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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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작품등록일 :
2024.07.30 21:10
최근연재일 :
2024.08.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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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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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특전

DUMMY

“끄으윽.”


잃었던 정신이 돌아오고.

암막처럼 걷혔던 시야도 점차 회복되었다.


“여긴···.”


끝없이 펼쳐진 광야.

죽어있는 식물과 나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해골.

이곳은 그 어떤 생명체도 허락되지 않는 곳.


“명계···.”


콧속을 괴롭히는 역겨운 냄새.

외부의 자극이 온전히 느껴지는 피부 감각.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몸뚱이까지.

꿈이 아니다.

부정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아···, 아아···.”


불안감이 온몸을 엄습한다.

민간인인 내가 명계를 공략할 확률?

아프리카 초원 한가운데 떨어져서 생존할 확률 보다 낮을 것이다.


마치 사형을 기다리는 죄수가 된 기분이다.

몇 시간 뒤면 저 해골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 테지.


“씨발···, 씨발. 씨발!!”


왜? 대체 왜?

내가 뭘 잘 못 했다고 이런 곳에서 비참한 말로를 맞이해야 하지?


“내가 평소에 봉사는 안 다녔어도 나쁜 짓은 안 했다고···!”


후···, 냉정해지자.

여기서 열 올려봤자 판단만 흐려질 뿐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그래,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데이터가 터지는지부터 확인했다.


“예상대로 핸드폰은 먹통이고.”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 광야를 쭉 둘러봤다.


“출구로 보이는 것도 없네.”


그래, 이런 뻔한 방법이 통하면 이제까지 히든 타워에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었겠지.


나는 그대로 바닥에 앉아 구번과 했던 대화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히든 타워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쉽게 스쳐 지나갔던 이야기까지.

분명 힌트가 있을 것이다.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는 힌트가.


“······.”


없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고 기억의 파편을 뒤져봐도 살아나갈 방법이 없다.


히든 타워는 일반 타워와 달리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한 명만 공략할 수 있는 구조.

공략이 시작되면 그 누구와도 협력할 수도 없다.


“살아날 구멍은 없는 건가···?”


아니, 정확히는 있다.

명계의 망자를 몰살하는 것.


헌데···.

당장 1층에 있는 망자 하나만 하더라도 레벨 3인 각성자랑 비슷한 수준일 텐데, 몰살이라고?

명계의 구조는 한층 한층 올라갈 때마다 강한 망자가 나오는 형태.

층수는 총 20층.

나는 거기서 1층도 공략하지 못하고 예견된 죽음을 받아들일 것이다.


“아니지, 아니지. 잠깐만···.”


여기서 살아 나갈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


“누군가 타워 공략에 성공하면 돼.”


만약 누군가가 타워 공략에 성공한다면, 나와 같이 강제로 끌려와 어디선가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들 전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터.


나는 무릎을 꿇고.

얼굴 앞으로 양손을 모은 뒤.

다시 손을 하늘 위로 들어 올려 경배했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신이시여. 제가 여기서 살아 나가면 어떤 종교든 신앙심을 갖고 살 테니 부디 살려주시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에 그치지 않고 나는 삼배까지 올렸다.


그 순간.


“깨어나셨군요.”

“흐익! 깜짝이야.”


등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다가온 누군가가 내게 말을 건네왔다.


훤칠한 키에 깔끔하게 차려 입은 검은 정장.

바다처럼 푸른 청안에 어깨까지 오는 백발.


‘히든 타워 특성상 대기자들끼리의 만남은 불가할 텐데?’


누구지?


“인사 드리죠. 타워의 주인을 섬기는 안내자 카를라인입니다.”


안내자? 그런 설정이 있었나?

구번에게 듣지 못했던 내용인데···.


‘하기야 녀석도 내게 게임에 관한 모든 걸 말해주진 않았을 테니까,’


그럼 이 녀석은 뭐 하는 놈일까.

갑자기 왜 내 앞에 나타난 거지?

그 물음에 답하듯 카를라인이 말했다.


“주우성님은 다음 도전자입니다.”


잠깐만, 다음 도전자라고?

그렇다는 말은···.


“지금까지 아무도 타워 공략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카를라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까지 몇 명이 도전한 거죠?”


카를라인은 자신의 품속에서 명부를 꺼내, 명단을 확인했다.


“음···, 61명이군요.”


나는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도전자의 대부분이 나처럼 주위에 있다가 원치 않게 끌려온 시민이었을 테니까.


“흠···, 근데 주우성님은 기회를 얻지 못하실 수도 있겠군요.”


그게 무슨 말이지?


‘설마 지금 타워를 오르고 있는 자가 공략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되면 나는 도전 기회가 사라지니까?


“이제 곧 타워의 새로운 주인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네요.”


역시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경배를 올렸던 게 무의미한 게 아니었어!


‘공략에 성공할 사람이 당장은 누군진 몰라도 내가 평생을 팬으로서 섬긴다.’


그뿐이랴, 앞으로 내 은인에 대한 비방은 나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니.


‘누구든 내 은인한테 악플만 달아봐. 개처럼 물어 뜯을 거다.’


이대로 앞 사람이 공략에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의 히든 타워 공략자는 2명이 된다.

그 말인즉슨 히든 타워 공략자가 2명인 미국과 동급이 된다는 뜻.

이마저도 미국은 알버트가 사망하여 한 명 줄어든 거다.


홍홍홍홍~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때.


화르르륵!


카를라인의 명부 수십 페이지 중, 한 페이지가 불타오르며 사라졌다.


‘어···?’


불길하다.

불길해도 너무 불길하다.


카를라인이 타오르는 명부 앞에서 고개를 젓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씨발···, 공략에 실패했구나.’


카를라인이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이런. 새로운 왕좌의 탄생이 코앞이었는데 안타깝네요.”


아아···.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이젠 꿈도 희망도 없구나.


“민성준님, 꽤 강한 분이셨는데 아쉽군요.”


민성준이라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리 없는 그 민성준?


‘설마···, 동명이인이겠지.’


타워가 생기자마자 이곳으로 빨려 들어온 나보다 일찍 도전했을 리는 없을 터.


‘지금은 민성준이 진짜고 가짜고의 문제가 아니잖아···.’


카를라인은 타들어 가는 내 속과는 반대로 미소를 환하게 지어 보였다.


“축하드립니다, 주우성님. 기회를 얻으셨네요.”


축하?

명복을 빌어도 모자랄 판에 축하한다고?


“5분 뒤에 타워 1층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망자들이 되살아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저 말이 왠지 나에게는,


“5분 뒤에 사형장으로 옮겨드리겠습니다. 사형수들이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죽는 것인가.

친일파로 살며 나라라도 팔아먹었나?


그래, 차라리 빌어보기라도 하자.

불쌍한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가지는 녀석일 수도 있으니까.


“저···, 타워 공략 안 하면 안 될까요?”


나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카를라인에게 말했다.

곧 눈물이 날 것 같은 표정도 잊지 않으며.


“안 됩니다.”


카를라인이 검지를 양옆으로 흔들며 단호하게 말했다.


“눈 한 번만 딱 감고 저만 어떻게 안 되나요?”

“불가합니다.”

“그럼 차례라도 미뤄주실 수······.”

“저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십시오.”


그의 청안에서 귀화[鬼火]가 피어오른다.

보는 것만으로 온몸을 짓누르는 위압감.

한 마디만 더 꺼냈다가는 이 자리에서 생명을 앗아갈 기세였다.


‘하아···.’


차라리 나도 각성자였다면.

하다 못 해 최소한의 무기라도 있었다면.


‘발악이라도 해볼 수 있을 텐데.’


무기도 없이 맨몸으로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것도 못 하고 죽는다는 이 허탈감.


‘부모님보다 먼저 죽는 자식이라니. 불효자가 따로 없구나.’


아···.

저승사자가 존재한다면 내 앞에서 어슬렁대고 있겠지.


‘지금은 카를라인 저자가 저승사자나 마찬가지구나.’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사형장으로 끌려갈 준비를 했다.




* * *




[히든 타워, 명계의 공략을 시작합니다.]

[당신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검붉은 달이 떠오른 하늘.

재가 흩날리는 넓은 평야.


그리고.


“키에에엑!”


내게 달려드는 좀비 같은 행색의 수많은 망자.

아까부터 36계 줄행랑만 치는 나.


“허억. 허억.”


이제는 지쳤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후들거리며.

입에서는 피 맛이 난다.

10분 동안 죽어라 뛰었다.


처음부터 도망만 친 건 아니다.

녀석들과 조우하자마자 가장 가까운 녀석에게 젖 먹던 힘까지 짜내서 발차기를 먹여줬다.

헌데 돌아오는 건 하찮다는 표정 뿐이었다.


“그래, 이젠 그만 편안해지자.”


어차피 내가 여기서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도망쳐봤자 죽음만 미뤄지는 꼴이니까.


나는 달리기를 멈추고.

뒤따라오는 망자들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아그작!


“끄아악!”


오른쪽 어깨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밀려온다.


-아그작!

“끄아아악!!”


왼쪽 허벅지.


-아그작!

“끄아아아악!!!!”


오른쪽 팔뚝.


망자들은 오랫동안 굶은 육식 동물처럼 게걸스럽게 내 몸을 물어 뜯었다.


‘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하는구나.’


극심한 고통을 억제하기 위해 아드레날린이 분비됐는지 이제는 고통마저 느껴지지 않는다.


삶을 포기하고 눈을 감으려는 순간.


파바밧!


오른 손목에 있는 은팔찌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구번이 마지막으로 내게 남기고 간 은팔찌였다.


【선택받은 자의 특전이 발동됩니다.】

【상처가 모두 회복됩니다.】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부여 받습니다.】


【부여 능력】

- 빛을 섬기는 자.

- 일시적으로 성속성 스킬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

- 1시간.


파밧!!


신체 곳곳에서 빛이 피어오른다.

내 몸을 물어뜯던 망자들은 그 빛에 노출되었고.

고통스러워하다 이내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이게 무슨···.”


찢긴 살갗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복되기 시작한다.

부러졌던 뼈들 역시 회복되고 있었다.


살았다는 안도감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당혹감.


“설마 각성이라도 한 건가?”


그렇다기엔 이제까지 들었던 각성 현상과 동떨어져 있었다.


[1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2층으로 이동합니다.]


깊게 생각할 겨를은 없다.

모든 생각을 지우고.

탑을 공략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


2층부터는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었다.

처음 사용해보는 스킬 임에도 불구하고 예전부터 단련했던 능력처럼 자유자재로 다뤄냈다.

그뿐만 아니라 신체도 오랜 기간 몸을 단련해온 무인처럼 가벼웠다.


[10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11층으로 이동합니다.]

.

.

.

[15층 공략에 성공했습니다.]

[16층 공략을 시작합니다.]

.

.

.

[20층에 입장했습니다.]

[20층 공략을 시작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층인가···.”


특전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지금까지 올라온 층들 전부 큰 상처 하나 입지 않고 공략할 정도였으니까.


‘여기도 망자가 하나이려나?’


층을 올라올수록 망자의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만큼 하나하나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15층 이후부터는 망자가 하나 뿐이었는데, 그 전 층의 망자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강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린 성.

나는 손바닥 위로 빛무리를 만들어 망자를 찾았다.


‘저기군.’


이십 보 정도 떨어진 거리.

해골로 만들어진 왕좌에 앉아 있는 망자 하나가 눈동자에 들어왔다.


“······!?”


녀석과 눈이 마주친 나는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저 녀석은···.”


얼굴 가죽이 반쯤 찢겼지만, 녀석이 누군지는 알아볼 수 있었다.


저자는 검의 무덤이라 불리는 히든 타워의 주인.

민성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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