 건가?’


생각해보자.

녀석을 데리고 갔을 때 이득 되는 것.

그리고 손해 보는 것까지.


“너를 데리고 가면 무슨 이득이 있지?”

“인간을 몰살하는 법······”


녀석은 내 표독한 얼굴을 읽었는지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이 아니라 말동무가 되어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장난하냐.

쌍팔년도도 아니고 요즘 같은 세상에 말동무가 왜 필요해.


“그것뿐만 아니라 원하실 때마다 명계로 이어지는 문을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진짜 쓸모 없는 것들만 말하네.

이 칙칙한 곳에 굳이 뭐하러 와?


에휴···, 됐다.

어차피 계약서도 있으니 허튼짓은 못 하겠지.


“그래 좋다. 나와 같이 밖으로 나가는 걸 허락하지.”

“왕이시여! 감사드립니다! 제가 옆에서 쉴새 없이 떠들겠습니다!”

“그딴 거 필요 없고 밖으로나 보내줘.”

“알겠습니다.”


카를라인의 눈에서 귀화가 피어오르더니.

눈앞에 차원문이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집으로.”


나는 계약서에 사인한 뒤.

일말의 고민도 없이 차원문으로 몸을 던졌다.




* * *




미국 텍사스 ‘더 문’ 길드 건물 길드장실.


길드장 메이슨이 의자에 기대앉아 휘파람을 부르고 있었다.

메이슨은 앉아 있는 게 불편했는지, 휘파람을 멈추고 더 편한 자세를 찾으며 몸을 꼼지락거렸다.


“이게 의자가 비싸다고 편한 게 아니야. 결국에는 내 자세가 편해야 한다니까?”


이내 메이슨은 의자를 뒤로 젖히고, 중역 책상 위로 다리를 올리고서야 안정이 됐는지 멈췄던 휘파람을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똑. 똑.


“누구지?”

“루나.”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온 짧은 금발의 여성.

그녀는 메이슨의 세상 편한 자세를 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메이슨! 넌 이제 우리 길드의 길드장이다. 품위를 지켜라.”

“품위? 지키면 뭐가 좋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보는 눈이 많으니 조심하라는 거다.”

“그래서, 알버트는 매번 품위를 지키다가 죽어버렸나?”

“메이슨!!”


콰앙!


루나의 손끝에서 터져 나온 마력 탄환이 책장 하나를 산산조각냈다.

그 모습을 본 메이슨의 눈가에 살기가 어린다.


“호오···, 지금 해보자는 거냐?”


루나는 손바닥 위로 마력을 끌어모으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후···, 메이슨. 몇 번이나 말하지만, 사람 취급도 못 받던 우리를 키워준 게 알버트라는 걸 잊지 마라.”

“크큭! 겁쟁이 녀석. 오랜만에 다시 붙어보나 했더니 시시하군.”

“네가 무서워서 그랬다고 착각하지 마라. 나는 알버트와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니까.”

“우리끼리는 가족같이 지내야 한다는 약속? 하하! 그러면 더더욱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루나는 메이슨의 얼굴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넌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싸움광 기질은 변하질 않는군.”

“난 오히려 투기장에서 미친 듯이 치고받던 옛날이 그리워! 지금은 너무 평화롭다고!”

“쓸데없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고 이거나 받아.”


루나는 자신이 들고 왔던 서류를 메이슨의 책상 위로 던졌다.


“네가 부탁했었던 자료다.”

“호오.”


서류를 확인한 메이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한국? 여기서 꽤 먼 곳이군. 정보는 확실하겠지?”


서류 속 사진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주우성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뿐만 아니라 서류에는 그의 인적사항까지 나와 있었다.


“한국에 있는 길드에서 비싸게 사 온 정보다. 그쪽 국가수호부도 모르고 있는 정보지.”

“크~ 역시 돈이면 모든 지 해결된다니까?”

“메이슨, 진짜 죽일 건가?”


루나의 물음에 메이슨은 자신이 든 단검을 혀로 훑으며 답했다.


“크크큭. 당연한 걸 묻고 있군. 안전한 소굴로 숨기 전에 찾아서 죽여야지.”


메이슨은 루나의 눈치를 스윽 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아, 맞다! 그리고 명계는 알버트 그 할배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 아니야? 반드시 되찾아와야지!”


루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사실 그녀는 메이슨의 속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알버트를 방패로 위선을 세우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명계의 주인이 될 파렴치한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만약, 명계 공략자를 노리다가 들키면 어떡할 거지? 잘 못 하면 한국의 각성자들과 대치하게 될 텐데?”

“오호! 그것 또한 좋은 그림인데? 어차피 민성준 그 괴물 자식도 뒤졌겠다, 그냥 다 죽여버리면 되잖아?”

“미친 새끼···. 민성준이 없더라도 한국에는 너처럼 40레벨이 넘는 각성자들이 꽤 있을 거다.”

“그것 또한 재밌겠군!”

“자중해라 메이슨. 너의 쾌락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는 국가 간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크하하! 한국? 그런 소국이 미국의 상대가 될까?”


루나는 메이슨의 저런 점이 옛날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포용성의 결여.

책임감 없는 행동.

뒤를 생각하지 않는 쾌락주의.

마물이던 사람이던 가리지 않고 싸우는 싸움광.


그나마 알버트가 있을 때는 본성을 죽이고 있었지만.

그가 죽은 이후로는 목줄 풀린 사냥개처럼 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부길드장이었던 그는, 길드장이 된 후에 권력까지 쥐어지며 폭군이 되었다.


그럼에도 루나는 메이슨을 어찌하지 못했다.

그는 텍사스 시의원의 충실한 개.


메이슨은 시의원의 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고 있었고.

시의원은 메이슨의 뒷배를 봐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그녀는 이번 정보를 큰 금액을 주면서까지 얻어온 것이다.

자신이 처리를 못 하니 외부에서라도 그 기회를 만들어야 했으니까.

만약 메이슨이 주우성을 죽이면, 어떻게든 증거를 만들어낼 생각이었다.


“비행기는 내일 점심에 예약해 뒀으니 그걸 타고 가면 될 거다.”

“평소에는 내 말을 개 짖듯 생각하는 녀석이 이런 위험한 일을 할 때만 일 처리가 빠릿빠릿하단 말이지. 꼭 내가 죽길 원하는 사람처럼 말이야!”


쉬익!!


말이 끝나기 무섭게 메이슨의 왼손을 떠난 단검이 루나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주륵.


루나는 선혈이 흐르는 뺨을 닦으며 언성을 높였다.


“메이슨! 이게 무슨 짓이지!”


루나의 물음에 메이슨은 살기 어린 어조로 답했다.


“루나, 정확히 너의 미간을 노렸다는 걸 알아둬라. 그간에 정 때문에 왼손으로 던진 거지. 오른손에 있는 단검을 던졌으면 이마에 구멍이 났을 거다.”


메이슨은 오른손에 단검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당장 나가. 이 단검까지 던지고 싶진 않으니까.”


루나가 문밖으로 나가고.

홀로 남은 메이슨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지? 벌써 찾은 건가?

“준비해라. 이번 여행은 한국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대장장이 이재훈 24.08.12 5 0 8쪽
12 대장장이 장비점 24.08.11 6 0 9쪽
11 경매 종료 24.08.10 10 1 8쪽
10 영입 경매 24.08.09 8 1 8쪽
9 길드 영입 24.08.08 14 2 9쪽
8 메이슨 24.08.07 23 2 9쪽
7 게이트 24.08.06 18 2 10쪽
» 집으로 24.08.04 23 2 10쪽
5 망자 소환 24.08.03 29 2 9쪽
4 새로운 왕 24.08.02 36 3 10쪽
3 특전 24.08.01 39 3 12쪽
2 명계 24.07.31 47 4 11쪽
1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24.07.30 61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