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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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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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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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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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DUMMY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에서 재벌 3세를 구해주고 의형제를 맺었다는 아주 심플한 현실 판타지 스토리.

물론 장재성의 카게무샤 역할을 하는 비밀 임무와 개명을 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전 직장의 이야기도 덩달아 생략하게 됐다.

장재성을 구해준 시점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진이는 준성이 대학을 졸업하고 여행을 가서 사건이 벌어졌고 신입사원으로 현도차에 입사했다고 알고 있었다.


의도적 생략과 부분적 진실이 잘 섞인 스토리.

이 정도면 상당 부분을 공유해준 거라 연애 도중에 걸리는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리고 비밀로 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어찌 됐든 새어 나가면 좋을 게 없는 이야기였다.


- 우리 회사 직원 중에도 조상식, 조상범 형제하고 친한 라인들이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은 그냥 측근일 뿐이지 의형제 이런 수준은 아닌데... 우와, 진짜 신기하다.


유진이는 장준성의 이야기에 놀라면서도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준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든 곧이곧대로 믿고 있었다.


- 이번 주말엔 형님 차 중에 폴우쉐리 빌려서 놀러 갈 거야. 기대해.

- 흐에. 차도 빌려주시는 거예요?

- 응. 우리 사이에 그 정도야 뭐.


아주 살짝, 허세를 부려봤다.

다른 데서는 장재성을 등에 업고 나대는 일을 절대 하지도 않고,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있었지만...

여친 앞에서 이 정도는 애교지.


이로써 어머니에 이어 유진이에게도 일부의 진실을 공유했다.

덕분에 거짓으로 점철된 마음이 한결 더 가벼워졌다.

장준성의 비밀은 완전히 아는 사람도 있고, 일부만 아는 사람도 있고 뒤죽박죽 섞여 가는 상황이었다.

누가 어디까지 어떤 버전으로 알고 있는지, 이것도 신경 써서 관리해야 할 것 같았다.


장재성은 다음 주 장의성 부회장이 귀국하는 날, 스프린터를 끌고 나가 공항 픽업을 하기로 했다.

장의성 부회장은 런던 올림핌 참관 및 양궁 선수단 격려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영국과 독일의 현도차 직원들을 만나고 현도차 체코공장과 구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한 뒤 귀국한다고 했다.

그때 스프린터에 태워 오면서 전기차 브랜드 분사 및 배터리 개발에 대한 밀담을 나눌 예정이었다.


장재성은 항상 여러 가지 버전의 안을 비교하고 시뮬레이션해보면서 전략을 짜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장의성 부회장과의 미팅에서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아직 결정을 못 했다고 했다.

아마 만나기 직전까지도 고민하게 될 것 같다고 했었다.

어느 쪽이든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겠지, 뭐.

장재성은 그만큼 신뢰가 가는 사람이었다.


* * *


8월 10일 금요일.

장의성은 런던 올림픽 참관과 유럽 출장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잠깐의 짬도 없는, 아주 타이트한 일정이었다.

하루 아니,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서 쉬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

HMMC(Hyundo Motor Manufacturing Czech)에서 독일로 넘어오는 길에는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라는 온천 도시가 있는데, 거기서 조금 쉬었다 왔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회장님은 절대 그런 걸 허용하지 않았다.

75세의 연세에도 글로벌 사업장을 둘러볼 때면 3박 7일짜리 하드코어한 출장 일정을 소화하시는 분이시니...

아무리 퍼스트클래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해도 엄청난 강행군이었다.

아버지이지만 경외심을 갖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의지와 체력이었다.


“형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어, 재성아.”


육촌 동생인 장재성이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이 녀석은 엄청난 미남은 아니었지만, 스타일이 참 좋았다.

무엇보다 부러운 건 아홉 살이나 어린 나이...라기 보다는 풍성한 머리숱이었다.


“짐은 이리 주십쇼. 차로 모시겠습니다.”

“뭔 중요한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직접 나오고 그런 거야? 궁금하게.”

“진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 퇴사하고 다른 데 간다는 그런 건 아니지?”

“제가 가긴 어딜 갑니까? 하하하하.”


재성이는 차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지만, 업무 능력이 뛰어났다.

특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부분이 중장기 프로젝트를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해보고 방향성을 검토하는 거였다.

난다긴다하는 능력자들이 포진해있는 사내 임원진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실력이라 다들 나이 어린 재성이를 인정하고 있었다.

회장님도, 조금 이르긴 하지만 올해 연말에 재성이를 전무로 승진시키겠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부회장님, 다녀오셨습니까?”

“아, 윤 부장님, 고생하십니다.”

“형님, 어서 타시죠.”


윤태진 부장.

재성이의 아버지인 장명건 부회장을 모시던 인물로서 충성심이 엄청난 인물이었다.

재성이가 저런 인물을 옆에 데리고 있는 것도 조금 부럽긴 했다.

의성의 주변에도 일 잘하는 사람이나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이 있긴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목숨을 걸고 지켜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저 윤태진이라는 남자는 그런 일이 있으면 장재성을 구할 사람이었다.


“야, 니 차는 볼 때마다 신기하다 이거.”

“여기가 상석입니다. 안마 시트는 이 자리에만 달아놨거든요.”


의성은 재성이 권한 자리에 앉아 두 다리를 쭉 뻗고 등받이를 뒤로 젖혔다.


“나중에 우리 ‘EU’ 출시하면 이거 팔고 그거 타기로 약속한 거다.”

“당연하죠. 우리 회사에 이런 사이즈의 차가 없어서 제가 이걸 개조해서 타고 있는 겁니다.”


재성이가 이동형 오피스로 개조해서 타는 반츠의 스프린터는, 현도의 미니밴인 스타맥스보다는 크고 중형 버스인 카운트보다는 작은 차였다.

예전에 울산 공장에 내려갈 때, 이 차를 처음 얻어타고 같이 움직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의성도 이 차의 유용함을 인정했었다.

업무와 휴식 모두 특화되어 있어서, 장거리 이동 중에 일을 하고 중간중간 쉬기에도 좋았다.


재성이는 늘 이런 식이었다.

현도나 구아에서 보유하지 않은 세그먼트나 컨셉의 차를 끌고 나타나서, 우리 회사에 이런 차가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타고 있다며 툴툴거렸다.

사실 이 정도 사이즈의 LCV(Light Commercial Vehicle)는 유럽 시장에 꽤 많은 수요가 있었다.

재성이가 타는 반츠의 스프린터부터, 레노의 마스터, 피아토의 두카토 등 다양한 동급 차량들이 격전을 벌이는 시장이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EU를 지시했다.

스프린터의 동급 LCV를 만들어 유럽 시장에 던져보는 게 목표였다.


“참, 이번에 양궁에서 역대 최대 성적을 올렸던데요? 축하드립니다.”

“뭐 내가 축하받을 일인가. 선수들이 잘해준 거지.”


런던올림픽에선 남, 여 개인전과 여자 단체전 금메달, 그리고 남자 단체전의 동메달. 모두 세 개의 금메달과 한 개의 동메달을 따왔다.

역대 최고의 성적이라 양궁협회장으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올림픽이었다.


“그건 그렇고 긴히 할 이야기는 뭔데?”


시트에 안마 기능을 켰더니 목소리가 덜덜덜 떨리면서 나왔다.

등을 두드리는 힘이 조금 약한 느낌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여기 이 보고서 좀 검토해주십쇼.”

“아, 이거 글씨가 흔들려서 못 읽겠네. 일단 안마기를 끄고. 어디 보자.”


첫 페이지에 내용을 요약, 강조한 서머리 장표가 있어서 바로 핵심을 읽어낼 수 있었다.

전기차 브랜드를 분리, 분사하겠다는 이야기였다.


“흐음... 전기차 브랜드를 분사하자. 이유는?”

“형님이 제네실수를 현도와 다른 별도 브랜드로 분리하고 싶어 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죠.”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현도’의 이미지는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성능을 가진 차. 싼 맛에 경제적으로 타는 차였다.

그래서 ‘현도’ 배지를 단 전기차 모델들을 런칭하는 것보다, 별도의 브랜드로 이미지를 빌드업하는 게 나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특히 미국의 테실라를 벤치마킹한 전략으로 고성능, 럭셔리 모델부터 런칭한 후, 향후에 대중적인 볼륨 모델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전략. 솔깃한 제안이었다.


“나쁘지 않은 아이디어야. 설득력도 있고. 그런데 김건 실장은 전기차보다 수소차를 밀고 있잖아.”


기획조정 1실장인 김건 부사장은 혁신 기술 개발 및 투자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사내에 적이 거의 없이 모두와 잘 지내는 편인 재성이를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김건 실장이었다.

김 실장이 싫어하는 이유는, 혁신 기술 개발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잡을 때 재성이가 늘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김 실장과 재성이의 의견이 대립했을 때,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검증해보면 재성이의 의견이 옳았던 경우가 거의 9할 가까이 됐기 때문에 김 실장이 자존심을 구긴 일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김 실장은 일부러라도 재성이와 반대되는 의견을 고집할 때가 종종 있었다.


“네, 물론 형님이랑 김 실장님이 수소차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긴 합니다만...”


의성 역시 김 실장과 비슷한 속마음이 있었다.

재성이는 믿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측근이자 동생이지만, 이 녀석과 다른 의견으로 한 번은 이겨 먹고 싶다는 무의식적 욕망이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었다.


“독보적이고 뛰어난 기술이 항상 업계 표준이 되는 건 아닙니다. 베타맥스나, CDMA가 모두 기술이 부족해서 진 건 아니었으니까요.”


과거의 영상 저장 장치인 비디오테이프는 베타맥스가 아닌 VHS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표준 기술이 되어 버렸다.

2G 통신 기술 역시 세계시장 점유율은 CDMA보다 GSM 방식이 훨씬 더 높았다.

기술의 우위를 점한다고 해서 꼭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미국은 수소차가 아니라 전기차를 밀고 있습니다.”


미국은 누가 뭐래도 기술 표준을 좌지우지할 힘을 가졌고, 언제든지 자국에 유리한 비관세 장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라였다.


“그래도 수소차의 장점은 무시 못 하지. 우리가 그 어떤 플레이어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수소차는 수소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전기 발생장치로 보내고, 연료전지 스택에서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만든 전기를 모터에 보내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전기로 모터를 굴린다는 건 공통점이어서, 전기차와 기본적인 원리는 동일했다.


현재 수소차 원천 기술을 보유한 브랜드는 일본의 타요타와 현도차가 투 톱이었다.

의성은 오너로서 현재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수소차 개발과 투자는 현도차에서 형님이 주도하시고, 전기차는 제가 이끌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양쪽이 쉐어하는 기술이야 같이 가져가면 되는 거고요.”


‘따로 또 같이’ 가자는 제안.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되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회사를 분리하는 방법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어느 쪽으로 고민하고 있어?”

“물적분할 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적분할(Split-off)를 하면 수직적 관계인 자회사(Subsidiary)가 생기고, 인적분할(Spin-off)를 하면 수평적 관계인 계열사(Affiliate)가 만들어진다.

자본적으로 100% 종속되는 자회사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혹여 반기를 들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주가에는 인적분할이 더 유리할 텐데... 이 부분은 이용빈 실장님하고 좀 더 면밀히 검토해보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회장님은 같이 설득해보자고.”


재성이의 제안과 계획대로 된다면, 기존의 현도와는 다른 이미지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시장에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프로젝트였다.

게다가 재성이는 피를 나눈 친척에다 모든 일을 믿고 맡길만한 능력이 있는 녀석이었다.


“형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상의드릴 게 있습니다.”

“응, 얘기해.”

“장준성이라고 제 동생과 함께 배터리 스타트업을 별도로 차리고 싶습니다.”


장준성.

안 그래도 여러 루트를 통해 이야기가 들어오고 있던 문제였다.

한 번쯤은 재성이와 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볼 참이었는데.


“그런데, 그 녀석 정체가 뭐야?”

“제가 배우를 섭외한 겁니다.”


재성이는 정말 예상 밖의 대답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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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48화 기회는 영웅을 만든다 NEW +5 20시간 전 1,046 49 13쪽
48 제47화 세계는 넓고 할일은 많다 +14 24.09.16 1,451 76 14쪽
47 제46화 (가짜) 재벌 3세 장준성 +18 24.09.15 1,688 82 13쪽
46 제45화 천종산삼 +15 24.09.14 1,858 81 14쪽
45 제44화 영화 같은 하루 +14 24.09.13 2,003 76 13쪽
44 제43화 음악회, 알리바이 그리고 거짓말 +11 24.09.12 2,122 96 14쪽
43 제42화 미션 임파서블 +12 24.09.11 2,158 95 14쪽
42 제41화 가짜를 진짜로, 진짜를 가짜로 +11 24.09.10 2,357 96 14쪽
41 제40화 잘 만든 차가 맞습니까? +14 24.09.09 2,480 87 14쪽
40 제39화 장진수를 부르는 목소리 +12 24.09.08 2,584 113 12쪽
39 제38화 신설, 전기자동차 본부 +9 24.09.07 2,590 109 13쪽
38 제37화 이중 스파이 +16 24.09.06 2,710 129 14쪽
37 제36화 임기응가 +14 24.09.05 2,845 124 15쪽
36 제35화 스케일이 커졌다 +15 24.09.04 2,994 128 16쪽
35 제34화 든든한 공범 +11 24.09.03 3,062 121 12쪽
» 제33화 예상 밖의 대답 +11 24.09.02 3,128 122 12쪽
33 제32화 자동차대여사업 +12 24.09.01 3,160 104 13쪽
32 제31화 재벌가의 사모님 +12 24.08.31 3,327 111 15쪽
31 제30화 혼돈의 카오스 +8 24.08.30 3,315 108 12쪽
30 제29화 언니는 적이다 +11 24.08.29 3,341 110 14쪽
29 제28화 VIP를 위한 시승 +7 24.08.28 3,389 106 14쪽
28 제27화 꼭 가고 싶습니다 +9 24.08.27 3,551 115 13쪽
27 제26화 히든 카드 +8 24.08.26 3,648 113 15쪽
26 제25화 품절남 +10 24.08.25 3,881 118 14쪽
25 제24화 갑질 아닌 갑질 +11 24.08.24 3,886 125 13쪽
24 제23화 늘어나는 거짓말 +13 24.08.23 3,891 123 15쪽
23 제22화 카운터 어택 +9 24.08.22 3,898 127 14쪽
22 제21화 산 넘어 산 +11 24.08.21 3,906 118 14쪽
21 제20화 비상 상황 +14 24.08.20 4,027 12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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