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구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야근의신
그림/삽화
AM 06:00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4
최근연재일 :
2024.09.17 06:00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212,412
추천수 :
6,457
글자수 :
304,476

작성
24.09.03 06:00
조회
3,061
추천
121
글자
12쪽

제34화 든든한 공범

DUMMY

재성은 그동안 정말 고민을 많이 했었다.


장의성.

이 형님은 머리가 비상했다.

탑을 오픈한 것 같은 시원한 헤어스타일이었지만, 고성능 컨버터블이라는 건 인정해줘야만 했다.

특히 모든 걸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뛰어났다.


어떻게 하면 의성이 형을 속일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봤으나, 완벽한 안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형님이라면’이라는 가정하에 시뮬레이션해본 모든 경우에, 하나같이 크고 작은 허점이 보였다.

그래서 아예 정반대의 방법을 쓰기로 했다.

비밀을 까서 오픈하는 거였다.


“형님도 뼈저리게 느끼고 계시겠지만, 형님이나 저나 형제가 없어서 손이 부족한 거 아닙니까?”


장의성은 1남 3녀 중 막내였다.

장명구 회장은 슬하에 딸만 셋을 연달아 낳다가 마지막에야 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손이 귀한 집이었다.


그래도 장명구 회장이 선대 어른들과 다른 점은 딸들에게도 경영 참여를 허락했다는 거였다.

큰딸은 현도그룹의 광고대행사 이누션에서 일을 했고, 둘째 딸은 남편과 함께 현도카드와 캐피탈을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셋째 딸은 달비치호텔앤리조트에서 근무했다.

그룹 내 계열사에 일할 수 있게 배려해준 건, 확실히 선대 어른들과 다른 행보였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현도자동차는 막내이지만 아들인 장의성 부회장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지. 너나 나나 아들은 하나인 집이라...”

“형님 위로 누님들이 아니라 형제만 있었으면 어땠을 것 같습니까? 사형제였다면요?”


장의성은 잠시 생각을 한 뒤 대답했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었는데... 아마 큰형이 지금 내 자리에 앉아 있을 거고, 둘째 형은 구아차, 셋째 형은 미국 총괄, 나는 아마 저 정도 자리에 있지 않았을까?”

“이거 보십쇼. 아들이라는 자원이 있으면 어디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그림이 딱 그려지지 않습니까?”

“허... 허허허. 그러네.”


말단 임원인 이사부터 사장을 단 사람까지, 그룹 내의 임원들을 어느 자리에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인사이동 문제는 오너에게 늘 어려운 숙제였다.

개개인의 역량과 충성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들들이라면, 일단 믿고 맡길 수 있는 게 사실이었다.

자기들끼리 왕자의 난 같은 걸 벌이는 일도 있지만, 그런 건 비정상적인 사례였다.


“제가 전기차 사업을 맡는다면, 배터리 사업을 믿고 맡길 사람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중이었는데, 크로아티아에서 제 목숨을 구해준 녀석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장진수를 만난 계기부터 동생역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 장준성으로 육성했던 과정을 짧게 요약해서 들려줬다.

물론 엘레나 이야기는 과감히 생략했다.


“재성이가 준비를 많이 했네. 내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런 일은 상상도 못 했을 거다. 확실히 너는 창의성이 있어. 생각이 유연하고.”


본인이 가지지 못한 장점을 칭찬해줄 수 있다는 것도 이 형님의 장점이었다.


“서자라고 해도 우리 장씨 핏줄이라고 하면 무게감이 달라지지.”

“그렇죠.”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거지?”

“네, 맞습니다. 그걸 노리고 계속 밑밥을 깔고 있었던 겁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춰 우겨대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자성어.

이런 건 완전 연수종 실장 스타일인데, 가깝게 지내더니 한 수 배운 건가?


“세 사람이 아니라 사내 많은 임직원이 이미 진실인 양 믿고 있습니다.”

“연 실장님은 긴가민가하면서도 믿고 있는 눈치고, 오 실장님은 거의 확신하는 눈치던데? 핵심 임원들을 잘 구워삶아 놨어.”


회사의 실세 중 두 사람을 각자의 스타일에 맞춰서 낚느라 준성이랑 같이 노력 좀 했었다.

그동안 꾸준히 작업을 해왔던 건, 반복된 정보 노출로 진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였다.


“‘일루서리 트루스 이펙트(Illusory Truth Effect)’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환상의 진실 효과? 그게 뭐야?”

“반복된 정보를 진실로 믿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심리학 쪽 용어인가?”

“네,”

“내가 그쪽은 잘 모르는 분야라. 그런데 무슨 뜻인지 쉽게 이해는 되네. 가짜 뉴스가 위험한 게 이런 것 때문이잖아.”

“맞습니다.”

“위에서는 진짜로 계속 거짓 보고를 받다 보면 속아 넘어가기 쉬울 수 있어. 그렇다면 경영자로서 주의해야 할 점은 뭐가 있을까?”


장의성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배우려 하는 자세였다.

그것도 매우 실용적인 자세로 본인이 써먹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응용하는 걸 좋아했다.


“가장 먼저 본인은 절대 속지 않을 거라는 자만을 버려야 하고, 반대 의견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경영자에게 올라오는 보고서에서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나 페이크 데이터를 걷어내고 팩트 체킹을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장의성은 재성의 말을 폰에다가 바로 메모했다.


“들어보면 다 아는 얘기 같지만, 이런 건 반드시 되새김질을 해줘야 해.”


자만하지 않는 성격 역시 이 형님의 장점이었다.

확실히 난 사람이었다.

고령의 회장님이 조만간 현역에서 은퇴하게 되면, 본인만의 스타일로 그룹을 더 크게 키울 준비를 하고 있는 차기 그룹 총수가 바로 재성의 눈앞에 있는 장의성 부회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이거.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울타리 밖에서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려는 이유는 뭐야?”


보안 유지가 필요한 계획이어서, 보고서에 일부러 자세히 적어놓지 않은 내용이었다.


“제가 투자하고 있는 연구 분야가 차세대 전지거든요. 아직 상용화 일정이 나오지도 않은 기술이라, 현도의 이름을 걸고 진행하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개발 중인 기술의 개요를 잘 포장하면 투자자를 모으고 주가를 띄우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당 기술의 상용화가 늦어지거나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오히려 주가 및 경영 행보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게다가...


“LZ, 오성, SG그룹에서 우리가 배터리 사업에 진출한다 그러면 심하게 견제를 시작하겠지. 더군다나 메이저 삼사가 손대고 있지 않은 기술이잖아?”

“네, 맞습니다.”

“그러면 언론 플레이로 신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풀고, 당장 납품받아야 할 전기차 배터리를 쥐고 흔들 수도 있고... 힘들어질 게 뻔히 보이네.”


역시 의성이 형은 예리하게 문제점들을 짚어 냈다.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받아 써야 할 초거대 클라이언트가 직접 배터리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서는 걸 좋아할 제조사가 있을 리 만무했다.

그것도 본인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리튬 이온 배터리, 특히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는 NCM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한 배터리라면, 그들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리인을 내세워서 뒤로 개발을 하겠다?”

“넵.”

“그 대리인이 장준성이고.”

“맞습니다.”

“개발 단계에서 언론이나 애널리스트들한테 정보가 새는 문제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인력 중 한 명은 말레이시아에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 맞다. 동창이지? 얼마 전에 동남아 출장 다녀온 거.”

“네네.”

“외국에서 연구 중인 건 보안에 문제가 없겠지.”

“네. KIST의 박사님도 함께하는 중이긴 한데, 애초에 KIST 측에 연구비 지원 조건으로 내건 게 보안 유지라서 그쪽도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연구 성과가 나기 시작하면 그거 발표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할 텐데?”

“말레이시아 측과 공동 연구 협약을 걸어놔서 단독 발표를 못 하게 조치해놨습니다.”

“안전장치를 심어놨구나.”


장의성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배터리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을 빠르게 읽어봤다.


“차세대 배터리 연구가 실패해도 우리 회사에 아무 영향이 없는 건 좋은데, 반대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는 전기차를 생산하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다 휘어잡는 거죠. 파급력이 정말 클 겁니다. 특히 가격 경쟁력에서 압도적으로 메리트가 있을테니까요.”

“중국 애들이 개발 중인 LFP 배터리보다 더?”

“네, 훨씬 더 싸게 뽑을 수 있습니다.”


LFP 배터리는 리튬(Li)과 인산철(Fe₃(PO₄)₂)을 양극재로 활용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주로 중국의 배터리 회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는 NCM 배터리에 비해 가격이 30% 정도는 저렴했다.

원자재 가격이 훨씬 더 싸고 제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었다.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싸기 때문에 배터리의 양을 늘리면 주행거리를 쉽게 늘릴 수 있었다.


“우리도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을 서둘러야겠어.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꽉꽉 채워 넣으면 주행거리를 더 늘릴 수 있는 거잖아.”


아직은 완성차 회사들이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 플랫폼으로는 엔진 대신 모터가 들어가고, 연료탱크는 걷어내는 대신 배터리를 많이 넣어야 하는 전기차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전용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었으나, 완전한 신규 플랫폼 개발은 기간도,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과감히 투자에 나서는 회사가 없었다.


“테실라는 처음부터 전기차 전문 회사로 시작해서 그런 문제를 뛰어넘어버렸죠.”

“걔들은 대신 자동차의 기본 성능을 조율하고 세팅하는 노하우가 부족할 거야. 걔들이 그런 부분을 채워나가기 전에 따라잡아야지.”


신생 자동차 회사가 단기간에 얻을 수 없는 게 있다면, 그건 모터스포츠 기술로부터 축적한 경험과 데이터였다.

극한의 가혹 조건에서 한계까지 차를 밀어붙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알고, 해결책을 연구해본 경험이 차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법이었다.


“그 배터리 회사가 성공하게 되면 우리 현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거야?”

“성공하면 그때 장준성이라는 캐릭터를 대중에게 공개할 겁니다.”

“현도가의 서자로?”

“네. 그리고 회사는 현도 그룹에 편입시켜야죠.”

“그러면 배터리까지 수직계열화를 할 수 있게 되겠네. 그림은 참 좋다.”


현도 그룹은 창업주인 장주용 회장부터 수직계열화에 힘써왔고, 그런 노력 덕분에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 수직계열화를 가장 잘 이뤄낸 회사가 됐다.

수직계열화는 기업이 생산과 유통 과정에 필요한 모든 활동을 내부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했다.

현도 제철에서 강판을 생산하고, 현도 모비스와 위아, 파워텍, 다이모스 등에서는 부품을 만든다.

현도차와 구아차에선 이를 받아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현도 글로비스에서는 완성차 물류를, 자동차 할부는 현도 캐피탈에서 담당한다.

거기에다 미래 먹거리가 될 전기차 배터리까지 추가할 기회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준성이라는 애는 좀 어때? 사내에서 평은 나쁘지 않은 것 같던데.”

“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를 좋아하고, 저랑 호흡도 잘 맞고요.”

“신분 세탁 이전의 과거가 문제 될 가능성은 없을까?”

“레노오성에서 대리로 근무하다가 퇴사하긴 했는데, 크게 문제 될 건 없어 보입니다. 문제가 생겨도 웬만하면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니가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겠지. 거기에 이제 나도 공범이 됐으니, 힘을 보태줄 수 있을 거고.”


역시 의성이 형님은, 속이는 것보다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아주 든든한 공범이 생겼다.


“하는 수 없이 회장님은 속여야겠고...”

“죄송스럽지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장명구 회장은 장의성 부회장만큼 유연한 분이 아니었다.

재계에서도 강성 캐릭터로 유명한 인사여서 의성이 형님과 같은 방법으로 설득하고 포섭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 준성이라는 애, 나도 한번 만나보자.”

“준성이를요?”

“걔도 내 육촌 동생이 되는 거잖아. 집안의 어른이자 형으로서 면접을 한 번 봐야 하지 않겠어?”

“네. 알겠습니다.”


준성이 이 녀석.

부회장 독대 이벤트를 소식을 알리면 앓는 소리를 할 게 뻔한데...

빨리 전화를 걸어주고 싶었다.

크크크크. 재미있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 3세를 구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다섯번째 제목 변경 공지 +7 24.08.09 4,163 0 -
49 제48화 기회는 영웅을 만든다 NEW +5 20시간 전 1,046 49 13쪽
48 제47화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14 24.09.16 1,451 76 14쪽
47 제46화 (가짜) 재벌 3세 장준성 +18 24.09.15 1,688 82 13쪽
46 제45화 천종산삼 +15 24.09.14 1,858 81 14쪽
45 제44화 영화 같은 하루 +14 24.09.13 2,003 76 13쪽
44 제43화 음악회, 알리바이 그리고 거짓말 +11 24.09.12 2,121 96 14쪽
43 제42화 미션 임파서블 +12 24.09.11 2,157 95 14쪽
42 제41화 가짜를 진짜로, 진짜를 가짜로 +11 24.09.10 2,357 96 14쪽
41 제40화 잘 만든 차가 맞습니까? +14 24.09.09 2,480 87 14쪽
40 제39화 장진수를 부르는 목소리 +12 24.09.08 2,584 113 12쪽
39 제38화 신설, 전기자동차 본부 +9 24.09.07 2,590 109 13쪽
38 제37화 이중 스파이 +16 24.09.06 2,710 129 14쪽
37 제36화 임기응가 +14 24.09.05 2,845 124 15쪽
36 제35화 스케일이 커졌다 +15 24.09.04 2,994 128 16쪽
» 제34화 든든한 공범 +11 24.09.03 3,062 121 12쪽
34 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11 24.09.02 3,127 122 12쪽
33 제32화 자동차대여사업 +12 24.09.01 3,159 104 13쪽
32 제31화 재벌가의 사모님 +12 24.08.31 3,326 111 15쪽
31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8 24.08.30 3,315 108 12쪽
30 제29화 언니는 적이다 +11 24.08.29 3,341 110 14쪽
29 제28화 VIP를 위한 시승 +7 24.08.28 3,389 106 14쪽
28 제27화 꼭 가고 싶습니다 +9 24.08.27 3,551 115 13쪽
27 제26화 히든 카드 +8 24.08.26 3,647 113 15쪽
26 제25화 품절남 +10 24.08.25 3,881 118 14쪽
25 제24화 갑질 아닌 갑질 +11 24.08.24 3,886 125 13쪽
24 제23화 늘어나는 거짓말 +13 24.08.23 3,891 123 15쪽
23 제22화 카운터 어택 +9 24.08.22 3,898 127 14쪽
22 제21화 산 넘어 산 +11 24.08.21 3,906 118 14쪽
21 제20화 비상 상황 +14 24.08.20 4,027 124 1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