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울프21
그림/삽화
E-soul
작품등록일 :
2024.08.02 11:20
최근연재일 :
2024.08.28 11: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68,966
추천수 :
2,539
글자수 :
121,980

작성
24.08.02 11:21
조회
5,321
추천
129
글자
7쪽

타임 002. 돈이 필요해! (삽화)

DUMMY

쾅쾅쾅!


“총각! 안에 있는 거 다 아는데, 계속 없는 척 그럴 거야?”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9.jpg

쾅쾅쾅!


사채업자들이 살벌한 협박과 신체 포기 각서를 받아 간 지 며칠 되지 않았는데, 이젠 주인집 아줌마까지 난리다.


“문을 열어 보라니까!”


쾅쾅쾅!


“나는 분명히 이야기했어. 이번 주까지 월세 못 내면 짐 빼고 다른 사람 받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쾅쾅쾅!


“내 말 들었지? 이번 주까지야!”


문짝이 부서져라, 두들기던 주인집 아줌마는 화를 참지 못하겠다는 듯 한참을 씩씩대다 옥상을 내려갔다.


“젠장···. 미치겠네.”


방구석 모서리 창틀 아래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밖을 살피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다시 쾅쾅거리며 문짝이 흔들렸다.


“히익.”


“안에 있는 거 안다니까! 방금 창틀에 머리카락 보였어! 좀 나와봐. 얼굴 보고 이야기하게!”


혹시나 했는데 역시다.


내려간 척 옥상 난간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줌마가 쏜살처럼 튀어와 다시 문을 두들겼다.


“쯧! 진짜 이럴 거야? 봐주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건 너무 하잖아. 나도 먹고는 살아야지!”


나도 알아요. 아는데, 젠장 돈이 없는 걸 어떡합니까. 요즘엔 공사판 일자리도 가물에 콩 나듯 있다고요.


“총가가가가가가각!!!!”


아우, 목청도 크셔라. 이러다 옥탑방 무너지겠네.


아줌마는 한풀이라도 하듯 다시 한참을 쏟아부으며 헉헉거리다가 지쳐서 옥상을 내려갔다.


이번에도 어디 숨어있다 튀어나올까 무서워서 구겨진 자세 그대로 30분 넘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간 건가? 설마 또 튀어나오진 않겠지?


긴가민가한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창틀 사이를 들여다봤다.


“후···.”


숨을 내쉬며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키는데, 한 자세로 오래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허리, 다리가 지끈거렸다.


“돌겠네···. 이번엔 진짜 쫓겨나겠는데.”


두어 달 방세를 밀릴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이번엔 진짜 심각했다.


다른 땐 자잘한 일이라도 꾸준해서 늦게라도 방세를 낼 수 있었지만, 이번엔 진짜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방세가 아니었다.


아줌마는 문짝 좀 두들기고 화풀이하는 정도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사채업자 놈들은 저 정도에서 그칠 리 없다.


밤중에 빠루로 문을 따고 들어와 아무렇지도 않게 콩팥을 떼어갈 놈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겐 안돼. 뭐라도 방법을 찾아야 해.”


최악의 방법이지만, 다른 동네 사채로 돌려막기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이제 스물 중반인데, 콩팥 떼이고 간 떼이고 눈알까지 떼여 반병신으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 위약 테스트라도 없나?”


단기간에 목돈··· 이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방세, 이자라도 내려면 그나마 이쪽 아르바이트가 즉방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일거리를 뒤적거리는데, 데이터폰 상단에 남은 데이터가 얼마 없다는 경고 메시지가 떴다.


“아···. 안돼. 데이터마저 끊기면 일자리는 어디서 찾냐고!”


다급히 목록을 뒤적이는데, 게임 베타 테스터 모집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허접한 아이템이나 레벨 보상이 아니라, 돈을 주고 하는 베타 테스트라고 적혀 있다.


“유상 베타 테스트라고?”


돈만 준다면 양잿물 흡입 테스트도 마다할 상황이 아니라, 급히 터치했다.


자신 말고도 일자리 찾는 놈들이 가득한데 머뭇거렸다간 금세 인원이 차 버릴 것이다.


-모집인원은 00명


"오, 최소 10명 이상을 뽑는구나."


-이력을 입력해 주세요.


나이, 군필 여부, 학력 등. 테스팅을 위해 참가자 정보가 필요하다고 적혀있다.


“가족 정보까지 넣으라고?”


빠르게 입력란을 채워가다 잠시 스톱했다.


"이거 신종 스미싱인가"


게임 베타 테스트를 하는데 참가자 가족 정보는 왜 필요하단 말인가.


왜 지금까지 인력 광고가 살아 있나 싶었는데, 이것 때문에 다들 들어왔다 나간 모양이다.


“젠장, 알 게 뭐야. 사기를 당하고 싶어도 당할 것이 없는데.”


통장은 마이너스 포인트가 찍힌 지 오래고 가족은커녕 키우는 개도 없다.


“가족 없음.”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모두 입력한 뒤, 확인 버튼을 터치했다.


-감사합니다. 한상진 님. 베타 테스터에 합격하셨습니다.


“입력하자마자 합격이라고?”


사기꾼 냄새가 스멀거렸다.


-베타 테스터에 합격하신 분들은 당일 16시 00분까지 아래 주소에 방문해서 주시면 됩니다.


화면을 스크롤 하니, 회사 이름과 주소가 보인다.


“RS 소프트?”


혹시 모르니, 사업자를 확인해 보자. 정식 등록된 업체라면 정보가 뜨겠지.


회사명과 사업자 등록 번호를 가져다 검색하자, 회사 정보가 주르륵 떴다.

설립 연도를 보니 최소 10년은 넘은 곳이고 사업자도 정상이다.


“유령은 아닌가 보네.”


여전히 불안함이 남았지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다.


테스트 비용을 얼마나 줄지는 모르겠지만, 방구석에 박혀서 벌벌 떠느니 일단 가서 확인이라도 해 보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가 계단 쪽을 살폈다.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아줌마의 잠복근무는 끝난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단 중간쯤에서 벽을 타고 골목 쪽으로 몸을 날렸다.



*



주소에 도착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데, 낡고 오래된, 손바닥만 한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RS soft.


“뭔 간판을 이렇게 작게 만들었대?”


간판에 적힌 이름이 인력 광고에 나온 그 이름인 것을 보면 근처가 맞는 것 같은데,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근처에서 서성거리는데, 누군가 톡톡 등을 두들겼다.


“엇!”


깜짝 놀라 몸을 돌리는데,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노인이 비닐봉지를 들고 자신을 빤히 쳐다봤다.


“뭐···. 뭡니까?”


“그쪽이야말로 뭔가? 왜 여기서 서성거려?”


“혹시 이 근처 사십니까?”


“그러면?”


“혹시 RS 소프트라고···.”


“거긴 왜?”


“아, 아십니까? 제가 그 회사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고 왔는데. 위치를···.”


“아, 우리 회사 아르바이트 때문에 왔구나.”


“...네?”


우리 회사? 설마 저 노인이 RS 직원이라고?


A.I 때문에 소프트웨어 회사들 맛 간 지 오래라지만, 저렇게 늙은 사람을 써야 할 정도로 바닥까지 간 건가 싶다.


“따라와.”


“.....”


“뭐해? 아르바이트 안 할 거야?”


“아니요. 해야죠. 갑니다.”


사기꾼 놈들이나, 조폭 놈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히 그쪽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은 됐다.


건물을 타고 돌아 뒤편으로 가니,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삽화3-시간 여행자의 생존법.jpg

“여기가 RS···.”


“맞아. 내려가자고.”


노인은 봉지를 휘적휘적 흔들며 어두컴컴한 계단 밑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씨, 회사 입구가 왜 이렇게 침침하냐.'


어딘지 꺼림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친 걸음이다.

여기서 돌아선다고 뾰족한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옥탑방에서 쫓겨나기 전에 사채업자 놈들에게 콩팥부터 떼일 판이다.


이것저것 가릴 상황도 아니고, 얼마가 됐든 돈이 된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다.


크흡! 숨을 들이켜고 노인을 쫓아 계단을 내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시간 여행자의 생존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9.03 148 0 -
공지 시간 여행자의 가이드북 +3 24.08.02 2,082 0 -
29 타임 029. 세상 밖으로 +12 24.08.28 844 63 12쪽
28 타임 028. 정신 줄 꽉 잡고, 원 모어! +2 24.08.27 830 45 11쪽
27 타임 027. 라디듐 +6 24.08.26 891 61 14쪽
26 타임 026. 총독 이철환 +3 24.08.26 900 61 8쪽
25 타임 025. 롤백(roll back) +7 24.08.25 974 70 8쪽
24 타임 024. 2%가 부족할 때 (삽화) +11 24.08.23 1,164 71 10쪽
23 타임 023. 생각보다 정상이라서 (삽화) +8 24.08.22 1,251 77 11쪽
22 타임 022. 주고 가면 안될까? +9 24.08.21 1,274 72 13쪽
21 타임 021. 뒷구멍 +5 24.08.20 1,383 80 11쪽
20 타임 020. 너희들 미쳤구나? (삽화) +10 24.08.19 1,587 72 10쪽
19 타임 019. 왜 하필 오늘이냐고! +11 24.08.17 1,759 89 12쪽
18 타임 018. 방금 진아가 보여준 그 기술 (삽화) +4 24.08.17 1,873 75 11쪽
17 타임 017. 능력자가 되는 겁니다. +4 24.08.17 1,804 70 9쪽
16 타임 016. 머리도 잘 쓰는 남자 +4 24.08.16 1,874 70 8쪽
15 타임 015. 우리 사이? +2 24.08.15 1,998 79 11쪽
14 타임 014. 그때 그 사람 +7 24.08.14 2,132 84 9쪽
13 타임 013. 질문은 내가 한다! (삽화) +8 24.08.13 2,343 89 11쪽
12 타임 012. AD 2179 (삽화) +6 24.08.12 2,548 92 10쪽
11 타임 011. 깊숙한 곳 오래된 자료 (삽화) +8 24.08.08 2,729 93 9쪽
10 타임 010. 분 단위는 상대 안 해. +11 24.08.08 2,746 90 8쪽
9 타임 009. 후드티 그녀. (삽화) +9 24.08.07 3,025 97 9쪽
8 타임 008. 죽는 맛도 경쟁이 필요하다고? (삽화) +12 24.08.06 3,158 110 8쪽
7 타임 007. 꿀맛 공기 마렵다. +8 24.08.06 3,206 100 7쪽
6 타임 006. 적응하면 안돼! +10 24.08.05 3,369 105 8쪽
5 타임 005. 배리 낫 오케이 +7 24.08.05 3,478 113 7쪽
4 타임 004. 입금 했네. (삽화) +16 24.08.03 3,886 119 10쪽
3 타임 003. 리셋 라이프 (삽화) +9 24.08.03 4,268 123 10쪽
» 타임 002. 돈이 필요해! (삽화) +17 24.08.02 5,322 129 7쪽
1 타임 001. <프롤로그> +23 24.08.02 6,262 14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