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개발하던 게임이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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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작품등록일 :
2024.07.30 21:10
최근연재일 :
2024.08.1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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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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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계

DUMMY

우우우웅.


값비싼 안마의자가 등 근육을 어루만져 준다.


“으아아··· 시원하다.”


전 세계에 마물이 창궐하고.

세상이 과도기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각성자도 아닌 몸으로 게이트를 넘나들며 돈을 짭짤하게 벌었다.

당시에는 제대로 된 장비도 없어서 알루미늄 배트와 최소한의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마물을 사냥했다.


‘그때 번 돈이 두 달 동안 5천 정도 됐나?’


그 돈으로 산 것 중의 하나가 이 안마의자다.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산 거지만, 사용은 내가 더 많이 했을 거다.


허나, 게이트에서 돈을 버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마물이 나오는 게이트가 생성되기 시작했고.

등급 낮은 게이트의 가치는 자연스레 떨어졌다.


‘나도 각성자가 됐으면 돈을 훨씬 더 많이 벌었을 텐데 아쉽다 아쉬워.’


지구멸망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3년.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잘 살아있다.


그렇다고 피해가 없는 건 아니다.

시국(市國) 같은 경우에는 쏟아지는 마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멸망한 곳도 있다.


‘이럴 때 보면 한국에서 태어난 걸 감사하다니까.’


본래 게이트는 인류에게 위협적이었지만, 이제는 좋은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마물에게서 나오는 부산물은 자원이 되었고.

게이트의 심장인 마력석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되었다.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공략에 실패하면 폭발하여 반경 50KM까지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반 타워.

흔히 보스 몹이라 불리는 강력한 마물이 나오는 게이트.

그리고 공략하지 못하면 타워의 주인이 엄연한 실체로서 세상에 현현하는 히든 타워.

지구멸망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 위협적인 세상에서 나는 틈틈이 구번의 흔적을 쫓고 있다.


녀석이 살던 곳.

좋아하던 음식점.

자주 간다던 카페.


장소뿐만 아니라 녀석과 연관 있는 모든 것을 찾아봤지만, 단 하나의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사라져 버렸지.’


조그마한 단서라도 나오면 모를까.

솔직히 이제는 구번을 찾는 데 지쳤다.


나는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

2년 동안 아무런 소득 없이 녀석의 흔적을 찾은 것만으로도 대견해야 할 일이었다.


‘그래, 이제 할 만큼 했어.’


그래서 최근 들어 생각을 고쳐먹었다.

생산성 없는 활동은 그만하고, 언젠가 녀석에 대한 단서가 나오면 그때 움직일 생각이었다.


“하아··· 적적하다. TV나 볼까?”

나는 안마의자에서 내려온 뒤.

리모컨을 챙겨 소파에 편하게 누웠다.


-명계의 주인, 미국의 알버트가 사망한 지 오늘부로 30일이 됐습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채, TV 화면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남성.


한 명은 아나운서.

다른 한 명은 국가수호부 국장이었다.


아나운서가 자신의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국장님. 만약 대한민국에 히든 타워, 명계가 나타난다면 저희가 공략할 수 있습니까?


히든 타워.

각자의 명칭이 있으며, 강력하고 특별한 힘을 가진 자가 주인으로 있는 타워.


히든 타워는 한 번 들어가면 공략에 성공할 때까지 나올 수 없다.

대신 공략에 성공하면 본래 주인의 힘을 흡수하여 새로운 탑의 주인이 되고.

반대로 공략에 실패하면 목숨을 잃는다.


히든 타워는 총 10개.

그중,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히든 타워는 6개.


5개는 공략에 성공했고.

나머지 하나는 공략에 실패해 타워의 주인이 세상에 현현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자는 태초의 불꽃 아그니.

불행 중 다행인 건 일본의 섬, 사도가시마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아그니는 단 1시간 만에 사도가시마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어찌 보면 대륙에 히든 타워가 생기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리고 명계의 주인 알버트가 죽었던 날.

전 세계 사람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명계의 주인이 사망했습니다.]

[히든 타워 ‘명계’는 30일 뒤,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당신들의 앞날에 행운이 깃들길.]


그게 오늘이다.


국장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했다.


-음···. 이건 답을 드릴 수 없는 부분인 것 같군요.

-그런 애매한 답변을 한다면 이 뉴스를 시청하고 계신 국민이 불안해할 것 같은데, 좀 더 명확한 대답을 해주실 순 없습니까?


국장이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아나운서의 말에 답했다.


-그럼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저희 국가수호부 소속 민성준이 명계 공략을 위해 준비 중입니다.


국장의 말에 아나운서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민성준이라면 히든 타워 중 하나인 검의 무덤 공략에 성공했던 그 민성준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민성준이라···.’


아직도 기억난다.

민성준은 지구멸망 프로젝트가 시작되던 날, 음식점에서 자신이 선택된 사람이라며 신기해하던 녀석이다.


고블린 앞에서 벌벌 떨던 놈이 지금은 히든 타워 공략까지 성공하고 추앙받는 녀석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정작 거기서 고블린을 처치한 나는 방구석에서 사타구니 긁으며 TV나 보고 있는데 말이지.’


저렇게 성공할 줄 알았으면 사인이라도 하나 받아둘 걸 그랬나?

조그마한 후회감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헌데, 대한민국에 히든 타워가 생기더라도 국가수호부에서는 민성준이 명계에 들어가지 못하게 설득 중입니다.


아나운서는 국장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아나운서뿐만이 아니었다.


민성준은 검과 하나가 된 자.

흔히들 부르는 소드마스터다.

그런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녀석이 명계를 공략하는 건 시간문제일 터.


‘만약 민성준이 히든 타워 공략에 성공하면 전 세계 최초로 히든 타워 2곳을 공략한 개척자가 될 텐데 그걸 말려? 미친 거 아냐?’


병 주고 약 주는 게 아니라, 약 주고 병 주는 꼴이라니.


아나운서는 내 궁금증을 긁어주듯 국장에게 물었다.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알버트가 일반 각성자로 공략에 성공할 정도면 민성준도 충분히 성공할 거라 보는데요.


국장은 한껏 낮아진 어조로 아나운서의 물음에 답했다.


-알버트는 자신이 공략한 명계의 모든 정보를 조국의 정부에게만 공유했습니다. 그 말은 즉, 그곳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아나운서는 국장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불확실한 모험을 굳이 강행하지 않겠다는 말이군요. 혹여나 명계 공략에 실패해서 죽는다면 크나큰 전력을 잃는 거니까요.


국장은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쓸어내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근데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고집이 센 녀석이라 저희 설득에 넘어와 줄 지를요.


둘의 대화를 듣던 나는 상념에 잠겼다.


‘국장이 걱정하는 부분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 민성준이 명계를 공략했을 때의 리턴보다 민성준을 잃었을 때의 리스크가 훨씬 크니까.’


허나, 명계의 공략법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민성준이 자신의 고집대로 행동을 옮기길 바라고 있다.


명계의 공략법?

생각보다 단순하다.

아니, 정확히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민성준으로서는 단순할 것이다.


‘명계 공략법은 명계 안에 있는 망자들을 몰살하는 것.’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민성준에게는 그저 시간 싸움일 터.

그렇다고 내가 국가수호부에 전화해서 명계 공략법을 알려준다 한들 누가 귓등으로라도 들어줄까?


“그냥 미친놈 취급받겠지. 결국, 민성준이 자기 고집대로 움직이길 기도하는 수밖에.”


애초에 이 많은 대륙에서 조그마한 땅덩어리인 한반도에 생길 확률도 미지수다.


“그래, 신경 쓰지 말고 아침에 엄마가 시켰던 장이나 보고 오자.”




* * *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마트.


“3만5천 원입니다.”

“여기 카드요.”


장보기를 끝낸 나는 마트에서 나와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돼지 앞다리살이랑 두부, 대파까지. 오늘은 내가 환장하는 김치찌개인가?”


어머니의 김치찌개는 한식의 대가와 겨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일품이다.

실제로도 동네에서 유명한 김치찌개 식당을 운영하고 있고.


오죽하면 어머니가 아버지 꼬실 때,


“평생 김치찌개 해줄 테니까 저랑 사귀죠?”


라고 했겠는가.


“엄마는 그냥 식당에 있는 재료 가져오지 꼭 마트에서 사 오라고 한다니까.”


어머니 말로는 식당에서 쓰는 재료들은 업체에서 공급받는 거라 마트에서 사는 재료랑 달라서 맛이 조금 다르다나 뭐라나.


“내가 먹어봤을 땐, 둘 다 별 차이 없던데.”


뭐, 결국 요리하는 사람 맘이니까.

얻어먹는 입장에서 불만 가지면 안 되지.


나는 재료들을 제대로 샀나 확인차 핸드폰에 적힌 재료와 장바구니 속 재료를 번갈아 보며 체크했다.


“음···, 제대로 샀네. 엄마가 시킨 재료에 내가 하나 추가한 게 있긴 하지만.”


그건 바로 라면 사리!

김치찌개에 라면 사리가 빠지면 섭섭하지.


그 순간.


“어? 어···? 잠깐만, 장바구니가 왜 이렇게 흔들리지?”


쿠구구구궁.


“이건 장바구니가 아니라 땅이···.”


알버트가 죽고 시스템 메시지가 떠오른 시간은 오후 2시.

그리고 현재 시간 역시 오후 2시.


“설마···.”


쿠구구구궁!!!!


땅이 입을 쩍 벌리고.

그 사이에서 타워 하나가 솟아오르며 엄청난 진동을 일으켰다.

나는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그대로 넘어졌다.

그나마 거리가 떨어져 있어서 망정이지 타워가 솟아오르는 중심점에 있었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꺄아아악! 살려주세요!”

“이게 뭐야···.”


갑자기 나타난 타워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에 빠졌다.


15층 아파트 높이의 크기.

칠흑같이 어두운 색깔.


“히든 타워···, 명계.”


나는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손으로 뺨을 후렸다.


“모든 생각을 지우고 도망칠 궁리만 해도 모자랄 판에 지금 저거 구경할 때냐 주우성?”


히든 타워는 반경 100M 안에 있는 모든 생물체를 도전자로 여기기에 타워 안으로 끌어당긴다.


그렇기에 도망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남들 챙길 시간도 없다.


달렸다.

숨이 차고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달렸다.


‘거의 다 왔다. 조금만···, 조금만 더···.’


이제는 살았다고 안심하던 그 순간.


“아···, 안 돼.”


등 뒤에서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놔! 노라고!”


보이지 않는 수십 개의 손이 내 신체 여기저기를 붙잡는다.


그리고.


나를 타워 쪽으로 당기기 시작한다.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결국, 나는 무형의 손들에 의해 타워로 끌려갔고.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 메시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정신을 잃었다.


[부패한 자들의 안식처, 명계에 입장했습니다.]

[그대의 도전에 행운이 깃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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