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구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야근의신
그림/삽화
AM 06:00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4
최근연재일 :
2024.09.17 06: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12,407
추천수 :
6,457
글자수 :
304,476

작성
24.08.30 06:00
조회
3,314
추천
108
글자
12쪽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DUMMY

*


“과장님, 왜 한남동하고 이태원 쪽에 재벌가 사람들의 집들이 많은 줄 아십니까?”


말레이시아에서 윤태진 부장이랑 한방을 쓸 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재벌가의 저택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준성이 그걸 알 리가 있나.

사실 그 동네에 그렇게 많은 재벌가 사람들이, 마치 무슨 집성촌처럼 옹기종기 모여서 살고 있는 줄도 몰랐었다.


윤태진 부장은 태블릿 PC에 고글 지도를 펼쳐서 대략적인 위치를 짚어가며 설명을 해줬다.

한남동 쪽에는 정말 오성, LZ, SG, 두강 그룹 등등 국내 유명 대기업 오너 일가와 친인척들의 집들이 모여 있었다.


“저는 오성가만 이 동네를 사랑하는 줄 알았습니다.”


오성 그룹은 창업주 이방천 회장부터 이 동네의 터줏대감이었고, 아들인 이강휘 회장, 손자인 이제영 부회장까지 3대째 한남동을 지키는 중이었다.


“재벌 1세 창업주들은 주로 성북동 쪽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2세와 3세로 내려오면서 이쪽 한남동 쪽에 터를 잡으신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장명구 회장님도 마찬가지입니까?”

“네, 선대 장주용 회장님의 자택은 청운동에 있었습니다. 지금은 범현도가 일가친척들이 제사를 지낼 때만 그쪽에 모이고 있지요.”


장명구 회장과 장의성 부회장 부자 및 그쪽 직계 가족들은 한남동 유엔빌라트에 모여 살고 있었다.

재벌들은 왜 이 동네에 모여 사는 걸까?

윤 부장의 얘기를 듣다 보니 더 궁금해졌다.

준성은 도곡동의 타워캐슬 같은 곳이 부의 상징인 줄 알고 있었는데...


“부장님, 궁금합니다. 빨리 말씀해주세요.”

“이거 시원하게 한 모금 하고 얘기하죠. 자, 짠.”


윤 부장이 칼스버그 캔을 내밀어서, 준성도 캔을 맞대고 같이 마셨다.


“크으, 시원하다. 신기하죠? 무슬림 국가라 자국 맥주는 없는데, 칼스버그 생산 공장은 있다니.”

“아이, 부장님. 자꾸 말 돌리지 마시고, 얘기 좀 해주세요.”

“역시, 우리 실장님 말씀이 맞네요.”

“네? 뭐가요?”

“별것 아닌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면 집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허허허, 참. 별걸 다 배우시는군요.”

“우리 실장님한테는 배울 게 많지 않습니까?”


윤 부장은 장재성의 최측근답게 아는 것도, 배운 것도 많은 것 같았다.


“장난은 그만 치겠습니다. 한남동 이 동네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이지 않습니까? 강북과 강남 중심지로 이동하기가 좋은 위치입니다.”


지도를 보니 그 얘기가 더 와닿았다.

강북과 강남, 그 어느 쪽이든 접근하기 편한 위치였다.


“두 번째로는 보안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보안이요?”

“이 주변에 외국 대사관과 영사관이 모여 있거든요.”

“아아, 그렇군요.”


대사관이나 영사관은 법적으로 철저하게 보호받는 시설이었다.

특히 외국 공관 주변에서는 집회나 시위를 할 수 없도록 집시법에 명시되어 있었다.


“언덕 지형을 끼고 있어서 지대가 높기도 하고 보통 담장이랑 축대를 더 높여서 철옹성 같은 느낌으로 집들을 지어놓은 곳이 많습니다. 그만큼 프라이버시 보호가 확실히 되는 거죠.”


단독 주택이라고 하면 아파트에 비해 보안이 취약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재벌가 저택들은 마치 작은 성곽이나 요새 같은 느낌을 줬다.


“마지막으로 풍수지리적 요인도 있습니다. 우리 사옥도 마찬가지였지만, 윗분들은 자택 위치도 이런 부분을 신경 쓰시더라고요.”


남산을 등지고 한강을 굽어보는 위치이기 때문에, 풍수지리에서 좋은 장소로 꼽는 배산임수 지형의 조건을 아주 잘 충족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문득, 이 동네가 장점만 있는 곳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 모든 장점을 듣고 나서도 확 땅기는 마음이 들지 않아서였다.


“부장님은 만약에 수백억, 아니 수천억대 부자가 되면 이런 동네에 살고 싶으세요?”

“저요? 아니요.”


윤 부장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여기 대중교통은 불편합니다. 그리고 전 가까운데 대형마트랑 극장 같은 거 있는 동네가 편하고 좋아요. 그리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죄다 높은 분들인데 그런 불편한 공기를 어떻게 마시고 삽니까? 허허허허.”


준성도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운전하다 시비가 붙어서 ‘운전을 뭐 그따위로 합니까?’라고 소리를 쳤는데, 어디 회장님이 떡하니 앉아있으면... 에휴.


저 동네는 그들이 사는 세상일뿐이었다.

사람은 사람 사는 동네에 살아야지.

그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


상도동에서 출발해서 강변북로를 타고 한남동까지 들어오는 건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장재성의 집은 장명구 회장 일가의 집들이 모여 있는 유엔빌라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경사가 진 언덕 위에 지어진 집이었는데, 이 언덕 밑에 있는 법면을 지하 벙커처럼 만들어서 수많은 차량을 보관하고 있었다.

손님용 차량은 지하 벙커가 아닌 지상 쪽에 주차하게 되어 있었다.


자동차 출입구 앞에서 차를 천천히 멈춰 세웠다.

안에서 CCTV로 준성의 차를 확인했는지, 커다란 철제 슬라이딩 도어가 옆으로 열렸다.

담장 안엔 차량 8대를 널찍하게 댈 수 있는 지상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서 빈자리에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주차장엔 차가 몇 대 주차되어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차가 에쿠츠 리무진이었는데, 장재성의 어머님 차라고 들었다.

판매가 1억 4천짜리 모델로 롱휠베이스의 리무진 버전이라 뒷좌석 승객을 위한 편의장치와 고급감 넘치는 인테리어가 적용된 차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사지 않을 차이기도 했다. 그 돈이면 반츠 S클래스나 BNW 7시리즈도 살 수 있는데, 굳이 현도차를? 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현도가 사모님의 아이덴티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차이기는 했다.


그 옆엔 제네실수 BH 프라도가 주차되어 있었다.

저건 윤태진 부장이 개인적으로 타는 차였는데,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프라도와 현도자동차가 콜라보레이션해서 만든 스페셜 모델로 1,200대 한정 생산으로 기획됐었다.

현도그룹에서 보유한 승용 가솔린 엔진 중에 가장 배기량이 큰 V8 5.0 타우 엔진을 얹어서 430마력을 뽑아내는 고성능 차량이었다.


특히 프라도의 손길이 닿은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었다.

제네실수 기본 모델과는 다른 외장 컬러와 프라도 특유의 사피아노 패턴이 적용된 천연 가죽 등 차별화된 포인트가 특징이었다.


차량 가격이 7천만 원이 넘어서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팔리는 차였는데, 윤 부장은 직원할인의 최대치인 30%를 받을 수 있는 연차라 과감히 이 차를 질렀다고 들었다.

고속에서 작정하고 쏘면 기름 게이지가 떨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연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제로백을 5초에 끊는 퍼포먼스 만큼은 확실한 차라고 자랑을 많이 했었다.


그리고 반대쪽 끝에 있는 쬐그만 빨간 차 때문에 깜짝 놀랐다.

피아토 아바르트 695 트리뷰토 페라릴리.

경차급 작은 차체에 페라릴리의 ‘430 스쿠데리아’ 디자인을 입힌 한정판 모델로 500대만 생산된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피아토의 공식 튜너인 아바르트에서, 1.1톤 수준의 가벼운 차체에 180마력 1.4 터보엔진을 얹어 만든 자동차.


차량 가격이 6천만 원이 넘어서 거의 준성의 차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차를 한 대나 두 대 정도 보유한 사람들은 절대 살 수 없는 차였다.

보통 사람들은 같은 돈이면 좀 더 크고 멋지고 편한 차를 선택하기 마련이고, 중고차 가격 방어가 잘 되는 브랜드와 모델을 고르니까.

이런 특이한 차는 이미 용도별로 차를 여러 대 보유한 찐부자에다 마니아인 사람이나 살 수 있는 거였다.


한 바퀴 빙 둘러보면서 넋을 놓고 차 구경을 하고 있는데,


“준성아.”


장재성이 나타났다.


“안녕하십니까?”

“야, 차는 들어왔는데 사람이 안 들어와서 나와봤다. 뭐하나 했더니 이거 구경하고 있었던 거야?”

“네, 신기해서요. 이거 완전히 초레어차 아닙니까?”

“하하하하. 아주 초특급 유니크 버전이긴 하지. 차 문 열려있다. 키도 안에 있고. 이왕 보는 거 안쪽도 봐야지.”


장재성이 고개를 끄덕여줘서, 얼른 운전석에 앉아봤다.

이 자그마한 차에 버킷시트가 장착된 게 놀라웠다. 기어봉이 없이 버튼과 패들시프트로 변속하는 페라릴리의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어 있었다.

장재성은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와 앉았다.


“이게 이 동네 골목길 돌아다니는 데 아주 유용해. 난 의성이 형님네 놀러 갈 때는 꼭 이런 차를 타고 간다.”

“일부러요?”

“응, 그러면 우리도 이런 컨셉으로 차를 만들어보자 이런 얘기를 꺼내기가 쉬워지잖아.”


벤치마킹하고 싶은 차를 직접 타고 와서 얘기를 꺼내는 건 정말 확실한 방법인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우리 구아의 모링 같은 경차에 제네실수 배지 달고 고성능 버전으로 튜닝해 놓으면 재미있지 않을까?”

“네, 매출에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마니아들은 좋아하겠죠. 이슈도 되구요.”

“당연히 이런 프로젝트들이 매출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 그런데 브랜딩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되니까 다들 이런 일들을 벌이는 거 아니겠어?”

“우리나라 회사들도 다양하고 창의적인 시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하나 천천히 풀어가야지. 이차도 한번 몰아보고 싶겠지만, 들어가서 식사부터 하자.”

“넵.”


준성은 아쉬움을 남기고 차에서 내렸다.


“차 키는 들고 내리지 말고 차에 놔둬. 담 넘어와서 이 차 끌고 나갈 사람 없다.”

“아, 네.”


마음 편히 차 안에 키를 넣어둘 수 있다는 것. 보안이 철저한 주택의 장점이었다.

준성의 아파트는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우고 이중주차를 해놓는 차들 때문에 주차장에서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급하게 나가야 하는데 차를 빼달라고 해도 연락이 안 되거나, 늑장을 부리는 사람을 만나면... 게다가 상대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개매너라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피곤함을 모른다.


주차장 앞쪽엔 예쁜 정원이 꾸며져 있었는데, 정원 중앙에 있는 분수대가 정말 특이했다.


“실장님, 저거 설마 V8 엔진입니까?”

“어, 우리 아버지가 주문 제작하신 거야.”


양쪽에 4개씩 8개의 실린더가 V자 구조로 늘어서 있는 엔진의 모습을 형상화한 분수였다.

마치 피스톤이 움직이는 것처럼 8개의 실린더에서 번갈아 가며 물을 뿜어내는 신기한 분수였다.


“독일 엔지니어가 만들어 줬다는데 돈 많이 들었다 저거.”


딱 봐도 그래 보였다.

8기통 엔진 모양의 분수가 물을 뿜어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

장재성의 집답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아, 실장님. 제 차에서 선물을 안 꺼내왔습니다.”

“웬 선물?”

“어머니가 웃어른 댁에 빈손으로 방문하는 거 아니라고 하셔서요.”


준성은 얼른 차에 가서 홍삼 선물 세트를 꺼내왔다.

홍삼의 품질은 천삼, 지삼, 양삼 순으로 나눠진다는 걸 이번에 선물을 고르면서 알게 됐다.

윗급으로 가면 가격이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뛰어버려서, 양삼으로 실하게 구성된 세트를 사 들고 왔다.


“홍삼? 아, 내 선물이 아니라 어머니 드릴 거구나. 좋아하시겠네. 들어가자.”

“넵.”


준성은 장재성의 뒤를 따라 집에 들어갔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약간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아들, 어서 와라.”


장재성의 어머니는 준성을 아들이라 불러주며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엉겁결에 집에서 어머니와도 안 하는 포옹까지 하며 인사를 나눴다.


준성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던 첫인사였다.

재벌가 저택 방문의 첫인상은 당황 또는 황당,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주는...

그래, 혼돈의 카오스였다.

제30화 삽화_3rd.jpg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 3세를 구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섯번째 제목 변경 공지 +7 24.08.09 4,163 0 -
49 제48화 기회는 영웅을 만든다 NEW +5 20시간 전 1,046 49 13쪽
48 제47화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14 24.09.16 1,451 76 14쪽
47 제46화 (가짜) 재벌 3세 장준성 +18 24.09.15 1,688 82 13쪽
46 제45화 천종산삼 +15 24.09.14 1,858 81 14쪽
45 제44화 영화 같은 하루 +14 24.09.13 2,003 76 13쪽
44 제43화 음악회, 알리바이 그리고 거짓말 +11 24.09.12 2,121 96 14쪽
43 제42화 미션 임파서블 +12 24.09.11 2,157 95 14쪽
42 제41화 가짜를 진짜로, 진짜를 가짜로 +11 24.09.10 2,357 96 14쪽
41 제40화 잘 만든 차가 맞습니까? +14 24.09.09 2,480 87 14쪽
40 제39화 장진수를 부르는 목소리 +12 24.09.08 2,584 113 12쪽
39 제38화 신설, 전기자동차 본부 +9 24.09.07 2,590 109 13쪽
38 제37화 이중 스파이 +16 24.09.06 2,710 129 14쪽
37 제36화 임기응가 +14 24.09.05 2,844 124 15쪽
36 제35화 스케일이 커졌다 +15 24.09.04 2,993 128 16쪽
35 제34화 든든한 공범 +11 24.09.03 3,060 121 12쪽
34 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11 24.09.02 3,127 122 12쪽
33 제32화 자동차대여사업 +12 24.09.01 3,159 104 13쪽
32 제31화 재벌가의 사모님 +12 24.08.31 3,326 111 15쪽
»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8 24.08.30 3,315 108 12쪽
30 제29화 언니는 적이다 +11 24.08.29 3,341 110 14쪽
29 제28화 VIP를 위한 시승 +7 24.08.28 3,389 106 14쪽
28 제27화 꼭 가고 싶습니다 +9 24.08.27 3,551 115 13쪽
27 제26화 히든 카드 +8 24.08.26 3,647 113 15쪽
26 제25화 품절남 +10 24.08.25 3,881 118 14쪽
25 제24화 갑질 아닌 갑질 +11 24.08.24 3,886 125 13쪽
24 제23화 늘어나는 거짓말 +13 24.08.23 3,891 123 15쪽
23 제22화 카운터 어택 +9 24.08.22 3,898 127 14쪽
22 제21화 산 넘어 산 +11 24.08.21 3,906 118 14쪽
21 제20화 비상 상황 +14 24.08.20 4,027 12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